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법당에는 크고 작은 소임을 가리지 않고 필요하면, 손 번쩍 들어주는 꽃미남 도반이 있습니다. 불교대학을 개근으로 졸업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100일 기도 하는 곽효진 님. 일과 수행을 잘 해가는 젊은 도반의 동경 일상이 궁금하던 차에, 희망리포터로서 공식적으로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꽃미남 곽효진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이었던 어린시절

제가 7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성격 차이가 심해 자주 다투었습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제가 좋아하던 과자를 사주고는 과자 먹으면서 동생과 집을 잘 보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와 동생은 시골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잘 보살펴 주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안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습니다. 집안 곳곳에 빨간딱지가 붙어 있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삼촌이 하던 일이 잘 안되어 빚을 많이 지게 되었는데, 자식들 걱정에 할머니가 할아버지 몰래 시골집을 담보로 보증을 섰고 그것이 그만 경매로 넘어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마침 중학교에 올라가던 시기였는데, 형편이 안되어 교복도 이웃에 살던 형의 옷을 얻어서 입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새 옷을 입고, 새 신발을 신고 있는 다른 친구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새벽에 신문을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수업을 듣지 않고 잠을 자는 것이 고등학교까지 쭉 이어졌습니다. 대학도 별로 고민하지 않고, 취직이 잘된다는 학과를 선택했습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빨리 돈을 벌어서 독립하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라크에서 깨달은 불행의 이유

처음 한 학기를 마치고, 학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바로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갔습니다. 휴학하고 군대에 가기까지 몇 달 동안은 시간이 있어서 공장에서 일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군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이라크 해외파병을 갈 인원을 모집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한국군은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여 평화유지와 재건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돈이 필요했던 저는 앞 뒤 재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가족의 동의서가 필요했지만, 동생에게 몰래 연락하여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서 보내게 했습니다.

난생 처음 외국에 가본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이라크의 자연환경은 한국과는 무척 달랐습니다. 당시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던 지역은 사막은 아니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날씨도 무척 더웠고 일교차도 컸습니다. 한국군은 주둔지 근처에 있는 어렵고 가난한 마을에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거나 우물을 파는 등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현지 마을에 가 볼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 본 마을이나 주민들의 모습이 저에게는 무척 큰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에 볼 수 있었던 흙으로 지은 집들, 수도는 물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태반이었습니다.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멍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가난하다, 가난해서 불행하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과 비교하니, 저는 무척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보기에 불행해 보이는 저 사람들도 웃으면서 사는데, 내가 왜 불행하게 살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외국에 나가서 일을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악착같이

복학한 후로는 영어와 일어를 열심히 공부 했습니다. 운 좋게 일본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일본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취직한 후에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습니다. 큰 회사였기 때문에 좋은 대학을 나오고 똑똑한 동기들이 많아서 지지 않으려고 더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으로 점점 변했습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팀의 리더가 되었지만, 일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한두 번 알려줘서 잘하지 못하는 팀원이 있으면 면박을 주고 무시를 했습니다. 제가 옳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저와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았고, 항상 화가 나 있었습니다.

2014년, 저의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태도는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같았습니다. 친구들은 멀어졌고, 사귀던 사람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더욱더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마음도 힘들고, 건강도 점점 나빠졌습니다.

아픔속에 듣게 된 즉문즉설

그래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간암의 가능성이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날 바로 대학병원에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그날부터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두렵고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낮에는 일해야 하니 억지로 커피를 마시면서 버티고, 밤에는 피곤하지만 두려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그날 몇 개를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개를 들었습니다. 그 당시 힘든 상황이어서 질문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이해되었고, 스님이 해주는 말이 꼭 저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그때서야 저의 어리석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반성했고 많이 울었습니다. 스님의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져서 조금씩 잠도 잘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몇 주 후에 받은 결과는 다행히도 암은 아니었습니다.

도쿄정토회와의 인연

그 뒤 몇 년이 흘러서 2019년. 여전히 유튜브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계속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플 때의 간절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저는 어느새 예전처럼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인 마음은 덜했지만, 제 의견을 고집하여 사람들과 갈등하고 늘 화를 냈습니다. 거기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더해져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 회사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일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친구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토불교대학 안내가 적힌 팜플릿을 받았습니다. 불교대학에 관심은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고민하다가 당시 총무님에게 내어놓으니, '시기가 맞으면 한국으로 전학도 가능하다'고 말해 주어서, '갈 때 가더라도 일단 한번 해 보자' 하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입학을 결정하고, 첫 모임에서 도반들을 만났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소극적인 저였기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따뜻하고 편안하게 맞아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꿈속에서의 화

수행을 시작하며 회사 사람들에게 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가끔 분별심이 생겼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또 미쳐서 날뛰는구나.’ 하며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행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자 저는 건방지게도 ‘이제는 수행이 되었다.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 하고 자만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꿈에서 할아버지가 저에게 어떤 일을 억지로 시키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하기 싫었던 저는 그만 화를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깨 보니 비록 꿈이었지만 저는 너무 창피했습니다. 부처님도 평생을 꾸준히 수행하셨는데, 고작 몇 달 하고 자만하여 게으름을 피웠던 것을 참회했습니다.

지금 이대로 행복합니다.

10-1차 백일기도 때는 '회사 일이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새벽기도를 가끔 빼먹었지만, 꿈에서 깨어난 이후 10-2차 백일기도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였습니다. 몸이 아플 때도 일어나서 일단 기도를 하고 다시 쉬었습니다. 불법과 인연 맺게 해 주고, 항상 도와주는 도반들에게 고맙습니다.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비록 사소한 일일지라도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아무 바라는 것이 없고, 지금 이대로 행복합니다. 유일한 원은 부처님 가르침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동생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불교대학을 권유해 보았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포교하고 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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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한테 진 빚이 태산 같아서 이제라도 빚 갚는 심정으로 하나의 불씨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내 인생이 제일 힘들다고 징징대던 내 모습이 도반의 이야기에 부끄러워졌습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삶의 굴곡을 참으로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귀한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