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19 (저녁) 온라인 일요 명상
“명상이 화를 다스리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두북 수련원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즉문즉설 생방송을 마친 후 곧바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차로 2시간을 달려 문경에 도착한 스님은 내일부터 시작하는 온라인 명상수련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원고 교정 업무를 보며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이 되자 스님은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앞으로 어떤 추세로 흘러갈 지에 대해 말하면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는 한국의 중부 지역인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정토회에서 각종 수련, 특히 명상 수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정되기는커녕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에 시작될 때는 이렇게까지 오래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내년까지도 계속 확산이 될 것 같은 상황입니다. 이 상황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들의 일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서 살아야 합니다. 당분간 조금 불편할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괴로워해서는 안 됩니다.”

간단히 인사말을 한 후 곧바로 지난주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어로 두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명상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물었습니다.

명상이 화를 다스리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큰 문제들, 즉 화, 불안, 절망감, 외로움, 고독을 해결하는데 명상이 어떻게 도움이 됩니까?”

“명상을 통해서도 도움이 되지만, 화가 일어나는 이치를 깨우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람의 생각은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 이런 생각을 일으킬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옳고 그르다는 시비를 일으키면 마음에 스트레스가 생겨나게 됩니다.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렇게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저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면 짜증이나 화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치를 올바르게 이해함으로 해서 고뇌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자극이 오면 나도 모르게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 하는 것이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그 결과 화와 짜증이 일어납니다. 이때 그 징조를 빨리 알아차려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명상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우리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을 겸해야 합니다. 첫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지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도 모르게 과거의 습관에 의해 반응함으로써 알아차림을 놓치게 됩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형성된 습관에 의해서 자동으로 옳고 그름에 휩쓸리면서 감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감정이 아주 미세하게 일어날 때 그 징조를 알아차려서 거기로부터 편안해지는 것이 명상입니다.

그러나 알아차림을 놓쳤을 때는 감정이 격하게 일어납니다. 이때 화를 내면 나에게 많은 손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화가 일어나지만 그것을 참고 바깥으로 표현하지 말아야 합니다. 화가 일어나든, 욕망이 일어나든, 그로 인해 손실이 생기지 않도록 행동을 막아내는 것이 ‘계율’입니다. 그래서 계율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보루입니다.

그리고 계율의 둑이 무너졌을 때는 무너진 줄 알고 재빨리 반성을 하고, 다시 그 둑을 지켜야 합니다. 격한 감정은 상대가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까르마가 외부 경계에 부딪힐 때 반응해서 감정이 일어나고 점점 커진 겁니다.

그래서 마음을 고요하게 한가운데 뚜렷이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미세한 감정들이 일어나는 것을 초기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 그 감정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물이나 마음이 작용하는 원리를 잘 알아서 거기에 깨어 있으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예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행을 한다는 것은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고, 지혜를 증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빨리어로는 ‘실라’, ‘삼마디’, ‘빤야’ 이렇게 부릅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자면,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명상을 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을 참아서 표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거나, 감정이 일어나더라도 바로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명상입니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쌓였던 많은 스트레스가 이 명상을 통해 물이 증발하듯이 조금씩 소멸됩니다.”

답변을 마치고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명상을 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똑바로 펴고, 고개도 똑바로 듭니다.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두 손은 앞으로 모읍니다. 몸과 마음이 긴장이 되어 있으면 긴장을 풉니다. 한가한 상태에서 마음을 호흡에 집중합니다. 의도적으로 호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호흡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립니다.

가장 큰 방해꾼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이런저런 생각이나 미래의 이런저런 구상들입니다. 즉, 생각이 마음을 집중하는 데에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합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생각에 꼬리를 물고 따라가면 안 됩니다. 생각을 따라가는 이유는 그 생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생각이 떠올라도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이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잘하려고 노력도 하지 말고, 안 된다고 포기하지도 말고, 그냥 편안한 가운데 호흡을 주시합니다.”

죽비 소리가 울리고 30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산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다시 죽비 소리가 들렸습니다.

탁, 탁, 탁!

화면에 나타난 스님이 웃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해본 후 어땠습니까? 이제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했기 때문에 익숙해졌는지 모르겠어요. 제일 중요한 것이 편안한 가운데 하는 겁니다. 자꾸 잘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명상도 ‘잘해야 한다’ 하는 욕구로 접근하기 때문에 더욱더 안 되는 겁니다. 잘 안 된다고 더 스트레스를 받으니까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고 있으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도 관계없고, 낮인지 밤인지도 관계없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떠나버리게 되는 겁니다. 괴로움이란 과거의 영상을 보는 것과 같아요. 자꾸 떠오르는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냥 편안한 가운데 호흡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스님이 말하는 동안 수백 개의 소감이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힘들고 땀이 났습니다.”
“화가 나는 일이 생각나서 눈물이 납니다.”
...

생각을 하느라 호흡을 놓쳤다는 소감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조언을 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명상을 할 때 가장 큰 장애

“명상을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결국 생각입니다. 과거의 지나간 일이든, 미래의 상상이든, 생각이 늘 장애가 됩니다.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지금에 깨어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금 여기에 깨어있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저는 내일부터 5일 간 명상 수련에 들어갑니다.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명상을 계속하게 됩니다. 명상수련을 마친 후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방송을 종료하고 나니 밤 9시 40분이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이곳에서 5일 동안 천여 명의 대중이 생방송에 접속하여 온라인 명상수련을 함께 하게 됩니다. 스님은 온라인 명상 수련의 준비 상황이 어떠한지 체크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 온라인 일요 명상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유튜브에서 보기

▲ 영상 보기

전체댓글 53

0/200

김현숙여래심

경계에 끄달려 일어나는 온갖 번뇌들로부터 나를 안온하게 하기 위해 내려놓고 비우는 명상 꾸준히 하겠습니다

2020-08-17 21:11:22

허옥희

호흡이 깊어지고 고요해지는 시간을 스스로 방해할 때마저도 알아차리도록 집중하겠습니다

2020-08-08 06:59:09

무승화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 그 감정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명상이라는 말씀대로 하고 또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는 거 같아 스님의 가르치심 감사드립니다.

2020-08-01 22: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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