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
독사같았던 얼굴에 꽃이 피어나다

광주정토회 광주법당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꼿꼿한 선비 이미지를 가진 류제표 님이 있습니다. 단정하고 반듯한 용모,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 배운 대로 실천하는 모습이 항상 주변 사람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수행맛보기 이후 4년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을 이어오는 류제표 님을 보면 ‘용맹정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봄바람처럼 따뜻한 배려심과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류제표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인생 후반기에 고스란히 돌아온 과보

저는 직장생활 초반 십여 년간 방송통신대학에서 두 개의 학위를 취득하며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삼십 대 중반부터 술을 접하면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나도는 생활을 했습니다. 주색잡기에 빠져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빚에 허덕였던 20여 년의 삶이 인생 후반기에 고스란히 과보로 돌아왔습니다.

사십여 년간 이어온 직장생활을 그만둘 시기가 되자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는 게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평소 아내에게 ‘퇴직하면 절로 들어가야겠다.’는 말을 밥 먹듯 해 왔기에 정말 출가까지 생각하며 고민했습니다.

아내가 화내는 이유

노후대비를 위해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아내와 하루에 두세 번씩은 사소한 문제로 얼굴을 붉히며 말다툼을 했습니다. 퇴직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 계속되는 아내와의 갈등 속에서 힘들 때, 유튜브를 통해 스님의 즉문즉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지금까지 제가 알던 것들과 차원이 다른 말씀이었습니다. 새로운 전환이었고 제 삶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행복학교 후 (왼쪽에서 두 번째)
▲ 행복학교 후 (왼쪽에서 두 번째)

그 후 바로 정토회에 대해 알아보고 2016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2018년에 경전반까지 마쳤습니다. 출가에 따른 두려움과 부족한 용기를 해결해 줄 방편으로 인생 전환기에 만난 정토회. 정토회를 만난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제가 옳다고 믿으며 살아온 지난 삶이 모두 꿈속에서 방황하는 삶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꿈에서 깨어날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정토불교대학을 마치면서 아내와 불편한 관계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가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심하게 화를 내는 이유가 과거의 제 행동을 떠올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내의 화내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수행을 하면서 이 모든 것이 제가 뿌린 씨앗의 결과임을 알아차리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얼굴이 독사 같다!”

저는 어려서부터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으로 남 앞에 나서는 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군대에 들어가서는 얼마나 나약했는지 ‘여자’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제대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질책을 들으면 눈물을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해 나가면서 저는 화 잘 내고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어느 날 제 얼굴이 '독사 같다.'는 말을 상사에게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는 스스로 온화하고 인자한 성품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상사가 그렇게 말하자 저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헌등하는 류제표 님
▲ 부처님오신날 헌등하는 류제표 님

사진을 찍으면 남들은 화사한 미소를 띠는데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잔뜩 굳은 표정에 찡그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들어와서 어느 순간부터 저의 미소가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더니 활짝 핀 꽃처럼 밝은 미소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고 활짝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보고 또 보곤 하였습니다.

힘들어도 봉사를 계속하는 이유

선배 도반의 안내로 지리산수련원에서 풀베기, 김장, 농사, 청소 등 몇 가지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수련원 잔디깎기와 풀베기는 주로 더운 여름에 하게되어 무척 힘들었습니다. 한 번은 가톨릭 신자인 막내 여동생이 도와주겠다고 하여 제초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작업이 끝난 후 동생은 '너무 힘들다. 차라리 필요한 인건비 보시하고 건강을 생각해서 봉사는 그만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봉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얻게 되는 뿌듯함과 행복감이 몇 배나 더 큽니다. 어느 해 김장봉사를 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리산수련원의 취침장소가 협소하여 밤 11시까지 절인 배추를 건져놓고 한 시간 거리인 담양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 4시에 다시 수련원으로 가서 김장을 했습니다.

지리산수련원 김장봉사 (오른쪽 첫 번째)
▲ 지리산수련원 김장봉사 (오른쪽 첫 번째)

나이가 많다는 것

나이가 많다는 것이 소임을 하면서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주간법회 참석자 대부분이 젊은 여성분들인데 나이 많은 남자여서 모둠장 소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특히 수행법회담당을 맡으면서는 법회 참석자 수가 들쑥날쑥하면 더 많이 걱정됐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담양에서 법당까지는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이고, 저는 주말에는 사업장 청소를 해야 해서 주말에 진행되는 각종 행사참석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때론 소임을 맡는 것도 망설여지곤 합니다. 하지만 작은 소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수행에 뾰족한 수는 없다

정토회에 들어와 수행을 시작한 지 4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수행맛보기에서 시작한 새벽기도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간 기도 준비를 하고 4시 30분부터 예불, 천일결사기도, 명상 등을 마치면 5시 40분쯤에 기도가 끝납니다.

여행 중 장소가 여의치 않을 경우 숙소의 복도나 화장실 바닥에서 108배를 했습니다. 여행 중에 108배를 2회 주력수행으로 대체한 것 말고는 꾸준히 108배를 하고 있으며, 2년 전쯤에는 1년간 300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어나기 싫고 하기 싫은 마음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수행은 싫어도 좋아도 꾸준히 하는 것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불교대학 홍보활동
▲ 불교대학 홍보활동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알람 소리를 들으면 바로 일어나기가 어려워 잠에서 깨어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일단 눈을 뜨면 누워서 요가를 10분 합니다. 그러면 몸은 가뿐해지고 잠은 완전히 달아나게 됩니다. 그래도 나이 탓인지 기도 중에는 졸리고 하기 싫은 마음도 가끔 올라옵니다. 그러나 ‘한 번쯤’ 하는 마음이 수행의 흐름을 깨뜨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인 여유는 없었지만,급여의 5% 이상을 정기적으로 사회복지기관 및 단체에 기부해 왔습니다. 정토회를 만난 후에는 JTS, 법보시, 좋은벗들, 에코붓다 등에 꾸준히 보시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자식들에게도 '불우이웃돕기는 내가 여유가 있을 때 하겠다고 생각하면 평생 하지 못한다.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보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부족한 가운데서 자비의 마음을 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나무처럼 곧게 흔들리지 않고

정토회를 만난 후 세속적인 즐거움과 유혹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물질적, 정신적 탐욕과 집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화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되고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가끔 화는 올라오지만 화를 내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내와 마찰은 오히려 서원을 굳건하게 해주고 수행의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내를 화현한 관세음보살님으로 받아들이고 여생을 아내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봉사를 통해 수행의 참맛을 알아가면서 찡그렸던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타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 정진하곘습니다.

꽃과 같은 미소의 주인공, 류제표 님
▲ 꽃과 같은 미소의 주인공, 류제표 님


류제표 님과 인터뷰를 마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꾸준함’이었습니다. 기도하면서도 온갖 핑계를 대며 하루에도 몇 번씩 타협하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옳은 길임을 확신하면서 흔들림 없이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는 류제표 님 같은 도반이 옆에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거른 기도부터 해야겠습니다.

글_김혜영 희망리포터 (광주정토회 광주법당)
편집_허란희(용인정토회 용인법당)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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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딱딱한 얼굴이 부드러운솜사탕같이 변한 류제표님의 얼굴에 성실함이 가득합니다 수행의 아름다운꽃인것 같아 보기좋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1-27 06:13:12

대호

거사님의 수행담을 읽고 내가 나아갈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 주시니 나의 복이며 거사님께서는 무루의 복을 지으심입니다._()_

2020-09-18 08:23:30

이의수

거사님의 수행담을 읽으면서 감동에 눈물이 납니다... 저도 아내를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늦게나마 참회 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함이 많습니다... 수행담이 제게는 좋은 길잡이가 됐습니다 건강하시고 성불하십시요^^

2020-09-17 14: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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