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충주지회
내 자식은 왜 잘 나가지 못할까

세상에 대한 원망,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내 자식들만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마치 지옥에서 사는 듯 했다는 김경미 님은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내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원망과 미움을 뒤로 하고 살짝 틀어보니 모두 내 삶에서 고마운 존재입니다. 충주지회 김경미 님의 불교대학 졸업 소감을 함께 합니다.

내가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질투

남편과 여행지에서
▲ 남편과 여행지에서

시누의 권유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당시 제 마음은 세상에 대한 원망,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삶 자체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결혼 1년 후, 시부모를 모시고 진천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시댁은 1남 6녀와 고모부들 조카들 모두 서른 명 정도의 대가족입니다. 도시에서 살았던 저는 시골살이가 힘들었습니다. 시아버님은 매일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이었고, 시어머님은 어려운 살림에도 딸들에게 농사지은 쌀과 농작물을 퍼다 주셨습니다. 저와 남편은 늘 뒷전이고, 딸들에게만 신경 쓰는 것이 화나고 섭섭했습니다.

저는 친청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시어머님이 싫고 질투가 났습니다. 제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시누들이 누린다는 것이 부럽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조별활동 후(윗줄 맨오른쪽)
▲ 조별활동 후(윗줄 맨오른쪽)

내 자식은 왜 잘 나가지 못할까

저는 직장생활을 하고, 남편은 자영업을 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10년 전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났습니다. 부부 관계가 안 좋아졌고,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살림살이를 집어던지고 화가 나면 폭언하며 무섭게 변했습니다. 부도난 것이 다 자기 탓인데 자기만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정말 싫었습니다.

아들은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서 학교에서 주목받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가서는 현저히 성적이 떨어져 과외도 하고 학원도 도시로 다녔지만 지방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마땅한 직장을 못 들어가는 조교생활을 하는 아들이 답답하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났습니다. 나름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졸업 후 직장도 제대로 못들어가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아들이 못마땅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한 만큼 실망스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딸도 대학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부를 하지 않고 세월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딸이 실망스럽고 답답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다른 자식들과 비교하며 ‘우리 자식들은 왜 이렇게 안 되나, 왜 나를 힘들게 하나’, 매일 밤 뜬눈으로 지새우며 내 자식은 무조건 잘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했습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불교대학

이런 상태의 제가 불교대학에 입학해 첫 수업을 받았으니 뭐가 뭔지도 이해가 안 되고, 처음 만나는 도반들이 많이 서먹했습니다. 더군다나 수행 연습을 하고 나누기를 하라는데 부담스러워 계속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니 부담감과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도반들과 함께 수업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반별 활동 전 구호연습(윗줄 오른쪽)
▲ 반별 활동 전 구호연습(윗줄 오른쪽)

꾸준히 법문 듣고, 수행 연습하고, 나누기하다 보니 지난 날의 삶이 돌아봐지고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고 원망과 미움으로 내가 옳다, 고집하던 제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부모에 대한 사랑에 집착해서 자상한 시어머님을 미워하고 원망했구나, 직장 다니는 나를 대신해서 손주들을 사랑으로 잘 키워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 6년째 요양병원에 계시는 시어머님을 볼 때면 안쓰럽고 고맙고, 미안합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남편이 지금까지 벌어다 준 돈으로 잘 먹고 잘 쓰고 아이들 잘 키웠습니다. 당신 덕분에 그동안 잘 살았습니다.’라는 마음을 내니 남편도 저를 대하는 것이 많이 변했습니다. 거칠었던 말투가 없어지고, 대화도 많이 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병대 입대한 아들 첫 면회에서
▲ 해병대 입대한 아들 첫 면회에서

내 자식으로 태어나 고맙습니다

이제 자식에게도 집착하지 않고, 바라지 않습니다. 내 자식으로 태어나준 것도 고맙고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만도 고맙습니다. 제가 한마음을 바꾸니 아이들도 각자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것 같고, 자신감도 많이 생겨서 지금은 당당해 보입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아이들 어릴 때 가족사진
▲ 아이들 어릴 때 가족사진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서 저의 웃는 모습을 보고 “엄마 무슨 좋은 일 있어? 왜 이렇게 웃어?”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자주 웃으니 가족들도 편해지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새날입니다.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부처님과 법륜스님, 도반들과 함께 했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첫 수업 때 발원한 기도문이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행복합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늘 깨어있겠습니다. 일체 인연에 감사하며 삶을 가볍게 살겠습니다. 부처님 법 만난 것을 감사하며 도반들과 함께 부처님 법에 따라 부지런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글_김경미 (대전충청지부 충주지회)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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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화

한마음 바꾸니 모두가 변하지만 그한마음 먹기가 참힘들지요!

2022-03-16 15:58:20

김현정

잘 읽었습니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발원문대로 이루어가시는 거 같아서 참 좋네요.
저두 자식에게 바라지 않는 엄마가 되겠습니다.

2022-03-14 16:55:33

현광 변상용

힘드셨을 지난 날이 너무 생생하게 표현되어 엊그제 내 일처럼 느껴질 정도네요.
불법은 참 오묘한 것 같습니다. 내 마음 살짝 돌이킨 것 뿐인데 세상이 달라 보이니까요.
힘든 날 잘 이겨내시고 지금은 잘 웃는 행복한 분이 되셨다니 제가 다 마음이 편해지네요.
앞으로도 쭈욱 그러하시도록 응원하겠습니다~

2022-03-01 11: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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