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전주지회
14년을 돌고 돌아 찾은 보살의 길

어릴 적 초등학교 교사의 꿈을 안고 꿋꿋하게 자수성가하여 교사 임용 배치를 앞두고 있던 중, 삶의 진리와 인생관에 대한 목마름으로 원불교 교단에 출가한 주인공. 시간이 거듭할수록 풀리지 않는 고민과 실망, 좌절감을 느끼며 14년의 출가생활을 접고 나왔습니다. 법륜스님의 행복 강연으로 정토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바른 법, 쉬운 법, 생활 법의 향에 취하여 행복에 젖어 있는 주인공 장선복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소박한 꿈을 품었던 청년의 질풍노도기

전북 진안의 한 시골 단칸방에서 다소 부족하지만 단란한 가정의 둘째로 태어나 1살 위인 언니와 그리고 동생 다섯 명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 북적이며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자녀 교육에 회초리를 들며 엄하게 교육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모범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공부도 잘 가르쳐 주는 담임선생님이 존경스러웠고, 그 선생님을 보고 저도 어린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법당에서(맨 왼쪽)
▲ 도반들과 함께 법당에서(맨 왼쪽)

고등학교는 전주 시내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장학생으로 받아준 시골 사립학교를 다녔습니다. 이후로 열심히 공부해서 교대에 합격했습니다. 설렘을 안고 대학생이 되어 사회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자취를 시작했기에 홀로 살아가기 위해 과외로 용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다 동생들이 전주로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서 자취방도 점점 더 큰 곳으로 이사하고, 생활이 좀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한국 사회의 문화와 정치, 시민 정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사회적 불합리와 모순점에 눈을 떴습니다. 그래서 FTA 반대, 순창 고추 파동, 민주화 등 여러 시위에 가담했습니다.

광화문 앞 통일특위 활동 중(맨 앞줄 오른쪽 세번째)
▲ 광화문 앞 통일특위 활동 중(맨 앞줄 오른쪽 세번째)

스무 살에 맞닥뜨린 한국 사회와 세계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고, 사회주의 사상이나 종교로도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고, 정신분열증을 겪으며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집중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고, 이후 징후가 좋아 치료를 마치고 복학을 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학업에 열중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열정은 없었고 단순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졸업을 맞이할 수는 있었습니다.

참 진리와 인생관을 향한 선택

대학을 졸업 후 교사임용에 합격하여 발령을 앞두고, 인생과 이 세상의 진리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원불교 교단에 출가를 결정했습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표어는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목표로 초발심을 내었고, 공양원 1년, 원불교 대학 편입 2년, 원불교 대학원 2년, 교무고시를 거쳐 교무로 근무하며 약 14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 동안 마음 공부의 관점을 잡지 못하고 살아가니 어느새 초발심은 사그라들고 안개 속을 헤매이듯 했습니다. 경전도 공부하고, 수행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고, 선배나 스승을 찾아 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고민의 뿌리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마흔을 훌쩍 넘기니 '내가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하는 막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불교의 개교정신과 교리의 실천력이 희미해지는 모습에 실망은 깊어지고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는 출가생활을 정리하고 원불교에서 나왔습니다.

출가생활을 접고 세속의 생활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집에는 아예 돌아올 생각을 말아라, 원불교에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네 엄마 만날 생각 말아라"는 전화 속 어머니 목소리가 쩌렁쩌렁합니다. "교수 임용을 왜 포기했어? 출가했으면 끝까지 가야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뭐야? 너는 인생 실패자다."라며 아쉬워하는 언니의 반응도 아우성이었습니다. 그 당시 주변 반응들로 참 많이 속상했습니다.

다행히 취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8년 정도 기간제 교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1년 단위로 학교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연말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것이 고민이자 숙제입니다. 인간관계 또한 단기적으로 맺게 되는데, 늘 새롭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합니다. 이런 기간제 교사의 제도적 한계에 화가 날 때도 있고, 정규직 교직원들과 입장이 다르니 오고 가는 말 속에서 답답함과 불평등, 차별을 느끼며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유쾌, 상쾌, 통쾌해서 이어진 제2의 삶

2015년 어느 날 우연히 지나가다가 법륜스님의 행복강연 현수막을 봤고, 전주시 학생회관에서 스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현장에서 듣는 즉문즉설은 매우 감동이었고, 모든 내용이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했습니다. 이후 유튜브 즉문즉설을 애청하면서 마음속에 뭉치고 답답했던 응어리들이 하나하나 풀리는 듯 했습니다. 2017년 봄 불교대학을 입학하고, 〈깨달음의 장1〉에 참가했습니다. 하늘과 바람이 온몸과 하나가 되며 온통 부풀어 커지는 느낌으로 허공이 되는 듯했습니다. 시원하고 흔쾌한 마음이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왼쪽 세번째)
▲ 인도 성지순례 중(왼쪽 세번째)

불교대학을 졸업할 즈음, 겨울에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2600년 전 인간 붓다를 만나는 여정, 깨달음을 이루신 곳부터 탄생과 열반에 이르는 여정을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세세곡절 부처님을 알려주시겠나 싶어 참으로 감사하고 은혜로웠습니다.

다음 해 여름 동북아 역사기행을 다녀와 통일의병2이 되었습니다. 고도 문명의 DNA, 지켜온 겨레의 얼, 유구한 역사의 유산, 분단의 아픔과 평화와 통일의 절심함이 눈에서 몸으로 뼈 속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명상수련과 〈나눔의 장3〉 수련을 통해 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상처를 치유하고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전생, 현생, 내생의 윤회에 대해 믿고 있었는데, '이것은 종교적 믿음이구나!' 하는 관점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태어난 모든 존재는 하나님의 벌도 아니고, 팔자도 아니며, 전생의 죄도 아니다”라는 스님 법문에서 ‘확연히 그렇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든 존재의 존중과 평등성을 깊이 느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는 ‘내 전생은 무엇이길래 여자로 태어났을까? 무슨 인연으로 살아가는 걸까?’하며 번뇌가 많고 괴로웠는데, 안개가 걷히듯 명료해졌습니다. 쓸데없는 망상에서 벗어나니, 편안한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맨 앞줄 오른쪽 세번째)
▲ 인도 성지순례 중(맨 앞줄 오른쪽 세번째)

수행자의 길을 걷다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기가 잘 되지 않아, 매일 새벽 4시 30분, 일어나기 싫은 마음이 많지만 저를 위해 일어납니다. 매일 삼귀의로 시작해 어제를 돌이키고, 반성하며, 마음을 다지는 기도를 마치면 하루의 시작이 상쾌합니다. 피곤해 중간에 졸기도 하지만, 그런 저를 보며 '많이 피곤했구나.'하며 응원해 줍니다.

수행 정진을 하면서 어머니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자식을 가진 엄마 입장에서 동네 사람들 창피하게 실패한 딸 얘기가 오르내리니 얼마나 속상하겠어. 또 언니 입장에서 동생의 성공을 바랄텐데, 중도 하차한 모습에 실망할 수 있겠구나!'하니 상대의 마음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나누기 중(맨 아랫줄 가운데)
▲ 마음나누기 중(맨 아랫줄 가운데)

부처님의 바른 법을 담은 정토회를 만나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것에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법륜스님께 감사하고 정토회에 감사합니다. 이 법이 저에게 오기까지 수고하신 수많은 인연에 깊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수행자로써 나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길을 가고 있고 이웃에게 행복을 전하는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현재는 통일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며 〈행복학교〉 꼭지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가을 불교대학에 처음으로 진행자 소임을 하면서 다시 불교대학 공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고마웠습니다. 행복학교 진행자 소임을 하며 저를 공부시켜주고 단단하게 해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행복학교 꼭지소임 중(앞줄 가운데)
▲ 행복학교 꼭지소임 중(앞줄 가운데)

간혹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서 저녁반 수업으로 몸이 피곤할 때, 스님의 법문이 생각납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네." 참으로 명쾌하고 핵심적인 수행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선택의 책임을 지는 수행자의 문구라 생각하며 힘들고 지칠 때 마음 속으로 되새기곤 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많은 시간 동안 마음과 감정이 울컥울컥하고, 몇 번이고 출렁거리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정토회의 바른 법을 만난 우리 도반님들, 마음이 청정한 자들이 거처하는 도량 수행처에서의 수행담이 다시금 2600년 전의 일로 환생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다시 한번 바쁘신 가운데도 어렵게 인터뷰에 응하여 준 주인공의 공덕에 합장으로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이 글을 통하여 여러 도반 님들에게도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누리면서 일파만파 만인 전법의 힘이 될 수 있도록 합장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 김경호 희망리포터 (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편집_김세영 (인천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2.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화해·상생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비영리민간단체.
    통일의병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강령과 정관에 동의하면 가입 가능하며, 정기회비를 내고 각종 통일의병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
    홈페이지: http://www.tongilkorea.kr 

  3. 나눔의 장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인간관계가 평화로워지는 4박 5일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참여자만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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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주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고민하고
이제 행복해하시니
정말감사한 마음이들고 경외심이 듭니다
늘 깨닫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4-19 14:26:09

이미숙

이런 여정으로 인연되어진 줄 이제사 아네요
돌고돌아 오신만큼의 열정으로 활동하시는구나
알아지네요
선복님과 함께 갈수 있어 고맙습니다

2022-04-17 11:33:00

고경희

이제야 봅니다~^^ 나를 찾아가는 그 고비길 멋지게 넘어오시고~짱~ 그 기운받습니다.
함께 정진해서 든든합니다~♡♡♡

2022-04-15 1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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