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지회
그녀가 선 자리마다 꽃길이리라

노원지회 고민정 님의 소임 이력은 마치 유명 사회자의 네이버 프로필처럼 빼곡합니다. 경력을 쫓아가며 읊는 것만으로도 숨이 찹니다. 2015년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졸업 후 바로 2016년 가을불교대학 진행을 맡았습니다. 이후 2017년 가을경전대학 입학과 진행, 2020년 온라인 가을불교대학 돕는이, 2020년 행복학교 <마음편> 진행, 2021년 봄불교대학 진행, 2021년 가을불교대학 진행, 2022년 생방송 봄불교대학 담당, 그리고 2023년 현재 생방송 경전대학 진행 등, 공백기 없이 주어지는 대로 소임을 맡았습니다. 시간이 많아서도, 소임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도 아닙니다. 주인공의 수행과정은 만일결사 회향식 노원지회 수행담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감동한 고민정 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제주도 여행에서
▲ 제주도 여행에서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남편과는 10여 년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연애하면서 거의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했습니다. 전세자금도 제가 벌어 마련했고, 만나면서 한 번도 먼저 화를 내거나 싸움을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남편은 저를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하지만 좋은 여자라서가 아니라, 성장 과정 등을 거치며 성격이 그렇게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결혼하고 몇 달 지나 전세금보다 많은 돈이 남편 통장으로 차압되었습니다. 남편이 시동생에게 빚보증을 선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빚은 시동생이 경마로 날린 돈이었습니다.

속으로는 남편을 원망하며 미워했지만, 싸움이 싫어 말로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을 억눌렀습니다. 빚을 대신 갚는 동안에도 시댁에서는 금전적 요구를 계속했고 남편은 그 요구를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시댁에 협조하도록 저를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전 문제와 가치관 차이로 인한 시어머니와의 갈등, 강압적이고 다혈질인 남편과의 불화로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졌습니다.

졸업식에서
▲ 졸업식에서

인생이 재미 없고 싫었습니다. 이혼서류를 남편에게 건네주면서 도장 찍고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했습니다. 다섯 살, 세 살 두 아이도 키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도망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남편은, 좋은 여자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천사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하니 그제야 남편은 시댁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그 이후로 시동생의 빚을 갚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했습니다. 어디에 들어가는 돈이든지 최대한 아껴 써야 했고, 계속 맞벌이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10년이 지나 드디어 빚을 다 갚았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면서 ‘인생은 인내다’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습니다. 인내하며 열심히 살았기에 ‘이제 살 만하구나’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참는다고 가족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즉문즉설에서 질문 중
▲ 즉문즉설에서 질문 중

법륜스님의 일침

어느 날, 봉사자로 참여했던 즉문즉설 강연에서, 선덕법사(2016년도 당시 강북법당 부총무)의 도움으로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함에 어둠 속에서 길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답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가족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갓바위 가서 절을 하세요!” 그 첫 말씀을 듣고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불교대학 공부하면서 남편이든 자식이든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배웠는데 그것을 놓쳤구나.’ 부끄러웠습니다. 스님은 본인이 편안하면 가정도 편안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스님의 냉철한 가르침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즉문즉설 강연 봉사
▲ 즉문즉설 강연 봉사

절을 하며 매일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원망하고 미워하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원망으로 점철된 세월이었습니다. 참회하고 또 참회했습니다. 상대방이 제 희생과 인내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업식을 참회했습니다.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아이들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어리석음을 참회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미움과 원망이 점차 수그러들고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힘이 생기면서 매사가 고마웠습니다.

세상의 이치와 정신작용의 원리를 알고 나니 욕심과 외로움과 괴로움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때론 바람이 불고 태풍이 몰아치면 흔들리다가도 바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자식들도 봉사하는 것을 응원했고, 가정이 점점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딸은 엄마가 정토회를 다니기에 집이 편안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딸이 사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생방송 경전대학 복지실천활동 JTS거리모금(오른쪽 두 번째 주인공)
▲ 생방송 경전대학 복지실천활동 JTS거리모금(오른쪽 두 번째 주인공)

가시밭길이라 할 것도, 꽃길이라 할 것도

처음에는 너무 괴로워 다급해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끌려가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힘을 기르기 위해 날마다 꾸준히 수행 정진합니다. 누구는 가시밭길이고 누구는 꽃길이라며 비교하며 살았는데, 가시밭길이라 할 것도 꽃길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인생임을 깨우쳐주신 부처님과 법륜스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가정 문제로 힘들어하던 저를 졸업할 수 있게 끝까지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수행을 시작할 수 있게 안내해 준 불교대학 담당자 안재민 님(현재 경전대학 서제지부 담당) 고맙습니다. 늘 함께 봉사하며 응원해주는 도반들 고맙습니다.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을 뿐 정작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주인이 되어 수행자의 길을 선택하고 책임지겠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도반들이 제게 준 것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행과 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남편과 두 딸 고맙습니다.

2017년 행복학교 진행 중
▲ 2017년 행복학교 진행 중


글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고민정 님은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곡절 곡절마다 저라면 결혼생활을 포기했을 것 같은 순간들이었습니다. 끝까지 가정을 지킨 인내심이 존경스럽습니다. 본인은 그 인내심의 원천이 친정아버님의 선비 같은 인품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민정 님에게 부처님의 법과 법륜스님의 가르침은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뜻의 선물 같았습니다. 그가 꽃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가 걷는 자리가 곧 꽃길이고, 함께 걷는 이들의 꽃길이 되어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글_남궁천진 희망리포터(서제지부 노원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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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연

세상에 쉬운길은 없구나 싶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가장 어려운 길을 걷는 사람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2023-02-22 08:29:03

사공엽

부처님 법이 정말 위대합니다. 고민정님 응원합니다. 🙏

2023-02-07 14:26:35

조은정

늘ㆍ한결같은 고민정 도반님
이제 스스로의 삶의 주인으로
꽃길을 만들어가는 고민정보살님
응원합니다.
함께 가는 도반님 있어 힘이되고 고맙습니다.

2023-02-06 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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