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명상, 나에게로 떠나는 찬란한 여행

2023년 여름, 잠시 활동을 멈추고 휴식과 함께 나를 돌아보는 ‘명상 수련’이 있었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에서는 법륜 스님이 생방송을 하고, 참가자는 개인 공간에서 각자 혹은 선유동 정토연수원에서 도반들과 함께 명상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6박 7일간 온라인 명상에 참여한 김민정 님의 소감문을 소개하면서, 실제로 명상 수련을 하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올여름 하안거 기간에도 명상 수련이 진행될 예정이라 하니, 기억해 두었다가 신청해 보면 어떨까요?

첫째 날

처음으로 6박 7일 온라인 명상을 신청하고 첫 타임 죽비 소리에 맞춰 호흡에 집중합니다. ‘어? 집중이 잘되고 망상이 없네. 와! 피곤하지도 않네.’ 순조로운 출발에 기고만장한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둘째 날

오후부터 피곤함이 밀려오니 제 의지와 상관없이 머리가 바닥으로 점점 내려가고 또 내려갈 때 죽비 소리가 들립니다. 포행을 뒤로 하고 바로 침대에 벌러덩 눕습니다. ‘아~ 자고 싶다!’

3분 전에 울리는 알림 종소리를 듣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온 세상 소리가 다 들려옵니다. 까마귀 소리, 흑염소 울음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 시끌시끌 떠드는 동네 분들 목소리,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기 굽는 냄새까지 맡으니 순간 짜증이 확 올라옵니다. ‘맞아! 나는 짜증이 많은 사람이었지. 그래도 부처님 법 만나 많이 누그러졌는데 여전히 밑 뿌리에는 남아 있구나’ 알아챕니다.

셋째 날

자꾸 망상을 일으킵니다. 큰아들 가을이에 대한 참회로 과거 여행을 떠납니다. 대안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아이 마음을 그때는 충분히 받아주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입학이 어려운, 좋은 대안학교에 들어갔으니 어떻게든 잘 버티길 바랐습니다. 그런 제 욕심에 치여 울던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 호흡이 안 되었습니다. 오른쪽 가슴 통증을 심하게 느끼며 다시 호흡에 집중해봐도 과거 여행은 더 구체화되고, 그때 그 순간 어리석었던 제 행동을 깊이 참회하던 중 죽비 소리가 들립니다.

평화선언 참여(가운데가 김민정 님)
▲ 평화선언 참여(가운데가 김민정 님)

넷째 날

방석 위에 앉습니다.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싶습니다. ‘아니야. 참자’ 숨이 헉헉 차오릅니다. 피곤한 상태는 많이 좋아져 졸리지는 않는데 이번에는 미래 여행이 시작됩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전기 자전거와 전기 자동차를 사고 싶고, 다른 집 지붕에 있는 태양열판을 보면서 ‘우리집 태양열판이 작네’ 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와서 돈을 벌고 싶고, 그러면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합니다. ‘멈추어야지. 호흡에 집중해야 해’는 잠시뿐 다시 멈춰지지 않는 욕망으로 미래 여행은 계속됩니다.

‘샌드위치를 잘 만드니 샌드위치 가게를 할까? 육체적으로 정말 피곤할 것 같아. 그럼, 학원을 할까? 아이고, 엄마들 극성을 어떻게 감당해. 그냥 거사가 벌어주는 돈으로 소박하게 살까? 아니지. 내가 쓸 돈은 내가 벌어야지. 쓸 데가 얼마나 많은데’ 온갖 망상이 올라왔다 내려갔다 반복합니다. 그 순간 ‘내가 참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정토회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늘 소비하고 사치스럽게 살았겠구나!’ 이런 내가 불법 만나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이 더위 속에서 코끝의 미세한 알아차림을 찾고 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다섯째 날

‘과거 여행도 미래 여행도 다 끝냈으니, 오늘은 오롯이 코끝에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려야지’ 하는 대결정심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호흡 또 호흡하며 순간 알아챕니다. 과거와 미래 여행할 때는 얼마나 불필요한 에너지를 많이 썼는지, 잠깐 망상이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무거워지고 긴장되고 경직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편안하게 호흡하니 머리가 가벼워지고 느슨해지고 평온해졌습니다. 늘 불필요한 생각과 말을 하면서 지치고 힘들게 살아온 제가 돌아봐집니다.

여섯째 날

호흡에 집중하니 답답하던 가슴 통증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바쁠 때는 몰랐는데 명상 때마다 느껴지는 이 통증은 아직 움켜잡고 있는 것이 많아서 오는 욕심의 통증일 것입니다.

“나만 괜찮으면 되는 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존재가 다 괜찮아야 한다”라는 기후변화 관련 법문을 들으며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정토회에서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 욕심의 통증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일곱째 날

아이고, 알람을 듣지 못하고 푹 자고 말았습니다. 아뿔싸! 천일결사 기도부터 시작합니다. 기도하다 보니 명상 중 답답하던 가슴이 더욱더 편안해졌음을 느낍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감사할 일이 가득하구나!’

6박 7일 동안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꼬라지를 인정하면 할수록 더 편안해졌고 감사한 일 가득한 삶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6박 7일 여름 명상수련은 스승님, 수련 도반들, 바라지들 덕분에 찬란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3년 10월호에 수록된 김민정 님의 명상 수련 소감문입니다.

글_김민정(강원경기동부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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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4

0/200

큰바다

생생한 체험기가 너무 소중합니다.
고맙습니다.

2024-05-27 11:11:32

평화

명상 여행 ! 무엇이 보일지 떠나고 싶습니다. 먼저 풍경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5-22 20:14:23

김은주

명상장면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4박 5일 명상시 과거로 갔다 미래로 갔다 하다 호흡알아 차릴때쯤 끝났는데 6박7일 경험기를 읽으니 좋았습니다.
다음에 6박7일 도전 해봐야 겠어요

2024-05-22 07: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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