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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상법사님 두 번째 이야기_빈그릇운동에 이어 소비제로실천운동을 이끌다
“예 하겠습니다” 시원하게 대답하며 쉼 없이 달려온 향상법사님. 어떤 일이든 가볍게 “예”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깨달음의 장각주7에서 오랜 불안과 고민이 확 사라지고 어둡고 무거웠던 마음이 환해지면서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며 비빔밥 교수라는 별칭도 얻었습니다. 더 나아가 통영시와 전국을 흔들어버린 빈그릇운동, 에코캠퍼스 동아리 활동 등 환경 활동을 활발히 펼쳤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지구를 구하고자 새로운 운동, 소비제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향상법사님의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2018. 2. 13 에코붓다 이사회 학교는 부업 정토회가 본업 저의 경험으로 학생들과 함께 2005년부터 에코캠퍼스 동아리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학생들 안에서 동력도 컸습니다. 물론 제가 제안하고 그때그때 시기별로 방향을 잡아주고 독려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은 했습니다만, 학생들 스스로가 재미있어하고 의미를 찾았습니다.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한 리더로서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끄집어낼 수 있게끔 깨장도 보내고, 제 연구실에 돗자리를 깔고 목탁 소리와 함께 정진했습니다. 학생들과 서울 서초 법당에 가서 숙박 수련도 하고, 정토회 도반들과 같이 어울릴 기회도 만들었습니다. 스님 법문도 들을 수 있게 법회도 제 연구실에서 하였습니다. 학교에 소문이 났습니다. “최광수 교수는 학교는 부업이고 정토회가 본업이다.” 저는 모든 일정의 최우선은 정토회였습니다. 물론, 교수로서 본연의 업무는 충실했습니다. 학교에서 경고를 여러 번 받았습니다. 회의하러 서울로 자주 가고, 물론 수업에는 지장이 없긴 하지만, 자리를 많이 비운다고 학장, 학과장에게 불려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이 삶이 내가 앞으로 살아갈 길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요일은 무조건 법회를 간다.’ 학교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법회 간다.’라고 스님 말씀을 믿고 해봤습니다. 학과에서 뭘 한다고 해도 “죄송합니다. 이날은 법회를 가야 합니다.” 하고 무조건 나와버렸습니다. 학교생활 20여 년 하는 동안 법회를 빠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교수들에게서는 왕따였지만 늘 학생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에 근무하며 교원으로서 정토 행자 모델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돈, 명예, 권력을 좇지 않고, 부처님의 제자로 스님 법문 들으며, 도반들과 함께하는 것이 정토행자 상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동아리 활동도 10년이 지나면서 세대교체가 되었습니다. 초반에 함께했던 열성 넘치던 학생들은 모두 졸업하고 후에 들어온 학생들이 별 의욕이 없었습니다. 동아리를 정리해야 하나? 그대로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퇴직할 때까지는 계속했습니다. 그 당시 함께 동아리 활동하던 학생들 모두 정토행자가 되었습니다. 전원 천일결사각주26 입재를 했고, 백일 출가를 다녀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전국에 작은 법당 만들기 사업을 시작할 때 통영에 법당을 만들자는 제안 때에는 5명이 불사하여 법당도 마련했습니다. 동아리 학생들이 불교대학 진행도 하였습니다. 나중에 취업과 결혼을 하며 지금은 정토행자로 남아 있지 않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인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선택과 집중 평소에는 ‘내가 수행자다’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 수행이 느슨해져 있었습니다. 매일 정진하지만, 집착의 마음이 내려갔다 싶으면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초반의 초발심을 내어 열심히 정진하니 어느 정도 괴로움과 집착이 내려가면서 근성과 습관으로 꾸준히 정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수행의 패턴을 스님은 ‘장판 때’에 비유하였습니다. 성냥을 설렁설렁 만 번을 문질러도 불이 붙지 않는데, 한 번을 하더라도 세게 탁 켜야 불이 붙듯이 온 마음을 집중해서 정진해야 한다는 법문이 기억났습니다. 1년간 법사 교육받으며 먹고 입고 자는 생활 습관부터 도반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직장에서의 관계까지 하나하나가 수행 과제였습니다. 매일 저녁 공부하고 소통하면서 수행일지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작성하여 법사교육을 받는 도반들과 나누고 주말마다 모였습니다. 교육 초반에는 ‘내가 법사를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봐 왔던 존경스럽고 믿음직한 여느 법사님들 같은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법사가 되기 위한 교육 중이다’라고 입장정리가 되면서 마음 자세가 바뀌었습니다. 2018. 6. 24 법사 수계식 2023. 7. 1 용기내서 용기내 캠페인거제지회원들에코붓다 대표 2024. 6. 13 죽림정사 6.13만인대법회 수행하기에 좋은 소임, 법사 2018년에 법사 수계를 받을 때, 특별히 깨달음이 있다거나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만큼 부처님의 법을 충분히 알지 못해 법사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였습니다. ‘법사란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라는 지도법사님의 수계 법문을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내세우거나 내 생각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지 살핍니다. 내 생각을 고집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사 역할은 수행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겸손한 자세로 대중에게 필요한 일을 먼저 나서서 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행복하고 자유로운 길임을 알았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부엌에서 일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도맡아 하시며 제가 설거지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법사 교육 중 가정에서의 실천 과제로 설거지하기로 정하고 어머니를 겨우 설득해 제가 하고 있습니다. 정토행자로 살아오면서 궂은일을 할 기회도 많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대중들과 함께 봉사하는 일은 23년밖에 되지 않았고, 하는 일이 기획하고 회의하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직업이 대학교수이다 보니 가르치고 시키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설거지를 꾸준히 하면서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잘 쓰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점차 청소, 빨래, 요리까지 역할을 늘렸습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생활에 전혀 불편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현재 제가 정토회에서 맡은 소임은 에코붓다 대표, 행복운동 특별본부의 부산·울산 동부와 서부 지회 담당법사, 정토회 법제위원회 위원장, 기획위원회 위원입니다. 소임의 성격상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고 검토하며 담당하고 있는 10개 모둠을 번갈아 가며 참여하다 보니 소속 모둠활동에는 자주 참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불량 감자’라는 별명을 듣기도 하지만, 법사의 역할은 필요한 곳에서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는 ‘5분 대기조 소방수’, ‘이편꽃다리’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서울 서초 정토회에서 환경 관련 워크숍에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예”하고 버스를 4시간 타고 갔습니다. 서울에서 초대한 분들은 제가 통영에 사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얼마 동안 얘기할까요?” 하니 “5분”이라고 했습니다. 통영에서 여러분을 만나러 왔다고 했더니 10분 동안 강의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5분이냐 1시간이냐가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 아닌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하면 되는 것이고, 여기서든 저기서든,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버스 안에서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잠도 자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습니다. 실은 제가 내놓은 아이디어들 상당수가 버스 안에서 떠오른 것들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실험, 소비제로실천운동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이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처님이 가르쳐주는 연기법에 근거하여 개인의 수행과 공동체 정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간의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 중심의 삶을 바꾸는 것이 그것입니다. 소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정과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였고, 작년부터 전담반을 꾸려 소비 제로 실천 운동을 확산하기 위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행공동체로서 정토회가 모두의 행복에 이바지하고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인류문명 전환의 기틀을 닦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과 밖이 둘 정토회에서는 ‘안과 밖이 원래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안과 밖이 둘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정치적인 문제, 지역사회에서나 직장에서 의견이 맞지 않으면 속에서 부글부글합니다. 또, 비난받는 걸 못 견디며 싫어했습니다. 법사 교육 때도 수행 과제로 삼고 알아차리기 연습했습니다. 완전히 없어지진 않고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토회 안에서는 도반들과 화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약간 짜증 난 일은 있어도 다투거나 상대를 미워한 적도 없고, ‘왜 저렇게 생각하지?’라고 생각할 뿐 갈등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 바깥에서 바뀌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몇 년 전 지역사회의 개발과 관련하여 원탁회의가 있었는데 저에게 삿대질하고 욕설하는 말을 듣는 순간 욱하며 같이 맞서는 제 업식을 적나라하게 보았습니다. ‘내가 옳다’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보지 못하고, 말에 끄달리는 업식이 있다는 걸 그때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이게 내 꼬라지구나’ 하고 또 참회하고 정진하였습니다. 지난 25년간 정토회에서 수행하며 감정 기복이 줄었습니다. 빈도는 줄고 주기도 점점 늘어나고 폭의 깊이도 얕아졌습니다. 많이 좋아지고 가벼워졌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순간 욱하기도 하지만 몇 시간 안 가서 ‘아이고 또 내가 사로잡혔네’라고 가볍게 돌아보며 나아가는 중입니다. 2019. 1. 5 인도성지순례사르나트 2020. 1. 6 인도성지순례전정각산 2020. 1. 12 인도성지순례카필라성 우유부단함도 장점 남자로서 결단력도 부족하고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저의 성격에 대해 스스로 부정적이었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데 장애가 너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두 가지 다 정토회에 와서 확 깨졌습니다. 제 업식에 대해서 옳고 그름, 좋고 나쁘다가 없고,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성격 자체가 나쁘다고 할 것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꼈습니다. 2000년도 초반 활동가들이 백담사에서 함께 수련하면서 제1호 재가 법사인 자재법사님의 수행담을 들었습니다. 정토회 초창기에 스님은 한 사람의 수행자를 두고 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차츰차츰 다 빠져나가고 혼자 남았습니다. 혼자 수업을 들으니, 재미가 없어 끝나고 집으로 갈 때는 나오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하다 보면 ‘법당문은 열어야지’ ‘스님 밥은 챙겨야지’ 그러면서 다시 또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집에 아이도 아프고 시댁 어른도 아프면서 너무 힘들어서 ‘안 나가야지’ 했는데, 새벽에 기도하다 보면 걱정되어, 또 나가면서 세월이 지나고 평생 이렇게 왔습니다. “지금까지 정토회에 왔다 갔던 수많은 도반 그 사람들 모두 나보다 더 잘나고, 강단 있는 사람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더라. 나는 강단이 없어서 갔다가 돌아오고 갔다가 돌아오고 매일매일 마음이 이렇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쿵 하는 느낌으로 ‘우유부단함이 꼭 나쁜 게 아니구나, 그래서 도망 안 가고 법을 따라서 공부를 잘할 수 있겠구나 이게 나쁜 게 아니네’ 이런 생각이 드니까 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싹 사라지고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제 성격은 여전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싫어하고 바꾸고 싶은 마음이 그 후로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제가 뭐든지 오래 끈질기게 잘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불교대학 2년 과정을 일주일에 두 번씩 주말과 주중에 부산과 통영을 4시간씩 오가면서 4년 만에 겨우겨우 졸업했습니다. 어떤 소임을 할 때도 3년을 해야 하는데, 중간에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그만두고 싶고 내려놓고 싶을 때, 그 마음을 뛰어넘어 버리는 게 수행이지, 지금 잘하고 못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뭘 배우고 공부했느냐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냈던 과정이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었고, 기준점을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이 삶을 살아가면서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수행담을 나누기할 때 그 이야기를 늘 하곤 하였습니다. 2020. 1. 10 인도성지순례쿠시나가라열반당 향상법사님은 제가 2019년 가을 경전반 때 죽림정사에서 처음 뵈었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날, 다례제를 지내고 법사님이 긴 지휘봉을 들고 벽화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밝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법사님은 정토회를 만나기 전과 후가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이 인생의 두 개의 길로 나뉘는데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어린 시절이었고, 가장 행복했을 때는 정토회를 만난 후라고 저의 질문에 바로 답했습니다. 마음이 늘 무겁고 두려웠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많은 고민 끝에 만난 정토회와 인연, 부처님 제자로 환경운동을 앞장서 실천하며, 인생의 주인으로 사시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입니다. 부처님 법은 정말 위대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저의 수행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재선 소감 글이경희 희망리포터, 이재선 희망리포터 편집최미영 각주7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각주26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볕이 닿지 않는 응달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
양달과 응달 온도는 크게 10도까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볕이 들지 않는 응달을 찾아 온기를 전하는 일이 영양꾸러미사업 아닐까요. 세상을 1도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의정부, 포천, 남양주 곳곳을 누빈 남양주지회 정토행자들의 발자취를 전합니다. 지난 1월 4일, 영양꾸러미사업으로 남양주지회에서 28명의 어린이들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정부로 달려갔습니다. 목적지는 정토회와 관련 없어 보이는 의정부 장암종합사회복지관이었습니다. 남양주지회 복지꼭지인 황연정 님께 여쭤보니, 복지와 연관된 활동이라면 복지관에서 무료로 공간을 대여해 준다고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1층을 대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다른 봉사단체가 먼저 예약을 한 상태라 2층 강당을 쓰도록 허가받았습니다. 리포터가 막 도착했을 때 마트 배송차량이 복지관 앞에 주문한 식료품들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60여 개의 종이상자를 2층으로 옮기는 일이 막막해 보이던 참에 선발대 봉사자들이 하나둘 합류합니다. 또 복지관에 수레형 카트와 장보기형 카트가 구비되어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옮길 수 있었습니다. 상자마다 1번, 2번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무슨 번호일까 꼭지에게 물었습니다. 1가구에 1번 한 상자, 2번 한 상자, 이렇게 두 상자를 배분하면 된다고 합니다. 상자에 번호가 매겨진 데에 따뜻함이 묻어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지난 여름 영양꾸러미 사업 때, 황연정 꼭지가 마트에서 장을 보며 이 식료품들을 JTS가 방학동안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어린이들의 가정에 전한다는 걸 마트 사장님께 설명드렸습니다. 그러자 마트 사장님이 배분하기 편하도록 직접 식료품들을 상자에 나누어 담아 배송해 주셨습니다. 배송받은 물품들을 강당 바닥에 전부 펼쳐 놓고 하나하나 분류하고 검수하는 것도 봉사자들의 일이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구에 맞추어 물품을 분류해 배송해주신 마트 사장님의 배려로 수월하게 검수를 마쳤습니다. 이번 겨울 영양꾸러미는 14가구가 새롭게 발굴되면서 총 28가구로 늘어나 물품 검수 및 가구별 분류에 1시간 이상 봉사가 필요하고 넓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온기를 전하는 일에 마트 사장님의 온기가 더해져 봉사자들이 배송된 물품을 검수하는 데 시간도, 공간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60여 개의 상자가 2층으로 모두 이동되었습니다. 선발대가 물품 검수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합니다. 조별 명단, 진행멘트, 조 이름표 등등 꼭지가 꼼꼼하게 준비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영양꾸러미사업 물꼬를 튼 지역은 황연정 님이 복지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의정부입니다. 처음에는 황연정 님이 접근하기 좋은 의정부에서 6가구로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황연정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정성으로 인근 포천, 남양주까지 확대하여 현재는 28가구까지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조별로 물품 검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책상을 배치하고 책상 옆에 지원 물품들을 두었습니다. 또 책상마다 조 이름표를 붙이고 설문지와 리플렛을 올려두었습니다. 꼭지의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착오없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선발대는 정예요원 같았습니다. 덕분에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선발대 작업을 마쳤습니다. 영양꾸러미를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산타들이 속속들이 도착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른 봉사자들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눕니다. 10시 30분이 되어 강당 한쪽 공간에 둥그렇게 둘러서 소감 나누기를 시작합니다. 지원 가구가 늘어난 만큼 봉사자들도 많아서 자기소개와 짧은 소감만 나누어도 시간이 훌쩍 흘러갑니다. 꼭지가 검수할 물품목록을 텔레그램으로 미리 전달해 두었습니다. 2인 1조로 한 명은 메시지를 보며 물품명을 부르고, 한 명은 물품명과 개수를 확인합니다. 출력물을 아끼고 디지털에 익숙해진 정토회원들의 모습에 잔잔한 뿌듯함이 일었습니다. 물가가 비싼 요즘에 풍성하게 식료품을 구성하고 알뜰하게 귤과 밑반찬까지 챙긴 장보기팀을 칭찬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검수를 마치고 영양꾸러미 안에 잘 들어간 지원물품들이 한 곳에 모입니다. 손이 많으니 검수도 뚝딱입니다. 단체사진 촬영 후 가정 방문시 주의 사항을 안내받고 조별로 출발합니다. 리포터는 11조인 의정부모둠 송경미 님과 퇴계원모둠 윤종호 님과 동행했습니다. 대상 가구로 향하는 길에 조장인 송경미 님이 방문하는 가정에 대한 상황들을 공유합니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 더해 다자녀인 가구가 많았습니다. 또 부모님이 암과 같은 큰 질병을 앓고 있거나, 아이가 아픈 경우여서 방문하는 길에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양손 가득 영양꾸러미를 들고 집안에 들어섭니다. 봉사자들도 대상가구 보호자도 처음 접하는 낯선 상황에 분위기는 어색하기만 합니다. 어색함 속에서도 보호자들의 감사함이 느껴지고 또 아이들이 밝아 보여서 안심했습니다. 내년에는 사정이 좋아져서 대상자 목록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일기도 했습니다. 두 가구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11조 조장인 송경미 님의 나누기 입니다. 방문 전에 가구에 대한 상황을 알고 가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가 귀한 시대인데 두 가구 모두 아이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어머님들 건강이 많이 안좋으셔서 걱정이 됩니다. 빨리 건강이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영양꾸러미로 아이들이 이번 겨울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쁘고, 그리고 저도 잘 쓰여서 뿌듯합니다. 윤종호 님도 운전하면서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지난 번보다 수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2가구만 방문해서인지 대상 가구에서 밝게 맞아주셔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에는 반기지 않는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거든요. 제가 도와주었지만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 마음까지 밝아졌습니다. 다음 여름 방학 영양꾸러미도 꼭 참여하겠습니다. 저녁 8시에는 온라인 평가회의가 있었습니다. 꼭지와 조장 등 12명이 참석하여 진솔한 나누기와 함께 대상자의 반응, 제안사항 등을 공유했습니다. 평가회의도 영양꾸러미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꼭지가 세세하게 알지 못했던 가정 상황을 듣고 지원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봉사자들의 진솔한 나누기에 공감도 하고, 저런 경우도 있구나하며 내 마음도 관찰합니다. 평가회의를 마치고 황연정 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황연정 님은 오늘 영양꾸러미 지원 사업을 돌아보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 영양꾸러미로 남양주지회 지원 가구는 28가구입니다. 이제는 지원 대상을 늘리기 보다는 꼼꼼한 검토와 조사로 꼭 필요한 가구에 지원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황연정 님이 방금 평가회의에서 다음 번 지원 사업 때는 방문 가정 대상 아동에게 손편지를 써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황연정 님의 소회를 들었습니다. 수행은 스스로 살핌으로 정진하면 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드는 활동은 함께함으로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와 닿은 날입니다. 3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강당에 꽉 차서 나누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수록 더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요. 함께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꼭지로 활동하면서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항상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보완하고 확장하고 발전해 나아가는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시간 내어서 함께 해주신 회원들에게 감사하고, 또 저는 개인적으로 복지 꼭지로서 잘 쓰여서 감사합니다. 인터뷰까지 마치고 정리를 하면서 평소 내 삶 속 부대낌에만 치중하던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 끼니를 굶는 아이가 없기를,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없기를, 응달이 없는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글김난희 사진남양주지회, 김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