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5.14. 캄보디아 왕립 불교대학교 강연, 콜 사원 · 평화갤러리 방문
“여자친구에게 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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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캄보디아 왕립 프레아 시아누크 라자 불교대학(Preah Sihanouk Raja Buddhist Unniverstiy) 바탐방 캠퍼스에서 강연을 하고, 총장 소베체아 스님을 만났습니다.

새벽 6시에 시암렝 숙소를 출발해 9시에 바탐방 왕립 불교대학에 도착했습니다.

소베체아 스님이 학교 입구에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소베체아 스님은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사회 참여 불교도입니다. 전 세계 불교 인도주의 구호 단체와 협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캄보디아에 대홍수가 났을 때, 한국 JTS와 왕립 불교대학이 협력하여 홍수 피해자들에게 필수 식량 구호품과 위생 용품을 배급하기도 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응접실로 갔습니다. 소베체아 스님은 먼저 학교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왕립 불교대학은 시아누교 왕이 1914년 프놈펜에 설립했고, 출가한 학생들에게 고등 교육을 제공하는 최초의 불교 교육 기관입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불교대학입니다. 소베체아 스님이 총장을 맡고 있는 바탐방 캠퍼스는 약 2백여 명의 승려와 8백여 명의 일반 학생 등 천여 명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불교 교육뿐 아니라 철학 및 종교, 외국어 학부 등 일반 교육도 함께 하는 공립대학입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강연시간이 되어 학생들이 모여 있는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강당에는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약 350여 명의 학인스님과 학생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날짜를 잘못 잡아서 일요일에 강연을 하게 되었네요. 여러 나라를 방문하다 보니 강연 일정이 이렇게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휴일에도 이렇게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불법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생활과 밀접하지 않다면 사람들은 점점 불법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하고 생활에 적용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평화로운 마음만 가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물, 음식, 옷, 집, 전기, 기본교육’이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 사는 사람에게 모든 괴로움이 다 마음에 있으니 마음만 다스리면 된다고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 조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성별이나 종교, 민족이나 계급에 관계없이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 인류에게 새로운 위기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라는 소비주의 가치관을 따른 결과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기후 위기를 직,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물질로 잘 사는 기준으로 삼는 삶의 방식을 계속 유지하다가는 인류가 공멸할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대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네.” (웃음)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해가 1960년입니다. 그때 한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00달러 정도였습니다. 63년이 지난 지금은 3만 5천 달러 정도입니다. 경제가 350배 성장했는데, 사람들의 행복도도 350배 증가했을까요?”

“아니오.”

“그러면 350배는 고사하고 35배는 행복해졌을까요?”

“아니오.”

“그런데 여러분은 왜 한국을 닮아가려고 합니까?”

“...”

“가난할 때는 물질을 더 많이 가지기만 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물질을 많이 가져보면 물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그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비주의는 절대로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서구 문명에서 시작된 소비주의, 개발주의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따라야 할 길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 길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이 아님을 자각해야 합니다. (모두 박수)

이제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새로운 길이 아직 어떤 길이 될 것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문명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줄 알았으면, 잘못된 이 길을 계속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나셨습니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행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왕궁을 떠났습니다. 그는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주장하는 길을 다 따라 해 보았지만 그 길은 열반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스스로 6년간 깊이 탐구했습니다. 결국 그는 열반을 증득했습니다.

부처님은 밥은 길거리에서 얻어먹었습니다. 옷은 버리는 것을 주워 입었습니다.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그러나 그는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온갖 것을 다 가진 당시의 왕과 부자들은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부처님에게 와서 자신의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일러주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렇게 많이 갖지 않고 검소하게 생활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소비주의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26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인류의 위기, 삶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스님은 기조발제를 한 후 학인스님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자가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어느덧 점심 식사시간이 훌쩍 지나 세 명까지만 질문을 받고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채식 식당에서 소베체아 스님을 포함한 몇몇 스님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콜 사원(Wat Kor)에 갔습니다. 콜 사원 주지 스님은 바탐방 불교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스님은 법당을 참배하고 절 내부의 벽화를 둘러보았습니다. 벽화가 법당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커다란 미술관 같았습니다. 그러나 100여 년 전에 그려진 벽화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손상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경내를 둘러본 후 주지스님께 보시금을 전달하고 BEC 사무실 (캄보디아 교육을 위한 불교, Buddhism for education of cambodia)로 이동해서 소베체아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소베체아 스님은 캄보디아 여성 불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캄보디아 사회가 여성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캄보디아에서도 여성의 영향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여학생입니다. 또, 비구니 제도 개선과 미래 불교 사회의 여성 영향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스님도 소베체아 스님의 생각에 동의하고 격려했습니다.

“우리 정토회도 활동가의 80퍼센트가 여성이에요. 앞으로 불교 사회의 지도자도 여성이 될 수 있어요. 저도 테라밧다 전통을 따르는 승려들에게 비구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잘 안 받아들여지더군요. 아마 20년 뒤에는 이해하게 되겠죠.”(웃음)

소베체아 스님은 캄보디아 사회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스님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소베체아 스님에게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는 사업과 소수자를 위한 사업, 그리고 불교를 바르고 쉽게 전달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지 함께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스님은 현재 대학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소베체아 스님은 시골 여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가 제일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기획안을 보내주면 검토해서 지원하겠다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소베체아 스님은 마지막으로 스님께 보여 드리고 싶은 전시관이 있다며 캄보디아 역사와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관으로 안내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전시관장이 직접 스님을 맞이하며 약 1시간가량 안내 해 주었습니다. 캄보디아가 어떻게 내전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었는지를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가 참 잘되어 있네요. 다른 전시관에서는 불행했던 시절, 전쟁, 학살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곳은 평화와 희망 위주로 담은 것 같아요. 잘 봤습니다.”

“스님, 이곳에 평화 메시지를 한 장 남겨주세요.”

스님은 정성스럽게 평화 메세지를 남겼습니다.


전시관을 나와 오늘 동행하고 안내해 준 소베체아 스님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영어로 된 희망편지 책을 선물하고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불교용어보다는 그림이 많아요.”(웃음)

소베체아 스님의 비서 톨라 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스님, 제가 우연히 스님의 야단법석 영문판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 나온 한국인들의 고민이 캄보디아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스님의 희망편지 책과 영문판 책들을 캄보디아어로 번역하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일단 희망편지 책부터 시작해 봅시다.”

기념사진을 찍고 오후 5시가 지나 바탐방을 떠났습니다. 내일은 스승의 날을 맞아 온라인으로 공동체 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스리랑카로 이동합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사랑했던 여자 친구에게 차였습니다

“저는 얼마 전 동거를 하며 1년 반 정도 사귀었던 정말 사랑했던 여자 친구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차였습니다. 백수인 제가 잘될 것이라 믿고 오래 기다린 것도 있지만, 여자 친구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마음과 제 옆에 계속 두고 싶어 했던 마음이 여자 친구를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이렇게 헤어지게 되니 마음이 아프고 많이 보고 싶습니다. 다음에 연애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상대를 온전히 믿으며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실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혜안(慧眼)을 주세요.”

"질문자의 질문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소박한 바람인 것 같지만 제가 볼 때는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자 친구를 다시 만나면 실망을 주지 않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 말 자체가 엄청난 욕심입니다. 사실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을 해야 됩니다.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상대를 미워하게 되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못난이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둘 다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네 가지 경우 중 하나가 일어납니다. 내가 상대를 좋아해도 상대는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고, 나는 안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나도 안 좋아하고 상대도 안 좋아할 수도 있고, 나도 좋아하고 상대도 좋아할 수 있는 거예요. 특별히 인연이라고 정해져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런 네 가지 중에 하나의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나도 안 좋아하고 상대도 안 좋아하면 만남이 성립되지 않으니 고민거리가 안 됩니다. 나도 좋아하고 상대도 좋아한다면 내가 원하는 바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 역시 고민거리가 안 됩니다. 그런데 나는 좋은데 상대가 안 좋아하면 내가 상대를 미워하거나 상처를 갖게 됩니다. 반대로 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좋아하면 내가 귀찮아지요. 나는 조금 귀찮은 정도로 끝나지만 상대는 또 엄청난 상처가 되겠죠.

이렇게 사람을 만나면 네 가지의 만남 중에 하나가 일어나는 거예요. 나는 좋은데 상대가 안 좋아하거나 상대가 좋아하는데 내가 안 좋아하면 고뇌가 생겨서 악연이라고 하고, 나도 좋고 상대도 좋아하는 결과가 되면 전생에 복을 많이 지었다고 표현하는 것일 뿐, 그것은 사주팔자도 아니고 전생도 아닙니다.

그중에 나는 좋은데 상대가 안 좋아할 때 나한테는 큰 고뇌가 되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데 내가 안 좋아하면 상대에게는 큰 상처가 되어도 나에게는 부담이 안 되잖아요. 그것처럼 내가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안 좋아해서 헤어지게 되면, 나는 굉장히 아쉽지만 상대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잖아요. 결국 이것은 나의 문제입니다.

첫째, 이 일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고 가볍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 좋아했다가 나중에 안 좋아지게 되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가 좀 필요합니다. 연구를 해본 결과 몇 가지 원인이 발견되었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그런 것을 조금 주의를 해야 되겠죠. 그런데 그런 것을 주의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랑이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헤어질 때는 그런 문제로 헤어졌지만 다음에 만나는 여자는 요구하는 조건이 지금 만난 여자 하고는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귀었던 여자가 문제 삼던 것이 다음 여자도 동일하게 문제 삼을 수 있고, 다음 여자 입장에서는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을 가지고 문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한 번의 만남을 통해서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말한 거예요.

이 문제는 단순히 실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 안 맞을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어요. 반성했다고 다음에 반드시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늘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성공의 확률을 조금 높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수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성공의 확률을 조금 높이려면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가 나에게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을 해야 됩니다. 그것에 적절히 내가 대응을 해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그런데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내가 해 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애를 쓰게 되어 내가 지치게 됩니다. 우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모르고 만나는 것은 나의 어리석음에 해당합니다. 상대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지만 그걸 다 해 줄 수 없을 때는 상대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상대가 나쁜 게 아니라 서로의 요구가 다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다음 기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성을 통해 나를 변화시켜 보고 다음 만남에 적용해 보는 거죠. 그래서 그 만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또 안 이루어졌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패를 통해 내가 이번에는 무엇이 부족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만남이 지속되지 않은 요인도 다 다릅니다. 이를 통해 ‘사람을 여러 각도에서 봐야 하는데 미처 살펴보지 못했구나’ 하고 반성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두 번 실수를 하면 세 번째 만남에서는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성공할 확률이 조금 높아지지 무조건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실패를 하면 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조금씩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어요? 열 번쯤 사람을 만나고 헤어져 보면 어느 정도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다양한 요구와 취향, 문제점을 경험하고 파악했으니 차후에 어떤 사람을 만나도 어느 정도는 상대방의 요구에 나를 맞출 수가 있게 됩니다. 이렇게 실패를 많이 해야 내가 배우는 게 많아집니다.

만약 재수가 없어서 두세 번 밖에 안 만났는데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냥 재수 없이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행운이 아니고 재수가 없어서 두세 번 만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거예요. 왜 재수가 없다고 표현했을까요? 사람에 대해 배울 기회가 적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과 많은 문제가 생겨야 더 많은 방법을 연구해서 더 많은 배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어떤 만남이 이루어져도 괴롭지 않고, 설령 서로 안 맞아서 헤어져도 괴롭지 않게 됩니다.

즉문즉설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느냐, 안 이루어져야 하느냐,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만남이 이루어지려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만남이 이루어지든, 만남이 안 이루어지든, 내가 괴롭지 않은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즉문즉설입니다.

만나도 되고 안 만나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처음 만난 후에 그 만남이 지속될 수도 있고, 그러다 헤어질 수도 있겠지요. 계속 만나게 되면 계속 만나서 좋고, 헤어지게 되면 반성할 것이 생겨서 좋고, 그러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커져서 좋습니다. 실패를 여러 번 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는 반증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입니다. 이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코 나쁜 행동이 아니에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새로운 만남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집니다. 질문자는 상대를 만나서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물었는데, 그런 비법을 가르쳐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좋고, 안 만나게 되어도 좋고, 만나서 관계가 지속되어도 좋고, 지속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만남이 계속되면 ‘재수가 없어서 좋은 일이 생겼다’ 하고 생각하면 되고, 만남이 지속되지 않으면 왜 그런지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어떤 것도 내 인생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이런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 당장에는 미련이 남고 힘이 듭니다. 세월이 흐르면 괜찮아질까요?”

“미련이 생기면 전화를 하면 되죠. 세월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전화를 해서 ‘내가 이런저런 것이 부족했는데 우리 다시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면 됩니다. 그런데도 상대방이 질문자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만남을 그만둘 수밖에 없어요. 내가 아무리 좋아도 상대가 싫다는 것을 어떡하겠어요?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 치근거리면 행동은 상대방에 대한 내 사랑이 깊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에요. 옛날에는 이런 행위를 ‘사랑이 지극하다’ 하고 표현했는데, 요즘은 이를 성추행이라고 말합니다. 상대의 의사에 반(反)해서 너무 지나치게 행동하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하면서 긍정적으로 표현했는데, 요즘은 상대를 괴롭힌 행위가 되어서 범죄 취급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가치관이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연애를 하려면 좀 스마트해져야 합니다. 끈적끈적 달라붙으려고 하면 안 돼요. 아무리 상대방을 좋아해도 상대가 싫다고 하면 ‘그래, 알았다’ 하고 탁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으면 전화해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해 보면 됩니다. 상대방이 받아 줘서 다시 만나게 되면 다시 만나는 것이고, 그러다가 또 내가 약속을 못 지켜서 상대방이 싫다고 하고 다시 헤어지게 되면 다시 헤어지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반성을 했다고 말해도 상대가 이를 안 믿어준다면 다른 방법이 없어요. 물론 세월이 흐르면 내 감정은 점점 나아집니다. 하지만 수행은 지금 당장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2년 걸릴 일을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하는 방법이 수행이에요. 제가 말하는 관점을 가지면 상대방에 대한 미련이 좀 빨리 사라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옛날부터 이별의 상처는 옆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줘도 떨쳐 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세월이 약이다’ 하고 말하는 거예요. 지금은 헤어졌다고 울고불고 난리지만, 세월이 흐르면 이 괴로움은 뇌의 작용에 의해서 잊혀지게 됩니다. 애별리고(愛別離苦)는 시간이 흘러야 낫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3년이나 끌면 그만큼 자기 인생이 괴로워집니다. 수행이란 포기할 것은 포기할 줄 알고, 미련이 남으면 시도를 더 해 볼 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안 되면 빨리 결단을 내릴 줄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인생을 훨씬 더 가볍게 살 수가 있습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많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누구를 만나든지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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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애별리고(愛別離苦)는 시간이 흘러야 낫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3년이나 끌면 그만큼 자기 인생이 괴로워집니다. 수행이란 포기할 것은 포기할 줄 알고, 미련이 남으면 시도를 더 해 볼 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안 되면 빨리 결단을 내릴 줄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인생을 훨씬 더 가볍게 살 수가 있습니다."

2023-08-17 18:14:12

Chun Choe

서로의 해결 방법중 대화로 나누는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2023-05-24 03:12:06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5-23 09: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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