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30년 전, 외면한 탈북자가 저를 통일 의병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1차 만일 결사를 회향하는 1박 2일의 회향 수련 때 발표한 아태유럽지회 노금행 님과 북미동부지회 양계홍 님의 소감문입니다. 30년 전, 외면한 탈북자가 마음에 걸려 통일 의병으로 발심했다는 소감문을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타인의 경험이 나에게 와 어느새 내 것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이래서 세상은 다 연결됐다고 하는 걸까요? 오늘 소감문 한번 들어보시죠.

아태유럽지회 희망리포터 노금행

만일을 회향하는 뜻깊은 수련에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했습니다. 주말이라 남편 눈치가 보였지만, 남편이 흔쾌히 승낙하고 응원해줘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1080배는 216배씩 다섯 번으로 나누어 절할 수 있어 부담이 덜 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절하면 염주 알만 세다 끝날 것 같아, 감사, 참회, 법을 만난 기쁨, 함께하는 도반, 내가 가야 하는 길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집중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의 역사를 본 후에 절했기 때문에 도반님들께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담을 수 있었습니다.

노금행 님
▲ 노금행 님

스님의 입재 법문 중 ‘간접체험을 통해 만일을 돌아보고, 선배들의 경험을 자기화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새기면서 정토회 30년 역사를 생생하게 느끼는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활동가 교육과정에서 기본적인 정토회의 역사를 배웠지만, 법사님과 활동가분들의 경험담을 직접 들으니 뭉클함이 올라와 절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2008년 북한 기아와, 2017년 한반도 전쟁위험은 제 머리에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던 이슈였습니다. 무엇에 정신이 팔렸길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으로 정토회의 활동을 배웠을 때도 정토회가 했던 수많은 활동의 일부분으로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습니다. 이제야 당시 기아로 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향한 스님의 애끓는 마음과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그 간절함이 제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30년을 한결같이 간절함을 담아 정토회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안 저는 27년을 탐진치에 빠지고도 남 탓만 하며 괴롭다고 아우성치고 살았습니다. 그나마 불법을 만나 30년 중 마지막 3년을 채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수행으로 제 개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고, 행복을 찾아 준 정토회에 회향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절을 하며 돌아보니, 법을 만난 기쁨과 환희심이 개인사는 해결되었지만, 봉사할 때는 간절함, 정성 그리고 원이 부족한 제 수준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금행 님
▲ 노금행 님

수련 둘째 날, 2차 만일을 앞두고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조별 토론을 하면서 우리가 정토회를 이끌어가는 주인이라는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청년 전법의 중요성이 많이 와 닿았습니다. 친구들에게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행복학교를 배워보라고 권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개개인이 붓다라는 인격의 한 조각을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1차 만일에서 증명되었기에, 선배 도반님들이 열어 준 물길을 따라 가볍게 노를 저어가겠습니다.

국제지부 북미동부지회 양계홍

정토회가 30년 동안 걸어온 만일결사 회향식에 참석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북미에 살고 있어서 저녁 시간에 1080배 정진을 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지만 조금도 주저 없이 간절히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30여 년을 수행정진 해오신 법사님이 계신 데 이틀 정도 수행정진 하려는 마음은 내야겠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첫 200배 정진할 때

스님께서 수행자는 어떤 봉사를 하든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씀이 제일 좋았고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는 9-7차 부산에서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꾸준히 정진하였습니다. 새벽에 중국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할 때도 밤잠을 자지 않으며 기도하고 떠났습니다. ‘내가 옳다’는 덕지덕지 기름때같이 낀 업장은 3년을 기도했건만 좀처럼 수그러지질 않았습니다. 법사님이 정담회 때 절을 많이 하라는 말씀을 듣고 매일 300배 정진을 1년 넘게 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엔 즉문즉설과 천일결사 기도라는 핑계로 살짝 빠질 때도 있었지만 계속 견지했습니다. 일요일 명상도 시작 때부터 빠지지 않고 쭉 견지했습니다. 내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만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했습니다.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었고 매일매일 나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양계홍 님
▲ 양계홍 님

남편이 내 마음에 안 들면 이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달아나는 내 마음, 부모님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내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이 어느 날 아침기도 때 나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사람인지 생각이 아닌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부모님은 내가 수행자가 될 수 있도록 이렇게 잘 키우셨고 남편은 이 세상에서 나에게 둘도 없이 딱 맞는 남편임을 깨달으며 마음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겪은 모든 것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디딤돌이 되고 밑거름이 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대로 온전하고 괜찮은 사람입니다. 불교대학 진행을 맡으며 담당자님과 부딪히면서 이것 또한 내 분별심에서 오는 것을 알게 되어 매번 맡은 소임이 고맙고 재미있습니다.

두 번째 200배 정진하면서 법륜스님께서 발심하시고 20대 대학생들로 주체세력으로 달려오신 정토회의 뒤를 이어 저도 2차 만일의 세계전법의 한 마당에 뛰어들겠다는 발원을 했습니다. 중국어 전법의 방향을 정하고 어떻게 갈지, 함께 하는 도반님들과 길을 만들어 가야 함을 깨닫습니다. 사람과 상의하는 것을 싫어하는 제 업식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기꺼이 소임을 맡아 하겠습니다.

세 번째 정진하면서 탈북자들이 강물에 빠져 떠내려온 시체를 보고 울컥했습니다. 제가 북경 조선족 학교에 있을 때 길에서 탈북한 남자분이 저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두려워서인지, 귀찮아서인지 외면했던 일이 30년이 지났어도 마음에 걸립니다. 잘못한 것이, 무시한 것이 계기로 되어 새로운 길을 개척 할 수 있다는 법사님 말씀처럼 통일의병이 되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선뜻 손을 내밀겠습니다. 나에게는 본래 동체대비 자비심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국제국 시운행으로 불교대학,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전법 행자로 키워주신 국제지부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네 번째 정진할 때는 졸리면서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습니다. 발심한 지 한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 수행도 이렇게 몸이 힘들면 쉽게 흔들리구나’ 다행히 몇 년을 꾸준히 기도한 덕분에 싫은 내 느낌에 끌려다니지 않고,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냥 정진하니 10분도 안 돼서 몸도 가볍고 마음도 밝아졌습니다. 느낌, 생각에 빠지지 않는 내 마음을 보며 그동안 많이 단단 해졌고, 빠져도 바로 돌아 올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법사님들이 빈터에서 정토회를 시작한 초발심을 이어서 세계전법을 함에 있어서 시작은 작지만 큰 운동이 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려는 마음을 냈습니다.

마지막 정진 때는 ‘할 수 있다’ 이 말만 떠올랐습니다. 평화를 위한 만인 서명. 빈 그릇 운동 만인 서명. 북한 돕기 만톤 옥수수 보내기. 불교대학 만인 입학 … 정토회는 일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일들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해냈습니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2차 만일결사 세계전법 중국어 전법에 만인 전법을 하겠다는 마음을 냅니다. 연어가 회귀하듯이 수행의 길은 후퇴 할 때도 멈출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떨어만 지지 말고 붙어만 있으라는 스님의 말씀을 딱 명심하겠습니다.
가자가자. Gogo 세계전법으로~
지금 마음은 감사하고 희망찹니다.


글_아태유럽지회 노금행, 국제지부 북미동부지회 양계홍
편집_정토행자의 하루 편집팀

전체댓글 18

0/200

보산등

세계전법의 주역분들 고맙고 응원합니다~

2023-01-30 08:45:21

이주현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뜨끈해집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있는 정토회의 일원인 것에 감사합니다.

2023-01-09 07:43:07

고원향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발심원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1-08 07: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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