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기뻐합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1배)
(3) 부처님 제자됨이 자랑스럽습니다.
이 땅의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 되겠습니다. (1배)
2. 수행문
모든 괴로움과 얽매임은 잘 살펴보면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 괴로움과 얽매임이 밖으로부터 오는 줄 착각하고
이 종교 저 종교, 이 절 저 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행복과 자유를 구하지만 끝내 얻지 못한다.
그것은 안심입명의 도는 밖으로 찾아서는
결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에서 일어난 어떤 괴로움일지라도
안으로 살펴보면
그 모든 괴로움의 뿌리가 다 마음 가운데 있고
그 마음의 실체가 본래 공한 줄 알면
모든 괴로움은 저절로 사라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일으킨 한 생각에 사로잡혀
옳다 그르다 모양 짓고
그 모양에 집착해서 온갖 괴로움을 스스로 만든다.
한 생각 돌이켜서 이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면
모든 괴로움과 얽매임은 즉시 사라진다. (반배)
3. 참회
화나고, 짜증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이 모든 것은
밖으로 살피면 상대가 잘못해서 생긴 괴로움인 것 같지만,
안으로 살피면
'내가 옳다'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일어난 것이므로
모든 법에는 본래 옳고 그름이 없음을 깨달아
'내가 옳다'는 한 생각을 내려 놓을 때
모든 괴로움은 사라지고 온갖 업장은 녹아나는 것이다. (반배)
(수행문 또는 기도문에 집중하여 마음을 돌이켜 뉘우치면서 108배 참회의 절을 한다.)
넓고 깊은 원력 세워 보살도를 닦고 닦아
고통중생 구하시려 사바세계 몸을 나퉈
크신 사랑 연민으로 널리 중생 구하시는
관세음보살님께 지성 귀의하옵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108배)
멸 업장진언 『옴 아르늑게 사바하』(3번)
온갖 신통 갖추시고 방편 널리 닦고 닦아
시방세계 모든 국토 그 몸을 나투시어
고통중생 구하시는 관세음보살님께
지성귀의하옵니다. (반배)
원하옵나니
사생육도 법계중생 다겁생래 지은업장
지금 내가 참회하니 모두 소멸하여지고
세세생생 보살도를 행하게 하여 지이다 (3번)
원하옵나니
이와 같이 지은공덕 일체중생 회향되어
정토세계 함께 가서 부처님을 친견하고
함께 성불하여 지이다. (반배)
4. 명상
(자세를 바르게 하고, 마음을 코 끝에 모아서, 숨이 들어오고 나감을 알아차린다.)
5. 경전독송
2022.12.04
그때에 고오타마는 새벽녘에 이르러 누진신통을 완성하고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제]로써
생사고통의 사슬[十二緣起]을 끊고
뭇 중생을 제도할 신통을 체득하였다.
그때에 고오타마는 동쪽에서 솟아오르는 밝은 새벽별을 보는 순간
무상정등정각을 완성하고 큰 소리로 사자후 하였다.
“이제 어둠의 세계는 타파되었다.
내 이제 다시는 고통의 수레에 말려들어 가지 않으리.
이것을 고뇌의 최후라 선언하며 이제 여래의 세계를 선포하노라.”
2022.12.05
그때에 부처님은 바른 깨달음을 이루시고 나서,
보리수 아래에 결가부좌를 한 채 앉아서
눈도 깜짝하지 않고,
7일 밤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으셨다.
이는 열식삼매정(悅食三昧定)에 들어
해탈의 법열(法悅)을 즐기는 것으로
양식을 삼으신 까닭이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7일이 지나고 나서,
일심으로 생각을 바로 잡고
삼매에서 일어나 사자좌에 앉으셨다.
2022.12.06
그때에 문득 아첨하고 교만하여
남의 허물을 찾는 한 바라문이
부처님 처소에 나아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었다.
“사문 고오타마여,
무엇을 일러 바라문이라고 하며,
어떠한 법이 바라문의 법이오?”
부처님께서는 그의 뜻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일체의 모든 악한 죄업을 소멸함에
바라문이라 이른다.
아첨하고 교만한 마음을 떠나
청정한 마음을 가질 것이며,
몸으로는 모든 청정한 범행(梵行)을 수행하며,
입으로 말하는 것 또한 그러하는 것이 바라문의 법이다.
능히 일체처에 탐욕을 끊어 갖지 않으면
이것을 일러 바라문이라 이름하리라.”
이때에 바라문은 교만한 마음에 ‘흥흥’거리고 떠나갔다.
2022.12.07
그때에 부처님은 선정에 들어
세간을 살피며 생각하셨다.
‘내가 이제 증득한 이 법은
심히 깊고 미묘하여 보기 어렵고,
알기 어렵기가 마치 가는 티끌 같아서
분별하거나 헤아릴 수도 없고
생각하여 말할 길이 없구나.
오직 부처님만이 알 수가 있을 뿐
세간의 일체 중생들은 어둡고 혼탁한 세상에서
탐욕과 투쟁심과 어리석음에 가리고 묶이어
지혜가 없거늘 어찌 나의 법을 알 수 있으리.
이제 만약 내가 저들에게 법을 전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여,
받아들이고 믿고 증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방을 하리니,
저들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고통을 주겠구나.’
2022.12.08
그때에 마왕 파순이 부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내려오면서
고행을 하며 애써 정진하여 드디어 부처를 이루셨으니
이제 열반에 드소서.
지금이 바로 때이오니 원컨대 여래는 열반에 드소서.
오직 원컨대 선서(善逝)께서는 부디 열반에 드소서.”
그때 석제환인은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가서 예배를 올리고
오른편으로 세 번 돈 후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법의 바퀴 굴리시기를 청하였다.
2022.12.09
“마왕의 군세를 쳐부신 그 마음은
월식을 벗어난 만월과 같이 청정하기 그지없네.
부처님이시여,
오직 원컨대 중생을 위하여 속히 일어나소서.
지혜의 광명으로 세간의 어둠을 물리쳐
중생을 청정케 하소서.”
“나의 법은
욕망세계의 거센 물결을 역류하여 거스르는 것.
오욕의 파도에 휩쓸린 중생들은
나의 법을 이해하지 못하리.”
2022.12.10
그때에 대법천왕이 부처님 앞에 나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 공경한 후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먼 옛날로부터 무수한 생사고해에 머물면서
눈과 머리며 온 몸을 버리어 보시를 함으로써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으시며 도를 구하신 것은
오로지 중생을 위하는 자비심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중생들은 오랜 세월 동안 생사고해의 수렁에 빠지고
무명의 암흑 속에 떨어져 있어
뛰쳐나올 기약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나 많은 중생들 가운데는
지나간 세상에 선한 벗을 친하고 가까이 하여
덕의 바탕을 쌓은지라
부처님의 법을 듣고 받아 지닐 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부디 이들을 위하여 큰 자비심을 내어
미묘한 법을 바퀴를 굴려주소서.”
2022.12.11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불안(佛眼)으로써
모든 세계[三千大天世界]를 내다보셨다.
거기에는 마음에 무명의 구름이 끼었으되
그것이 엷은 자가 있고 두터운 자가 있었다.
또 선근(善根)이 깊은 자가 있고 얕은 자가 있었으며,
교화하기 쉬운 자가 있는가 하면 어려운 자도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연지(蓮池)에
청, 황, 적, 백의 갖가지 연화가 있고
어느 연화는 물에 잠겼으며
어느 연화는 물 위로 솟아올랐고,
어느 연화는 수면에 닿을 듯 잠겨 있거나
물에 떴으되 그 물에 젖지 않은 것과 같았다.
이같이 중생의 근기(根機)는 각양각색이었다.
2022.12.12
부처님께서는 이를 관찰하시고
이들을 위해서 설법하실 것을 작정하셨다.
그때에 다시 마왕 파순이 부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불사안온(不死安穩)에 이르는 길을
그대가 진정 깨달았다면,
그 길은 그대 홀로 감이 좋도다.
어이 남에게까지 설하려는가.
그들은 암흑에 덮여 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대를 비난할 것이오.
그대 혼자 법열을 즐기다
열반에 드는 것이 현명할 것이오.”
2022.12.13
이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 악마의 왕인 파순이여,
나는 본래 서원을 세워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큰 보리를 구하여
한량이 없는 겁을 지나면서 애써 덕을 쌓았었고,
이제 그 큰 도를 성취했노라.
그러나 일체 중생이 나의 법 가운데서
아직 이치와 이익을 얻지도 못했거늘
어찌하여 속히 나에게 열반에 들라 하느냐.
또 묘한 법을 아직 말하지 못했고
세간에 삼보가 아직 갖추어지지 못했고
중생이 아직 조복되지 못했으며
한량없는 보살들이 아직
무상정등정각의 마음을 내지도 못했거늘
어찌하여 나에게 열반에 들라 하느냐.
나의 열반은 아직 그 시기가 이르지 않았느니라.
나는 뭇 사람들이 대지와 저 천상, 인간에 두루하여
모두가 해탈을 증득하기를 기다리느니라.
나는 이때에 비로소 열반에 들리라.”
또 부처님은 세상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내 이제 그대들의 원을 받아
마땅히 법비를 내려 감로의 문을 열리라.
청정한 믿음으로 귀를 기울이라.
기꺼이 법을 설하리라.”
2022.12.14
이때 부처님께서는 차리니카 숲에서
가부좌를 맺고 앉아 해탈락을 받으셨다.
부처님은 이렇게 7.7일이 지나도록
삼매의 힘으로 계속 계셨으니,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 이래로 드신 것이 없이
이제까지 목숨을 지탱해 오셨다.
그때 그곳에는 북천축(北天竺)으로부터 온
두 장사꾼이 있었으니
한 사람은 이름을 트라푸사라 불렀고
한 사람은 발리카라 했다.
그들은 중천축에서,
지방에서 나온 가지가지 화물(貨物)을
오백 수레에 싣고 이익을 크게 얻어
북천축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그 차리니카 숲에서 멀지 않은 곳을 지나게 되었다.
2022.12.15
그때 두 상인들은 각각 보리가루, 우유, 꿀경단을 가지고
모든 상인들과 함께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다.
그곳에 이르러 두 상인은 멀리서 부처님을 보니
단정하고 훌륭하여 세간에 비길 데 없으며
또한 마치 허공의 뭇별과 같이
몸의 모든 상을 장엄하였었다.
그들은 이를 보고
마음에 크게 공경하는 마음과 청정한 믿음으로
부처님 앞에 나아가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 쪽에 서서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시어
저희들의 이 청정한 보리가루, 우유, 꿀경단을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상인들이 올리는 음식을 받았다.
때에 부처님께서 상인들에게 축원해 주시자
상인들은 부처님의 발에 엎드려 예배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였다.
2022.12.16
이때 세존께서는 그 차리니카 숲에서 나와
조용히 도로 보리수 아래로 가셨다.
이때 국내에서는 남자나 여자들이
혼자서는 기동할 수도 없을 만큼 중병이 들어서
침상에 누워만 있으되
가난하여 치료할 수도 없고 낫기도 어려워서
그 사람이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하려 할 것 같으면,
미처 숨 기운이 끊어지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숲 가운데 내다 버리고 장사를 지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수행할 때.
그 숲 안에 죽어가는 한 부인이 있었으니
이름이 라사야였다.
기운이 아직 다 끊어지지 않았음에도
그 권속들이 그녀를 데려와
보리수의 맞은 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다 버리고 갔다.
2022.12.17
버려진 그 부인은 멀리서
고오타마가 보리수 아래서 정진하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크게 공경하고 믿음이 나서
몸에 걸쳤던 옷을 벗어 한 쪽에 놓고
고오타마에게 아뢰었다.
“대성 존자여,
만약 당신이 이 정진수행에서 일어나
번뇌 바다의 저 언덕에 이르고
스스로 원하심이 만족하시게 될 때에,
만약 몸의 의복이 없거든
저의 이 분소의를 거두시어 마음대로 쓰시옵고
저를 어여삐 여기소서.”
그 부인은 며칠이 지나서 목숨이 다하였으되,
부처님께서는 그 분소의를 받으신 후
하천을 찾아서 분소의를 빨아서 말리고 입으셨다.
2022.12.18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내 이제 처음으로 법을 설하고자 하노니,
모든 세간 가운데 어떤 중생이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여
티끌이 적고 때가 적으며
모든 얽힘이 없고 근기가 익어
날카로운 지혜로 나의 법을 어기지 않고
속히 법을 증득할 것인가?’
그때 부처님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다.
‘저 라마의 아들 웃타카는
마음에 교묘한 지혜와 분별하는 총명을
오래도록 성취하여,
그 마음에 비록 무명의 티끌과 번뇌의 때가 조금 있으나
모든 번뇌가 엷고 지혜가 날카로우니
내 이제 응당 웃타카에게 먼저 설법하리라.
내 설법하는 대로 그는 빨리 내 법을 증득해 알리라.’
2022.12.19
부처님께서는 또 속 마음의 지혜로
웃타카가 참으로 목숨을 다한지
이미 칠일이 지났음을 아시고 또 생각하셨다.
‘아아 슬프다, 웃타카여!
이런 좋은 법을 듣지 못하는구나.
만약 웃타카가 이런 모든 좋은 법을 들으면
마땅히 이 법을 속히 증득하였으리라.’
부처님은 또 아라라 칼라마를 생각하였으나,
그도 간 밤에 죽었다는 것을 곧 아셨다.
2022.12.20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다섯 수행자가 있으니
그 다섯 수행자들은 전날 나에게 큰 이익을 주었으며
내가 고행할 때 나를 받들어 섬겼도다.
그들 다섯 수행자는
모두 청정하고 지혜가 날카로워
나의 최초의 법바퀴를 굴리며 설하는 바,
묘법을 받들 만하여 나를 어기지 않으리니,
나는 이제 그 다섯 수행자들에게 가서
처음으로 설법하리라.’
이때 부처님은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그 다섯 수행자들이
현재 저 바라나시성 녹야원에서 수행하는 것을 보셨다.
그때 부처님은 보리수에서 얼마쯤 머물다가
바라나시성으로 향하셨다.
2022.12.21
그때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에서 일어나
점차로 조용히 행하여 전타라 촌에 이르시고
전타라에서 조용히 순타사티라 마을에 이르자,
한 걸식하는 바라문인 우파카란 사람을 만나셨다.
그는 부처님을 보자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신 고오타마시여,
당신은 온몸이 매우 청정하고 때 묻음이 없으며
당신의 얼굴은 둥글고 광휘가 빛나서
매우 장엄하여 모든 근이 적정되었나이다.
당신은 누구를 따라 출가하였으며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까?”
2022.12.22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답하셨다.
“나는 일체를 깨달은 사람이고,
일체를 능히 아는 지자(智者)이다.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아
어떤 것으로부터도 오염되지 않아
망집과 욕망에서 벗어난 해탈자이다.
나는 모든 번뇌를 항복받고
사악한 세력과 싸워 이긴 승자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깨쳤으니
누구를 스승으로 받들겠는가.
나에게는 스승도 없고 스승될 사람도 없으며
인천계(人天界)에 나와 비견될 사람이 없다.
나는 최고의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었으니
붓다라 이름하노라.”
2022.12.23
이때 우파카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장로 고오타마시여,
이제 어디로 가고 있었습니까?”
“내 이제 광명의 법바퀴를 굴리러
바라나시로 가노라.
맹목과 미혹의 어둠 속에 헤매는 중생들을 위하여
진리의 북소리를 울리고 감로의 문을 열리라.”
그때 그 바라문은 “장로 고오타마여”하고
입으로 부르짖으며 손으로 엉덩이를 두드리면서
길을 내려 부처님을 피해 동쪽으로 향해 갔다.
2022.12.24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여러 마을을 거치며
마침내 이른 아침에 갠지스 강 기슭에 도달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강가에 이르자
뱃사공에게 나아가서 강을 건네주기를 청하였다.
그때 뱃사공은 부처님께 말하였다.
“존자여, 만약 능히 나에게 선가를 준다면
나는 이제 곧 존자를 건네드리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건네드리지 못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나는 오직 이로 인하여 생활하고
처자를 양육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
신통으로 허공에 날아올라 저쪽 강 언덕에 도달하셨다.
그때 그 뱃사공은 부처님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마음에 큰 뉘우침을 내어 스스로 한탄하고 꾸짖으며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
2022.12.25
이때 부처님께서는 삼마야에서 마가다에 나아가
바라나시성의 서쪽 문으로 들어가셔서
차례로 걸식하여 밥을 얻은 뒤 동문으로 나와
조용히 성 밖 어느 물가에 이르러
단정히 앉아 자시고,
식사가 끝난 뒤에 북쪽으로 향하여
조용히 녹야원에 이르셨다.
그때 다섯 수행자는 멀리 부처님께서
점차 그 곳에 이르심을 보자 서로 일러 말하였다.
“저기에 우리들을 향해 오고 있는 이는
바로 석가족의 사문 고오타마로구나.
우리들은 서로 맹세하자.
그는 고행을 포기하여 타락한 까닭에 선정을 상실하고,
온몸이 욕망에 얽매었다.
우리들은 그를 공경하여 맞을 필요도,
그에게 앉을 자리를 권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다만 그가 원한다면 스스로 앉게는 하자.”
2022.12.26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다섯 수행자에게 나아가셨다.
부처님의 상호는 청정 원만하고
몸은 황금으로 장엄한 산과 같이 빛났으며
크고 거룩한 덕이 있어 짝할 이가 없었다.
때에 다섯 수행자들은 부처님이 가까이 할수록
거룩한 덕에 감화되어
편안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으므로,
마치 조롱 속의 새가 조롱이 불에 타면
불안해서 날고 뛰듯이,
스스로의 맹세를 어기고
모르는 결에 함께 일어났다.
그때 다섯 수행자들은 부처님을 위하여
어떤 이는 자리를 펴서 앉을 자리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물을 길어와 발을 씻어드리려 하고
혹은 발우를 받으면서
스승의 예를 갖추어 맞으며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장로 고오타마시여.
이 자리 위에 앉으소서.”
2022.12.27
이때 다섯 수행자들은
부처님이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로 고로타마시여,
신색(身色)과 피부가 대단히 좋고 청정하오며
면목이 원만하옵고 또 광명이 족하오며
모든 근(根)이 청정하나이다.
장로 고오타마시여,
이제는 좋고 묘한 감로를 만났거나
청정한 감로의 성도(聖道)를 얻었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나를 여래(如來)라고 부를 것이요,
고오타마라고 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나는 이미 감로의 도를 발견하였고,
나는 이제 감로의 법을 증득하였기 때문이니라.
나는 곧 바로 부처로서
일체지(一切智)를 완전히 갖추었으며
고요하고 번뇌가 없어서
마음에 자재로움을 얻었느니라.”
2022.12.28
이때에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다섯 수행자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로 고오타마시여,
예전에 6년간의 극심한 고행을 하면서도
무상정등정각을 증득하지 못하였거늘,
모든 성인들이 수행하였던 그같은 길을
증진하지도 못하였거늘,
하물며 장로께서는 지금
육신의 욕망을 좇아
선정을 잃고 해태함이 몸에 얽혀 있는데
어찌 무상정등정각을 얻었다고 하십니까?”
그때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행자여,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는 욕망에 끌리지 아니하며
선정을 잃지도 않고
또한 해태함이 몸에 얽혀 있지도 않다.
2022.12.29
그대들은 스스로 알리라.
내 지난날 사람들에게
망령되이 거짓을 말한 것이 있는가?
또한 일찍이 상호가 이처럼 청정하고
원만히 빛나던 때가 있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여.”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만약 나의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면
내 그대들에게 법을 설하리라.
그대들이 나의 가르침을 받아지녀 따르고
청정히 수행한다면 곧 해탈락을 얻으리라.
그대들이 만약 나의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면
이제 조용히 법을 들을 귀를 준비하라.”
2022.12.30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기숙월(箕宿月) 보름 전 12일에
해가 사람의 그림자 반을 지날 무렵
북쪽으로 향하여 앉으셨다.
부처님은 초저녁(초야분(初夜分))이 되자
더 말씀을 않고 묵좌(黙坐) 가운데 계셨다.
한밤중(중야분(中夜分))에는
대중을 편안하게 위로하여 기쁨을 내게 하였다.
이윽고 새벽녘(후야분(後夜分))이 되자
부처님은 다섯 수행자를 향하여 말씀하셨다.
2022.12.31
“수행자들이여, 잘 알아야 한다.
출가 수행자에게는
반드시 버려야 할 두 가지 장애가 있다.
무엇이 두 가지 장애인가?
첫째는 마음이 욕망의 경계에 집착하여
쾌락에 빠진 것이니
이는 어리석은 범부들이 찬탄하는 바이며
출가인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는 무익한 것이다.
또 하나는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괴롭히는 것에 열중하여
고행에 빠지는 것이니,
이는 출가의 목적과 수단을 전도한 것으로써
심신이 모두 고통의 과보에 떨어질 뿐
출가인의 숭고한 목적을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는 해탈의 원인이 아니며
욕망을 소멸하는 원인이 아니며,
부처를 성취하는 원인이 아니므로
반드시 버려야 한다.
수행자들이여 여래는 이 두 가지 치우침을 버리고
중도의 길을 깨달았다.”
2023.01.01
“수행자들이여,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이는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八正道]을 말함이니,
곧 바른 눈[正見],
바른 관찰[正思唯],
바른 말[正語],
바른 행위[正業],
바른 생활[正命],
바른 노력[正精進],
바른 집중[正念],
바른 마음의 통일[正定]이니라.
이 중도는 모든 것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알 수 있는
통찰력과 직관이므로
지혜를 낳아 범부의 눈을 뜨게 하고
마음의 평화와 진리의 크나큰 체험으로
열반을 성취케 하리라.”
2023.01.02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고집멸도(苦集滅道)의 네 가지 거룩한 진리[四聖諦]를 말씀하셨다.
“수행자들이여 ‘괴로움’이라고 하는 진리[苦諦]가 있다.
태어나는 것도 괴로움이며,
늙는 것도 괴로움이며,
병을 앓는 것도 괴로움이며,
죽는 것도 괴로움이다.
근심과 걱정과 슬픔과 안타까움도 괴로움이다.
미워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도 괴로움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괴로움이다.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며,
우리들의 인생 전부가 괴로움이다.
2023.01.03
수행자들이여,
이와 같은 ‘괴로움이 생기는 원인’을 말하는
진리[集諦]가 있다.
미혹(迷惑)한 생존을 있게 하고,
기쁨과 탐욕을 동반하고,
모든 것에 집착하는
애욕과 갈망이 곧 괴로움의 원인이다.
그것은 정욕적인 애욕과 생존에 대한 갈애(渴愛)와
생존이 없어질까봐 집착하는 갈망의 셋이다.
수행자들이여,
이같은 ‘괴로움이 소멸’된 진리[滅諦]가 있다.
이 갈애를 남김없이 없애고, 버리며,
떠나고 벗어나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수행자들아,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길’인
진리[道諦]가 있다.
그것은 여덟 가지 거룩한 실천이다.”
2023.01.04
“수행자들이여,
괴로움에 대한 거룩한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바로 알아 철저히 인식해야 하며,
괴로움의 원인을 발견하고
그것을 끊어 버려야 한다.
괴로움이 소멸된 경지를 증득하고자
괴로움을 없애는 길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여야 한다.
나는 이 네 가지 거룩한 진리를
각각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바르게 알고, 소멸시키고,
닦고 증득함으로해서 부처가 되었다.
이 네 가지 법은 다른 이로부터 듣거나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요,
세상의 법을 수순하여 이치대로 관(觀)함으로써
지(智)가 생기고 눈이 트여서 두루 밝게 살핌으로써
혜(慧)가 생겨서 광명을 얻었느니라.”
2023.01.05
“수행자들이여,
세상 사람들은 고통의 바다에 빠져 있나니[苦],
이 고통은 잘못된 탐욕과 집착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集].
그런 까닭에 눈을 떠서
이 탐욕과 집착의 뿌리를 뽑아 버리면
고통을 벗어나 무한 생명의 기쁨을 성취하리니[滅],
그대들이 여덟가지 성스러운 길[八正道]을
힘써 행하여 닦으면[道],
누구든지 눈을 뜨고 큰 깨침을 얻을 것이다[四聖諦].
부처님이 이러한 법상(法相)을 말씀하실 때,
수행자 카운디냐는 부처님의 법음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카운디냐는 곧 그 자리에서 번뇌의 티끌을 제거하고
업장의 때를 닦아내어 청정한 지혜의 눈을 떴으니
마치 더러운 때가 없는 깨끗한 옷이
물들이는대로 따라서
그 빛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2023.01.06
이때 부처님은 카운디냐가 여래의 교법을
처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보고 큰 기쁨으로 말씀하셨다.
“오! 카운디냐는 깨달았다.
카운디냐는 정각을 얻었다.
여래의 교법은 깊고 깊어 말로는 다할 수 없고
오묘하고 적정하여 이름 붙일 수도 없다.
이제 가장 뛰어난 카운디냐가
여래의 진리에 법안을 밝히니
이제 부처의 법이 그 빛을 찾았구나.”
이때 사문 카운디냐는 법안을 열어
여실히 모든 법을 보고 알았으며,
여실히 모든 법을 증득하였다.
또한 여실히 욕망의 깊은 계곡을 건넜고
번뇌의 험한 벼랑을 건넜고
혼돈과 의혹은 사라지고
마음 가운데 결정코 걸림이 없어
이미 두려움이 없음을 얻었으니,
다른 사람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여래의 위신력이었다.
2023.01.07
그때 카운디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위대하신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법에 들어가겠아오니
세존께서는 저를 건지시와 구족계(具足戒)를 주시고
비구가 되게 하여주소서.”
그때 부처님께서는 카운디냐에게 이르셨다.
“어서 오너라,
법은 이미 잘 설해졌다.
그대는 괴로움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청정한 수행을 하라.”
2023.01.08
그리고 부처님은 나머지 네 수행자를 위하여
각각의 근기에 맞추어 가르침을 설하였다.
이때에 네 수행자들 중에서 카운디냐의 뒤를 이어
발제리카와 바사파가 청정한 법안을 얻어
부처님께 귀의하고 구족계를 받았다.
이때에 다섯 사람은 언제나 걸식을 행하였는데
부처님께서 오셔서 가르침을 받는 동안은
그들 중에 이미 정각을 얻은 세 사람이
마을로 내려가 걸식을 하고,
아직 법안이 열리지 않은 두 수행자는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는 것에만 진력하였다.
2023.01.09
그뒤에 세 사람이 걸식을 하여 밥을 얻어오면
부처님과 함께 여섯 사람이 같이 공양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나머지 두 수행자의
닫힌 눈을 띄우고자 전념하였으며,
부처님께서 여래의 교법을 나타내 보일 때
마하나마와 아사유시 또한 차례로 청정한 법안이 열려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 두 수행자 역시
부처님께 귀의하여 계 받기를 원하였으며
부처님 또한 이들에게 계를 주었다.
이때에 삼보(三寶)가 출현하였나니
석가 세존께서는 불보가 되고
전법륜의 가르침은 법보가 되고
부처님과 다섯 수행자는 승보를 이루었다.
2023.01.10
그 때는 부처님께서 바라나시에 계시며
처음으로 위 없는 법바퀴를 굴린 뒤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드시고
장로 아사유시[調馬]와 함께
바라나시성으로 걸식하러 들어가셨다.
이 때에 바라나시성에는
구리가라고 하는 큰 부호장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야사라는 총명한 아들이 있었다.
이 때 야사는 부모가 지어준 전당 안에서
5욕의 쾌락을 구족히 받고 소요하고 노닐다가
날이 밝을 무렵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불러 타고
동산에 가서 좋은 곳을 구경하러 다녔다.
2023.01.11
그 때 야사는 멀리 부처님께서
그의 앞으로 오시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그 위의가 단정하고 걸음걸이가 침착하고
몸은 구족히 모든 상으로 장엄하여
마치 허공에 별이 가득한 것과 같았다.
야사는 광휘가 빛나고 위의가 거룩하신 부처님을 뵙자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기쁘고 청정한 마음이 솟구쳐 올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수레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으로 나아갔다.
부처님 앞에 나아간 야사는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대고 엎드려 정례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도는 예를 취한 후
부처님 앞을 물러났다.
2023.01.12
그 때에 야사는 산으로 말을 몰아
좋은 곳을 구경하며 차례로 노닐었다.
그 때 야사는 한 죽은 여자의 시체를 보았는데,
그 몸은 퉁퉁 부어서 막 썩으려 하고
쉬파리와 온갖 벌레들이
군데군데 엉기어 빨아먹고 있었다.
야사는 그 시체가 이렇게 썩어 냄새가 나는 것을 보자
마음에 혐오스러운 생각이 나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가고 냄새나고 썩을 몸에
무슨 즐거울 것이 있어
애착하는 마음을 내고 스스로 방일하며
다시 이 가운데 즐겁다는 생각을 낼 것인가’
그리고는 괴롭게 부르짖었다.
“나는 이제 이토록 비참하고 냄새나고
더러운 낙을 즐기지 않으리라.”
2023.01.13
그 날 밤이 되어 야사는 놀이에 지쳐
자기의 전당에서 잠이 들었다.
야사를 즐겁게 하여주던 채녀들도
모두 잠이 들었는데
그 모습이 모두 추하고 보기 흉하였다.
이 때 야사는 문득 깨어나 집안을 보았다.
처처에 팔뚝 같은 등불이 밝았는데
모든 채녀들의 잠자는 모습을 보니
그 모습이 너무도 추하고 흉측하여
마치 시체와 다름없어,
꼭 낮에 본 시타림(屍陀林)의 송장과 같았다.
그는 이것을 보자 혐오스러워서
당장 그 전당을 떠날 생각이 나고
매우 큰 공포를 내어 소리쳤다.
‘이는 큰 공포의 곳이요,
이는 크게 요란하고 불안하고 원수같은 곳이로다’
2023.01.14
야사는 이렇게 탄식하며 그 전당에서 내려와
온갖 보배로 만든 가죽신을 신고
아무도 모르게 집을 뛰쳐나와 성 밖으로 나왔다.
야사는 성문에서 나와 점차 파라나 강가에 이르렀다.
그 때 야사는 그 강 언덕에 이르러 멈추어 서서
머리를 감싸고 부르짖었다.
“아, 참으로 두렵구나.
참으로 괴롭고 불안하구나.”
이 때 부처님께서는 강 저쪽 언덕에서 거닐고 계시다가
야사를 위하여 온 몸에서 광명을 놓고
금빛 팔을 들어 손으로 야사를 부르며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그대 야사여,
이곳에는 두려움이 없으며
이곳은 안락하고 이곳은 자재로우니라.”
2023.01.15
이 때 야사는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그 말씀을 듣자
곧 마음의 두려움과 근심이 사라지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온갖 보배로 만들어서
2백 천의 가치가 되는 가죽신을 벗어 버리고,
파라나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어떤 사람이 눈물이나 가래침을 버릴 때
다시 생각지 않고 등지고 가듯이
야사가 가죽신을 버림도 또한 그러하였다.
강물을 건너고 언덕을 올라서
부처님의 처소에 당도한 야사가
멀리서 부처님을 뵈오니 광명이 더욱 빛났으며,
위의가 정돈되고 모든 근(根)이 적정하여
마음과 뜻에 흔들림이 없는 분임을 느낄 수 있었으며,
용모가 훌륭하여 마치 허공에 별들이 두루 찬 듯하였다.
2023.01.16
야사는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청정한 기쁨이 솟구쳐 올라
스스로 이기지 못하면서 점점 부처님 곁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 쪽에 서 있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야사를 살펴보시고
곧 그를 위하여 차례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의 행과 지계의 행을 설하시고
다음에 하늘에 나는 인연의 행을 설하셨다.
그리고 출가의 뛰어난 이익과 공덕에 관한
청정의 법을 찬탄하셨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야사의 마음은 기쁨과 청정으로 충만하여
의혹과 걸림이 없으며,
이미 부처님을 향하여 마음이 모두 열려 있어
법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였다.
2023.01.17
그 때 야사의 마음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부처님이 지니신 바
남을 기쁘게 하는 말과
도에 이르게 하는 말로써
야사를 향하여 법을 설하셨으니
그것은 고(苦)와
그 고의 원인 집(集)과
고의 지멸[滅] 및 고의 지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였다.
야사는 곧 그 자리에서 번뇌의 티끌을 제거하고
업장의 때를 닦아내자
청정한 지혜의 눈[法眼]이 열려서,
여실히 모든 법을 보고 알았으며
여실히 모든 법을 증득하였다.
마치 더러운 때가 없는 깨끗하고 흰옷이
물들이는 대로 그 빛깔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2023.01.18
이 때 야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위대하셔라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나니 저를 출가케 하시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야사에게 이르셨다.
“어서 오라 비구여.
법은 이미 설해졌나니,
그대는 괴로움의 뿌리를 모두 뽑을 때까지
청정한 수행을 하라.”
2023.01.19
그 때 구리가 장자는
집안에서 야사가 없어졌단 말을 듣자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지혜 있는 사람에게 보내고
혹 산수 선생, 노름하는 사람,
음녀의 집들에 보내며 그들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성 밖으로 속히 나가 우리 야사를 찾으라.”
이 때 야사의 부친 구리가 장자는 그 밤이 밝을 때
근심에 싸여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급히 발다라제 성문으로 나가 점점 가다가
야사의 가죽신 자국을 보고
그 발자국을 찾아 보았으나
그 자취가 다하는 강 언덕에서
2백 천 가치의 가죽신을 보고
그는 문득 파라나 강을 건너서 그 아들을 찾아갔다.
2023.01.20
이 때 야사의 부친은 멀리서 부처님을 보니
위의가 가지런하게 고르고 단정하고 훌륭하여
마치 허공중의 별이 해와 달을 장엄하듯 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써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신 대덕 사문이여,
내 아들 야사가 여기 온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까?”
그 때 부처님은 그 장자에게 이르셨다.
“장자여, 그대가 만약 때를 알거든 잠깐 편히 앉으라.
오래지 않아 그대의 아들인 야사를 보게 되리라.”
이 말을 들은 구리가 장자는
크게 기쁜 마음이 온 몸에 가득함을 이기지 못해 뛰놀며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 쪽에 머물러 섰다.
2023.01.21
이 때 부처님은 야사의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나에게는 미묘한 법이 있으니
그대는 즐거이 듣겠는가?”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펴보여 주소서.”
이 때 부처님은 곧 장자를 위하여
차례차례 방편으로 법을 설하셨다.
이른바 보시를 행하는 것과
계행과 생천에 관한 것이며
얽힘을 다 멸하고 여실히 증득해 아는 것이었다.
마치 깨끗한 옷이 염색되기 쉽듯
이렇게 그 장자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여의고 여실히 증득해 알았으며
모든 법 가운데 조촐한 법의 눈을 얻어
번뇌의 바다를 건너고
모든 걸림을 건너뛰고
다시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르렀다.
2023.01.22
그 때 부처님은 그 장자의 마음과 뜻이 열리고 풀리어
은혜와 사랑이 담백해졌음을 알고,
‘만약 그의 아들이 사문의 형상이 된 것을 보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근심하고 괴로워함은 없으리라’하고
야사를 부르셨다.
그러자 야사 부친은 그 자리에서 아들을 보고
야사에게 말하였다.
“아들 야사여,
너의 어머니는 너를 생각하고 큰 고뇌를 받으며
너를 위하기 때문에 통곡하고
너를 위하는 까닭에 슬퍼하며
너 때문에 목숨이 끊어질지 모르니
너는 그에게 가서 그의 목숨을 살려다오.”
이렇게 말하자 그 야사 선남자는
곧 부처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2023.01.23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야사 부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야사 선남자는 이제 이미 지혜의 눈을 배워
모든 법을 증득하였느니라.
지금 야사도 도의 자취를 증득하였고
모든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해탈하였느니라.
이 야사 선남자는
이제 다시 집안에 돌아가 옛날 집에 있듯이
5욕락을 받지 않을 것이니라.”
이 때 장자는 야사가 이미 사문이 되었고,
다시 번뇌가 다하여
아라한의 과위까지 증득하였음을 알고서 말하였다.
“나의 아들아, 반갑구나.
처음에는 자기를 이롭게 하고 또 남까지 이롭게 하였도다.
내가 미묘한 법을 듣고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된 것은
모두가 나의 아들로 말미암아서
이런 미묘한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2023.01.24
때에 구리가 장자는 다시
부처님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위대하셔라, 세존이시여,
위대하셔라 세존이시여.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 주듯이,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듯이,
길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가리키듯이,
혹은 ‘눈이 있는 자는 보라’하고
어둠 속에 등불을 밝혀주듯이,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귀의하여 받들고자 합니다.
또 세존의 가르침[法]과 승단에 귀의하여 받들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를 재가신도로 받아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기까지 귀의합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묵언으로 허락하셨다.
이리하여 그는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삼보에 귀의한 최초의 재가신자가 되었다.
2023.01.25
그 때 천축 바라나시 성에 큰 장자(長者)이며
가장 훌륭한 선남자 네 사람이 있었다.
그 네 사람이란 첫째는 비마라요,
둘째는 수바후요,
셋째는 부란나가요,
넷째는 가바발제라 불렀다.
그들은 야사 선남자가 한 사문 곁에 가서
출가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로 생각했다.
“희유하도다, 참으로 희유한 일이로다.
야사 선남자가 사문 곁에 가서
출가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분명 그 큰 사문의 가르침은 견고하여
흔들림이 없을 것이요,
다른 사문들보다 뛰어나서
그 법회의 모임은 반드시 가장 수승할 것이다.
우리들도 그 큰 사문 곁에 가서
출가하여 청정한 수행을 함이 어떠한가.”
2023.01.26
그들은 이렇게 서로 의논하고 나서
함께 야사에게 이르렀다.
그들은 야사의 얼굴을 대하여
부드럽고 선한 말로 기쁜 마음을 이야기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서로 문안하고 나서
그 네 장자는 함께 야사에게 말하였다.
“존자 야사여,
이 큰 사문의 가르침은 반드시 견고하여
결단코 흔들림이 없을 것이며
이 승가는 공경스럽습니다,
당신이 지금 큰 사문 곁에서 출가수행을 하듯
우리들도 이제 큰 사문 옆에서 출가하여
청정한 수행을 닦고자 하옵니다.”
그 때 장로(長老) 야사는 곧
그 네 장자들과 같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2023.01.27
“대각 세존이시여,
이 네 장자는 제가 집에 있을 때 각각 벗이 되었으며
가장 훌륭한 선남자들이온데,
오늘 여기 와서 세존께 귀의하고자 하나이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이 네 장자를 위하여 마땅한 법을 설하시고
가르쳐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이 때 그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를 내시어
네 장자를 위하여 갖가지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보시, 지계, 인욕과 내지
여러 가지 법의 요긴한 것들이었다.
2023.01.28
그 장자들은 부처님의 이런 법을 듣고
곧 앉은 자리에서 법을 올바로 보아서
번뇌의 티끌과 무명의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어둠의 근원을 다 밝히고
또 상(相)을 멸하는 법도 여실히 알았다.
마치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옷이
물감을 들이는 대로 그 색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았다.
그 네 장자는 다 각기 이런 모든 법을 듣고
번뇌의 자갈밭을 건너서 마음에 걸림이 없고
모든 의심의 그물을 건너서 맺힘을 제멸하여
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르러 법을 증득하였으니
다른 이를 따라 안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에 의지해 행한 것이었다.
2023.01.29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한 뒤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각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불세존 곁에서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치는 법에 따라
구족계를 받고자 하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네 장자들에게 이르셨다.
“어서 오라 수행자들이여,
모든 가르침은 법다이 설해졌나니,
번뇌의 뿌리가 완전히 뽑힐 때까지 청정히 수행하라.”
2023.01.30
그 때 장로 야사는 집에 있을 적에
오십 인의 벗이 있었으니
여러 나라에서 모이기도 했고
혹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선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야사 선남자가 큰 사문 곁에서
청정한 수행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서로 의논하고 함께 어울려
야사 장로를 찾아와서 출가의 뜻을 전했다.
그 때 야사는 오십 인의 어릴 적 벗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설하시기를 간청하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수순하여 법을 설하셨다.
그 모든 장자들은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여실히 일체를 다 알았다.
그들 장자는 모두 삼보에 귀의하고
구족계를 받아 출가하였으며,
오래지 않아 누(漏)가 다한 아라한을 이루어
마음이 잘 해탈되었다.
이 때 세간에서는 예순 한 사람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부처님과 다섯 비구와 야사와 그 바라나시 성의 네 벗,
또 야사 재가 시의 벗 오십 인들이었다.
2023.01.31
이 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나시 성 녹야원에서 여름을 보내신 후,
모든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수행자들이여,
이제 모든 천인과 인간들 속에서 그들을 제도하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안락을 주기 위하여,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이익과 안락을 구해주기 위하여
속히 떠나가라.
마을로 들어갈 때는 홀로 스스로 갈 것이요,
두 사람이 함께 가지 말라.
수행자들이여,
유행을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애민(哀愍) 하여 섭수(攝受)하고자 법을 전하되,
항상 처음과 중간과 끝을 모두 올바르게 설해서,
의미가 분명하고 어구가 명료하여 의심이 없도록 하라.
2023.02.01
그리고 수행자들은 항상 원만구족하고
청정한 범행(梵行)을 보여주어야 한다.
수행자들이여,
세상의 많은 중생들은
업장이 두텁지 않고
마음이 더러움에 적게 물들었으며
번뇌가 엷어서 선근(善根)이 성숙되어 있으나,
바른 법을 듣지 못하여 고통 받고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에게 법을 전하라.
수행자들이여,
나도 이제 곧 우루벨라로 가서
병장촌에 머무르면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리라.”
2023.02.0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살라국의 수도
슈라바스티의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들 천이백오십 인의 성중(聖衆)과 함께 계셨다.
공양하실 때가 되자 부처님께서는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슈라바스티 성으로 들어가셔서
차례로 탁발을 하셨다.
탁발을 끝낸 부처님께서는
기수급고독원으로 돌아와 공양을 마치신 뒤,
발우와 옷을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2023.02.03
이제 세존께서 수많은 대중 위에 선포하셨다.
“여기 사대하수(四大河水)가 있으니
갠지스 강과 아지라파디 강과 사라푸우 강과 마히이 강이
각각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그러나 이 네 강물이 한번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옛날의 이름과 계통은 다 없어지고,
다만 ‘바다’라는 이름으로만 불린다.
이와 같이 네 가지 종성(種姓)이 있으니,
크샤트리아, 브라만, 바이샤, 수드라 등이다.
그러나 이들도 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면
그 본래 신분은 사라지고,
다만 ‘사문 석가의 자식[釋迦子]’이 라고만 말한다.
그러한 까닭에 여래중(如來衆)은 마치 큰 바다와 같고,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는 네 강과 같아서,
결박을 풀고 ‘크나큰 니르바나’로 들어가느니라.”
2023.02.04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를 대동하고
대중스님과 함께 바이샬리성 근처의
벨루바나(竹林)촌에 머무셨다.
그 때에 그 나라에는 흉년이 들고
곡식이 귀하여 걸식하기가 어려웠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대중스님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는 흉년이 들어 걸식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대들을 각기 바이샬리 성이나
밧지족이 사는 곳으로 가서
각기 동료와 지인(知人)을 의지하여
우계의 안거(安居)에 들어가라.
나는 아난과 함께 여기에서 안거하리라.”
2023.02.05
때에 모든 대중스님들은 분부를 받아 곧 떠나고,
부처님은 아난존자와 함께 벨루바나 촌에 머무셨다.
이 안거 중에 부처님께서는 병이 나시어
온 몸이 아픈 격심한 통증을 겪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병이 나서 온 몸의 아픔이 점점 심해진다.
그러나 제자들이 모두 흩어져서 없는데
열반에 드는 것은 옳지 않다.
대중들이 모이기를 기다려 열반에 들리라.
나는 힘써 정진함으로써 선정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병을 이겨내고 목숨을 이으리라.”
2023.02.06
그 때 부처님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오셔서
나무 밑의 시원한 그늘에 앉으셨다.
아난존자는 이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안온한 모습을 뵈오니 마음이 놓입니다.
세존께서 병이 깊어 심한 고통을 당하고 계실 때,
마음은 근심과 걱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갑자기 열반에 드시면 어찌하나 생각하니
전신에 힘이 빠져서 몸을 가눌 수도 없고
사방이 캄캄해져서 아무 것도 분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세존께서 승단에 대하여
아무런 말씀도 남기지 않으신 동안은
열반에 드시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조금은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23.02.07
세존이시여, 왜 지금 모든 제자들에게
부처님께서 가신 뒤의 승단의 일에 대한
가르침과 분부가 없습니까?“
“아난아, 수행자가 내게 기대할 바가
있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나는 이미 모든 법을 설하였다.
나의 가르침 속에는 제자들에게 숨긴 채
스승의 주먹 속에 감추어진
비밀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이제까지 안팎을 가리지 않고 모두 설하였다.
여래는 지금까지
‘나는 대중들을 이끌고 지도하고 있다,
승가는 나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어찌 대중들에게
이 교단의 후계 따위에 대한
가르침과 시킴이 있을 수 있겠느냐.
2023.02.08
아난아, 나는 나이가 80이 되었으며
나의 몸은 노쇠하여
비유하면 마치 낡은 수레와 같다.
마치 낡은 수레를 방편으로 수리하여
좀 더 가고자 하는 것과 같이
내 몸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모든 승가의 대중들은 마땅히
자기 스스로가 등불이 되고
자기 스스로가 의지처로 될 것이며,
부디 다른 사람을 의지처로 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진리의 법을 등불로 삼고
진리의 법을 의지처로 삼을 것이며,
부디 다른 것을 의지처로 삼지 말아야 한다.
아난아, 지금에 있어서나
또는 내가 열반에 든 후에 있어서나
스스로가 등불이 되고
스스로가 의지처가 되어
다른 사람을 의지처로 삼지 않으며,
법을 등불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삼아
다른 것을 의지처로 삼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참 나의 제자요,
이 승가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자이다.”
2023.02.09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벨루바나 촌에서 일어나시어
차바라(遮婆羅) 탑에서 아픈 몸을 쉬신 후,
향탑(香塔)에 이르셨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로 하여금
향탑 근처에 있는 수행자들에게 두루 알려 모이게 하신 후
곧 강당에 나아가 모든 수행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법으로써 몸소 체험하여 최정각을 이루었다.
그대들 또한 마땅히 이 법 가운데 살면서
서로 물과 젖처럼 화합하고 존중하여,
다투어 송사를 일으키지 말고
힘써 수행하면서 서로 등불이 되라.
수행자들이여, 여래는 오래지 않아
지금부터 3개월 후에는 반열반에 들 것이니라."
2023.02.10
부처님께서는 향탑을 떠나
암바라(菴婆羅)촌으로 가시어
그곳에 머무시면서 대중을 위하여
계. 정. 혜를 말씀하시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이른 아침
발우와 가사를 손에 들고
걸식을 하기 위해 들어가셨다.
바이샬리 거리에서 탁발을 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언덕을 올라선 부처님께서는
코끼리가 먼 곳을 바라보듯이
바이샬리 성을 돌아보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제 여래가
저 아름다운 바이샬리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장차 첨파(瞻婆)촌을 거쳐
건다(健茶)촌과 바리바(婆利婆)촌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부미성(負彌城)으로 가리라.“
아난과 모든 대중은 부처님을 모시고 좇아서
부미성 북쪽에 있는 싱사아파(尺舍婆) 숲에 도착하였다.
2023.02.11
때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대중들에게
네 가지 중요한 교법[四大敎法]을 말씀하셨다.
“부처가 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우담바라 꽃이 피어나듯 드물고 희귀한 일이다.
부처가 말한 법도 또한 듣기 어려우니
이미 들었거든 마땅히 잘 보호해 지닐지니라.
어떻게 보호해 지니는가,
만약 한 비구가 있어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여러분 나는 어느 마을, 어느 성, 어느 나라에서
이러한 법과 율의 가르침을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받았습니다.’
그럴 경우에 그대들은
이 말을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되고
또 무조건 비방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말씀에 비추어
그것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따져본 다음,
계율과 법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하여 보라.
2023.02.12
만약 그의 주장하는 바가
모든 부처님의 말씀과도 맞지 않고
율과 법에도 위배된다고 하면
마땅히 그에게 이렇게 말하라.
‘그대의 말하는 바는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대가 주장하는 바는
모든 부처님의 말씀에 비추어 볼 때도 어긋나며
율과 법에 의거하여 대조해 볼 때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도 말고
또 남을 위하여 설하지도 말라.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버려야 하리라.’
2023.02.13
만약 그의 주장하는 바가
모든 부처님의 말씀에도 부합하고
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라면
그에게 마땅히 이렇게 말하라.
‘그대가 말하는 바는
진실로 부처님의 가르침 그대로이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말씀에 비추어 보거나
율과 법에 의거하여 대조해 보매
그대가 주장하는 바는 법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설하라.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잊어버림이 없도록 하라.’
2023.02.14
다음으로 화합승단의 장로나,
청정승단의 법을 받드는 이나,
현절하고 고명하고 큰 복덕과 지혜 있는 이에게
직접 말을 들었다고 하는 등
네 가지의 경우라 하더라도
그대들은 그것을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되고
무조건 비방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말씀에 비추어 보아
그것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따져본 다음
믿고 받아들일 것인가,
부인할 것인가의 근거를 계율과 법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바른 법을 지니고 수호하는 네 가지 법이니라.”
2023.02.15
“또한 사문에겐 네 가지가 있으니 마땅히 잘 알아라.
첫째는 도를 실행하여 뛰어난 것이요,
둘째는 도를 통달하여 말하는 것이요,
셋째는 도를 의지하여 생활하는 것이요,
넷째는 도를 더럽히는 짓을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뛰어난 것이냐 하면,
부처가 말한 법은 헤아릴 수 없거늘
능히 실천하여 비교할 수 없으며
마음을 항복받고 근심과 두려움을 벗어나서
법의 도사가 되어 세간을 인도하나니
이러한 사문이 가장 뛰어난 것이니라.
어떤 것이 도를 통달하여 능히 말하는 것이냐 하면,
부처가 찬탄하는바
미묘한 법의 그 이치를 체득하여 알고
실행하여 의심치 않으며
또한 능히 사람을 위하여 도법을 연설하나니
이런 사문을 말하여
능히 말하는데 민첩한 이라 하느니라.
2023.02.16
어떤 것이 도에 의지하는 것이냐 하면,
생각을 스스로 지키는 데 두어서
부지런히 학업을 닦으며
한결같이 물러남이 없고
부지런하여 마음을 놓지 않고
법으로써 스스로 기르나니
이런 사문들을 생각할 줄을 안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더럽히는 짓을 한다고 하느냐 하면
즐거워하는 바를 마음대로 하고
그 문벌 높은 것을 위세하며
오직 나쁜 행을 일삼아 대중의 물의를 일으키며
여래의 말씀을 공경치 않고
또한 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니
이런 사문을 도를 더럽히는 짓을 하는 이라고 하느니라.
이 가운데 참된 것이 있고 거짓도 있으며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나쁜 것도 있으므로
어떤 것을 잡아 하나로 칠 수 없느니라.
2023.02.17
어떤 사람은 대중을 거느리되
속은 흐리면서 겉은 깨끗해
간사한 자취 당장은 덮더라도
실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그러나 모두 다 그런 것 아니거니
맑고 깨끗한 믿음 버리지 말라.
그러므로 얼핏 겉모양 보고
한눈에 곧 존경하고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취 당장은 덮더라도
실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피와 가라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의 싹을 해치는 것처럼
제자가 올바르지 못하면
나의 도법을 무너뜨리나니
마땅히 서로 검사하고 교정하여
부처가 세상을 떠났다하여
가르침을 실행치 않음이 없도록 하여라.”
2023.02.18
그 때 부처님께서는 부미성를 떠나시어
말라유(末羅由)를 들러
파바성의 사두원에 이르셨다.
때에 파바 성에 살고있는 대장장이의 아들 춘다는
부처님께서 파바성에 오시어
사두원에 머무신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설하시어 교화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게 하시었다.
춘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자 깊은 믿음이 생기고
환희심이 생겨서 곧 부처님께 공양올릴 것을 청하였다.
2023.02.19
“세존이시여,
원컨대 내일은 부디 저의 집에서 공양을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그것을 허락하시었다.
춘다는 부처님께서 승낙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밤을 새워 공양을 준비했다.
이튿날 공양을 준비한 때가 되자,
부처님께서는 의복을 갖추고 발우를 드시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춘다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으셨다.
2023.02.20
그 때 춘다는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대중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부처님께는 진귀한 전단나무 버섯으로 만든
특별한 음식을 따로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춘다에게 분부하셨다.
“이 버섯음식은 다른 수행자들에게는 주지 말아라.”
춘다는 그 분부를 받고
감히 다른 수행자들에게 주지 못하였다.
춘다는 대중의 공양이 끝나는 것을 보고
발우를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려 바쳤다.
부처님과 대중 스님들이 발우를 씻고서 제자리에 앉자
춘다도 작은 자리를 갖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점차로 그를 위해 법을 설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시었다.
2023.02.21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춘다에게 법을 설하신 후
아난존자를 향해 말씀하셨다.
“아난아, 내가 지금 몸이 몹시 아프니
속히 저 구시나가라성으로 가고 싶구나.”
부처님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춘다의 집을 나와 구시나가라성으로 향하시었다.
그 때에 춘다도 역시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을 따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도중에 어느 나무 밑에 쉬시면서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내가 지금 몹시 배가 아프구나.”
부처님께서는 곧 아난존자를 데리고
그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시어
곧 하혈하시고 나무 밑으로 되돌아 오셨다.
2023.02.22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나를 위하여 승가리(僧伽梨) 옷을 가지고 와서
네 번 접어 깔고 자리를 만들어다오.
몸이 아파 더 나아갈 수가 없으니
잠시 쉬었다 가도록 하자.”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받드니,
부처님께서는 곧 나무 밑에 앉아 쉬시었다.
2023.02.23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곧 춘다에게 말씀하셨다.
“춘다여, 그대는 뉘우침을 내거나
스스로 꾸짖을 필요가 없다.
그대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최상의 공덕을 쌓았나니
응당 스스로 경사스럽고 행복한 마음을 내어야 하리라.
무슨 까닭인가?
여래가 처음으로 무상정등정각을 얻으려 할 때
공양을 베푼 것과
여래가 열반에 들 때 공양을 올린 것은
모두 다 그 공덕이 똑같아서
서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니라.
2023.02.24
세간에서는 백천만겁이 지나도
부처님의 이름을 듣기가 어려우며,
비록 듣는다 하더라도 부처님을 만나보아도
공양을 올리기가 쉽지 않으며
비록 공양을 올린다 하더라도
이 두 가지 공양을 올리는 인연만은
매우 만나기 어려워
마치 우담바라 꽃이 피는 것을
보기 어려운 것과도 같거늘
그대는 지금 이미 그 인연을 성취하였으니
오래지 않아 응당 어떤 공양을 올린 것보다도
훌륭하고 보다 큰 복덕의 과보가 있을 것이니라.”
그 때 춘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를 보고 다시 춘다에게 말씀하셨다.
“춘다여,
그대는 지금부터 응당 그대의 마지막 보시의 공덕을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어,
듣는 이로 하여금 오랫동안 안락을 얻게 하라.”
2023.02.25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나는 지금 구시나가라성의 역사가 시작된 곳인 구손강가의 사라나무 숲으로 가고 싶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대중스님들에게 둘러싸여
곧 길을 떠나시어 구손 강을 건너
구시나가라성의 역사가 시작된 곳인
사라나무 숲에 이르셨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에게 이르셨다.
“아난아, 너는 나를 위하여 사라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두 나무가 한 곳에 있는 것을 보아
그 밑을 정돈하고 누울 자리를 마련하되
머리를 북쪽으로 둘 수 있도록 하라.”
그 때에 아난존자와 대중스님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더욱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분부대로 자리를 마련하였다.
2023.02.26
부처님께서는 여러 대중스님들과 함께
사라나무 숲에 들어오셔서
스스로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바닥에 펴신 후,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여
오른 쪽 옆구리를 바닥에 붙이고
잠자는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그리고 마음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로 하셨다.
그 때엔 꽃이 필 시기가 아님에도
갑자기 두 그루의 사라나무는
가지마다 일제히 꽃을 피워
부처님의 몸 위에 뿌렸다.
그러자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인 8부 대중들이
허공에서 온갖 미묘한 꽃을 비 내리듯 하였으며,
하늘에서 풍악을 울리며 노래하고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2023.02.27
부처님께서는 이를 보고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저 나무가 때 아닌 때에
꽃을 피워서 나에게 공양을 하고,
허공에 모든 하늘과 8부 대중들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이 보이느냐?”
부처님께서는 또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알아야 한다.
이처럼 향과 꽃과 풍악으로 여래를 공양하는 것은
여래를 참으로 공양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것을 일러
여래를 참으로 공양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아난아,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법을 잘 받아서 깊고 미묘한 이치를 생각하고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그 법과 계율에 따라 올바로 행하면,
그것을 일러 여래를 참으로 공양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2023.02.28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을 따르고
공양을 올림으로써 복을 얻었습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면
누구를 따르고 공양을 올려야 복을 얻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수행자들이여, 나는 비록 떠나지만
진리의 가르침[經法]은 남아있을 것이다.
또한 네 가지 인연이 있어서
그대들에게 복을 얻게 할 것이니라.
무엇이 그 네 가지 인연인가?
2023.03.01
첫째는 중생들이 굶주려 있으면
그들에게 음식을 공양하여 목숨을 잇게 하고,
둘째는 중생들이 병들어 고통 받고 있으면
그들을 보살피고 공양하여 편안하게 하여줄 것이며,
셋째는 가난하고 고독한 자가 있으면
그들과 함께 하고 공양하며 보호하여 주고,
넷째는 청정하게 수행을 하는 이가 있으면
그를 위하여 옷과 밥을 공양하고
외호하여 주어야 할 것이니라.
이 네 가지 법이 있으면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부처님이 계시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2023.03.02
그 때에 아난존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의 장례는
어떠한 법식으로 치러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희들 출가 수행자들은
여래의 장례 문제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말라.
너희들은 오직 바른 법을 지니고 보호하고
증득하기 위하여 쉼 없이 정진하라.
그리고 너는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여래의 법을 올바로 전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
아난아, 여래의 장례에 대해서는
믿음이 깊은 재가신도들이 원하는 바대로
스스로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2023.03.03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말라유족(族)의 발상지인
구시나가라성 차루 동산의
두 그루 사라나무 사이에서
장차 열반에 드시려 할 때였다.
부처님께서는 시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제 구시나가라성에 들어가서
모든 말라유 사람들에게 이렇게 알려라.
구시나가라 사람들이여,
마땅히 알라.
부처님께서는 오늘 밤중에 차루 동산의
두 그루 사라나무 사이에서 열반에 드실 것이니라.
그대들은 모두 부처님을 뵙고
모든 의심되는 것을 묻고
직접 가르침을 받으라.
그대들은 이때를 놓쳐 뒷날에 후회를 남기지 말라.”
2023.03.04
이때에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한 후
한 비구와 함께 구시나가라성으로 가서
분부대로 하였다.
그 때에 말라유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소리 높여 슬피 울고
땅에 쓰러져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이는 마치 큰 나무가 뿌리째 빠지매
가지들이 부러지는 것과 같았다.
모든 말라유 사람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가
그 가족을 이끌고 또 흰 천을 갖고
구시나가라성을 나와 사라나무 숲으로 가서
아난존자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난존자는 곧 모든 말라유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가서 부처님을 뵈옵게 하였다.
모든 말라유 사람들은 머리를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무상(無常)을 설법하여 가르치시니,
모든 말라유 사람들은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곧 500장의 흰 천을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받으시자
모든 말라유인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2023.03.05
그 때에 구시나가라성 중에는
‘수바드라’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나이는 이미 백 스무살이나 되어
늙은 장로로서 지혜가 많았다.
수바드라는 부처님께서 오늘 밤에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진리에 대하여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고오타마라면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때를 놓치기 전에
지금 곧 고오타마를 만나러 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수바드라는
밤이 깊었음에도 곧 그 밤으로
구시나가라성을 나와
사라쌍수 사이로 나와
아난존자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2023.03.06
수바드라는 아난존자에게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서서 간청하였다.
“오늘 밤에 대사문 고오타마께서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듣고 여기에 이렇게 왔습니다.
나는 진리에 대한 몇 가지 의혹이 있습니다.
원컨대 고오타마를 뵈옵고
나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부디 뵈올 시간을 주십시오.”
아난존자는 수바드라에게 대답하였다.
“그만 두시오, 수바드라여,
부처님께서는 병을 앓고 계십니다.
부처님을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수바드라는 아난존자에게
거듭하여 세 번씩이나 간청하였지만
아난존자 역시 같은 말로 거절하였다.
2023.03.07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그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는 나를 귀찮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를 찾아온 사람이다.
나 또한 조금도 귀찮을 것이 없으니
들어오기를 허락하여 주어라.
만일 그가 내 법을 들으면
그는 반드시 법의 눈이 열릴 것이다.”
2023.03.08
수바드라는 부처님께 나아가 인사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간에는 서로 다른 여러 무리 사문들의 스승이 있으니
푸라나 카삿파, 막칼리 고살라, 아지타 케사캄발린,
파쿠다 캇차야나, 산자야 벨라티풋타,
니간타 나타푸트라 등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데
고오타마께서는 그들의 주장을 모두 아십니까?
아신다면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수바드라여, 나는 그것을 이미 다 알고 있소.
그러나 그러한 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무익한 일일 뿐이오.
나는 이제 그대를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설하리라.
그대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시오.
수바드라여, 저들의 도는 부처의 도와 다르니라.
2023.03.09
저들은 스스로 욕망에 탐착하고 갈망하는
여덟 가지 삿된 길을 걷느니라.
첫째는 사견(邪見)이니
이 세상과 전 세상에 지은 것을
스스로 받는 줄을 알지 못하고
점치고 제사 지내는 것으로 복을 구하느니라.
둘째는 삿된 생각이니 생각이 애욕에 있고
다투어 성내는 마음에 있느니라.
셋째는 삿된 말이니
허위로 아첨하고 간사하게 속이고
꾸미는 말을 하느니라.
넷째는 사행(邪行)이니 산 목숨을 죽이고
도둑질하며 음란하고 방탕함이니라.
다섯째는 삿된 생활이니
이익과 옷이나 먹을 것 따위를 구할 적에
바른 도로써 하지 않느니라.
여섯째는 삿된 수행이니
나쁜 짓을 끊지 않고 좋은 짓을 하지 않느니라.
일곱째는 삿된 뜻이니
뜻으로 늘 즐거움을 탐하고
이 몸을 깨끗하다고 하느니라.
여덟째는 삿된 선정이니
세속의 욕망을 채우려하고
벗어나는 길을 보지 못하느니라.
2023.03.10
내가 본디 밟아 온 길은 8진도(眞道)가 있으니
제일 사문과도 이것을 좇아 얻고
제이, 삼, 사의 사문과도 다 이것을 좇아 이루느니라.
만일 이 여덟 가지의 참된 도를 보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문의 네 가지 과를 얻지 못하리라.
팔진도라는 것은
첫째는 바로 보는 것이니
이 세상에서와 뒷세상에
좋은 짓을 하면 복이 있고
나쁜 짓을 하면 재앙이 오는 것을 알며,
고를 알고 고의 원인을 알며,
온갖 행을 멸하고 도를 얻는 것이니라.
2023.03.11
둘째는 바로 생각하는 것이니
즐거이 집을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다투고 성내는 마음을 버리느니라.
셋째는 바른 말을 하는 것이니
말이 진실하고 정성스러우며
부드럽고 충성하고 믿을 만한 것이니라.
넷째는 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니
살생하지 않으며 도둑질하지 않고
음란한 마음이 없는 것이니라.
다섯째는 바른 생활을 하는 것이니
이익과 옷과 음식 따위를 구할 적에
정도로써 하고 삿되게 하지 않음이니라.
여섯째는 바른 정진이니
나쁜 행위를 억제하고
착한 뜻을 일으키는 것이니라.
2023.03.12
일곱째는 바른 관찰이니
몸과 느낌[感受]과 마음과 법이 떳떳함이 없으며
모두 괴로우며 주체성이 없고
부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니라.
여덟째는 바른 선정이니 항상 무위하며
4선행(禪行)을 이루는 것이니라.
사문과 바라문이 이 여덟 가지의 바른 도를 실행하면
네 가지 도를 이루어 능히 사자후를 하리라.
나의 착한 제자들은 행위에 방일함이 없으며
세속의 마음을 없애기 때문에 아라한이 되느니라.
수바드라여, 나는 스물아홉에 도를 찾아 출가하였으니,
이제 출가한 지 50년이 넘었구나.
계행과 선정과 지혜의 수행을
홀로 깊이 생각하고 닦았노라.
이제 법의 핵심을 설하였으되
그 밖에는 사문의 진실한 길이 없노라.”
2023.03.13
이 말을 들은 수바드라는 아난에게 말했다.
“쾌하도다, 아난이여.
이익이 많고 또 아름다우니
일찍이 없었던 일이로다.
상수 제자로서 이 법을 들은 이는
또한 묘한 것이 아니냐!
이제 성은을 입어 이 법을 들었으니
바라건대 집을 버리고 비구계를 받으려 하노라.”
아난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외도 수바드라가 부처님 법 배우기를 원하여
집을 버리고 계를 받아 사문이 되려고 하나이다.”
부처님은 그에게 나아가 계를 주어
비구를 만들고 나서 생각하셨다.
‘이 사람이 나의 마지막에
깨달음을 얻을 제자, 외도 수바드라로구나.’
2023.03.14
그 때에 아난존자는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까지는 여러 곳에 있는 수행자들이
여기에 와서 세존을 뵙고 가르침을 받아 왔습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에,
그들은 가르침을 받고자 하나 받을 곳이 없고
우러러 뵐 곳이 없을 것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부처님은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모든 불문(佛門)의 수행자들에게는
항상 생각해야 할 네 가지가 있느니라.
2023.03.15
그 네 가지란 부처님의 나신 곳과
처음으로 도를 이룬 곳이며
법바퀴를 굴리신 곳과
반열반에 드신 곳이니,
이곳을 생각하고 기뻐하여 보고자 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아쉬워하고
사모하는 생각을 내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반열반에 든 뒤에
모든 불문의 대중들이
‘부처님이 나신 때의 공덕과
도를 증득했을 때의 신력(神力)은 어떠하며,
부처님이 법바퀴를 굴린 때에
사람들을 교화하신 모습과
열반에 이르러서 남긴 법은 어떠한가’라는 것을 생각하며
각각 그곳으로 돌아다니면서
모든 탑사를 예경하면
그들은 부처를 보고 가르침을 듣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2023.03.16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희들은 혹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여래가 열반에 드신 뒤에는
다시 보호할 이가 없어
닦아 오던 것을 잃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내가 부처된 뒤로 지금까지 말한 경(經)과 계(戒)는
곧 너희들을 보호할 것이다.
아난아, 이후부터는 소소한 계는
교단의 합의에 따라 없애도 좋으리라.
그리고 위아래는 서로 화합하여
마땅히 예도(禮道)를 따르라,
이것이 출가수행자가 공경하고 순종하는 법이니라.”
2023.03.17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이 만약 부처와 법과 승가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도에 대하여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지금 물으라.
이때를 놓치면 뒷날 후회하리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세 번째로 말씀하셨다.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이 만일 나를 우러르기 때문에 묻지 못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마땅히 벗이 벗에게 물어보듯 어서 질문하라.
이때를 놓치고 후일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
그러나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있었다.
2023.03.18
이때에 아난존자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무리들은
모두 부처님과 그 법과 승가와 도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수행자도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도를 의심하는 자는 없습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곧 천 이백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내가 열반에 든 뒤에는
계율을 존중하되,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듯이,
가난한 사람이 보물을 얻은 듯이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계율은 너희들의 큰 스승이며,
내가 세상에 더 살아 있다 해도
이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계는 해탈의 근본이니라.
이 계를 의지하면,
모든 선정(禪定)이 이로부터 나오고
괴로움을 없애는 지혜가 나온다.
2023.03.19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는 청정한 계를 범하지 말라.
청정한 계를 가지면 좋은 법을 얻을 수 있지만,
청정한 계를 지키지 못하면
온갖 좋은 공덕이 생길 수 없다.
계는 가장 안온한 공덕이 머무는 곳임을 알아라.
모든 것은 쉴 사이 없이 변해 가니
부디 마음 속의 분별과 망상과
밖의 여러 가지 대상을 버리고
한적한 곳에서 부지런히 정진을 하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방일(放逸)함을
원수와 도둑을 멀리하듯이 하여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마치 낙숫물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정진을 하여라.
비구들아, 이것이 여래의 최후의 설법이니라.”
1차 만일결사 회향기간 독송경전은 <경전으로 보는 부처님일생>으로, 출전은 정토출판에서 나온 <인간붓다>에 인용된 경전을 발췌정리한 것입니다.
6. 정토행자의 서원
지금 우리 인류는 인간성 상실 · 공동체 붕괴 · 자연환경 파괴라는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 속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첫째, 연기법을 우리의 세계관으로 삼는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존재의 상호 연관성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네가 살면 나도 산다.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하고,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함께 살고 함께 행복해지는 이 길을 추구한다.
여러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이
각자의 다양한 개성이 모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여
시기와 질투를 뛰어넘어 사랑을,
대립과 경쟁을 뛰어넘어 화합을,
투쟁과 전쟁을 뛰어넘어 평화를 이루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고자 한다.
둘째, 부처님과 보살을 우리 삶의 모범으로 삼는다.
평생을 가사 한 벌과 발우 한 개로 걸식하며 살아가신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며,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구도자의 자세를 갖는다.
나아가 중생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고
스스로 사바세계와 지옥 속으로 뛰어들어
중생을 구제하시는 대비 관세음보살님과
대원 지장보살님의 원력을 본받아
일체중생을 구원하는 대승보살이 되고자 한다.
셋째, 무아(無我) · 무소유(無所有) · 무아집(無我執)을 수행의 지표로 삼는다.
정토세계를 이룩하기 위하여
나를 버리고, 내 것을 버리고, 내 고집을 버리고
오직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이 되고자 한다.
그리하여 한 생각 돌이켜 사로잡힘에서 벗어나
괴로움도 없고 얽매임도 없는 대자유인(成佛)이 되고자 한다.
나아가 인류에게 불어닥친 이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인생(맑은 마음), 평화로운 사회(좋은 벗),
아름다운 자연(깨끗한 땅)을 일구어
살기 좋은 세상 정토(淨土)를 만들고자 한다. (반배)
7. 천일결사의 목표
(회향기간)
8. 보왕삼매론
1)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데 마(魔)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써 원림을 삼으라」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려라」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을 도웁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하셨느니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도웁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하셨느니라.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오히려 막히는 것이니,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에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만일 먼저 역경에서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칠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잊어버리게 되나니
역경을 통하여 부처를 이룰지로다. (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