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15 공동체 행자들과의 대화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사회, 어떻게 봐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제1차 전국 법사단 연수를 마친 후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공동체 행자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농사 울력을 한 행자들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수고들 하셨어요. 울타리 옆에 덩굴은 다 치웠어요?”

“네! 깨끗이 다 치웠습니다. 영상으로도 찍었는데 한 번 보여드릴게요.”

“그 많은 사람이 붙어서 그거 좀 했다고 자랑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행자들은 웃으며 스님의 말을 수고했다는 인사로 받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두북 공동체에서 농사, 유통, 시설을 맡은 담당자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먼저 두북 공동체 식구들에게 격려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각자 자기가 맡은 사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담당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설렘이 전해졌습니다. 이어서 자유롭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농사에 대해서도 좋고, 10차 천일결사 입재식을 하고 나서 의문이 있는 것도 좋고, 자기 부서의 사업방향에 대해서도 좋고,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좋습니다. 의문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야기해보세요.”

주로 사업과 공동체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중 공동체로 출가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공동체에 들어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요즘 백일출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백일출가를 마쳤다고 해도 공동체에 남아서 계속 활동하는 사람의 비율이 아주 낮아요. 그래서 공동체 대중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습니다. 공동체는 원래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요즘 사회적인 추세가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백일출가의 모집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공동체 대중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이 질문은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목표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해탈과 열반의 길로 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

요즘 사회의 보편적 추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도 같이 살지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부모와도 같이 살기 어려워하고, 결혼해서도 같이 살기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대가족 시대에서 소가족 시대, 핵가족 시대를 거쳐 이제 혼밥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혼자서 사는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점점 약해져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동체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어떻게 하면 공동체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굳이 공동체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사람이 적은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해탈과 열반의 길로 가겠다는 사람들은 공동체에 들어와서 살면 되지만, 이 길을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살아가도록 그냥 두면 됩니다. 이 길을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까지 굳이 모아서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는 없어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든 적게 들어오든 관계없이 우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면 됩니다.

개인화되는 추세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금 추세로는 앞으로 공동체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점점 더 적어질 거예요. 그러나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다시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개인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지치게 되면, 도리어 공동체에 대한 요구가 다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결혼 문제도 결혼을 하지 않는 추세로 가다가 그로 인한 부작용이 생겨나면 다시 결혼을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로 가다가 그로 인한 부작용이 생겨나면 결혼을 일찍 하는 방향으로 유행이 바뀌게 돼요. 가족과 함께 사는 이유는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나가는 이유도 조직 속에서 일을 하면 효율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속박입니다. 가족이든 회사든 같이 생활하면 서로를 속박하게 됩니다. 그래서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집니다. 그 욕구를 따라서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소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 가족으로 점점 해체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낍니다. 혼자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돼요.

이런 사회적 현상은 진화와 유사합니다. 같이 사는 속박이 커지면 점점 해체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다가, 그 반작용으로 외로움이 점점 커지면 거꾸로 두 명, 세 명 점차 결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역사 속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늘 반복되어 왔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변화

그리고 과거에는 혼자 살면 생활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혼자 살아도 불편하지 않은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있습니다. 음식은 사 먹을 수 있고, 빨래는 세탁기로 할 수 있고, 청소는 청소기로 할 수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자식을 잘 키워 놓으면 늙어서 자식에게 의지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져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식에게 의지하는 현상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공동체가 해체되는 방향으로, 즉 자유로운 관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나아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과제가 성적 욕망에 대한 것인데 앞으로 이것도 가상현실 속에서 즐길 수 있게 되면 미래에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이 원시적인 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사람이 물건을 사거나 소비를 하면서 얻는 만족감도 뇌과학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뇌 피질의 어느 부위를 자극하면 마치 물건을 살 때와 같은 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해요. 성적 쾌감도 결국 뇌의 특정 부위가 자극될 때 쾌감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위를 자극할 수 있다면 결국 같은 쾌감을 느끼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겁니다.

지금처럼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사고 싶은 만큼 사서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방식은 사람들을 빚쟁이로 만들게 됩니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노동 시간은 줄고 소비하는 시간이 더욱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이루어지는 기술 개발은 실제로 사거나 먹는 대신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서 실제와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앞으로는 게임을 하는 것도 귀찮아서 마치 게임을 할 때 느끼는 쾌감을 버튼만 누르면 느끼게끔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예전에는 약물이 이런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뇌에 어떤 장치를 한 다음 어떤 쾌감을 느끼고 싶은지 선택하면 그와 관련된 부위에 자극을 주는 방향으로 기술이 개발될 겁니다.

어쩌면 앞으로 명상이나 참선을 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몰라요. 명상이나 참선을 할 때의 심리상태를 어떤 자극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면, 명상을 하는 대신 그 부위를 자극해서 편안한 마음을 성취할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사회적 추세를 보면 앞으로 개인화의 길로 더 나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인간을 과연 그러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과연 인간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으로만 완전한 편안함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주는 부작용이 무엇인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냉장고에 쓰이는 냉매제가 처음 나왔을 때는 무색, 무취, 무해라고 하면서 극찬을 했지만, 정작 오존층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처럼, 지금 당장은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인간에게 정신적, 육체적 중독을 심화시켰다고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현대 문명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를 내다보고

그래서 미래를 한 마디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의 원칙을 꾸준히 지켜나가면 됩니다. 이렇게 살아도 세상에 별 문제가 없으면 굳이 고칠 것 없이 계속 나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세상이 이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그 부작용으로 인해 반대급부의 수요가 생기면, 우리가 만들어놓은 대안이 세상의 호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이 30년 후가 될지, 50년 후가 될지, 100년 후가 될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사회가 개인화되는 추세로 당분간 계속 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우리 공동체는 이 길을 꾸준히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이 길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인 추세를 어느 정도는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 되지 않느냐 하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길을 가는 근본적인 입장은 유지하더라도 그 외연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느냐는 건데요. 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운영해 볼 수 있겠죠. 이것은 개인화되어가는 추세를 수용하는 사회적 기업을 공동체 외곽에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내용이기도 합니다.

외연을 넓힌 공동체의 모습

예를 들어 문경 정토수련원에는 출가수행자가 들어와서 살지만, 그 아래 마을에는 결혼해서 살거나 개인적으로 농사짓고 살면서 생활의 절반은 개인 생활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살도록 해서 좀 더 넓은 규모의 공동체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도 공동체가 농사의 모든 부분을 맡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사는 결혼한 부부가 개인 농사를 지으면서 공동체가 짓는 농사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출가 수행자는 철저하게 원칙대로 살되 그 주변 마을에도 공동체와 같은 목표를 지향하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결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 방도 가지고 있으면서 공동체에 출근해서 근무를 한 뒤 퇴근하고 나서는 자유롭게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는 공동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는 거예요.

이런 공동체에는 같이 들어와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듣기에도 그 정도면 살만하겠다고 느끼지 않아요?”

“네.” (모두 웃음)

“제가 농업회사를 세우려고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갑자기 청년들에게 농촌에 와서 살라고 하면 아무도 호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농촌에 농업회사를 세운 다음에 여기에 취직을 하라고 하면,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는 게 가능합니다. 농업회사에 취직하면 경운기나 트랙터를 운전하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공동체에서 방을 하나 배정받아서 거기서 생활도 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조금 큰 방을 배정받고, 식사는 다 같이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거예요. 이렇게 주거환경을 공유하되 일은 같이 하면서 개인 생활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습니다. 농업뿐만 아니라 재활용 유통업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어요.

백일출가를 마치고 나서 완전히 출가의 길을 가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이런 농업회사에 취직하고 싶은 사람은 많이 있을 겁니다. 백일출가 기간 동안 농사에 대해 직접 경험해 보면서 괜찮겠다고 느낀 사람들은 농업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백일출가를 마친 사람이 16명이고, 그중에 정토회에 완전히 들어와서 살겠다는 사람이 2명이라면, 이러한 형태의 공동체에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5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를 수용해서 공동체의 외연을 넓힐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런 사회적 추세와 상관없이 원래부터 외연을 넓히고자 하는 이런 계획을 정토회는 갖고 있었습니다.

원칙은 지켜나가되 사회적 추세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

그러나 공동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런 계획들은 공동체에 사람이 안 오니까 외연을 넓히자는 생각에서 나온 계획이 아닙니다. 수행공동체는 사람 수와 관계없이, 사람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철저히 원칙대로 운영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도 개인 생활과 수행의 길을 함께 갈 수 있도록 수용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계획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외연을 넓히게 되면, 과거에는 젊을 때부터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았다면, 앞으로는 세상살이를 다 해보고 나서 뒤늦게 불법을 만나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아질 겁니다. 즉 나이 들어서 공동체에 들어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겁니다. 신부, 목사, 스님이 되는 건 제도상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렵지만, 정토회는 승속(僧俗)이 없는 생활을 하니까 나이 들어서 들어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세속에 오래 살다가 들어오면 살아온 습관이 있어서 그걸 극복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대신 세상살이를 다 겪고 들어오기 때문에 젊은이들과 달리 욕구에 대한 껄떡거림은 적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욕구 충족에 대한 껄떡거림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훨씬 적을 거예요.

원칙은 지금과 똑같이 지켜나가되 사회적 추세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농사가 잘 되면 농사를 통해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재활용 유통 사업이 잘 되면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번에 농사와 유통을 담당하게 된 행자님들이 한 번 잘 진행해 보세요. (모두 웃음)

이 일은 젊은이들에게 수행을 알려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결합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농사일과 재활용 유통 사업이 자리가 잘 잡히면, 이제 본격적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어요. 이 일은 비단 정토회의 사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하나의 국가 정책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업이 될 겁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4월부터 다시 깨달음의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련을 하다가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올까 봐 약간 우려가 됩니다.
  • 코로나 19 전파가 감소하고 사회가 정상화가 되면 북한 지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이신가요?
  • 공동체는 모둠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대중부가 정토회의 중심인데 공동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 2차 만일결사에는 해외와 청년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상임위원회에는 해외와 청년을 대표할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어느덧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울력을 했고, 내일도 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하는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은 오전까지 일하겠습니다. 아까 일 할 때 진달래 핀 거 봤죠? 오후에는 같이 진달래 꽃구경을 한 후 서울로 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마치겠습니다.”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치고, 청소를 하고 이불을 깔았습니다. 행자들은 허리를 땅에 대자 곧 잠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다가, 오랜만에 농사일을 하니 피곤했나 봅니다.

3월 15일

다음날 아침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꽃이 피는 것을 시샘했는지 새벽에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땅에도 살얼음이 끼어있었습니다.

“오늘은 논에 있는 돌을 줍겠습니다. 모를 심기 전에 논을 한번 다 뒤집어 줘야 하는데, 기계에 걸릴 만한 큰 돌을 주우면 됩니다. 주먹보다 큰 돌을 주워주세요.”

모를 심기 전에 논을 한번 갈아야 하는데 기계에 걸릴만한 큰 돌을 어떻게 이런 돌이 논에 있지 싶을 정도로 큰 돌들이 나왔습니다. 땅이 얼어 돌을 캐기 쉽지 않았지만 햇볕이 있는 쪽부터 옹기종기 앉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란 쑥과 머위도 따고, 비닐하우스 가장자리 잡초도 매었습니다.



스님은 농사 담당자와 울타리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보수할 곳을 점검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밭, 논으로 이어지는 수로에 물이 잘 빠지는지 점검하고,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잘 빠지도록 수로를 더 파야할 곳도 확인했습니다. 논둑이 무너져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곳은 돌로 축대를 쌓고 물길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행자들이 논 한쪽 가장자리에 큰 돌을 다 주워내자 이번에는 윗 논에 논둑을 만들러 갔습니다.

“논에서 나온 큰 돌로 여기 축대를 쌓고 논둑을 만들 거예요. 그러면 논둑 앞까지 논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다시 돌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행자들이 가져온 큰 돌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이 위로 흙을 붓고 작은 돌을 사이사이 넣어주세요.”

돌 사이로 흙과 잔돌을 번갈아 넣으며 축대를 다졌습니다. 맨 위에는 흙을 두텁게 덮어 바로 옆 논둑과 높이를 같도록 만들었습니다. 젊은 행자들은 부지런히 삽으로 흙을 퍼 날랐습니다.




논둑이 단단해지도록 발로 꼭꼭 밟아주고 삽으로 탕탕 내리쳤습니다. 손으로 직접 축대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행자들은 축대가 뚝딱 만들어지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논 사면에는 농자재들이 풀과 함께 뒤섞여 버려져 있었습니다. 부직포는 논에 펴서 말린 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차곡차곡 접어두었습니다.



11시까지 일을 마치고 수련원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전까지 울력을 마치고 오후에는 가메들 계곡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복안 저수지부터 걷기 시작하는데 진달래가 여기저기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저기 진달래 보세요. 올해는 진달래가 15일이나 일찍 피었네요.”


행자님이 진달래를 보며 물었습니다.

“스님, 연달래는 왜 안 보일까요?”

“연달래는 진달래가 피고 난 다음에 보여요. 진달래는 잎이 나오기 전에 피는 꽃이고, 연달래는 잎이 먼저 나온 후에 피는 꽃이에요.”

물가에 솔방울처럼 생긴 것이 달린 나무가 많이 보였습니다. 또 행자님이 물었습니다.

“스님, 이 나무는 무슨 나무예요?”

“아, 그 나무는 오리나무예요.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데 몰라요?”

“무슨 노래요?”

“나무나무 무슨 나무
열아홉에 스무 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옛날 어르신들은 외울 때 노래로 만들어서 많이 외우셨던 것 같아요.”

길을 걷던 스님은 길가에 낙엽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흙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흙을 퍼서 밭에 뿌리면 진짜 좋은 거름이 돼요. 나중에 퍼가서 농사 지을 때 사용하세요.”

도시에서야 곧바로 쓸어 없애지만, 인적 드문 숲에서 낙엽은 오래도록 나무뿌리 부분에 쌓인 채 서서히 썩어 갑니다. 눈보라 비바람 맞으며 썩은 낙엽이 어떤 거름보다 좋은 양분이 된다는 사실에 행자님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기해했습니다. 이런 지혜를 알려주는 어른이 가까이에 있음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수지를 지나 산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생강나무꽃이 먼저 반겨 주었습니다.

산길 옆으로 계곡도 이어졌습니다. 흐르는 맑은 물에 마음도 저절로 씻겨 나가는 듯합니다.


계곡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너른 돌을 만나 잠깐 다리를 쉬어주기도 했습니다.

계곡에서 행자님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이 스님은 낫을 들고 버들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곳으로 가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뭐 하시는 거예요?”

“풀피리 만드는 거예요. 나무와 껍질을 분리해야 하는데, 아직 물이 덜 차서 안 벗겨지네요. 며칠 더 지나야 할 것 같아요. 이 껍질을 잘 벗기면 이게 피리가 되거든요.”

피리 만들기에 실패한 스님은 이제 곧은 나무들을 찾아갔습니다.

“지팡이로 쓸 나무는 직선으로 곧아야 해요.”

곧은 나무를 발견한 스님은 곧바로 낫을 갖고 나무를 다듬은 후 말했습니다.

“물푸레나무가 지팡이로 쓰기에 가장 좋아요. 단단하거든요.”

“스님, 지금 들고 있는 지팡이는 얼마나 쓰신 거예요?”

“이 지팡이는 꽤 오래 사용했죠. 세계 여행을 다닌 지팡이예요.” (웃음)

큰스님들이 사용하는 지팡이는 대부분 굉장히 크고 비싸기 마련인데, 스님의 지팡이는 스님이 직접 만든 지팡이여서 더 특별해 보입니다.

다리 아픈 분들을 위해 지팡이로 만들 나무를 여러 개 더 구해서 계곡을 나왔습니다.

계곡을 나온 후 스님은 행자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스님.”

행자들을 먼저 서울로 보내고 스님은 찾아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저녁 7시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서울에서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통일의병학교 강의 촬영이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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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6-28 15:15:34

황영희

공동체의 역할과
공동체주위에 또다른개인의 공동체
반은 공동체 에 머무르고 오후 마치고는 개인공간
참좋다는 의견입니다
어는시대에 살든 지금 이 곧 또다른 모델이 될수 있겠다 감사감사 감사합니다

2020-03-23 17:42:25

김정화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

2020-03-20 12: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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