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로 했으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 있는 사람. 온화한 미소로 주변을 따뜻하게 비추는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진 안양법당의 박명자 님. 지금 만나보겠습니다.

아들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 여겼던 나

6학년이었던 아들은 키가 컸습니다. 육상을 시키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운동은 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친정 동생이나 시동생이 운동을 하다 그만두어 성과를 못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들이 몰래 축구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축구 안 시켜주면 중학교에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서울로 중학교를 보냈고, 늦게 시작해 축구의 기본기가 없어서 브라질로 유학도 보냈습니다. 그 뒤 체육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까지 갔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부상을 당했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통증으로 힘들어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지켜보자는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아들은 코칭 스텝들과의 관계도 나빠지고, 여자친구와 갈등도 생겨 훈련장을 일탈해 버렸습니다. 아들은 운동을 포기하겠다 선언하고, 군대를 도피처로 삼아 가버렸습니다. 제대 후 결혼을 반대하니 집을 나가 동거를 시작했고, 아이가 생겨 결혼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10개월일 때 아들은 이혼했고, 손자는 제가 떠맡아 키웠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간 듯한 삶

아들은 자신이 실패자라며 자학하고 음주운전과 폭행으로 사고를 쳤습니다. 아들이 속을 썩이면 손자까지 미워보였습니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넉넉한 살림이었는데 돈이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지는 건 나았습니다. 어느 날 술먹고 들어온 아들은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간신히 살려놓았더니 왜 자기를 살렸냐고 따지니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후로도 자신을 학대하는 아들이 혹여 잘못되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며 살아야 했습니다. ‘이것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없겠지? 더 바닥은 없겠지?’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부부관계도 나빠졌습니다. 남편은 술 한 방울도 안 마시고 아들을 때릴 수 있는 불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아들을 때리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들도 아빠를 원망하고 저도 남편을 원망했습니다. 남편 때문에 저와 아들이 불행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저와 남편은 점점 대화가 없어지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너덜너덜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구하면 열린다’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어느 날 유튜브 강연에서 법륜스님 영상을 보았습니다. 제목을 보니까 부처님 얘기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들어가보니 엄청 달랐습니다. 종교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고 스님들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던 저였습니다. 영상을 보니 평소에 생각하던 불교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들 일로 자식에 관한 영상만 찾아서 보고, 어떤 날은 밤을 새워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 비슷한 질문인 것 같은데 대답은 달랐습니다. 제가 질문하면 뭐라고 답하실까 참 궁금했습니다. 무작정 법당에 전화를 했고 답답한 마음을 해결해보고 싶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나부터 먼저 바꾸는 훈련

불교대학에서 수행과제를 하면서 먼저 나를 바꾸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퇴근해서 오는 남편에게 “잘 다녀왔어요?” 웃으면서 말했고 남편은 놀라서 말이 없었습니다. 둘째 날도 ‘하기로 했으니까 해야지’ 하면서 그냥 했습니다. 남편이 식탁에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욕을 사용해가며 말을 하면 “왜 애 앞에서 그렇게 말하냐, 애가 뭘 배우겠냐!” 했을 텐데 “우리 이쁜이가 듣잖아. 좀 더 순한 말로 하자.”라고 말을 바꿔서 했습니다.

남편이 담배도 많이 피우고 욕도 하지만 한가지 큰 장점은 부지런하다는 것입니다. 애들한테도 아빠의 나쁜 면만 말했는데 이제는 아빠가 대단하고 좋은 분이라고 말합니다. 남편의 외로움과 힘듦을 마음으로 받아주니 제가 더 편안해지고 남편도 다시 웃음을 찾고,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즐겁게 일했습니다.

저의 괴로움의 가장 큰 부분이 아들이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바라는 마음과 틀 안에 가두려는 집착으로 제가 괴로웠다는 것을 〈깨달음의 장¹〉에서 알았습니다. 자신의 전부였던 축구도 포기하고 방황하는 아들의 아픔을 알아주지 못하고, 부모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의 서러움도 모른 채 같이 자폭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의 행복

작년에는 경전반 학생으로서 공부도 하면서 온라인 가을 불교대학 스텝을 했습니다. 컴맹이었던 저는 딸에게 물어서 적어두고 무조건 외워서 했습니다. 지금도 불교대학 돕는이를 하고 통일의병 활동도 합니다. 작년에 너무 힘들게 배우면서 소임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안하고 싶었는데 스님이 일본에서 니와노평화상을 받으며 “제가 뭐 한게 있나요.”라고 한 말을 듣자마자 바로 신청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도 복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행복을 전하는 일에 쓰일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상황은 똑같고 달라진 건 없지만 들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으니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술 먹는 것도 아들 인생입니다. 제가 그냥 지켜보는 입장에 서니 시비할 것이 없습니다. 작년에 남편과 딸이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아들하고도 관계가 엄청 달라지고 편해졌습니다. 여전히 작은 문제들은 남아있지만 큰 문제들은 해결이 되었습니다. 다시는 무거운 짐 들지 않고 불법의 끈을 놓지 않으며 가볍게 정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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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우면 내려놓고, 뜨거워도 내려놓고. 간단한데 우리는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게만 살아갈까요.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고 싶은게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봅니다. 지금 잡은 이 불법이라는 끈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박명자 님의 정진을 힘차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