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서법당
300배 릴레이정진
마음 속에 새긴 강서법당!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자리 잡아 7년 간 잘 쓰인 강서 법당은 지난 2월, 문을 닫았습니다. 정든 법당을 정리하면서 지난 1월 한 달 동안 릴레이 300배 정진을 했습니다. 기도 하면서 어떤 마음과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지금 들려 드립니다!

법당이 없어진다고?

작년 12월, 정회원 보고회 후 이어진 간담회는 계약 만기에 맞춰 법당을 닫을지 말지, 의견을 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코로나 19와 계약 만기라는 현실. 그리고 온라인 정토회라는 미래를 고려해 봤을 때, 법당을 정리하는 게 맞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전 총무의 제안으로 법당을 정리하는 과정이 순조롭기를 바라는 마음과 새롭게 온라인 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는 300배 릴레이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함께한 강서법당 내부 모습
▲ 지난 7년 동안 함께한 강서법당 내부 모습

릴레이 300배 정진도 개인 법당에서

2021년 1월 1일부터 ‘강서 온라인 법당 원만 성취 발원문’을 시작으로 한 사람씩 정진하고 노트에 나누기를 적기로 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법당 공간에서 사진 찍어 공유하기를 계획하고, 법당에서 하는 마지막 정진을 애틋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정진 시작 하루 전날, 긴급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코로나 감염 확산세로 내일부터 다음 지침이 있을 때까지 법당에서 진행하는 사시기도, 새벽 예불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도반들은 흔들림 없이 주어진 상황에 따르며 각자 개인 법당에서 릴레이 정진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진 후 나누기와 인증 사진은 강서 법당 밴드에 올리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매일 올라오는 나누기와 댓글은 학교 다닐 때 해 봤던 롤링 페이퍼처럼 재밌고 따뜻했습니다.

릴레이 정진과 함께 소개된 이예은 님(상단), 김은희 님(하단 왼쪽), 신현영 님(하단 오른쪽)의 개인 법당
▲ 릴레이 정진과 함께 소개된 이예은 님(상단), 김은희 님(하단 왼쪽), 신현영 님(하단 오른쪽)의 개인 법당

릴레이 300배 정진 나누기 속으로

정진에 참여하셨던 모든 분 나누기를 소개해 드리고 싶지만 지면 관계 상 다하지 못함을 양해 바라며 아홉 분의 감동적인 나누기를 소개합니다.

강서법당 릴레이 정진에 참여한 도반 여러분의 모습 1
▲ 강서법당 릴레이 정진에 참여한 도반 여러분의 모습 1

신의주 님: 도반들에게 가볍게 툭 던져 본 300배 정진이 이렇게 실현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로나 이전엔 법당에서 함께 이루어지던 모든 일이 이제는 랜선으로 가능해지는 세상이 되었고 그런 공간이 사라진다니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만 그럴까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강서법당이 되겠지만 불법으로 인한 인연과 수행은 계속 이어지리라 기원하며 정진 잘 마쳤습니다. 정진 일정에 함께하지 못하는 도반들, 강서 법당과 인연 맺은 모든 분이 건강하고 평안하길 기원합니다.

서지애 님: 발원문을 읽으며 오늘 내가 이 자리에서 엎드려 절하기까지 인연이 되어 준 많은 이들의 정성이 떠오릅니다. 부처님 법을 모르고 살았던 과거에서 이제 부처님 앞에 한 배 한 배 숙이는 내가 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공덕이 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강서 법당에서 보낸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감사드립니다. 이제 이 공간을 오롯이 정리하고 온라인 법당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지금, 모든 것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발원합니다. 우리가 뿌린 씨앗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인연 만들어 가겠습니다.

박정식 님: 그냥 차례가 되어 별 감흥 없이 기도하다가 어느덧 ‘고마운 뗏목을 이제 내려놓겠습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법당의 온라인 전환을 처음 논의하는 자리에서 순순히 받아들이는 도반들의 반응이 의아했습니다. 어떻게 마련한 법당인데, 얼마나 많은 추억이 켜켜이 쌓였는데, 이제 어디서 모이려고 법당이 없어지는 걸 저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서운했습니다. 그러나 '그래, 지도 법사님과 정토회의 방침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마지못해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아쉬움은 정말 컸습니다. 그런데 천일 결사 입재식에서 법당의 온라인 전환에 대해 대중들의 아쉬운 마음을 너무나 자상하게 헤아려 주는 지도 법사님의 법문에 겨우 미련을 내려놓았습니다.

"법문을 공부하고 법담을 나누는 곳이라면 그곳이 수행 도량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법당이라는 뗏목을 타고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그 법당을 내려놓고 랜선을 타고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이은숙 님: 처음 강서 법당에 오던 때가 생각납니다. 2014년 9월, 가을 불교대학 오리엔테이션으로 처음 법당에 발을 들였습니다. 법당은 늘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구심점이었습니다. 괴로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질문에 세상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마음을 내라고 하신 법륜스님의 황당했던 법문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합니다. 법당과 도반들이 없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법당을 떠나보내야 한다니, 도반들과 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이제 와서 ‘조금 더 열심히 잘해 볼걸’ 하는 마음이 들지만, 지난 기억으로 지금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늘 지금 여기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정영임 님: 법당이 집 근처에 있어 손자를 데리고 시도 때도 없이 다녔습니다. 도반이 있어 내가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대로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만의 바람은 아니겠지만, 뗏목이었음을 알고 새로 생긴 나만의 법당에서 도반들의 정겹던 모습 기억하며 마음은 도반들과 함께합니다. 도반들에게 감사 또 감사합니다.

강서법당 릴레이 정진에 참여한 도반 여러분의 모습 2
▲ 강서법당 릴레이 정진에 참여한 도반 여러분의 모습 2

이경분 님: 우리 몸의 혈액 염도가 0.9%로 항상성을 유지하듯 인구의 1%가 수행, 보시, 봉사하면 사회가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강서구의 많은 분이 불법과 인연 맺어 우리처럼 행복하고 자유로워지기를 발원 하면서 2009년에 집에서 법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오는 것을 꺼리니 많은 도반의 원력과 보시로 강서 법당을 열었습니다. 벌써 7년, 그동안 많은 분이 부처님 법을 만났습니다. 강서 법당은 그것으로 충분히 역할을 다한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어 각자 개인 법당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부와 권력 등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 중생을 구제하셨듯이 우리는 랜선을 타고 부처님 법을 널리 전하겠습니다. 세상의 많은 분이 행복해지길 발원합니다. 온라인 강서 법당의 원만 성취를 발원합니다.

조원희 님: 설렘과 기대로 개원을 함께한 법당, 사사건건 마주했던 장애를 도반들과 함께 풀어가며 우리 집 시설 구조보다 법당 도면이 생생했던, 정겹던 공간을 마무리합니다. 내가 어둠에서 빛을 보았 듯 잠깐 스친 인연이라도 그곳에서 작은 인연의 불씨가 되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배 한 배 정성껏 절했습니다. 법당을 마무리하는 일에 어떠한 장애도 없고, 온라인 법당 전환이 원만히 성취되길 발원 합니다.

고내은 님: 강서 법당과 인연 맺은 지 이제 3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불교대와 경전반을 졸업하고 제대로 마음잡지 못한 채 떠나지도, 정착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 당시 법당 총무님이 내밀어 준 손을 붙잡았습니다. 수행 법회 사회 소임을 계기로 강서 법당에 남았습니다. 강서 법당에 남을 수 있었던 동아줄이었습니다. 법당은 사라지지만 우리들 마음속엔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그곳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고 행복입니다. 이제 새로운 온라인 법당이 생기니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생을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어 든든하고 두려움이 없습니다. 강서 온라인 법당 파이팅!

박경옥 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조금은 미안했습니다. 그렇지만 잊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소풍 같았던 수요 주간 수행 법회에서 너무나 소박한 밥상을 가장 풍성한 밥상으로 생각해 주었습니다. 정토회원이라 그 마음이 가능했겠지요. 조금 있으면 이원진 님 옥상 농장에서 수확한 온갖 채소의 계절이 시작되겠네요. 왜 이런 음식 이야기만...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정토 세상을 즐길지 기대됩니다.


법당을 닫으며 도반들과 함께한 한 달간의 릴레이 정진은 강서 법당이라는 공간과 헤어지며 느낀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잘 정리하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수행자가 있는 곳이 절이라는 말씀처럼 이제는 개인 법당에서 수행, 보시, 봉사하는 도반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_정리/오수진 희망리포터 (양천정토회 강서 법당)
편집_임명자(광주정토회 광주 법당)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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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미

강서법당, 제가 정토랑 인연맺은 모법당이죠. 잊지 못할것입니다. 이렇게 잘 쓰일 수 있도록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10-24 06:41:16

자재왕

강서법당 도반님들, 한 분 한 분 내어주신 릴레이 정진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모든 정토행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겠지요. 감사합니다.

2021-04-16 10:06:27

이경혜

고마운 뗏목을 놓기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랜선에서 새로운 뗏목을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2021-04-16 07: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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