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안법당
동북아 역사기행, 호텔 화장실 부럽지 않은 옥수수 밭의 사연


[천안정토회 천안법당]
동북아 역사기행, 호텔 화장실 부럽지 않은 옥수수 밭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천안정토회 천안법당 전혜영입니다. 8월 2일부터  8월 9일까지, 7박 8일간의 21차 동북아 역사기행을 다녀온 짤막한 소감을 나누려합니다. 

8월 2일 역사기행을 떠나는 날, 오전 8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공항 버스는 곧 만차가 되고, 버스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안타까움과 안도의 한숨을 뒤로 하고 버스는 소나기를 뚫고 1시간 30분 달려 공항에 제 시간에 도착하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남짓 날아가 심양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일행은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가 출발한 다음 스님께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니 비로소 기행이 시작되었구나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 21차 동북아 역사 기행 7조 반짝 반짝 10명의 도반들

8일 동안 수천 킬로를 달려 고구려, 발해유적지, 독립운동지 등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 가는 재미와 웅장하고 찬란했던 고구려, 발해 유적지를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니 우리 민족은 결코 변방의 작은 나라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구려 유적지에서는 광활한 만주벌판을 지배했던 옛 고구려인의 웅장한 기상을 느꼈으며, 발해가 건설한 드넓은 땅이 현재는 중국 영토가 되어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더불어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역사의식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정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버스를 타고 압록강 변을 따라 약 700km를 달리며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며, 스님께서 직접 들려준 '고난의 행군' 시대의 300만 명의 아사자 이야기, 북한 난민을 돕던 일, 뙈기밭의 사연을 들으니 가슴이 미어지며 그동안 만나왔던 윗동네 분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는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거의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새로운 100년'을 읽고 반드시 통일을 해야 된다고 깨닫게 되었으며 그동안 무지 속에 살아 왔음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통일의병학교 강의를 5회 마친 후 다시금 새로운 100년을 읽으니 신기하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역사 기행을 다녀 온 후 다시 책을 꺼내어 읽는 중입니다. 다 읽고 나면 또 어떤 감동이 있을 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 7박 8일 기행단의 두 발이 되어 준 2호차 버스 앞에서 
(왼쪽부터 2호차 부차장 배선, 7조 조장 김선희, 천안법당 전혜영, 세종법당 이진희 보살)


▲ 냠냠 맛있는 저녁 공양 시간,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이 보이네요^^ (7조 여러분 반갑습니다)

역사 기행은 사실 8일로도 부족하나 사람들이 직장이나 가정을 8일 이상 비우기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판단하여, 다소 무리하게 일정을 계획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스님의 말씀에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앞섰습니다. 지내보니 힘든 여정이었지만 스님을 비롯하여 스텝들의 노고와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에 큰 불편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기행 중 제일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화장실 문제를 들겠습니다. "먹는 것은 되는데, 싸는 건 어떻게 잘 안되죠." 라는 스님 말씀처럼 매일 화장실 문제로 전쟁을 치렀습니다. 고속도로 변에 있는 화장실은 현대식으로 비교적 깨끗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지만 국도의 사정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들 칸막이도 없는 재래식 화장실을 보고 아연실색했지만 급한 대로 볼일을 보고 부끄러워하며 급하게 화장실을 빠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재래식 화장실 아래로 떨어진 어느 거사의 여권을 스탭이 찾아주기도 했습니다. 화장실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성인의 키만한 옥수수 밭에 들어가 볼일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머뭇거렸으나 나중에는 옥수수 밭이 호텔 화장실 부럽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사람들 눈도 피할 수 있고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절약되고 무엇보다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요. 


▲ 비오는 날 화장실 앞 일렬로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도반들 (버스안에서 찰칵)


▲ 호텔 화장실 부럽지 않았던 드넓은 옥수수 밭의 풍경

첫 만남이 어색해 데면데면 했던 7조 도반들과는 여행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서로를 챙겨 주며 따뜻한 정을 나누게 되었고 여행 마지막 날에는 헤어지는 게 아쉬워 거리로 나가 시원하게 맥주와 양꼬치를 먹으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기도 했습니다. 기행이 끝나고 현재 별도로 천일결사 밴드를 만들어 아침마다 기도 후 마음 나누기를 하고 있으며 밴드와 카카오톡으로 서로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 통일이 되어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작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연기법을 알게 되었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성향이 강한 현대사회에서 살다보니, "네가 불행 하면 나도 불행 하고, 네가 행복 하면 나도 행복하다."라는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어있다는 연기 사상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뒤 저는 자연스럽게 사회활동팀의 일원이 되어 새터민도 만나고 JTS 거리모금도 하며 나만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번 역사 기행에 함께 한 138명의 통일 의병과의 감동적인 순간을 추억으로만 묻어두지 않고 늘 가슴에 새기며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 내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진정한 독립, 통일의 그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깨어 있을 수 있도록 저는 늘 통일을 노래하려 합니다.  Posted by 전혜영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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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끼저네

저도이제가을불대입학했는데.부럽네요

2015-08-28 09:57:56

권남희

동북아역사기행 뒷얘기 궁금했는데 정토행자의 하루에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2015-08-28 01:12:33

보리안

저 푸른 들판이 똥밭이 되었군요.^^ 역사기행 가고싶다~~~~~ 생생한 기사 감사합니다~

2015-08-27 22: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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