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법당
세월호에서 별이 된 안중근 학생의 생일상
김은아 님 소감문

[서울정토회 관악법당]

세월호에서 별이 된 안중근 학생의 생일상

김은아 님 소감문

     

관악법당에서 지난달 919() 5시부터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고인이 된 안중근 학생 생일상과 치유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날 참가했던 봉사자 중 2015년 봄불교대학 주간반에 다니고 있는 김은아 님의 소감문입니다.

 

2014416. 떠올리기조차 가슴 아픈 그 시간도 벌써 한 해가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날의 기억을 각자 마음에 담고 또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세월호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 오는 것을 느낍니다. 그 가족과 친구들이 세상을 떠난 아이의 생일을 함께 챙겨주는 치유 프로그램이 있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생일상을 정토회에서 맡아 준비해 왔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안중근이라는 남자친구의 생일상을 우리 관악법당에서 준비하려하니 같이 해보자는 얘기에 !” 하고 대답했지만 막상 많은 양의 음식을 해본 적이 없는 저는 감이 잘 오질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종류를 각각 30인분씩 준비해서 50여명이 함께 나눠먹을 음식을 만들 생각을 하니 좋은 마음을 내고서도 걱정이 앞섰으나, 모두들 흔쾌히 나눠 맡고 자기 일처럼 마음이 담긴 보시와 봉사를 몸소 행하는 도반들의 따스한 정성을 보며 마음 한 켠이 훈훈해짐을 느꼈습니다.

     

특히, ‘세월호 친구의 생일상 차려주기란 말만 듣고서 본 적도 없는 법당 도반의 이웃들이 주신 도움은 정말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참 좋은 곳이구나!’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왼쪽부터 박성희, 윤영화, 안철우, 소병엽, 김은아, 한미란 님 

     

생일날 아침 108배를 하면서 아이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오늘 안중근 학생 생일이네, 참 예쁜 가을날 태어났었구나, 오늘 너를 그리워하며 가슴속 깊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랑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래.' 우리 아이 생일 음식 만들듯이 사랑과 애잔함으로 정성을 들였습니다.

     


생일 케?과 꽃다발

 

안산 <치유공간 이웃>으로 유가족과 친구들이 모이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선생님의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중근이와 함께 생을 마감한 많은 학생들이 상처없이 행복하게 떠나길 빌어주었습니다. 치유의 시간은 생애를 추억하는 날로 눈물보다는 웃음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근이를 생각하며 쓴 생일시를 들으면서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속이 시꺼멓게 되었을 부모님을 보면서 우리는 숙연해졌지만, 곧 친구들과 중근이의 추억 속 이야기를 하며 가족들은 행복한 시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 
안중근 학생을 그리워하며 찾아온 친구들

     

치유의 시간이 끝나고 준비한 음식들은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과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내내 마음을 숨기려 노력했던 저는 차마 미역국은 먹지 못했습니다. 미안하고 모든 것이 그냥 미안했습니다.

     


▲ 
김은아 님과 함께 참석해 준 남편과 아들

     

불교대학에 들어와 한 다양한 봉사들이 나 자신을 비추어보는 좋은 계기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봉사는 좀 더 특별했습니다. 아무 것도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살며 힘들다했던 푸념들도 다 넘치는 투정이었음을 그날 만난 중근이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동행해준 남편과 6살 아들, 도반들이 있어 힘을 얻고 이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커다란 원을 이뤄낼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인연이 되어준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녀를 둔 같은 부모 심정으로 온 가슴이 짠 하게 저려옵니다. 가슴 아픈 현실 속에서도 애써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욕심 내려놓고 지금껏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 기도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기 좋은 세상 정토세계를 이룩하기 위해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일구는 정토행자들입니다.

     

/ 김은아

담당/ 윤옥희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7

0/200

공덕화

잘들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이 잘 공감됩니다. 잊지않겠습니다.

2015-10-14 00:47:36

이기사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

2015-10-13 22:27:03

조용원

언제나 생각해도 세월호의 대처방식과 아픔은 계속기억나네요 세월호에 희생된 분들 부디 극락왕생해서 괴로움이 없는 세상에 나시고 좋은사연 감사합니다

2015-10-13 15: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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