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정토행자상 수상자
보이지 않는 봉사자를 대신해 받은 '정토행자상'

향위법사님과 인터뷰 시간을 잡으려 전화했습니다. 법사님은 “이게 이럴 일은 아닌데…” 라고 쑥스러워하면서도 도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응한다고 했습니다. 쑥스럽지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내가 ‘정토행자상’ 수상자라고?

제가 '정토행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저보다 훨씬 훌륭하게 일하는 봉사자와 전법을 잘하는 활동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단지 뒷방에 앉아 모니터만 쳐다봤을 뿐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문득 2010년쯤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총무국의 ‘시스템 운영 담당’ 상근활동가였습니다. 대구법당에서 전국 회계담당자 시스템 교육이 있었는데 저도 참여했습니다. 3층 대법당에 20~30명이 모였습니다. 회계담당자가 봉사자를 소개하면, 총무국장이 그 봉사자 사진을 슬라이드로 띄워주었습니다. 그중 몇 사람은 사진이 없었습니다. 그때 김나영 국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굴 없는 봉사자

"제가 정보통신국 시절부터 정토회 거의 모든 행사와 영상 촬영에 참여해서, 사진과 영상 자료를 대부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참석한 봉사자 중 몇 명은 사진을 아무리 찾아도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회계일은 누가 알아주지도, 사진도 찍어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퇴근 후 늦은 밤 혼자 법당으로 가서 입금 처리를 하고, 월말이 되면 결산합니다. 우리 정토회가 돈 관리만큼은 세상 어느 단체보다 투명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정토행자상 대상 수상 기념 사진(오른쪽 향위법사님)
▲ 정토행자상 대상 수상 기념 사진(오른쪽 향위법사님)

그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옆에 있는 도반들의 눈가도 촉촉했습니다.

이 상은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정토행자상’ 수상 소식을 듣고, 그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 수상자를 결정하는 정토행자들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많은 봉사자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구나! 그래서 이 결정에 선뜻 손을 들었나 보다. 이 상은 나에게 온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많은 활동가를 위로하는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토회에서 겪는 갖은 불편함을 전화로 들어야 하는 콜센터 상담 봉사자들, 전 세계에 흩어진 해외지부 사무처의 온갖 민원을 듣고 해결하는 꼭지와 담당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지회 도반의 주소변경, 보시금 처리 업무 담당과 꼭지들도 보이지 않는 손길입니다. 큰 행사가 있을 때면 무대 뒤에서 진땀을 흘리는 활동가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영어로, 독일어로, 프랑스어로, 베트남어로, 일본어로 카드와 편지, 법문을 번역하는 도반들도 있습니다.

작은 거인들의 '상'

우리 정토회 도반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작은 거인입니다. ‘정토행자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봉사자가 받은 것입니다. 그날 저는 도반들 대신 서 있었을 뿐입니다. 이 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처럼 일하는 우리 도반들의 것입니다.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보람 하나로 묵묵히 이 길을 가는 우리 도반들, 사랑합니다.

대상 수상 소감 발표 중
▲ 대상 수상 소감 발표 중


법사님은 오랫동안 정토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정토회에 왔을 때 출석부에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우'라는 프로그램이 생겼고, 개발팀을 문경수련원에서 만났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봉사로 만들어낸 기적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시간과 재능을 아낌없이 세상에 회향한 법사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정토행자상’을 도반의 공으로 돌리는 마음에서 은은한 향기가 났습니다. 빛나지 않아도, 작은 일이라도 기꺼이 하는 많은 도반 덕분에 지금의 정토회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겠다는 말이 참 따뜻합니다.

글_박언희 희망리포터(대구경북지부 수성지회)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동대구지회)

전체댓글 31

0/200

김현정

법사님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4-30 14:44:30

마음의 평화

감사합니다 도반님들

2024-04-30 10:08:32

바리데기

그동안 고생하셨으며 감사합니다.

2024-04-28 23: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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