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23일 법륜스님의 하루(인도 한국인 스텝 나들이)

새벽 도량석 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학교 교문앞에서 오전 6시 40분 라즈기르(왕사성)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스님께서 인도 한국인 스텝을 위해서 하루 일정을 뺀 날입니다. 매년 성지순례를 마치고 이 맘 때쯤
스님을 모시고 인도JTS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인도인 스텝들과 수련을 하게 됩니다.
한국인 스텝과는 주로 인근 지역 불교 유적지 답사차 스님과 함께 나들이를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성지순례 때는 부처님 10대 성지 중심으로 정해진 곳만 가지만, 이 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나
가봤던 곳이라도 성지순례객들에게 안내할 수 있는 유적인지 사료를 확인해 본 후 다시 확인을 하기 위해
답사를 합니다.

오늘은 라즈기르의 부처님 유적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라즈기르는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면
2시간가량 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라즈기르는 부처님과 인연이 많은 곳입니다. 성지순례를 했던 것처럼
영축산, 죽림정사, 빔비사라왕 감옥터, 칠엽굴 등이 있는 지역으로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이 다스리던
왕사성의 현재 지명입니다.

인도JTS 김정준 법우님이 생활하면서 보드가야나 지역 불자들로부터 들었던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오늘 답사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지만 그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라즈기르 지역 불자인 살렌드라씨와 날란다에서 고고학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아난드씨의 도움을 받아
자세한 위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살렌드라씨는 가는 길에 직접 만나서 약도까지 그려가며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 자세한 설명이 없었더라면 오늘 못 보고 지나쳤을 유적지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이패드로 길을 찾아보면서 살렌드라씨의 설명을 자세히 들으셨습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첫 번째 간 곳은 ‘인드라살라’란 동굴이었습니다. 몸이 안좋은 사람들은 산 아래에 남고, 가파른 산에 잘 올라갈 수 있는 사람들만 올라갔습니다. 이 동굴에서 부처님께서
정진을 하셨다고 전해지는데 아직 확실한 사료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동굴 앞에는 가지런하게 돌이 쌓여져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여기 동굴 앞에 돌이 쌓여져 있네요. 돌 쌓은 흔적으로 봐서 여기도 부처님이 머물렀던 유적일 가능성이 많습니다.”하시면서
동굴 앞 바위산을 올라가셨습니다.

 

동굴 앞에서 다같이 참배를 드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바깥에서 볼 때보다 안이 훨씬 넓었습니다.
동굴 안에 또 작은 동굴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먼저 작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셨던 스님께서 5m정도 들어가셔서는
“갑자기 온도가 달라지네요. 덥습니다. 안경에 김이 다 서렸어요.” 스님 안경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저희도 따라 들어가 보니 불을 피워놓은 것처럼 더웠습니다.
“스님. 부처님께서 여기서 정진을 하셨다면 고행을 하신 게 아니겠는데요?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고.”
하고 농담하는 무변심 법사님 이야기에 다함께 웃었습니다.
정말 바깥 기온은 약간 초가을처럼 싸늘한 편인데, 동굴 안은 여름날처럼 더웠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곳에서 얼마나 정진을 하고 계셨을까? 눈으로, 마음으로 한 번 더듬어 보고 내려왔습니다.

 

                          

 동굴에서 내려와 가까이 있는 ‘고다카토라’호수에 가봤습니다. 건기라 물이 많지 않았습니다.
‘고다카토라’호수와 ‘인드라살라’동굴을 살려 이 지역을 라즈길의 새로운 관광지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수 반대편에 보이는 곳에 거대한 불상을 세울 예정이라고
이 지역 불자들이 이야기합니다.

 

호수에서 나와 다시 돌아오던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올 때 돌산 입구에 힌두신을 모셔놓은 곳이 있어서 눈에 띄었었는데, 앞서 가던 스님 차량이 그 앞에 섰습니다.
산꼭대기에 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쯤일 것 같다는 스님 판단에 따라, 저희 일행이 산에 올랐습니다.
아랫마을에는 사람이 죽었는지 강가에 사람들이 모여 화장할 나무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멀리 산에서 내려다보였습니다.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자, 여기도 탑터네요. 그리고 저기 보세요. 성벽을 쌓은 흔적들이 보이죠?
저것이 왕사성 외성을 쌓았던
흔적이고, 이 탑터는 아쇼카왕이 부처님이 머무셨던 자리마다 쌓았던 그 탑이
무너져 탑터만 남아 있는 것이네요.”하고 스님께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동안에도 탑터가 두어 개 더 있었습니다.
“스님. 부처님께서 이 산에도 많이 계셨나 봐요. 탑터가 저렇게 계속 나오는 것 보면요.”
“부처님은 안거 3개월 외에는 내내 다니셨으니까, 이 곳에도 오셔서 정진을 하셨겠지.”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산 중간쯤 올라서 위를 보니 멀리 우뚝 솟은 탑이 하나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탑의 위용이 드러났습니다. 전정각산에서도 그렇고, 올라오면서도
탑 윗부분이 다 없어지고 탑터만 남은 것을 많이 봤는데, 이 곳은 탑이 손상이 되긴 했지만
탑 윗부분까지 잘 남아있었습니다.

 

스님과 함께 탑에 먼저 참배를 드렸습니다.
“탑 아랫 부분에 푹 들어간 이 곳에는 작은 부처님이 한 분 한 분 모셔져 있던 곳이고,
저 윗부분에 모셔진 부처님은 파트나박물관으로 옮겨져 있어요. 우리도 오늘 여기는 처음이예요.
약도를 알려줘서 그냥 이 곳일 것 같아서 찾아와 봤는데, 제대로 찾아왔네요.”하시며
스님께서도 반가운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여기는 기리약힐(Giriyak Hill)이라고 하는데 굽타팔라시대의 유적지가 남았다고 책에 표기되어 있다고 합니다.
탑터는 워낙 많이 봤는데 탑신까지 남아있는 새로운 탑을 보게 되니까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산꼭대기까지 더 올라가 봅시다.”하며 성큼 한 걸음 먼저 내딛으시는 스님을 따라
조금 더 떨어진 꼭대기에 올라가니 아까 본 호수며 산너머 마을까지 환하게 다 보였습니다.
커다란 야생 사슴도 봤습니다. 10마리 정도 되는 사슴들이 우리가 다가가니 천천히 다른 곳으로 도망갔습니다.

기리약힐에서 내려오니, 발이 아파 산에 못 올라간 사람들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다음 유적지를 찾아 갔습니다.

다음 유적지는 찾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앞서 나가던 차가 여러 번 동네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고,
차를 돌리기도 하면서 동네의 작은 길도 찾아들어가면서 겨우 찾은 것은 작은 연못 앞에 있는
검은 색 불상이었습니다.

 

청소를 하지 않아 지저분한 바닥에 맨 발로 들어가 참배를 하고 스님께서 불상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동네 연못가에 큰 불상이 있다고 해서 찾아 찾아 왔어요. 불상이 그냥 있었는데, 사람들이 집을 만들어 주고,
지금은 힌두 사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이 불상은 파트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검은 석불들과
양식이 거의 유사합니다. 그것으로 비추어 볼 때 8세기경의 불상이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우리가 찾아가니 마을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불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스님과 인도 활동가들은 다음 유적지 가는 길에 대해서 의논을 했습니다.

 

다시 다음 유적지로 향해 갔습니다. 마을들을 돌아 돌아 한참을 가니 동네 가운데 돌로 된 동산이
우뚝 솟아 있고, 돌산 위에 힌두사원이 서 있었습니다. 선두로 가던 차량이 돌산 앞에 섰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화장실인지 곳곳에 똥이 많아서 조심스레 올라갔습니다. 꼭대기에 올라가니 힌두사원 안에
어깨아래가 없는 불상 하나가 옆에 놓여 있고 힌두사원 뒤로 돌아가니 불상의 떨어진 어깨 아래 부분이
놓여 있었습니다. 불교가 없어지고 힌두교가 불교 유적지까지 다 관리하는 인도 현실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님께서 머리가 없는 불상 앞에 참배를 하고, 전체를 쭉 둘러 보셨습니다.  

 

“이 곳은 샤카빤하경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인드라신에게 속세에서의 도덕적 삶에 대한 8가지 의심에 대해서 설법했다고 알려진 곳이란 말이 있는데, 여긴 지 처음 갔던 동굴인지 아직 확실치가 않습니다.” 사전조사를 했던 김정준 법우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본 후 부다가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수자타아카데미로 들어왔습니다.

스님께서는 한국에서도 저희 실무자들과 역사 유적지 탐방을 가끔 하십니다.
스님과 함께 하는 역사 유적지 탐방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오늘 유적지 탐방은 특히 더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다 발굴되어 있는 유적지가 대부분인데 인도는 아직 문화재에 대한 중요성을
덜 인식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님의 역사에 대한, 지리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으로 새롭게 유적지를 찾아보고, 줄거리를 만들어 보고,
다시 역사와 불교를 공부하게 되는 시간들이 참 즐겁고 흥미로웠습니다.

내일은 인도인 스텝들과 함께 전정각산 등산과 함께 부다가야까지 걸어갈 예정입니다. 이 곳에 살면서도
부처님의 발자취에 대해서 정확히 잘 몰라서 스님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인도인 스텝들의 요청이 있어서 일정을 잡았다고 합니다.

내일 소식 전하겠습니다.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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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재

늘 꼼꼼하게 공부하시고 배우시는 스님을 따라 새로운 곳에도 가보네요. 감사합니다_()

2013-01-28 11:15:08

^^^^

탑을찾아 탑터를 찾아 산을 오르시는 장면이 참 평화로와 보입니다..발아래 세상도 한폭 그림이었겠죠?^^<br />훼손된 불상을 힌두교사원이 관리한다는 말 맘이 아프네요 ㅠ보이지않는 귀한 것들이 잊혀져간다는 느낌때문에 ㅠ..부처님 발자취 개척해가시는 스님과 따르시는 분들의 공덕이 참 가치있고도 힘들 여정이라 느껴집니다 ㅠ힘드실 와중에도 글 올려주셔 읽기에 죄송한 맘이 드네요 ㅠ

2013-01-26 19:49:17

혜향

스님의 열정! 부처님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사랑이 있기에 부처님에 대해 절절히 알고 게신것 아닌가 싶네요. 스님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_()_ 들국화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_()_

2013-01-26 14: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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