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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뚫는 굳센 소나무처럼
코로나로 온라인이 익숙했지만, 이번에는 꼭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도 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소임 하는 중울산지회 김정아 님을 만난 이야기,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일찍 철이 든 나 조금 일찍 철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했던 7살 겨울방학 때, 연탄가스로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집이 엉망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버지도 매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아이 셋을 홀로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되니, 주위에서 아버지에게 재혼을 권했습니다. 그렇게 새엄마가 생겼습니다. 경전대학 학생들과 모금활동을 하며 평소 막냇동생을 업고 친구들과 고무줄도 하고 놀았는데, 3학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오니 막냇동생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엉망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일으킨 동생에게 제대로 된 치료나 챙김을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동생이 ‘어릴 때 못 받은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러 엄마에게 빨리 간 것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도 방황하면서 사업에 실패하고, 새어머니와 떠나 버렸습니다. 저와 동생은 새 할머니 집에서 새어머니의 딸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집으로 전학하기 전까지 매일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1학년 동생과 함께 다녔습니다.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 힘든 것도 모르고 다녔습니다. 남동생이 힘들어하면 달래서 데리고 가고, 또 힘들어하면 놀다가 가기도 하고, 또 힘들면 그늘에 앉아서 쉬어 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서 가방에 넣고 집에 오니 상장이 다 젖고 헤졌습니다. 칭찬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크고 나서도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하고, 악착같이 해야 하고, 잘해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릴 때 그런 환경들 때문에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신데렐라가 된 나 할머니한테 칭찬은 못 받고, 매번 혼나고 비난받았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보낸 4년 시간 동안 저는 우울하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 탈출을 꿈꾸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매일 행복하지 못한가? 거의 매일 밤 울면서 잤습니다.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 신데렐라 동화와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황은 전혀 아닌데 자기 생각만 이야기하는 사람들,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 윽박지르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면 나인 것 같은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상처를 버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십 대 중후반, ‘내가 잘살고 있나? 잘 가고 있나?’ 하는 의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당시 친구가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조금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버스에 붙어 있는 정토 불교대학 전단을 보고 무작정 전화해서 찾아갔습니다. 바로 2016년에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다음 해 경전대학을 다니고, 불교대학 돕는이, 수행법회, 진행자까지 봉사했습니다. 부지런히 살면서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들 어릴 때는 부업하고, 아이들 학교 다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일도 하며 엄청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공부하는 것이 저를 위한 일이니, 저를 위한 시간을 좀 가져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돌파구가 정토회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친정에 가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제가 나중에 늙어서 갈 수 있는 친정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엄청 든든합니다. 노후를 생각해도 ‘내 마음의 쉼터, 정토회’가 있다는 것에 위안이 됩니다. 사천왕지 통일기도 후 인생의 밑거름이 된 모든 것 제가 늘 부러웠던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하면서 달려가 엄마에게 안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밝게 웃으며 엄마에게 잘하려고 애쓰며 살았습니다. 엄마는 작년 봄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픈 엄마를 제가 대신 많이 안아 드렸습니다. 아이를 낳고 살면서 엄마가 되어 여자 처지에서 새엄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엄마가 20대 후반에 우리 집에 온 것 같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아이가 셋이나 있는 집에 오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여자의 일생치고는 빡빡한 팔자였습니다. ‘우리 집에 와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어머니에게 살갑게 했습니다. ‘내가 잘하면 언젠가 새어머니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내가 잘하면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외할머니가 저를 그렇게 구박했지만 구박하는 와중에 제가 그 잔소리 들어가면서 일을 배웠다는 걸 알았습니다. 손에 물도 안 묻혀보고 자라다가, 8살 때부터 잔소리 들어가면서 밥하는 것도 배우고, 청소하는 것도 배우고, 어쨌든 생활하는 데 필요한 삶의 지식을 배웠다고 돌이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일하면 ‘일 잘한다. 손끝이 야물다.’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욕먹으면서 이렇게라도 배운 것은 외할머니 덕분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전대학 활동 중 학생들과.left 엄마를 이해하면서 제 마음에 흔히 화병이라고 말하는 응어리가 내려갔습니다. 두통도 없어졌습니다. 우리 남동생은 저를 보고 ‘누나는 참 속도 좋아’라고 합니다. 엄마한테 가서 밤새 얘기하면서 하하 호호하면서 함께 자기도 했습니다. 엄마는 마음을 안 열어도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하니까 명절 때 가고, 제사 때 가고, 주말에도 가고 꾸준히 찾아갔습니다. 어린 시절은 어린 시절에 끝내고, 시장 갈 때도 제가 먼저 엄마에게 팔짱 끼고,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어릴 때 경험이 제 삶의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걸 몰랐는데 정토회에서 마음공부하면서 제 어릴 적 일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 모든 것이 상처였고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있을까? 하면서 아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과거가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제가 있고, 지금 행복하게 살 수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는 정말로 만족합니다 진행자로 봉사를 하면서 학생들도 공부하지만, 저도 같이 공부가 됩니다. 몇 년 전에 들었던 법문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불타올랐습니다. 상대를 위해서 저의 시간을 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말이 봉사이지, 제가 얻는 게 더 많습니다. 아들에 대한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제 기준에 아들을 맞추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살아왔고, 아이들이 그런 저를 보고 자랐고, 제가 그렇게 키웠기 때문에 저처럼 잘 살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려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를 수행 과제로 삼아 이번 하반기 정일사까지 꾸준히 정진할 생각입니다. 초파일 연등행사 정토회는 자기 인생에서 기준과 관점을 잘 잡고, 삶의 버팀목이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잘 안내합니다. 앞으로의 소임은 부담 없이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 낸다면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가르쳐주니까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 그때그때 주어질 때마다 그 소임에서 해야 할 역할을 다 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 정말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직접 만난 김정아 님은 바위를 뚫고 굳세게 사는 소나무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봤습니다. “함께하는 도반이 있어 힘들 때 주저앉더라도 그 힘으로 앞으로 나가는 힘이 된다.”라고 했습니다. 바가지 거꾸로 들고 있을 때 거꾸로 들었다고 알려줄 수 있는 김정아 님 같은 도반이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황유 편집서지영
우리는 함께하는 도반입니다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전북 장수 죽림정사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전주지회의 날 행사가 열립니다. 2차 만일결사 시작 후 광주전라지부 중 처음으로 전주지회에서 지회의 날을 진행했습니다. 기획단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54명의 전주지회 도반들이 참석했습니다. 가족을 만난 듯 반가워하며, 대웅전 뒤뜰에 마련된 행사장으로 이동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 도반들이 더러 눈에 띄었습니다. 곽미정 님의 사회로 행사를 시작합니다. 죽림정사의 원장법사이신 보덕법사 님, 광주전라지부장 임정아 님, 전주지회장 고경희 님의 환영사가 이어집니다. 오전 일정은 청백전으로 진행됩니다. 모두가 흰색 계열의 상의를 입었고, 추첨으로 결정된 청팀은 JTS조끼를 덧입어 구분했습니다. 가벼운 국민체조로 몸을 풀어봅니다. 체조만 하는데도 아이구야하는 소리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청백전의 첫 게임은 공든 탑이 무너지랴 입니다. 큰 쟁반에 작업방석을 쌓아 넘어뜨리지 않고 재빨리 돌아오는 게임입니다. 두 번째 게임은 날아라 고무신입니다. 신발을 날려 손수레에 넣으면 1점을 획득합니다. 신발이 하늘을 날 때마다 큰 함성과 탄식이 오갑니다. 손수레 지기는 강대웅 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세 번째 게임은 말 없는 발 천리입니다. 3인 1조로 짝을 이루어 한 발을 옆 사람과 묶고 달리는 게임입니다.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네 번째 게임은 고유의 민속놀이, 승부사들의 게임인 제기차기입니다. 청백팀의 모든 도반들이 제기를 차고, 그 수를 합산하여 승부를 내기로 했습니다. 한 개도 차지 못하는 도반부터 12개 이상 차는 도반까지 다양했습니다.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아 재대결을 이어갔습니다. 김영자 님과 어린이 도반이 연신 빵개였으면 좋겠네 주문을 외운 탓일까요. 다섯 번째 게임은 팀원 전체가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배달의 민족입니다. 일렬로 서서 비치볼을 머리 위로 한 번, 좌측 옆구리로 한 번, 우측 옆구리로 한 번, 마지막으로 가랑이 사이로 통과시켜 빨리 반환점을 돌아오는 팀이 이깁니다. 여섯 번째 게임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치기입니다. 새우등에 올라간 풍선을 터치하는 것은 아니고 완전히 터뜨려야 합니다. 새우처럼 휘어지며 깔깔 웃는 도반들이 보입니다. 너무 아파서 웃음이 나는 걸까요. 대망의 마지막 게임은 피구입니다. 기획단의 게임 설명에 따르면 공에 맞을 경우 열반하는데, 팀 전원이 먼저 열반하는 팀이 패합니다. 경기장은 제기차기 못지않은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자, 누가 먼저 떠날까요. 여기저기서 윽소리와 함께 열반이 시작되었습니다. 날렵한 몸짓을 선보이다 너무 빨리 가는 분도 있습니다. 역시 열반에는 누가 먼저랄 것이 없습니다. 대립과 경쟁을 뛰어넘어 화합을 이룬 도반들이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모든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청백전은 청팀이 승리했지만, 승부를 내려놓고 진정 즐긴 이가 챔피언입니다. 도반들이 보시한 친환경 em비누와 em주방세제, 기도포와 스카프 등 각종 붓다명품을 추첨하여 나눠 가졌습니다. 단체 사진을 촬영하면서도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점심 공양은 각자 싸 온 도시락을 모둠별로 나누어 먹었습니다. 내 도시락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음식은 이미 자리에 펼쳐졌고, 먹어도 되느냐 물을 필요도 없이 모두가 모든 것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프로그램인 장기 자랑 준비가 한창입니다. 죽림정사에 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 연습 해온 모둠도 있습니다. 비밀리에 연습을 거듭하는 모둠도 있고, 생전 처음 둘러보는 반짝이에 심호흡하며 자신을 내려놓고 있는 도반도 있습니다. 장기 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사회는 센스제일 강동주 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전주지회에는 7개의 모둠이 있습니다. 전주의 효자모둠, 송천모둠, 완산모둠, 덕진모둠이 있고, 익산모둠, 군산모둠, 정읍모둠까지 일곱 모둠입니다. 귀여운 어린이 도반이 함께한 효자모둠의 순서가 끝나고, 죽림정사에 사무장으로 파견 나온 최선희 님이 축하공연을 해주셨습니다. 다소곳한 그녀, 과연 무슨 춤이라도 출 수 있을까요. 걱정과는 달리 이미 오래전에 나를 버린 듯한 화려한 몸짓에 급기야 관중이 난입하며 축하 공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음악이 시작되자, 인간 최선희는 죽고 나비만 펄럭였다고나 할까요. 정토회의 혼을 보여준 두 사람을 뒤로하고, 장기 자랑이 계속됩니다. 완산모둠은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정토 내게 행복을 주는 수행으로 개사해 준비했습니다. 익산모둠은 곰 세 마리를 개사했습니다. 커다란 아빠 곰들의 깜찍한 춤이 돋보입니다. 군산모둠은 몸빼바지와 고무장갑으로 울력 준비를 마쳤... 아니 오늘은 농사 대신 도반들의 웃음을 지으러 왔습니다. 송천모둠은 트로트를 준비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이들에게 결코 태클을 걸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진모둠은 반짝이는 의상과 아모르파티를 준비했습니다. 흥이 오르자, 음악과는 상관없는 춤이 펼쳐집니다. 나를 버리랬더니 여기서 진정한 나를 만난 것입니다. 장기 자랑의 마지막 순서는 전주지회 담당법사이신 명일법사님의 정읍모둠입니다. 오늘은 법사가 아니라 도반 손미옥으로 오셔서 홀로 아리랑을 선보입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장기 자랑을 마치고 간단한 경품추첨과 닫는 나누기가 있었습니다. 전주지회의 이날 명심문은 우리는 함께 하는 도반입니다였습니다. 명심문을 만든 이윤정 님 아난다여, 좋은 친구와 사귀는 것, 좋은 동료와 사귀는 것, 좋은 동료와 사귀는 것은 청정한 삶의 전부에 해당한다네. 좋은 친구와 사귀고, 좋은 동료와 사귀고, 좋은 도반과 사귀는 비구가 여덟 가지 고귀한 길을 익히리라는 것은 자명하다네. 집에서 홀로 수행할 때는 도반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내 이웃의 누가 아픈지 기쁜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내 아이라는 명심문도 와닿지 않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말도 와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우러져 있으면 도반의 눈을 통해 나를 볼 수 있습니다. 내 것을 고집하지 않고 나누어 먹게 되고, 나를 버려 도반의 함박웃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지회의 날 행사도 커다란 수행이었습니다. 우리는 수행을 마치며 불자들의 네 가지 큰 서원, 사홍서원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모둠별로 마음 나누기를 하고, 죽림정사 전체를 청소했습니다. 이제 함께 한 도반들과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2023년 9월 10일, 전주지회의 날 영상배기숙 님 제작 글·사진이승준 편집김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