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내서법당
내 삶의 등불이고 안식처인 ‘정토회’

오늘은 내서법당 가을경전반에 다니는 서귀남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법당에서 기도 중인 서귀남 님
▲ 법당에서 기도 중인 서귀남 님

입학금이 아까워 입학한 정토불교대학

2013년 3월 5일, 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다. 술을 너무 사랑한 남편은 하던 일의 실패로 더 많은 술을 마셨다. 매일 술 마시는 남편을 말리느라 내 모습은 점점 괴물이 되어갔다. 결국 남편은 간 경화 진단을 받았지만, 술과는 이별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갱년기 우울증도 왔다. 생활고에 새벽까지 일하면서, 살아있다는 것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냥 눈 뜨면 일하고, 밤이 오면 또 내일 일을 해야 하니 자고. 그렇게 살고 있었다.

죽지 못해 숨만 쉬며 사는 나에게, 어느 날 언제나 고마운 동생이 정토불교대학 입학 신청을 해 놓았으니 가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시간도 여유도 없는 나에게 불교대학라니. 당연히 내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러나 동생은 입학금은 되돌려 받지 못하니 알아서 하란다. 난 그 돈이 아까워 입학하게 되었다.

부처님 오신 날 공양간에서 봉사하고 있는 모습(맨 왼쪽이 서귀남 님)
▲ 부처님 오신 날 공양간에서 봉사하고 있는 모습(맨 왼쪽이 서귀남 님)

가면 갈수록 재미있는 설법과 부처님의 가르침

마지못해 입학한 불교대학 수업에 한 번 두 번, 가면 갈수록 스님의 설법과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 내가 살아있구나'를 느끼게 해서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하루하루의 수업이 나를 위해 있는 것만 같았다. 나의 모든 행동과 생각이 무조건 옳으니, 너희들은 내 말만 따르면 된다고 남편과 자식에게 소리치고 있는 나의 오만함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내가 보였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아픈 남편이 보였다. 그렇게 조금씩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었던 내 마음의 악 덩어리가 녹아갔다.

사정상 봉사활동을 함께 할 수 없다 보니, 소외감도 생기고 미안한 마음에 '이만하면 되었으니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수업의 재미와 신비로움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안고 '이번 수업만 듣고 다음부터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계속 다녔다. 그러다 모든 어려운 여건을 무시하고서라도 "깨달음의장"을 한 번 다녀오자는 결심이 생겼다.

"깨달음의장"에서 온전히 내 생각을 끝까지 움켜쥐고 내려놓지 않는 고집스러운 나를 보게 되었다. 언제나 옳은 행동만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러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나를 버리고 나니, 너무나 가벼워 새털 같다고 느껴졌다.

부처님 오신 날에 법당에서
▲ 부처님 오신 날에 법당에서

먼 길 떠난 좋은 친구, 남편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후 회사 생활, 남편의 병간호, 경전반 수업 등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나도 모르는 변화가 있었다. 술 하나 자제 못 해 병났다고, 원망스럽고 미운 마음에 괴로웠던 남편의 병간호를, 원망과 미움이 사라지니 괴로움 없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난 남편과 점점 좋은 친구가 되어갔다. 좋은 친구는 건강이 좋아져갔고, 우리는 그때야 노후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며 언제나 그렇게 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56번째 생일날 갑자기 먼 길을 가버렸다. 어이 없고 황당했지만, 슬퍼하면서 살기엔 주위 많은 사람이 나의 슬픔에 가슴 아파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 이쁜 딸, 아들, 친구들… 모두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휴무일엔 언제나 "아빠와 같이했던 엄마가 걱정되네! 뭐하면서 보낼 거냐."며 영화보라고 준비해 주고, 퇴근하면 웃으며 "어마마마! 소자 다녀왔습니다." 넙죽 큰절하며 애쓰는 우리 아들. 엄마랑 같이 여행, 맛 기행을 함께하며 아빠 얘기에 같이 추억해 주는 딸. 그래서 더더욱 슬퍼만 할 수 없었다.

남편이 내게 준 보물

아빠를 잃은 슬픔보다 엄마가 더 걱정되어 살피는 아들과 딸을 보며, 처음으로 남편이 나에게 보물을 두고 갔음을 알았고 감사하고 감사했다. 한동안 회사도 수행도 모든 걸 멈췄던 때도 있었지만, 수요법회는 여전히 나에게 훌륭한 약이었다. 끝까지 다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가슴은 아프지만, 정토회가 나를 이겨낼 힘을 줬다.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나는 슬픔을 이겨냈고, 일어섰다.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남편과 마지막을 보낼 수 있게 나를 정화한 정토회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봉림사지 통일기도 후에 도반들과 한 컷(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서귀남 님)
▲ 봉림사지 통일기도 후에 도반들과 한 컷(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서귀남 님)

내 삶의 등불이고 안식처인 정토회

시간이 지나고 108배도 다시 하고, 회사도 다니고, 친정어머니와 좋은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지내는 어느 날이었다. 부산에 있는 딸이 친구와 함께 법륜스님 강연에 왔는데, 딸 친구가 너희 엄마 얼굴이 너무 환해지셨다고, 혹시 스님의 강연 덕분이냐고, 정말 보기 좋고 대단하다고 했다. 딸은 엄마의 변화에 궁금해졌다며 불교대학과 수요법회에 대해 물어왔다.

아들은 108배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말한다. “엄마가 해준 기도 덕분에 나는 꼭 하고자 하는 일 잘 될 거야!” 그냥 그 소리에 웃는다. 세대 차이, 말하기 어려운 고민도 있을 텐데, 엄마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지혜롭게 답을 준다며 고민이 생기면 터놓곤 한다. 이런 엄마의 모습이 너무 좋고 고맙다며, 그것 역시 정토회와 법륜스님 덕분이냐고 묻던 아들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기 시작하더니 수요법회에 한번 가고 싶다고 따라나섰다.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하는 내가 때론 부끄럽지만, 올해는 남편의 병간호 때문에 다하지 못한 2018년 가을경전반에 다시 입학한다. 남편의 49재를 함께 해주고 띄엄띄엄 가도 한결같이 반겨주는 우리 도반님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동생이면서 언니 노릇을 하는 내 동생, 친구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모든 이들의 은공 덕으로 오늘도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글_서귀남 (마산정토회 내서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18

0/200

김애자

글로 읽으니
귀남님의 수행과정이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네요

2018-10-05 16:09:43

이대헌

감동입니다. 내가 변하니 주변이 변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셨습니다. 본받겠습니다.

2018-09-24 11:10:56

정명

\"아들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기 시작하더니 수요법회에 한번 가고 싶다고 따라나섰다.\"
감사합니다.

2018-09-24 07:25:1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내서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