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지회
암보험 보다 든든한 마음 보험

드디어 전법활동가 2기 수료생이 배출되었습니다. 발심행자1 수계식은 6월 25일에 있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노원지회의 풋풋한 신입 전법활동가 김진숙 님입니다.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늦은 결혼으로 마흔 두 살에 첫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행복한 시간을 느낄 겨를도 없이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천 일동안 절을 하면 암이 사라질까 하는 마음에 열심히 기도도 해 보았습니다.

암이 재발할까 하는 걱정과 습관적인 불안감을 수행과제로 삼고 소임을 통해 불안을 없애고 있다는 김진숙 님의 가슴 뭉클한 수행담을 함께 합니다.

2016년 3월 부처님오신날 연등만들기(왼쪽 진숙 님)
▲ 2016년 3월 부처님오신날 연등만들기(왼쪽 진숙 님)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저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저녁이나 주말이면 시민단체 활동을 했습니다. 일상의 중심은 단체활동이었고, 시민운동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작은 바람을 실현하고 싶어 급여 40만 원이란 조건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필요한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주민 참여 도서관도 운영하고, 풍물을 통해 전통문화도 살리면서, 8월이면 통일문화행사, 동포 돕기 모금 활동도 하던 단체였습니다.

그렇게 일에 빠져 살다가 마흔 살에 결혼하고 이 년 뒤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활동은 중단했지만 늦은 육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둘째를 낳겠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흘러 참 많이 울었습니다. 굽이굽이 많은 사연에 어려운 과정을 겪어내고 아이랑 행복해지려고 할 때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왔을까 싶어 정말 억울한 마음이 컸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하원 하는 아이를 데리고 나설 때 걸려 온 선배의 안부 전화에 눈물보를 터뜨렸습니다. 운전하면서 엉엉 소리 내 울었더니 세 살짜리 아이가 ‘엄마, 울지마... 내가 있잖아’ 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항암제였고 면역력이었습니다.

업식을 고치면 병이 나을까

2015년 암 치료를 받던 곳에서 <깨달음의 장2> 소개를 받고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불교대학 가을학기에 입학했습니다. 입학하고 한 달 보름 만에 수술을 해서 좀 힘들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놓고 법당에 가면 늘 10시가 넘었고, 앉아서 법문을 들으면 왜 그리 졸음이 쏟아지는지... . 제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수업에서 한 번도 졸지 않았던 때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수업 중 천 일을 수행하면 업식이 바뀐다는 법문이 생명의 빛처럼 들렸습니다. 업식을 고치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대였고 망상이었다는 것을 경전대학 졸업하면서 알았습니다. 점차 법당을 찾는 일이 줄고 천일결사3 기도는 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2018년 3월, 천일결사자 만남의 날(아래 왼쪽 두 번째 진숙 님)
▲ 2018년 3월, 천일결사자 만남의 날(아래 왼쪽 두 번째 진숙 님)

몸 상태가 호전되자 치료 때문에 중단했던 활동들을 시작했습니다. 일이 많아지면서 아이에게, 활동 동료에게 짜증이 늘어났습니다. 동료들을 원망하고 탓하는 주기가 자주 오니 스스로 너무 괴로웠습니다. 대상만 바뀌었을 뿐 예전과 똑같은 과정으로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런 제가 너무 부끄럽고 한심해 자책감에 빠지는 때가 늘었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엄마에게 눈을 크게 뜨고 따지고 묻고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괴로움이 커질수록 108배 정진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했습니다. 다시 나만 손해보는 거 같고, 나만 일하는 거 같고, 내 나이에 이런거 까지 해야하나 하는 마음이 올라와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내리치듯 요란스럽게 내리쳤습니다.

이 업을 끊어야겠다

코로나 직전, 불교대학 진행자를 맡은 것이 수행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진행을 하다 보니 학생 때처럼 졸지도 못하고, 아무래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수업과 수행 연습을 따라 하다 보니 예전보다 마음이 더 편안해졌습니다. 일어난 마음을 돌이키고 살필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소임이 곧 복이다’라는 선배 도반들의 말이 그저 후배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변화를 보면서 소임의 감사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전법활동가 온라인수업(윗줄 노란색 옷 진숙님)
▲ 전법활동가 온라인수업(윗줄 노란색 옷 진숙님)

소임이 마무리되었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정토회 조직 개편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반회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만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2021년 초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아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지역사회 활동으로 바쁘게 살면서 내심 혼자 하는 수행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혼자 수행을 하면 적당하게 합리화하고 내 좋을 대로 하면서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평생 안고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조급하고 불안하고 욱하는 성격을 아이에게 대물림할 거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지금 이 업을 끊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대로 전법활동가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1기는 실패했습니다. 다시 2기를 신청했고 드디어 졸업했습니다.

살고있는 공동주택 주민대표, 지역활성화사업, 주민 민원 등을 상대하는 일에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의가 가까워지면 소화가 안 될 지경이었습니다. 열 살인 아이는 혼자이고 겁이 많아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입니다. 남편과 아이는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저를 보고 엄마를 정토회에 뺏겼다고 투덜댑니다. 가끔 남편과 아이를 이렇게 방치해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전법 활동가의 길도 산 넘어 산처럼 느껴졌고, 늘어나는 수행과제만큼 짜증 내는 횟수도 늘어나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이웃들과 참여한 행복학교에서(가운데 김진숙 님)
▲ 이웃들과 참여한 행복학교에서(가운데 김진숙 님)

소진되지 않는 힘

그런데 돌이켜보니, 전법활동가 과정을 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바닥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그동안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았구나... 스스로 포장을 많이 하고 살아왔구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엉뚱한 상을 만들어 살아왔구나’ 할 일이 많고 관계가 많아질수록, 마음이 힘들어질수록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알아차림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나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내려놓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2019년 봄불교대학 홍보를 함께 해준 진숙 님의 아들
▲ 2019년 봄불교대학 홍보를 함께 해준 진숙 님의 아들

저는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남을 탓하고 나면 괴로웠습니다. 지금은 나에게로 돌이킵니다. 돌이키는 시간도 짧아졌습니다. 자칫 방심하면 동료들을 원망했던 업식이 일어나지만 이제는 얼른 돌이키면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채워집니다. 암이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안, 내 마음대로 일이 진행이 안될 때 동료들을 탓하는 마음, 열심히 일했는데 알아주지 않은 섭섭한 마음들... 지금은 수행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동네일에 집중하는 시간들에 틈을 만들고 정토회 소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소임이 늘어날수록 걱정되는 마음은 있지만 꼼꼼히 잘 짜여진 시스템만 쫓아가면 문제없이 해갈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걱정을 내려놓습니다.

든든한 마음 보험

정토회 전법활동가 수계를 받고 난 지금 저는 건강한 마음 보험을 하나 들어놓은 것 같이 든든합니다. 아파도 치료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정토회 활동 좀 적당히 하라는 남편과 아이의 말에 “여성은 나이 들수록 외향성이 강해져서 외부로 에너지를 쏟기 바빠진대요. 그러면 신랑이 안중에 있겠어요? 제가 정토회를 다녀야 당신 마음도 살피고 당신에게 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협박 같은 농을 치며 열심히 보험을 들고 있습니다.

‘아이와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 해보자! 이왕 하기로 했으니 그냥 해보자’ 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동네에서 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 동네에서 활동하면서 일어나는 많은 마음을 공부 거리로 삼아 수행해가겠지요. 그리고 같이 활동하는 동네 친구들도 정토회 회원으로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발심행자 수계식(맨 왼쪽 김진숙 님)
▲ 발심행자 수계식(맨 왼쪽 김진숙 님)


전법활동가들에게서 떠오르는 단어는 ‘부담’과 ‘가볍게 하기’였습니다. 아직은 전법 의지가 부족하다며 자신을 미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신의 수행과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의 의지와 이타적 마음을 가져야 전법활동가가 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보살은 깨달음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진숙 님은 완벽하게 준비된 전법 활동가가 아니라 전법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이런 분들이 만든 행복한 길을, 다음 세대, 다른 이들이 걷게 될 것입니다.

글_남궁천진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노원지회)
편집_이정선(경남지부 진주지회)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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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발심행자 정토회 정회원은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로 구분됨. 수행, 봉사, 보시 활동을 기준으로 하며, 회원가입 신청서를 제출해야 함. 발심행자 3년 후 서원행자 자격이 갖추어짐.  

  2.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3.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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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고맙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2023-10-12 14:28:50

보현

고맙습니다

2022-08-04 09:40:17

권유지

보살님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수행하기 힘들 때 읽어보고 힘 얻고 갑니다.

2022-07-13 13: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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