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5.13. 라오스 ▶ 캄보디아
“저도 장가를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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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라오스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했습니다. 원래 이동 경비를 아끼기 위해 캄보디아까지 육로로 이동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육로로 가면 21시간이 걸리는 데다 저가 항공료와 비용 차이도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방콕을 경유하는 저가 항공을 타고 캄보디아로 가기로 했습니다.

새벽 6시에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시내에서 맨발에 발우를 들고 탁발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제 메콩강을 산책할 때도 탁발하는 스님들이 보였는데, 이 시간에 스님들이 탁발을 다니나 봐요. 어제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에는 그쳐서 다행이네요.”


비행기를 타고 8시에 라오스를 출발해 9시에 방콕에 도착했습니다. 방콕 공항에서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에 스님은 일행을 전부 불러 모았습니다.

“오늘은 원래 하루 종일 육로로 이동할 계획이라 특별한 일정이 없어요. 비행기로 이동해서 여유가 생겼네요. 캄보디아에 도착하면 2시쯤 될 거예요. 여러분은 공항 근처에 있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고 오세요. 저는 옛날에 한 번 봤어요. 한 번은 가보는 게 좋으니 안 본 사람은 보고 오세요.”

스님은 구글 지도를 펼쳐서 앙코르 와트 사원을 둘러보는 코스를 한참 설명했습니다. 일행은 설명을 듣고 나서 사원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과 입장료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스님, 감사해요. 그런데 저희가 사원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최대 2시간인데, 입장료가 5만 원입니다. 스님께서는 비용을 아끼시려고 저가항공을 타고 다니시는데, 비싼 입장료를 내고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보지 않아도 됩니다.”

1시가 되어 다시 비행기를 타고 2시쯤 캄보디아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과일, 채소, 밥이 될 만한 음식을 샀습니다.

숙소에서 점심 겸 저녁식사를 하면서 내일 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휴식했습니다.

내일은 캄보디아 제2의 도시 바탐방으로 이동하여 왕립 불교대학교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불교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총장 비 소베치아 스님(Ven. Vy Sovechia)과 만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엊그제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데, 저는 장가를 갈 수 있을까요?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설령 제가 좋다는 신부가 나타나서 장가를 간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와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어머니께서는 본인이 시집살이를 시키는 줄도 모르고 시집살이를 시키는 분이라서 다른 형수님들은 발길을 끊은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어머니를 모시면서 결혼 생활을 잘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장가를 가고 싶은데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웃음) 남자 하나도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요즘 어떤 여성이 시어머니까지 감당을 하려고 하겠어요. 게다가 시어머니가 병까지 들었으니 병간호 하려고 결혼하는 여자가 있을까요? 그러니 결혼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모시든지, 아니면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고 결혼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느 쪽으로 선택하든 괜찮습니다.

그런데 둘 다 가지려고 하는 건 욕심이에요. 어느 여자를 고생시키려고 그런 못된 마음을 갖습니까? 또, 외국인 여자랑 결혼을 하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사람을 데려와서 돈 조금 주고 고생을 시키려고 하면 안 됩니다. 심보를 그렇게 쓰면 안 돼요. 그러니 그렇게 하려는 생각은 딱 포기를 하고, 부모님을 모시면서 결혼을 포기하고 살든지, 결혼을 하고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든지 해야 해요.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연애는 할 수 있잖아요. 연애는 상대방이 집에 와서 부모님을 모시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외국인과 결혼을 해서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하면, 그럴 때는 아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예 어머니 병간호를 들고 요양하는 사람을 데리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한 달에 200만 원씩 준다고 각오를 해야 돼요. 상대방한테도 탁 터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어머니를 모셔야 하니 어머니 모시는 동안에는 매달 200만 원씩 줄 테니까 같이 살자. 대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그때는 그렇게 많이는 못 준다’

계산을 하려면 이렇게 정확히 해야지, 그냥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려서 사람을 데려다가 어머니 병간호를 시키는 건 안 됩니다. 옛날에는 그 길 밖에 없는 줄 알고 그렇게 살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살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을 해도 그렇게 얼버무리고 살면 1년 내지 2년 살다가 대부분 도망가 버립니다. 시민권만 받으면 바로 도망가 버려요. 유튜브로 온갖 정보를 다 접할 수 있고, 여성들도 다 교육받고 사는 세상에 누가 그렇게 살려고 하겠어요? 그러니 요양비를 정확하게 계산해 주든지, 아니면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든지, 아니면 질문자가 어머니를 모시면서 결혼을 안 하든지, 이렇게 결정을 해야 합니다.

요양원에 보내기로 했다면 ‘어떻게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돌볼 사람이 없는데 요양원에라도 보내야지 어떡합니까. 질문자도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결혼을 하더라도 어머니 일로 가슴 아파하면 안 돼요.

그렇게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결혼을 하든지, ‘부모님을 어떻게 요양원에 보낼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면 그냥 결혼 생각은 하지 말고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자기가 모신다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다른 대안을 찾는다면 요양사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겠죠.

만약 결혼을 해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하면 그에 합당한 경비에 대해 상대방과 사전에 미리 의논해야 합니다. 결혼하기 전에 ‘나한테 이런 사정이 있다’ 하고 이야기를 하고, 이걸 감안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합의한 후에 결혼을 해야 합니다. 미리 합의를 해도 나중에 힘들어서 도망을 가는데,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결혼을 하면 결국 속아서 결혼한 것밖에 안 됩니다. 요즘 속고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결정을 한다는 관점을 가지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문제가 되는 건 질문자가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밖에 없어요. 결혼을 해서 사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니고,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 여유가 있어서 부모를 돌보는 건 좋은 일입니다. 형제들도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옛날 사람들의 관점을 기준으로 하면 나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러니 질문자가 어머니를 모신다고 해서 형제를 욕하거나 형수들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올바르지 않아요.”

“제가 형제들을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어머니를 모실 수 있으면 질문자가 모시고, 돌보지 못하면 요양원에 계시도록 하는 수밖에 없어요. 형제간에는 의논을 해서 일정한 경비를 나눠서 지불하도록 하고, 만약 부모님의 재산이 있으면 부모님의 재산으로 요양원에 가시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면 좋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그냥 결혼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젊은 사람이 결혼을 해서 살아야지, 왜 그래요?”

“어머니께서 요양원에는 안 간다고 하셔서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할 수가 있지만, 자기는 자기 인생을 살아야죠. 어머니의 진정한 뜻이 어머니를 돌보는 노예 같은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갈까요? 아들이 결혼해서 잘 사는 걸 바라는 걸까요?”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도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하셨어요.”

“그렇다면 지금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병간호를 해줄 사람이 하나 필요한 수준인 거예요. 아들이 장가도 안 가고 어머니를 모시는 걸 더 좋아하고, 그런 아들을 효자라고 생각하는 건 바람직한 관점은 아닙니다.

질문자가 결혼하는 것보다 어머니를 모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면 괜찮지만, 어머니가 원하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면 결국 나중에는 어머니를 원망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가 어머니 때문에 장가를 못 갔다’ 이렇게 원망하게 돼요. 그러니 선택을 할 때는 어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내가 원하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게 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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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그러니 선택을 할 때는 어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내가 원하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어야 해요."

2023-08-17 17:44:08

보문성

상대가 원하고 나도 기꺼이 원하는 대로 일이 되어지면 좋겠네요.
관점 잘 잡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05-27 07:38:01

Chun Choe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간 잊고 살은 것 같은데 꺠우쳐 주셔 감사합니다.

2023-05-24 02: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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