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7.13 사회활동기구 및 평화재단 활동가 화상회의
“정자은행에서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갖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 뜨거운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예초기를 둘러매고 논둑으로 올라갔습니다.


논둑으로 올라가 보니 논둑에 풀이 싹 베어져 있었습니다. 어제 행자들이 예초를 한 모양이었습니다.

예초기를 내려놓고 논을 둘러보는데 윗 논에 물이 넘쳐 논둑이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아랫 논은 물이 부족한데 윗 논은 넘쳐흐르네요.”


삽을 들고 반대편 논둑으로 갔습니다.

아랫 논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아 두었는데 살짝 터주었습니다. 물이 내려가면서 둑이 다 무너져 내릴까 봐 살짝 흙을 퍼낸 둑 위에 주변에 있던 비닐을 깔고 고정시켜주었습니다.


둑에 고여 있던 물이 곧 졸졸졸 흘러내렸습니다.

이번엔 아랫 논으로 가서 논둑 한쪽을 흙으로 메웠습니다. 물이 고여 논으로 넘어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윗 논으로 올라가 물길을 터준 반대쪽을 살펴보았습니다.


“물이 아직도 많네요. 둑을 더 터야겠어요.”

둑을 더 단단히 쌓아두고 다시 반대편으로 갔습니다. 비닐을 걷어내고 더 깊이 둑을 파서 물이 더 많이 내려가도록 했습니다.



아랫 논 옆으로 물이 점점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고이는 물을 바라보며 스님은 연구를 했습니다.

“논으로 물을 바로 넣어야겠어요.”

농사 창고에서 플라스틱 관을 짤막하게 잘라 호스 한쪽에 끼우고 고정시켰습니다. 호스 끝은 관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이렇게 말아 넣으면 쉽게 안 빠질 거예요.”


특별 제작한 호스를 들고 윗 논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호스를 윗 논에서 아랫 논으로 물이 흐르는 곳에 고정시켰습니다. 반대편 호스 끝은 논 위로 갔다 두었습니다. 곧 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호스가 아래로 떨어졌다가 논둑 위로 오르게 되어 있어 수압이 약했습니다.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큰 나무를 주어와 호스 아래에 받쳐주었습니다. 울타리를 휘감고 있던 덩굴을 뜯어와 나무와 호스를 묶어주었습니다. 늘 없애야 할 대상이었던 덩굴이 오늘은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물이 논 안으로 콸콸 쏟아졌습니다. 물이 너무 많이 내려와 호스 안보다 밖으로 넘치는 물이 더 많았습니다. 풀을 한 움큼 뜯어 물이 내려가는 길목을 막아 물이 덜 내려가도록 했습니다.

온갖 자연물을 이용해 논에 물을 대는 스님을 보고 함께 일을 하던 행자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께서 왜 산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고 하신지 알겠네요.”

“산에 들어가서 살면 좋죠. 법문도 안 하고 책도 안 읽고 농사일만 하면 되잖아요. (웃음) 즉문즉설에서 질문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생살이가 힘든 것 같지만 별 일 아니에요.”

논에 물 대는 일을 마치고 이번에는 긴 장화로 갈아 신고 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윗 논에서는 행자들이 이틀 전 거사님들이 피를 뽑다 만 곳부터 차례차례 피를 뽑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가장자리로 갔습니다. 보통 모와 모 사이에 피가 자라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자리는 이앙기로 모를 심을 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심었기 때문에 모가 겹쳐서 심어진 부분이 있습니다. 행자들이 모와 피를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님은 가장자리부터 피를 뽑은 것입니다.


“아니 피가 고추밭고랑에 잡초처럼 많이 나 있네요. 우렁이는 다 뭐 하는 거예요?” (웃음)

“그래도 우렁이가 먹어서 이만큼이라고 합니다.”


뽑은 피는 말아서 논바닥에 밟아 넣거나 논둑 밖으로 던졌습니다. 스님은 피가 한 움큼씩 모이면 휙휙 던졌습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햇살에 작업복은 온통 땀으로 젖었습니다. 울력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 논에서 나와 논둑을 한 번 더 점검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밭에서 수확해 온 고추와 오이를 된장에 찍어서 먹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스님이 이번 주 농사일에 대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23일부터 안거에 들어가야 하니까 농사일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주에 미리 채비를 해놓으면 좋겠어요.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논매기입니다. 그다음에 논둑에 자란 풀을 다 베어야 해요. 그다음에 가매들에 있는 밭에 단호박을 수확해야 합니다. 그리고 산 윗 밭에 고랑마다 풀이 너무 많이 자라 있어서 다 뽑아야 해요. 이번 주말에 다 끝내지 못하면 다음 주 주말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법사님들도 전부 두북 수련원에 와서 울력을 먼저 하고 정토 대전 회의를 하자고 했어요. 일정표를 짜서 그에 맞게 일감 배분을 전체적으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거를 앞두고 미리 채비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 전체 대중은 포살을 했습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정토행자 40 계본을 기준으로 각자 자신이 지키지 못한 계율에 대해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이 포살을 하는 동안 스님은 10시부터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원래는 서울로 올라가서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기로 한 회의 일정이었는데,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들과 사회활동기구 책임자들 21명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먼저 통일특별위원회에서 상반기에 진행한 지역 실천 사례를 토대로 정토회에 맞는 지역 실천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찾는 활동을 해보았는데요. 지역마다 20가구씩 발굴을 했습니다. 소수의 통일의병들로는 20가구를 다 지원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도 많은 회원들이 이 활동에 같이 참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후된 가정을 찾아가 도배를 해주는 일도 했습니다. 도배가 전문 영역이어서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우리들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동네에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쓰레기 줍기 활동도 했습니다. 쓰레기 줍기는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데다가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아주 좋아서 상당히 지역과 밀착해서 할 수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아이스팩을 수거할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서 엘리베이터나 동네 곳곳에 배치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아이스팩을 재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저희가 처음 제안했지만 지금은 많은 지자체에서도 실행에 옮기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아이스팩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잘 연결시켜 주기만 하면 굉장히 반응이 좋은 활동이었습니다.”

발표를 다 듣고 나서 스님도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지역 실천 활동을 다양하게 펼쳐보려면 전법 활동가들이 중복 소임을 가능한 갖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행복시민 모임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가서 실천을 좀 할 수 있을 겁니다. 불교대학 진행자라면 학생들을 데리고 이런 지역 실천에 참여도 할 수 있으려면 중복 소임이 가능한 없어야 해요. 불교대학 진행자를 맡은 사람은 그 일만 맡고, 경전 대학 진행자를 맡은 사람은 그 일만 맡고, 이렇게 해야 지역 실천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게다가 진행자들은 으뜸 절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실천 활동도 해야 하잖아요. 하루 종일 온라인 교육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실천 활동을 하기 어렵죠.

물론 주간반 활동가들은 겸임을 좀 해도 되긴 합니다만, 하반기부터는 전법 활동가들이 가능한 겸임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통일특별위원회와 사회활동 기구 책임자들 간의 합동회의가 지난 4월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지역 실천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이 많이 잡혔습니다. 오늘을 끝으로 정기적인 합동회의는 종료하고,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활동가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평화재단에서는 올해 11월 정기 심포지엄과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국가 발전 전략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보는 연구 활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목표를 갖고 각자 어떻게 역할분담을 하면 좋을지 기획위원장의 발표를 듣고 나서 각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토론을 했습니다.

“아직 최종 결론을 내기가 어렵네요. 다음 주에 다시 시간을 잡아서 논의합시다.”

국가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보니 일의 범위와 목표를 어떻게 잡을지 합치된 의견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간 더 검토를 한 후 다시 논의를 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위원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늘 오프라인에서만 만나던 기획위원들도 처음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 만났습니다. 두 시간 동안 논의를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화상으로 연달아 회의를 하다 보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본 후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 만일준비위원회 및 선거관리위원회와 화상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수행 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5일 금요 즉문즉설 강연 때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정자은행에서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낳고 싶어요

“저는 20대 이후부터 엄마가 결혼과 아이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다른 주제로 대화를 해도 결론은 항상 나이 들어 애를 낳으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가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갖고 싶어 졌습니다. 그러자 엄마의 입에서 ‘요즘에는 애 없이도 잘 살더라’ 하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쏙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제가 하는 일을 항상 부정적으로 보셔서 함께 무언가를 상의하는 게 힘듭니다. 집에 있는 책상이나 침대 하나도 엄마의 마음에 드는 자리에 놓아야 직성이 풀리십니다.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아 저에게는 부모님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습니다.

주변에 싱글 맘들도 많이 보고,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는 사람들도 많이 보고, 그리고 대리모까지 고용해서 아이를 낳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기를 낳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그래도 되냐고 물으셨는데 당연히 됩니다. 본인이 하겠다는데 안될 이유가 없죠.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는 것도 아니고,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는 것도 아니고,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기 치는 것도 아니고, 술 먹고 행패 피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내 돈 주고 정자은행에서 정자 사서 인공 수정해서 아기 낳겠다는데,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고 싶으면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걱정이 많이 됩니다.”

“왜 걱정이 됩니까?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하는 건데요.”

“부모님이 도와주시면 좋을 텐데 반대를 하십니다. 오빠도 안 좋게 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애를 낳겠다는데 왜 그걸 부모님하고 상의하고, 오빠하고 상의를 해요?”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왜 도움을 받습니까?”

“심적으로 많이 불안하잖아요.”

“자기 인생도 제대로 못 사는 사람이 심적으로 불안해하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겠다는 건 무책임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엄마는 하늘이고 신입니다. 심적으로 불안해서 엄마나 오빠한테 의지해야 하는 수준이면, 아이가 생기더라도 아이를 낳으면 안 됩니다. 아이를 가질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어요.”

“그런가요?”

“일반적인 통념은 결혼해서 아기를 갖는 건데, 질문자는 결혼도 안 하고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구입해서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일반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혼자서 아기 키우는 것이 걱정돼서 엄마와 오빠한테 의지하려고 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 정도로 남에게 의지하는 수준이면 아기 낳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그런 방식으로 아기를 낳으려면, 일체 누가 반대하든지 찬성하든지 구애받지 말고 ‘내 인생은 내가 산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어느 게 옳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질문자는 지금 모순된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100퍼센트를 의지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심적으로 약간만 의지하고 싶습니다.”

“결혼도 안 하고 인공 수정해서 애를 낳겠다는 딸을 좋아할 엄마가 어디 있겠어요? 내가 이 길을 선택할 때는 ‘이제 엄마하고는 끝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해야 됩니다. 동생이 그렇게 하겠다는 데 그걸 지지할 오빠가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 제 주변 친구들이나 이웃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그들은 제 생각에 지지를 많이 해줍니다.”

“그러면 지지를 많이 해주는 그 사람들한테 의지하면 되잖아요. 반대하는 엄마와 오빠한테 왜 의지하려고 합니까. 그게 욕심이라는 거예요.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해놓고 지지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어린애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 나이가 몇 살이에요?”

“45살입니다.”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은 45살이어도 늦게나마 애를 낳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첫 아이를 45살에 낳는 것은 아이한테도 안 좋고, 본인 건강에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45살 정도 되면 손자를 볼 때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나이와 다르게 마치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으면 엄마와 아빠가 싸우든 사이가 좋든 그건 그들의 문제이지 나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결혼도 안 하고 아기를 낳겠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난 엄청난 결정을 하면서 엄마가 지지해 주기를 원하는 것도 모순된 생각이에요. 엄마는 평소에 사소한 일도 지지해 주지 않고 반대하는 분이라고 자기가 말해놓고, 그런 엉뚱한 짓을 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지지를 해줍니까. 나이가 45살이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그걸 오빠한테 물으면 오빠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동네 사람들은 질문자에게 크게 관심이 없으니깐 ‘그래, 그거 좋은 얘기야, 그렇게 해도 돼’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스님도 질문자와 아무 관계가 없으니깐 ‘괜찮아, 네가 하고 싶으면 해도 돼’ 하고 처음부터 얘기했잖아요. 심적으로 의지를 하려면 그런 사람들한테 하라는 겁니다. 내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한테 지지해달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예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무엇을 알겠다는 거예요? 스님 하고는 얘기가 안 된다는 뜻이에요?” (웃음)

“아이를 낳고 싶으면 의존적인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일단 아이를 낳고 싶으면 먼저 건강검진부터 해봐야 합니다. 건강검진을 해서 지금 나이에 첫 출산을 해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해요. 일반적으로 45살에 첫 출산은 힘들다고 보지만, 일단 검진을 해보고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해보라는 겁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로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장애가 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점검해보지 않고 마냥 꿈만 꾸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건강검진을 먼저 선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출산이 가능한 지 검사를 하는 데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검사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출산이 성공할 가능성이 점점 없어집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돈 주고 사 와서 아기를 낳는 것보다는 입양하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질문자는 지금 엄마가 될 자세가 전혀 안 되어있단 말이에요. 아직도 어린애같이 엄마한테 의지하고, 엄마의 눈치를 보고 사는 수준이잖아요. 방안에 책상 하나 두는 것도 자기 마음대로 결정 못하고 엄마 시키는 대로 하는 수준인데 무슨 아기를 낳습니까. 그냥 평소처럼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징징대고 짜증 내어 가면서 그렇게 사셔도 됩니다.”

“책상을 내가 원하는 자리에 놓으면 다음날 엄마가 와서 다시 바꿔놓습니다.”

“그러면 내가 또 내 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되잖아요. 그걸 또 엄마한테 항의할 게 뭐 있어요? 화낼 필요도 없어요. ‘엄마가 보기에는 이 자리가 나아 보이나 보다’ 하고 내가 원하는 자리에 다시 바꿔놓으면 됩니다. 엄마가 또 갔다 놓으면, 다시 또 갔다 놓고. 이렇게 하면 돼요.

한마디로 자기 소신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 정도 소신도 없이 어떻게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습니까. 엄마의 마음이 늘 그렇게 바람 앞에 등불처럼 흔들리면 아이에게도 심리 불안 현상이 일어납니다.”

“네.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주변에 그렇게 낳은 분들을 많이 봐서 저도 그렇게 낳고 싶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질문자처럼 엄마한테 의지하고 사는지 한 번 조사해보세요. 책상 하나도 자기 마음대로 못 놓는 사람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남에게 의지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나도 저러면 되겠다’ 하고 생각했다면 질문자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예요.

그런 상태로는 아기를 낳기도 어렵고, 낳다가 아이가 죽을 수도 있고, 낳아도 아이에게 장애가 생길 수 있고, 혼자 키우기 어려워지면 아기 엄마가 되어서도 징징대고 살게 됩니다. 그 사람들이 후회 안 하고 사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인생관이 뚜렷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미혼모라고 욕하든 말든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기 소신껏 살기 때문에 세상의 관습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질문자는 그런 수준이 아직 안 됩니다. 겉만 보고 좋아 보여서 마음을 내는 것인데, 그렇게 선택하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요. 질문자는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그런 길을 갈 만큼 자기 내면의 포부가 아직 없습니다.”

“미국에서 그런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 많으니깐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나 보다’ 하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질문자는 아직도 엄마한테 의지해서 살면서, 어떻게 혼자서 애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기를 안은 채 또 엄마한테 징징 대면서 살려고 해요? 제가 볼 때 질문자는 그런 결정을 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부터는 엄마가 뭐라고 하든 이렇게 대답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알았어요. 엄마, 내 인생은 내가 살 거니깐 걱정 마세요.’

엄마가 결혼을 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저도 결혼을 하겠는데, 엄마와 아빠가 사는 모습을 보니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어요. 엄마가 저한테 권유하려면 엄마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세요.’

부모님을 비난하라는 게 아니라 자기중심을 갖고 당당하게 말을 하라는 겁니다.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라면 부모님이 싸우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자기들 부부끼리 싸우는 것은 본인들이 알아서 하라고 두면 됩니다. 아직도 질문자는 20살이 넘지 못한 미성년자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가 아기를 낳으면 안 되죠.”

“네. 알겠습니다. 조금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정신을 좀 차려야 됩니다. 질문자는 현재 더 큰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는 거예요. 먼저 질문자부터 중심을 잡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 낳는 것은 나중에 생각해도 됩니다. 나중에 아이를 못 낳게 되면 입양하면 됩니다. 그런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네.”

“이미 결혼한 질문자의 친구들보다 훨씬 앞서가는 방법도 있어요. 아이가 둘 있는 남자랑 결혼하는 겁니다. 아이가 둘 있는 남자랑 결혼하면 아기를 안 낳아도 금방 아이 둘이 생기잖아요. 그 좋은 길을 왜 안 갑니까. 5살, 7살 아이가 좋다면 그런 아이를 둔 남자랑 결혼하면 되고, 20살이 넘어서 더 이상 키울 필요가 없는 아이가 좋다면 그런 아이를 둔 남자랑 결혼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미 20살 넘은 아이가 생기게 되니까 질문자의 친구들보다 훨씬 앞서 가게 되는 거예요. (웃음)

아이를 꼭 내가 낳아야 되나요? 생각의 폭을 넓히면 여러 가지 선택지가 생깁니다. 질문자는 우선 어른이 먼저 되어야 해요. 아직도 어린애 같은 생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늘 질문을 잘했어요. 이렇게 스님한테 야단을 좀 맞았기 때문에 큰 공덕이 생길 거예요.” (웃음)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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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스님 말씀은 늘 인생살이에
도움이 되는 깨달음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남의 쓸데없는 상처주는 말들에 신경쓰지 말고
소신있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1-08-18 06:32:15

혜화

아이있는 좋은배필을 만나세요. 아동후원하기로 결연맺든지요. 사랑을주는길은 많아요

2021-08-15 16:15:01

김종근

👍

2021-07-21 03: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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