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
초고속 새내기 천일결사자 염규해 님의 수행담

고속으로 천일결사 대열에 합류해 8-9차 백일기도에 입재한 염규해 님
▲ 고속으로 천일결사 대열에 합류해 8-9차 백일기도에 입재한 염규해 님

지난 5월 29일, 제1차 만일결사 중 제8차 천일기도 제9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광주에서도 100여 명의 도반들이 참석하여 정토행자로서의 자부심과 도반애를 흠뻑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특히 이번 입재식에는 불교대학생들 중에 입재하신 분들이 많아 더욱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였답니다.

그중 단연 봄불교대학 염규해 님이 돋보입니다. 소방공무원으로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은 여건 속에서도 입학 전 이미 깨달음의장을 마친 후 8-8차 백일기도에 첫 입재하고 이번에 정식으로 천일결사자가 된,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수행의 길로 접어든 분입니다. 봄불교대학에 입학하여 결석 한 번 하지 않는 모범생이기도 한데요, 지금부터 유쾌하면서도 수줍은 웃음이 매력적인 염규해 님을 만나보겠습니다.


그래, 한 번 가보자, 부딪혀 보자

‘나꼼수’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우연히 팟캐스트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했습니다. 누구도 부러울 것 없는 가정생활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괴로울 것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없을 것 같은 나에게도 삶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가슴 한편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번뇌와 고민을 듣고 설하시는 법륜스님의 명쾌하고 통쾌한 답변은 삶의 지혜요, 사막의 오아시스 그 자체였습니다.

'아! 이거구나!'
어느 순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사랑에 푹 빠졌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잠들기 전까지, 출근길, 퇴근길, 화장실에서도 항상 함께했습니다. 빈틈없는 성격에 어떤 일에도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고, 남의 간섭과 남의 잔소리를 조금도 듣기 싫어하며, 인정받고 싶고, 늘 착하게 바르게 살아야 하는 나……. 스님의 법문에 비춰 나를 바라보니 내 업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나의 사고영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화내고 짜증 내고 남을 탓하는 모습은 나 자신을 더욱 괴롭히기 일쑤였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라는 스님의 말씀에 어느덧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즉문즉설에서 법륜스님은 질문자에게 “깨달음의장 다녀오세요. 자기 점검 한번 해보세요.”하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래서 깨달음의장이 어떤 곳인지, 무엇을 깨닫는 것인지 궁금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깨달음의 장은 신의 한 수다’, ‘정토회 불교대학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다’라는 광고 메시지는 나의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그래, 그럼 한번 가보자. 부딪쳐 보자.’라는 마음으로 인터넷 접속을 시도했습니다.
3번의 실패 끝에 4번째로 신청하여 간신히 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더군요. 대기자가 줄을 서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어떤 신앙도 믿음도 없었던 나였기에 막상 신청 하고 보니 두려움과 망설이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다 2015년 9월, 혼자서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수련원으로 가는 길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깨달음의장 4박 5일은 내 인생에서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누구인지, 집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행복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내 삶의 대전환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수련이 끝나는 날, ‘화가 나는 마음에 깨어있기’ 집중과제를 부여받고 일상에서 깨어 있기 파견근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출근 첫날 책상 앞에 ‘일상에서 깨어있기’ 유인물을 코팅해서 붙여 놓았습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도대체 어딜 다녀왔기에 싱글벙글 웃고 다니느냐?”며 “무슨 좋은 일 있느냐?”라고 이구동성으로 물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혹시 사이비 종교 단체나 이상한 곳에 다녀온 것 아니냐?”라고 묻지만 난 그냥 씩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화가 나는 순간 화가 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화를 낸 후에는 화낸 것을 ‘알아차리고’, 화를 냈던 일을 돌아보며 참회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후회하든가, 참든가, 화가 나는 원인을 다른 사람 탓으로 여겼던 나에게 집중과제는 새롭고 신선한 체험이었습니다.

대광법사님께서 밴드에 108배를 왜 해야 하는지 스님의 법문과 함께 108배 절하는 방법을 동영상과 함께 올려 주셨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두세 번 정독을 한 후 절을 처음으로 시도해보았습니다. 두 손을 합장하고 손을 눈높이에 두어야 하나, 가슴 높이와 일치해야 하나, 모든 것이 불편하고 어색했었습니다. 온몸은 비 오듯이 땀이 줄줄 흐르고 호흡은 거칠고 힘이 들었습니다. 숙이고 숙이다 보니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짐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매사 화 잘 내고 짜증 내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순간 화를 내는 횟수도 화를 내는 시간도 조금씩 줄어 들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너무 신통하고 놀랍고 기뻤습니다.

깨달음의장 동기들과 나누기를 하는 동안, 도반들이 남산 순례를 다녀오고 천일결사 입재식을 다녀와서는 모두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도 그 느낌을 공유하고 함께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겼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좋아하고 즐겁고 행복해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2016년 2월에 8-8차 입재식을 갔고, 3월엔 깨달음의장 도반들의 권유로 발걸음을 옮겨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3월 말엔 자신의 내면을 좀 더 성찰하고 싶은 마음에 4박5일 명상수련을 신청해 다녀왔고, 5월엔 8-9차 천일결사 입재식까지 다녀왔습니다. 일 년 사이에 입재식 두 번, 불교대 입학, 명상 수련 체험을 모두 한달음에 흡수한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속사포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진리의 법 부처님 법을 만난 덕분이었고, 깨달음의장 동기들이 인연을 맺어 준 공덕입니다. 나의 어리석음을 조금씩 깨닫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괴로움이 없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그 길이 바로 ‘지금 여기’ 부처님 법을 따르고 배우고 익혀 부처님을 닮아 가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고대하던 불교대학 입학식 날, 도반과 함께 기념촬영 한 모습
▲ 고대하던 불교대학 입학식 날, 도반과 함께 기념촬영 한 모습

구멍 난 대나무 통

명상수련 4박 5일 동안의 묵언은 오로지 나 자신을 볼 수 있고 나만의 자유를 느낄 수 있어 여유롭고 행복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가만히 앉아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 된다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리는 맷돌을 올려놓은 듯 짓누르고 통증은 신경이 끊어질 듯 아팠습니다. 반가부좌를 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고 죽비소리만 기다렸습니다.

3일째 되던 날, 통증은 어느덧 잡히고 머릿속 망상은 과거 현재 미래, 해야 할 일, 살아왔던 기억, 미래에 대한 걱정 등으로 출렁거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구멍 뚫린 대나무 통에 잔잔한 바람이 들고 나고 하는 것 같은 아주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이었나? 명상하는 맛이?’
머리는 흐트러진 조각들이 정리되는 듯 맑고, 마음은 청정한 느낌이 들고, 또 한편으론 내 몸뚱이가 구멍이 난 대나무 통을 둘러싸고 있는 한낱 껍데기와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아, 나라는 존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보잘것없었구나.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구나. 근데 현실에선 늘 자신을 내세우고, 잘 난 척, 특별한 척, 어리석게 살면서 나를 괴롭혔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길가에 핀 한 포기 풀과 같단 생각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깨달음의장이 내 의식의 대전환이었다면 명상수련은 자신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박자 쉬어가는 내 모습

일상으로 돌아온 내 마음이 편안하고 가벼워졌습니다. 요즘은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명상하고 기도합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의견에 즉각 반응했던 내가 지금은 한 박자 쉬어 가는 자신을 봤습니다. 어떤 상황을 줘도 그 상황을 받아 낼 힘이 조금 생겼고, 밖으로 향한 마음을 내 안으로 돌릴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얻었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기에 화내고 원망하고 남 탓을 하던 횟수와 강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부처님 법을 만난 덕입니다.

특히 주변에서 많이 변했다고들 말합니다. 가족들과 직장 동료들이 예전보다 짜증도 덜 내고 표정도 한결 온화해졌다고 말합니다. 이러다가 ‘부처님 되겠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관계는 예전에도 좋았지만, 지금은 한층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믿고 지켜볼 수 있는 내공이 생겨 사춘기 아이들과도 여전히 돈독한 관계로, 좋은 아빠로 더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자인 아내와는 종교문제로 약간 미안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내와 함께 교회도 갈 수 있을 만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성경이나 법문이나 좋은 말씀은 일맥상통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멀었지만, 그저 마음공부 하러 다닌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불법을 만나고 불교인으로 나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불교와 가까이 지냈던 어머님과 집안 내력의 씨앗이려니 하며 ‘인연’으로 받아들입니다.

공양간 봉사도 열심히 하는 모습
▲ 공양간 봉사도 열심히 하는 모습

좀 더 괜찮은 정토행자가 되기 위하여

우선은 개근상을 목표로 불교대학을 열심히 다니는 것과 졸업 후에는 경전반에 입학해서 불법을 더 심오하게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인도성지순례나 동북아역사기행도 꼭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통일 쪽에 관심이 있어 스님의 책 《새로운 100년》을 찾아 읽고, 통일의병 강의도 듣고, 기회가 된다면 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특히 직업이 공무원이다 보니 퇴직 후에도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염원이 있었는데, 정토회에서 그 꿈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만배를 해보리라.’ 하는 다짐을 합니다. 그 소망의 연장으로 백일출가를 하겠다는 계획과 조만간에는 나눔의장에 참여해 볼 생각입니다.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으로 유쾌하게 수행담을 들려주는 염규해 님께 많은 긍정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 인터뷰 내내 저도 행복했습니다.
넘치는 추진력으로 초고속으로 모자이크붓다 클럽에 동참함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언제나 그 마음과 실천력 변치 않길 기원합니다!

글_천승현 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광주법당)
편집지원_전은정(강원경기동부)

전체댓글 14

0/200

이선회

염규해거사님~
멋쪄부요 ~^^

2016-06-22 21:28:35

광명화

와~~ 멋진 거사님이시다..
입재식에서 늘 인원이 적은 광주전라 지역을 보면 아쉬움이 있는데(고향이라서) 거사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2016-06-22 16:43:25

강선영

이분은 저의 깨장 동기이십니다~~^^
이분의 나누기는 항상 감동입니다.

2016-06-21 23:59:34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