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버지니아법회
괴로움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는 것
딸과 남편을 위한 참회, 정미숙 님

제가 정토회에 들어 오기 전 사진으로 본 정토회원들의 모습은 참으로 해맑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무엇이 저리 즐거울까 궁금했는데 이제 정토회라는 곳에 들어와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부족하나마 마음공부를 해 나가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표정이 밝고 가벼워지는 우리 도반들 중에 버지니아법회 불교대학생 정미숙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요즘 점점 젊어지는 이유가 있는지 물으니 그렇잖아도 부쩍 주변에서 “좋은 일 있냐, 점점 예뻐진다.” 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환하게 웃는 정미숙 님에게 우리도 함께 예뻐지는 비결을 들어볼까 합니다.


괴로움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는 것

처음 정토회에 가게 된 계기는 작년 12월 셋째 주 목요일 우리 동네 열린강좌였습니다. 몇 년전 법륜스님이 미국 순회강연을 오셨을 때 가게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고 찾아가 강연을 듣기도 하고, 가끔씩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찾아 듣고 또 스님의하루를 카톡으로 받아보면서 언젠가는 꼭 정토회에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기독교가 워낙 강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교회를 안 다니면 이상하게 보고 또 한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믿음보다는 소통을 위해 다니다 보니 늘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그 안에서 상처를 입게 되어 일요일에 제 딸만 교회에 데려다주고 온 적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 사람들한테 제가 전도의 대상이 되었고 이 교회 저 교회에 끌려다녔습니다.

화내며 키운 딸, 아이의 사춘기와 함께 찾아온 고통의 시간

그러던 중 딸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저에게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민 온 지 몇 년 안 되어 이혼을 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다 보니 너무 힘들었고 내 몸이 힘들다 보니 딸아이를 사랑보다는 화와 매로 키웠습니다. 우리 가족의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고 제가 돈을 안 벌면 우리 아이를 못 키운다는 불안감에 미친 듯이 일을 했고 점점 더 짜증과 분노로 물들어가면서 내 몸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에 쫓겨서 일을 하다 보니 하루에 물 한 모금, 음식 한 입도 먹지 않고 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와 식도가 쪼그라들고 두 번씩이나 담석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잘 먹지 않으니 영양실조에 걸렸고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되니 기억 상실증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워싱턴정토회 회관에서 왼쪽에서 네 번째에 정미숙 님
▲ 부처님오신날 워싱턴정토회 회관에서 왼쪽에서 네 번째에 정미숙 님

우리 딸은 이런 고통 속에서 사는 저를 그대로 보고 자랐습니다. 딸을 잘 키워보겠다고 화를 내고 매를 들고 신경질적으로 발버둥 치면서 키웠는데 딸이 사춘기가 되면서 제가 그 업보를 고스란히 받게 되었습니다. 딸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문이며 벽을 발로 차서 부수고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보이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졌습니다. 음식을 해주면 맛이 없다, 냄새가 난다면서 저 보는 앞에서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딸의 친구가 놀러 오면 "우리 엄마는 나한테 밥도 안 해주는 나쁜 엄마"라고 말하곤 해, 저 또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화를 내고 둘이 몸싸움을 벌이곤 했습니다.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또 어떻게 나를 괴롭힐까 하는 공포심에 심장이 뛰고 위경련이 일어나고 몸이 움추려들고 이런 일이 4년 동안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얼굴은 항상 어둡고 기운이 없고 건강은 점점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늘 제 안의 분노를 없애고 싶었는데 방법은 없고 '이 지옥을 어떻게 탈피할까? 우리 딸이 빨리 커서 내 곁을 떠났으면'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이런 중에 법륜스님이 108배를 권하는 즉문즉설을 듣고 '그럼 나도 한번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상대방을 바꾸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었는데 참회의 기도를 해보라는 스님의 말씀에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에 정미숙 님
▲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에 정미숙 님

남편에 대한 미움 내려놓기 ‘이 화의 근본은 딸이 아니라, 남편을 향한 것이구나’

딸에게 참회의 108배를 하다 보니 미친 듯이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며 키웠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미안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혼한 전 남편에 대한 참회기도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절을 한배 한배 할 때마다 분노와 미움으로 엎드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절을 하면서 소리도 질러보고 분통해서 가슴도 쳐가면서 울고불고 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참회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 나만큼 그 상대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더러운 성격의 여자에게 맞추고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구석에 순간적으로 평온함이 찾아 왔습니다.

그다음부터 근본적으로 제 화가 우리 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전 남편을 향한 것임을 알고 전 남편에 대한 미움부터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아이 문제 때문에 전 남편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 듣는 것도 짜증이 났는데 그것도 없어지고, 제가 편안하게 대해주니 상대방도 저를 편안하게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딸이 저를 신경질적으로 대하고 소리를 질러도 화가 올라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상태에서 깨달음의장에 다녀오고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공부도 하면서 모든 것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저 하나 변화하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늘 있던 하늘이 더 아름답고 파랗고 꽃들이 더 싱그럽게 보입니다. 괴로움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는 것을 알아차린 이후 요즘은 화가 올라 올 때나 미움이 생길 때 내 안에서 생기는 것을 알아차려 금방 사라집니다. 이렇게 늦게나마 정토회를 알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고 이제는 저 하나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나, 나" 하지말고 이웃과 나라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도 내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사랑합니다.

글_정미숙 (버지니아법회 불교대학)
정리_윤신정 희망리포터 (북미동남부지구)
편집_이진선 희망리포터 (해외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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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Yeo

어느 종교든 도가 전해 지는 것은 나의 변화로 부터인것 같습니다. 정미숙 님의 많은 변화를 가까이서 보고 크리스찬인 제가 열린 강좌에 두번이나 참석하고 책도 읽으며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선한 영향력... ! 감사합니다

2016-06-22 09:38:18

오선옥

남편에게 참회기도하는 부분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부처님 법만나 새삶을 찾은 보살님 응원합니다! 나날이 정토세상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2016-06-21 17:47:56

조영재

감동적인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눈물 나는 수행담입니다. 보살님을 응원합니다.

2016-06-21 0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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