정토행자의 하루

안양지회
천생연분 수행법을 알려드립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사무처 지원국 회계 총무팀 소임을 맡은 한혜옥 님입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는 어두운 성격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미소가 밝았습니다. 그 미소에 첫 인터뷰에 긴장한 제 마음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애정 표현도 수행이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에서 잔잔하고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그 따뜻한 에너지가 이 기사를 통해 여러분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토법당에서 통일기도 후, 왼쪽이 한혜옥님
▲ 정토법당에서 통일기도 후, 왼쪽이 한혜옥님

남편 보살님이 이끈 정토불교대학

삶의 터전인 부산에서 계속 살다가 남편 때문에 10년 전쯤 경기도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회사 업무와 퇴근 후 동료와의 술자리로 바빴습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나를 왜 부른 거지?’ 하는 시비심이 들며 남편이 미웠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완벽한 가족상이 강박관념처럼 있었습니다. 휴일이 되면 온 가족이 화목하게 놀러 가는 모습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과 달리 남편은 주말까지 회사에 출근하거나 아니면 회사 사람들과 워크샵 겸 놀러 다니며 집 바깥으로만 돌았습니다.

‘남편이라는 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고 너무 미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평일에 이어 주말까지 아이들을 혼자 돌보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원망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남편 때문에 계속 흔들리고, 나 역시 남편 흔드는 것을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크게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았고 이전에 친구가 즉문즉설과 함께 알려주었던 정토불교대학이 생각나 입학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리 표정이 밝을까?

정토불교대학에 입학 후 거의 1년 동안은 이곳이 어떤 조직인가? 하는 호기심과 의심의 눈초리로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저는 나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내 가족만 챙기며 살아왔었기에, ‘입학금도 냈는데 보시까지 하라고 하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먼저 졸업한 선배 도반들 그리고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겼고 궁금한 마음에 참석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표정이 왜 저렇게 밝지? 이유가 뭘까?’ 처음에는 의구심이 컸지만,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과정에 ‘봉사’ 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도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수행과 봉사, 보시를 하며 제 마음도 점점 가벼워지고 표정도 많이 밝아졌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남편이 제 마음을 긁고, 때때로 봉사도 제 마음을 긁어주니 마음의 갈등이 수시로 올라왔습니다. 그때마다 제 마음의 이면을 알아차리고 놓아주는 것을 계속 반복하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행과 봉사는 하나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중에, 앞줄이 한혜옥님
▲ 불교대학 홍보 중에, 앞줄이 한혜옥님

회계 소임의 희열을 느끼다!

처음에 맡게 된 봉사 소임은 영상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경제학 전공이라 법당에서 회계 소임을 맡았습니다. 9차년 지부 회계 팀장부터 부총무를 지나 지금은 사무처 지부회계담당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회계팀은 정토회 내 전반적인 회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정토회의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있는 팀입니다. 봉사지만 지원국에서 깊은 나누기를 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회의 때마다 마음 나누기를 하는 것이 참 좋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나?’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위축되는 마음과 부러운 마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누기를 하다 보니 ‘모두가 겪는 과정이구나.’ ‘내가 크게 잘난 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회계 업무는 재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과 직접 관계를 맺기가 어렵거나 창의적인 머리가 없어 고민이라면 부담 없이 맡을 수 있는 소임입니다. 차분하게 혼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규칙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소임이 좋다면 강력 추천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결산, 잔액 마감을 할 때 최종 금액이 딱 맞아떨어지면 ‘아싸! 맞췄네!’ 하고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회계는 어렵고 전문가들만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정토회의 회계는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재밌게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와서 배우면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지원국 회계팀 직무교육 후, 왼쪽 앞줄
▲ 지원국 회계팀 직무교육 후, 왼쪽 앞줄

두려움이라는 허상과 마주하게 된 현실

약 5년 전, 만성 간염 보균자인 남편이 만성 간염이 발병했습니다. 남편은 몸이 아프니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짜증을 냈습니다. 소임이 바빠 집안이 어질러져 있으면 저를 쥐 잡듯이 잡으며 화를 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언젠가부터는 저를 유령 취급하기 시작하며 갈등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갈등이 계속되면서 소임을 그만둘 뻔한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때 정토회에서 상담하며, 제 마음속에 남편의 만성 간염이 간경화가 되고 간암이 되어 남편이 죽을 거라는 막연하고 커다란 두려움이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금방이라도 남편이 죽을 것 같았고 그에 따른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러면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저를 걱정하고 있는 마음 또한 깨달았습니다.

이런 깨달음 후에 수행 정진을 계속 이어가며 ‘나 혼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내가 중심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라고 끊임없이 되새기며 두려움에 맞섰습니다. 매일 아주 조금씩 꾸준하게 두려움을 지워내니 남편의 병에 대해 현실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고, 복잡했던 생각도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나 했어?”

저는 많이 무딘 성격인 데 반해 남편은 아주 예민한 성격입니다. 성격이 매우 다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은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저에게 “네가 언제 나를 사랑한 적이나 있어?”라고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기만 했는데 천천히 돌이켜보니, 그동안 마음과는 달리 겉으로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남편에게 어떻게 저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그런 마음 나누기는 정토회나 가서 하고 나한테는 하지 말라고!” 화를 냈습니다.

영양꾸러미 사업 중, 왼쪽
▲ 영양꾸러미 사업 중, 왼쪽

애정 표현도 수행이다!

남편의 굳게 닫힌 마음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다가 출근할 때 ‘한번 안아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성격이 똑 부러지고 애교는 하나도 없었기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다음 날 남편이 출근하려는 참에 얼른 쫓아가서 뒤에서 안으며 “잘 다녀와~”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뒤도 안 돌아보고 “안 하던 짓 그만하고 저리로 가라”고 했습니다. 며칠 밤을 고민하고 시도했는데,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수행자의 자세로 한번 끝까지 해보자!’ 싶어서 다음 날에도 꾹 참고 출근하는 남편의 등을 안아주었습니다. 그 순간 놀랍게도 남편이 등을 살짝 제 쪽으로 기울였습니다. 그런 남편의 행동에 ‘이 사람이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매일 출근할 때마다 안아주고, 퇴근 후에는 수고했다고 토닥여주었더니 어느 날은 출근하려는 남편이 제가 안아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남편의 마음을 계속 녹이기 위해서 하나 더 생각해냈던 묘안은 ‘잘 때 손잡아주기’ 였습니다. 거절당해서 상처받지 않을까?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살짝 남편의 손을 잡았는데 가만히 있어서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니 남편의 얼어붙은 마음이 서서히 녹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몸이 아픈 것에 대한 불안함을 내려놓고 저에게 마음을 기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토회 소임에 대한 남편의 불만도 자연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동안 남편이 많이 외로워서 그랬구나.’ 하고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처음에는 안 하던 애정표현을 하는 게 힘들었지만, ‘역시 연습만이 살길이다.’ 하는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천생연분 수행법 1 – 부끄러움은 저 멀리! 상대가 싫다 해도, 안아 준다! 아주 꼬옥~
천생연분 수행법 2 - 잠잘 때 손을 꼭 잡아준다. 거절당하면? 잡힐 때까지 잡는다!
천생연분 수행법 3 – 애정 표현도 수행이다! 될 때까지 꾸준하게 실천하고 행동한다!

광화문 평화 시위 접수 중, 오른 쪽
▲ 광화문 평화 시위 접수 중, 오른 쪽

또 다른 과제와 마주하다!

제게는 딸 아이 둘이 있는데 ‘조기교육은 미친 짓이야. 절대 안 돼.’ 하는 생각으로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애지중지하며 키웠습니다. ‘저 사람들은 다 틀렸어. 애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 거야.’ 하고 다른 엄마들과는 어울리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엄청난 정성으로 키웠기에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둘째는 저와 기질이 비슷해서 부딪힐 일이 많지 않았는데, 첫째는 성격이 저와 많이 달라 부딪힘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첫째가 ‘엄마는 동생은 좋아하고 나는 싫어하는구나.’ 생각하고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아끼는 마음에 뱉은 말이 아이에게는 꾸지람이 되어 결국에는 엄마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느끼며 자존감에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니었구나. 아이의 감정을 아예 몰랐고 뭐가 힘든 건지 전혀 몰랐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계속 수행 정진하면서 큰딸에게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이가 어떻게 힘든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제 마음속에서 일어난 자식에 대한 기대감과 집착들, 그리고 자식이 잘되어야 저도 잘된 것으로 인식되는 마음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확인해 나가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계속 흔들리는 마음을 잘 붙잡고 가는 것이 지금 저의 수행 과제입니다.


계속 진행 중인 수행 과제에 대한 한혜옥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자녀의 아픈 마음과 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의 중심에, 사실은 가슴이 벅찰 정도의 커다란 사랑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밝게 웃는 한혜옥 님의 미소에서 부드럽고도 강인한 힘을 보았기에 수행 과제를 잘 이끌어 갈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도반이 스승’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깁니다.

글_김민혜(인천경기서부 인천청년그룹)
편집_홍윤미(인천경기서부 부천지회)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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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선

~^^~

2023-06-16 05:56:38

혀니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23-06-16 03:28:04

전경병


언제나 웃음과 사랑 넘치는 솔직한 도반님의
모습과 수행담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함께 했던 인연에 그리움과 고마운 마음입니다.
행복하세요~♡♡♡

2023-06-15 22: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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