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24일 법륜스님의 하루(인도인 스텝 성지순례)

오늘은 스님과 인도JTS 인도인 스텝들과 함께 하는 날입니다.
인도JTS 각 부서에는한국인 스텝과 인도인 스텝이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인도인 스텝은
34명이 참가했는데 수자타아카데미, 지바카병원, 마을개발, 건축 파트 스텝 중
수자타아카데미 대학생 교사들의 숫자가 제일 많았습니다. 인도JTS도 정토회 방침대로
자원봉사로 운영이 되고 있어서, 대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자원봉사로 수자타아카데미
상급반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새벽 6시, 천일기도를 끝내고 내려오니 인도인 스텝들이 한 두명씩 오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달걀 2개, 빵1개, 바나나1개, 짜이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인도인 남자 스텝들은
모두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여자들은 전원 슬리퍼를 신고 왔습니다. 운동화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슬리퍼를 신고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오전 6시 40분경 스님으로부터
오늘 하루 전체 일정에 대한 소개를 듣고 전정각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교문을 나서면 바로 앞에 돌무더기가 있습니다. 그 앞에 서서 스님께서 전정각산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둥게스와리’는 부정한 땅이라는 의미입니다.
‘둥그’는 부정한, ‘스와리’는 땅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는 옛날 가야 사람들이 시신을 버리던 곳입니다.
시타림이라고 합니다. 부정하다는 것은 위생적인 의미가 아니라 시신을 버리는 곳이라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그런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부처님이 5비구에게 최초의 법을 설했던 바라나시의 사르나뜨도
둥게스와리와 같이 시신을 버리던 곳입니다. 시신을 버리는 곳은 부정한 곳이라 사람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에
조용해서 수행자들이 주로 그 곳에서 수행을 했습니다.

부정하다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땅인데 시신을 버렸을 때는 부정한 땅이었는데
부처님께서 수행했던 곳이라서 지금은 성스러운 곳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닫기전 정진한 곳이라고 해서
이 곳을 쁘락보디힐(Hill)이라고 하고, 유영굴은 쁘락보디 케이브(Cave)라고 합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보이는 돌무더기있는 곳은 부처님께서 시신옆에서 명상하시던 곳입니다.
전정각산은 부처님께서 6년동안 정진하셨던 곳이라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6년이나 계셔서 명상하셨던 곳마다 탑터가 있습니다. 부처님과 친구 5명이 같이 수행했던
자랑스러운 곳입니다. 지금은 자랑스러운 곳이 되어 있습니다.
부정한 곳이라도 부처님이 깨달아
성스러운 곳이 되었듯이, 여러분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하세요.”

스님을 따라 전정각산으로 올랐습니다. 유영굴 앞에서 부처님께서 그림자를 남기고 간 이야기,
부처님이 오래 여기 계셨기 때문에 흔적이 남겨져 있다는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고, 전정각산에
유일하게 물이 나오는 ‘부처님 샘터’에서도 잠시 머물러 부처님과 이 곳에 사는 동물들이 먹었을 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 전정각산에서 명상하기 제일 좋은 곳인 것 같다고 지난 번 성지순례 때도 말씀해 주셨던 곳에 앉아
오늘도 다같이 명상을 했습니다.

 

“내 생각에는 전정각산 전체에서 여기가 명상하기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앉아 있으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요. 부처님께서도 여기에서 명상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들 조용히 앉아 바람을 느끼고, 햇빛을 느껴 보면서 늠름한 수행자 폼을 한 번 잡아봤습니다.

전정각산은 완전 칼산입니다. 그런데 한 두명의 여자 스텝을 빼놓고는 다 잘 걸었습니다.
성지순례 때는 스님이 맨 먼저 갔는데, 오늘은 대부분의 인도스텝들이 스님을 앞질러 갔습니다.
동네 앞산이라 항상 다니던 곳이어서 험한 칼산도 쉽게 쉽게 뛰어 다녔습니다.

“여기 탑터 보이죠? 여기도 부처님이 계셨던 곳입니다. 부처님이 계셨던 곳에 아쇼카왕이 탑을 세워 놨는데
훼손되어서 지금은 이렇게 벽돌조각과 탑의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전정각산 정상부분에 지금 남아 있는 탑터가
총 몇 개나 되는지 한 번 세어 봅시다. 자, 총 몇 개? 열 개네요.”

스님 옆과 뒤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빕니다. 스님 옆에서 같이 가고 싶어서 다가옵니다.

전정각산 제일 높은 탑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환한 웃음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스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습니다.

 

전정각산 낙타등까지 넘어서 평지로 내려왔습니다. 네이란자라강쪽으로 접어드는데 길가에
우리나라 엉겅퀴같은 잎새에 노랗고 예쁜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그 꽃 참 예쁘지?” 하십니다. 살짝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

 

성지순례 때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물이 있었는데, 오늘 네이란자라강은 완전히 물이 말라
그냥 전체가 넓은 모래밭 같았습니다. 강을 건너자마자 부처님이 쓰러지셨던 곳에서 스님께서
부처님의 중도의 발견과 고행을 그만두고 목욕을 하고 수자타에게서 유미죽을 얻어 먹게 되는 과정들을
이야기로 재미있고 알기 쉽게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벌써 11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산을 탔더니 배가 고팠습니다. 부처님 쓰러지신 곳에서 500미터 정도 더
부다가야쪽으로 가면 정토회에서 명상센터를 짓기 위해 구입한 부지가 있습니다.
지난 번 성지순례 때는 열쇠를 챙겨오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그 곳에 들어가 간식을 먹었습니다.
부지 바깥으로는 벽돌로 벽을 치고, 내부에는 나무도 심어놓고 풀도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성지순례객들이 봤으면 참 좋아했겠다 싶어 괜히 뒤늦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간식을 먹고, 수자타 공양터에 들러 스님 설명을 듣고, 우루벨라 가섭을 교화했던 곳으로 갔습니다.
강가 모래밭에 둘러앉아 스님께 우리벨라 카사파를 교화한 재미있는 부처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 논길을 걸어 수자타스투파에 갔습니다.
이 곳은 수자타의 공덕을 기려 수자타의 집에 지어놓은 스투파입니다. 수자타스투파에서 참배를 드리고,
부다가야로 향했습니다.

부다가야에 들어가니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혼잡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스텝들의 얼굴표정은 신난 것 같았습니다. 대탑에 들어가, 그늘진 잔디밭에 앉아
스님께서 다시 부처님의 성도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고 알기 쉽게 하나 하나 설명해 주셨습니다.
스텝들도 진지하게 스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설명을 다한 후에는 스님께서 대탑을 돌며 부처님께서 성도를 이루신 곳, 성도 후 첫 일주일을 보내신 곳,
두 번째 일주일을 보내신 곳, 세 번째, 네 번째 일주일을 보내신 곳을 차례로 다니며 스텝들에게 설명을 하셨습니다. 성지순례 때는 인원이 너무 많아 전체적으로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스님께서 직접 스텝들을 데리고 다니며 하나 하나 일러 주셨습니다.
이렇게 오늘 성지순례는 마쳤습니다.

이제 1년에 한 번, 스님께서 오시면 하는 전체 외식을 하러 갔습니다. 식당에는 한국인 스텝들이
미리 배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맛있게, 실컷 점심겸 저녁을 먹고, 대절한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인도인 스텝들의 얼굴 표정이 참 밝았습니다. 오늘 하루를 스님과 보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해서
몇 명의 스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저는 스님을 보고 놀랐습니다. 부처님께서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외우고 계신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저에게 스님은 힌두신 같이 하나의 신과 같은 분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여기서 태어나서 이 마을에 살면서 매일 산에도 올라가곤 했지만 이 지역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책에도 간단하게는 나와 있는데, 오늘 스님께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처음 들었습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셨던 곳에 직접 가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인도인 스텝들에게 부처님에 대해서 정성을 다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동행했던 불교TV 감독님이
“수행을 열심히 하면 스님처럼 될까요?”하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스님과 함께 동행하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존경과 감동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내일은 스님을 모시고, 오늘 함께 동행했던 인도인 스텝들과 수련이 있을 예정입니다.
인도인 스텝들은 일을 하면서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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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티비도 동행을 했었군요..언젠가 영상으로 방영될 걸 기대해봐도 되겠는데요~다행입니다^^우리나라 방송3사에서도 좀 찍어가지..ㅎ불교티비에만 두고보기엔 아까운게 사실이잖아요 ㅎ<br />마지막사진,표정 다들 좋으신데 해맑은 여자분 얼굴 특히 예쁘세요^^배경에 스님도 계시군요 ㅎㅎ 사진도 참 잘 찍으셨구..꽃도 아름다와요~아마 부처님의 환영의 미소가 아닐런지요..스님과 님들의 노고가 흐뭇하여..^^*

2013-01-27 00:05:03

양명숙

전정각산에서 둥게스와리를 볼때 참 평온해 보였고 스님의 노고에 다시 한번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들국화님의 애쓰신 모습도 그려지네요.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하게 귀국하시길.....

2013-01-26 22:42:38

고을

그 산에 핀 꽃이 그 산을 닮은 듯 하네요. 부정한 곳이라도 부처님이 깨달아 성스러운 곳으로 되었듯이 깨달아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곳의 감동을 잊지않고 정진하겠습니다.

2013-01-26 21: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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