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해법당
내 인생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동해에서 강릉까지 달려와, 처음 보는 희망리포터와의 만남에도 따뜻한 웃음으로 편안하게 응해준 백서윤 님. 동해법당에서 지원팀장을 맡아 즐겁게 소임을 하고있는 백서윤 님의 수행담을 나누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백서윤 님
▲ 오늘의 주인공 백서윤 님

습관처럼 다니던 절

어릴 적부터 엄마를 따라 절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법회에도 참여하였지만, 법문은 어려웠고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냥 습관처럼 다녔고 그렇게 불교와의 인연이 있었던 저는 동해에서 열린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때 스님은 주로 통일에 관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저에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의 부정한 행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가 동시에 입원하셔서 한 동안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며 직장생활까지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이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그런 일이 있었다니, 남편에 대한 배신감으로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당장 제게 괴로움이 생기자 이것저것 찾아보다 예전에 법륜스님 강연 때 받은 팸플릿을 보게 되었고, 법륜스님의 희망편지도 찾아 읽으며 제 고민도 올리곤 했습니다.

법문으로 마음을 달래다

1년간 남편의 달라진 행동을 지켜보며 힘든 마음을 스님의 즉문즉설과 희망편지를 보며 달랬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겠구나, 이렇게 좋은 세상에 굳이 부여잡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또 지금 세상에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나와도 되고, 혼자 당당히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문을 들으며 고2, 중2 사춘기였던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를 보니 남편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편은 저하고는 안 맞지만 다른 사람하고는 잘 맞을 수도 있겠구나, 다른 사람한테는 보석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제일 잘 맞춰주고 제가 아니면 안 될 꺼라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았습니다. 제 맘에 안 들고 불만이 있어도, 참고 비위를 잘 맞춰주면 남편을 바꿀 수 있고 변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건 저의 오만이었고 큰 착각이었습니다.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중인 백서윤 님(가운데)
▲ 도반들과 불교대학 홍보중인 백서윤 님(가운데)

남편은 불만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안으로 계속 쌓으며 많이 불편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그동안 제가 상대방은 보지 못하고 저만 옳다 생각하고 살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만 힘든 게 아니라 남편도 힘들었겠다고 돌이키니 남편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남편과의 관계를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이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불법을 공부하고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혼자 영사기를 틀다

스님 법문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이치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많은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법문을 듣고 마음이 이전보다 편안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오로지 제 위주로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상대방 처지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욱하고 올라와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고 참회를 해야 해?’ 하는 억울한 마음이 크게 올라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꾸준히 백팔배 정진하면서 안으로 돌이키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음의 장1>을 갔습니다. 프로그램 중에도 남편과 다른 여자가 함께 있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 괴로웠습니다. 남편이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제가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제 발로 갔으니 제가 자초한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억울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상상을 떠올린 사람도 다른 사람이 아닌 저였고, 그 누구도 그런 상상을 하라고 시킨 사람도 없었습니다.

불교대학특강 수련중에 도반들과(맨 오른쪽 백서윤 님)
▲ 불교대학특강 수련중에 도반들과(맨 오른쪽 백서윤 님)

복.사.기

저는 남편한테 다 맞춰주면서 살았는데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아직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대물림되지 않을까, 혹시나 저를 닮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복사기처럼 부모가 하는 그대로 자식도 똑같이 따라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그 '복사기'란 세글자가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순간 멍해지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먹먹했습니다.

다른 도반들은 <깨달음의 장>이 너무 좋다고 해서 저도 다녀오면 마음의 찌꺼기가 다 없어지고 홀가분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 꼬락서니를 알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더 무겁고 난감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어떻게 관점을 잡고 수행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돌이키며 저의 업식을 여기서 끊고, 제가 바르게 중심을 잡고 살아야겠다는 하나만은 다짐을 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탓하지 말고 예방할 수 있는 건 예방하고, 엄마가 행복하게 살면 아이들도 인생을 살면서 힘든 고비가 오더라도 슬기롭게 잘 넘길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바라지 봉사중인 백서윤 님(위:맨 오른쪽/ 아래:오른쪽)
▲ 문경수련원에서 바라지 봉사중인 백서윤 님(위:맨 오른쪽/ 아래:오른쪽)

내 모습 그대로 보다

아직도 남은 고민을 안고 다시 문경으로 명상수련을 하러 갔습니다. 밖으로 향하던 마음을 안으로 계속 돌이키자 저 자신을 확실히 볼 수 있었습니다. 저를 보니 길가에 핀 한 송이 풀보다 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며 넘어가라고 집착하지 말라는 법문을 듣고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바라지 장까지 다녀왔습니다.

바라지장에서 제가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다는 법사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움켜쥐고 있었던 겁니다. 저에게 질문을 하며 안으로 돌이키며 지켜보니 정말로 잘난 것도 없는데 잘난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하려 하고, 또 하면 잘하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하고 있었습니다. 시댁과 남편에게도 제가 다 맞춰줬다고 생각했고, 주위에서도 저를 인정해주고 할 만큼 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그 말들에 속아 제가 잘난 줄 알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인정되지 않았고 단점만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에 자꾸 걸리는 저 자신이 싫었습니다. 저를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옳고 잘났다는 생각을 계속 움켜쥐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에게도 이렇게 생각하고 대하며 살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런 저와 살면서 참 답답했겠구나, 저에게 마음으로 충족되지 못하니 남에게서 그걸 찾으려 했겠구나 하고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밑바닥을 보고 나니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도반들과(맨 오른쪽 백서윤 님)
▲ 문경수련원에서 도반들과(맨 오른쪽 백서윤 님)

원망과 미움에서 감사함으로

예전에는 수행하면서도 저 자신을 막 볶아대고 안 되면 애를 쓰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혼이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라고 그냥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아이들에게 원망하는 업식을 전해주지 않게 되어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코로나로 작은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데, 아이가 화낼 때 막 흥분하는 모습을 보며 '아 나도 저런 모습이었을까, 내가 과보를 받는구나' 하며 아이의 모습을 통해 제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어 또한 좋습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없습니다. 처음엔 남편의 부정한 행동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거로 생각하여 걱정했지만, 아이들도 이제 성인이 되어 아빠와 편하게 왕래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으니 독립된 한 사람으로 대하고, 아이들 스스로 판단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제 마음이 편합니다. 또 아이들 앞에서는 아빠에 대한 흉을 보지 않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이들도 바르고 자기인생을 스스로 꾸려가려는 모습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인생의 주인으로

코로나 여파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정토회 만난 인연에 감사하고 예전의 업식이 안 나오니 다행이고 고마울 뿐입니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며 가장으로서 생업에 매달려 정신없이 살았는데 아이들이 크고 나니까 이제야 제 인생을 다시 살핍니다. 스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사는 길을 알려주셨는데, 나는 과연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잘 가고 있나? 관점을 잘 잡고 가고 있나?’ 하는 물음을 저 자신에게 던져봅니다.

법당에서 정초기도 중인 백서윤 님(왼쪽)
▲ 법당에서 정초기도 중인 백서윤 님(왼쪽)

남편으로 부터 양육비 도움 없이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걱정이 많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고, 저를 지탱하고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은 스님의 법문과 서로 격려하고 힘이 되어 준 도반들이었습니다. 돌아보니 도반들과 함께한 법당 생활, 마음 나누기, 봉사 활동은 참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스님 법문을 듣지 못했다면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막 풀며 살았을 것입니다. 제 인생에 많은 힘이 되고 중심이 되어 준 정토회와 인연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요즘은 엎어지고 넘어지는 시기여서 수행담을 꺼내놓기가 사실 부끄럽다고 하던 주인공의 얘기를 듣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백서윤 님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그 길을 응원하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동해에서 강릉까지 오셔서 아름다운 수행담 들려주어 감사합니다.

글_ 유정원 희망리포터(원주정토회 강릉법당)
편집_ 이종명(전주정토회 전주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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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원

수행담 고맙습니다.

2021-01-31 13:24:14

자재왕

백서윤 도반님, 잘 살아오셨습니다. 훌륭하십니다.남은 인생 주인된 삶으로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리포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01-31 10:01:07

이용애

내인생의 주인으로 당당한 수행자님 나누기 감동입니다.
고맙습니다

2021-01-30 1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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