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지회
내 것이 아니었네!

노원지회 도봉모둠 모둠장 이정옥 님을 서초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났습니다. 저의 첫 희망리포터 인터뷰라 전날부터 무척 떨렸습니다. 미리 받은 사전 질문지를 읽고 첫 독자가 되어 조심스럽게 궁금한 이야기를 하나씩 질문했습니다. 인터뷰하며 이정옥 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편안하다.’였습니다. ‘내 마음이 편안하다.’ 한없이 온화한 모습과 차분한 목소리로 한편의 잔잔한 동화책을 읽어주듯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무엇에 걸렸나?

2017년 12월,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은 제가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의 상사였습니다. 직장 상사로 만났고, 남편을 통해 사회생활을 배웠습니다. 그것이 제가 아는 세계, 전부였습니다. 남편은 저의 의지처였으며,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그런 남편이 떠났으니, 저의 모든 세계가 사라진 것입니다. 세상이 빛을 잃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떠나고 슬프기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주변 가족과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 전화가 오면 놀라고 사람들의 방문이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남편이 떠나고, 당연히 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때 잠도 잘 못 잤습니다. 문득 예전 방송에서 본 법륜스님의 명쾌했던 강의가 기억났습니다.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다 찾아 들었습니다.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2023년 8월 18일 모둠활동 불교대학홍보중인 이정옥 님
▲ 2023년 8월 18일 모둠활동 불교대학홍보중인 이정옥 님

스님은 법문 중에 자주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인용하였습니다. 궁금함에 법륜스님의 금강경, 반야심경, 부처님의 일생까지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 불교대학, 경전대학에 들어가서 수업 들을 때 만큼이나 열심히 기록했습니다. 어느 날 유튜브로 반야심경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마음에 걸림이 없으면 두려움이 없다’라는 말씀이 제 마음에 확 들어왔습니다.

‘내가 지금 두려워서 떨고 있는데 뭐에 걸렸나?’

순간 정신이 번쩍 들고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에는 한 번도 생각 못 했던 말씀이었습니다.

‘그때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구나! 내 욕심이었구나!, 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착각이었구나’

이 사실을 확연히 깨닫는 순간,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제가 양손에 쥐고 행여나 잃어버릴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욕심 많은 제 밑 마음을 보았습니다. 저 방구석에서 들고 있는 치즈 한 조각을 뺏길까 봐 두려움에 떠는 생쥐 같은 제 모습을....

외로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는 혼자 장사했습니다. 오빠는 군대 가고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1학년 남동생과 자취했습니다.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씩 왔었고, 1년 동안은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습니다. 나름, 강단이 있어 학교에 기죽지 않고 다녔으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의지할 어른이 없어 항상 마음 구석에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그 외로웠던 저에게 의지처가 되었던 남편이 떠났으니 저는 세상의 빛을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자녀도 없었고, 혼자서 뭘 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도 없었습니다. 형제도 저에게는 애착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제가 정토회를 만나 활동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어차피 죽을 건데 애써 죽을 필요는 없겠다’라는 생각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사는데 토끼나 다람쥐보다는 낫게 주변에 도움 되고,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년 봉축법요식 정토사회문화회관
▲ 2023년 봉축법요식 정토사회문화회관

나를 일으켜 세운 불법

정토회 들어오기 전에 혼자 108배를 했습니다. 정토회에 들어오고 9-7차 천일결사를 장충체육관에서 입재하고, 매일 새벽 정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토회 오기 전에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넘어져 있던 상태였습니다.

저에게 부처님 법은 넘어진 저를 일으켜 세워 살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덮인 것을 벗겨내어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네.’ 내가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마음이 들었을 때 ‘아! 이렇게 수행자의 길을 가면 되겠다’라는 방향을 정해주었습니다. 어두운 밤에 불을 켜 준 것 같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혜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수행 정진하는 힘으로 넘어졌을 때 일어났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예전엔 내가 잘나서 사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교만한 생각인지 알았습니다. 재물은 저한테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일 뿐, 인연 따라 흐릅니다. 지금은 제 주머니에 있으니까 풍족하게 산다고 생각합니다. 만물의 은혜 속에서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음을 알았기에 빚 갚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살 거면

잘 먹는 건 아니지만 밥걱정은 안 해도 되어 법문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제가 힘들 때는 재물을 일시불로 어떻게 하고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살 만하니까 욕심이 생겨서 일시불로 갚지 못하고 할부로 갚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된다는 생각에 내 가족과 기껏해야 가까운 지인 몇 명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다람쥐, 토끼도 그렇게 산다는 말씀을 들으며 웃었습니다. ‘어차피 살고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지금은 이 나라의 평화와 통일, 다른 나라의 배고픈 아이, 홍수, 지진, 국가 부도와 지구 환경문제까지 생각합니다.

불교대학 다닐 때 안국동 거리모금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다녀오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돼서 안국동에서 매주 거리모금을 시작으로 지금 JTS 회원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일을 할 뿐, 특별히 봉사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에 조카는 9월 불교대학 청년반에 입학했고, 오빠는 10월 행복학교를 신청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봉사를 하며 놀고 있는데, 그것이 주변에도 도움 된다고 하니 좋습니다.

인터뷰 날, JTS 회원관리 사무실에서 이정옥 님
▲ 인터뷰 날, JTS 회원관리 사무실에서 이정옥 님

서원

정토행자의 서원을 읽으며 저의 서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연기법을 우리의 세계관으로 삼는다’ 연기적 세계관으로 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또, ‘스님의 하루’를 보면서 ‘법륜스님께서는 저렇게 하루를 보내시는구나. 나도 조금 더 부지런해지자. 부지런한 걸 떠나서 게으르지 말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불교대학을 진행했습니다. 2-1차 오면서 지금은 모둠장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진행 동안 법문 듣고 내 공부에만 집중하며 학생들이 졸업을 잘할 수 있는 것에만 관심 가졌습니다. 모둠장이 된 후, 정토회의 방향과 지회 전체에 관해 관심 갖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의 목표가 우리 모둠까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모둠장으로서의 원과 모둠 목표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역 실천 운동, 1인 1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정토회 활동하며 특별히 일부러 시간을 내지는 않습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된 ‘보살이 할 일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주변에 도움 되는 삶을 살겠다. 수행자의 삶은 내가 갈 길이다.' 이렇게 편안하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주어지는 대로 합니다.


이번 가을 경전대학 졸업하고 수행을 막 시작하는 저는 이정옥 님에게 궁금한 것이 많아 이것저것 참 많이 질문했습니다. 저의 많은 질문에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응해 주었습니다. 특별히 다른 사람과 불화나 불편한 것이 없다는 말씀이 오랫동안 제 귓가에 머물고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글_송옥희(서울제주지부 서대문지회)
편집_권영숙(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전체댓글 40

0/200

김희란

감사합니다

2023-12-22 13:08:18

이윤주(대정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덕뷰입니다.

2023-11-17 16:41:08

명덕(섭)

정토회의 기적!!! _()__()__()_

2023-11-07 07: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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