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14. 봄나물 채취, 나무 심기, 경주남산 산책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봄을 맞이하여 산윗밭에 나무를 심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한 후 해가 뜨자 작업복을 입고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어느새 원추리가 곳곳에서 쑥쑥 올라와 있었습니다. 부드럽고 여린 잎은 칼을 대기만 해도 슥슥 베어졌습니다.


빈 밭에는 부지깽이 나물이 저절로 풍성하게 자라있었습니다. 더 억새지기 전에 부지깽이나물도 수확했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수확한 나물을 먹기 좋게 바로 다듬었습니다.


“어느새 봄이 왔네요. 봄이 빨리 왔는지, 봄이 오는지도 모르고 살았는지 모르겠네요.”

지난겨울, 인도 성지순례를 가기 전에 텃밭에 상추 씨앗을 뿌리고 비닐을 덮어두었습니다. 비닐을 벗겨보니 연둣빛 상추가 소복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이야, 솎아줘야겠어요.”


여린 상추 사이로 조심스럽게 잎을 솎아주었습니다. 손끝으로 봄이 만져지는 듯했습니다.

“정말 부드러워요.”


다른 텃밭에 비닐을 벗기니 고수도 땅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찬 겨울을 이겨내고 늠름히 자란 봄채소들이 기특한 듯 바라보며 수확했습니다.

“이야, 벌써 종대가 올라오려고 해요.”(웃음)


수확한 상추와 고수는 바로 씻어서 점심 반찬으로 먹었습니다.

봄채소로 점심 식사를 든든히 하고 연장과 묘목을 챙겨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며칠 전 과수원 정비를 해보니 나무가 몇 그루 죽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밭으로 올라가는 길에 고개를 드니 어느새 진달래가 피어 있었습니다.

“와, 진달래가 피었네요!”


윗밭을 지나 과수원으로 올라갔습니다.

매화는 며칠 전보다 더욱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먼저 첫째 단 과수원에서부터 나무를 심었습니다. 먼저 구덩이를 깊게 파고 모아둔 빗물을 부어 땅을 적셔주었습니다. 그 위로 묘목을 세우고 흙을 반 정도 덮은 다음 한 번 더 빗물을 부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약간 아래로 꺼지게 흙을 덮어줘야 해요. 땅이 촉촉해서 이번에는 잘 자라겠네요.”


첫째 단에는 살구나무 세 그루, 체리나무 세 그루, 호두나무 세 그루를 새로 심었습니다. 둘째 단 과수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여긴 생각보다 나무가 안 죽었네요.”

셋째 단 과수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지난 태풍에 쓰러진 나무부터 치웠습니다. 나무가 워낙 크다 보니 옮길 수 있도록 가지를 중간중간 베었습니다.


작은 전기톱이 굵은 나뭇가지에 자꾸 끼었습니다. 전기톱을 빼고 나무를 베고 가지를 치우기를 반복했습니다.




두꺼운 밑부분은 작은 전기톱으로는 자를 수 없어서 남겨두고, 나무로 덮여 있던 땅에 무화과나무를 심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밤나무는 사면에 심었습니다.

“밤이 떨어지면 줍기 좋아야 하니까 이쯤에 심으면 좋겠네요.”


작년에 주운 밤 중에 크고 실한 밤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그 밤을 땅에 심었습니다.


마지막 밤 한 톨은 윗밭 아랫단과 윗단 사이에 심었습니다.

“여기 심으면 농사짓다가 그늘에 쉬어도 되고 밤 줍기도 쉬울 거예요.”

나무를 다 심고 가볍게 밭을 내려왔습니다.

“여기 진달래가 폈으니 남산에도 다 피었겠네요. 남산에 한번 가봅시다.”

사용한 연장을 씻어놓고 작업복을 갈아입은 후 남산으로 가보았습니다. 먼저 새갓골을 올라가 보았습니다. 진달래가 피었을까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몇 걸음 오르자 멀리 분홍빛 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오지게 피지는 않았네요. 어릴 때는 꽃을 꺾어서 꽃방망이를 만들곤 했어요.”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봄기운을 받아 피어나기 시작한 진달래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제 내려갑시다.”

진달래를 실컷 눈에 담은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삼릉골로 가보았습니다. 소나무 숲과 삼릉을 지나 진달래를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삼릉에는 아직 진달래가 피지 않았습니다.

“여긴 아직 진달래가 피지 않았네요. 갑시다.”


꽃이 피는 것은 진달래뿐이 아니었습니다. 개나리도 꽃봉오리가 벙글고 있고, 나무들도 잔가지에서 움이 트고 있었습니다.


남산에서 돌아와 저녁 공양을 하고 업무를 본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주말에 수현사 초청 법회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해요

“저는 새로운 일이나 변화가 있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일단 일은 하지만 마음이 굉장히 불안하고 편안하지 않습니다. 긴장과 불안을 알아차리고 편안하게 하자는 생각을 하면 너무 긴장이 풀어져 기한을 못 맞추거나 빠뜨립니다. 이렇게 마음이 극과 극을 달려 늘 편안하지 않은데 어떻게 편안하게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가 욕심을 너무 많이 내는 것 같아요.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지고자 하는 것은 기지도 못하는데 달리려고 하는 것과 같아요. 보통은 처음 만나는 사람, 장소, 일이 두려운 이유가 낯설고 처음이라서 그렇다고 말하죠. 밝을 때보다 어두울 때 두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어두워서 안 보여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들의 공통점은 모른다는 것입니다.

두려움, 떨림, 긴장, 초조와 같은 심리는 모두 무지에서 발생합니다. 이것은 사람, 일, 장소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무지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여행을 갈 때 매번 갔던 장소에 가고 싶어요? 새로운 곳에 가고 싶어요?”

“새로운 곳이요.”

“매일 같은 일을 하고 싶어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요?”

“여행은 새로운 곳이 좋은데, 일은 하던 일만 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일은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질문자가 꼭 그런지는 잘 살펴봐야 해요. 어떤 사람은 일의 경우에는 같은 일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하고, 사람의 경우에는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나면 좋겠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장소는 새로운 곳에 가면 좋겠다고 얘기하지요. 반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고,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니까 너무 지겹다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또 평생 같은 일만 하고 살아야 하냐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의사들도 매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아픈 부위만 계속 쳐다본다고 생각하면 재미가 있을까요? 그런데도 매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사명도 있지만 힘든 만큼 보상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똑같은 일을 두고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 다릅니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낯설기는 하지만 새로운 것을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새로운 일을 하면 서툴기는 해도 배우는 재미가 있잖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약간 어색하기는 해도 많은 사람을 사귀는 재미가 있습니다.

낯선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붓다의 삶을 보면 ‘여래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하고 말씀하신 적이 많습니다. 살인자가 나타나거나 성난 코끼리가 나타나서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도 ‘여래에게는 두려움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이유는 사물을 환히 밝게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지에 휩싸여서 살면 예측을 못 합니다. 두려움이나 신비주의는 모두 무지 때문에 일어납니다. 비행기가 300명을 태우고 하늘로 떠올라서 미국까지 날아가도 그걸 신비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만약 제가 여기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공중에 10초만 떠있으면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고 난리가 날 겁니다. 실용적으로 따지면 혼자 공중에 뜨면 뭐 하겠어요. 비행기는 더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저 멀리까지 가는데요. 그러나 전자는 우리가 원인을 알고, 후자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신비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종교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기반은 무지입니다. ‘이렇게 살면 지옥에 가고, 저렇게 살면 천당에 간다’ 하는 말은 인간의 사후 세계에 대한 무지를 기반으로 협박을 하거나 신비주의로 유혹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정말로 윤회를 합니까?’ 이런 질문은 본질이 아니에요. 틀렸다고 대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가 잠꼬대를 한다면, ‘잠꼬대하는구나’ 하고 놔두든지 흔들어 깨우든지 해야 할 일이지 그걸로 시비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논쟁하지 말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라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재물의 가피가 아닌 법의 가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법문을 듣거나 경전을 읽고 나서 곧바로 깨달을 수 있으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게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약간의 연습이 필요한 거예요. 꼭 절에 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면 힘이 드니까 스님의 지도가 필요한 거예요. 운전도 혼자 배울 수 있지만 잘하는 사람에게 배우면 더 쉽게 익힐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불교대학을 다니거나 도반들과 함께 수행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장수 죽림정사로 이동하여 용성조사 열반 83주기 다례재 및 기념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백용성조사 유훈실현위원회 이사회와 총회를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6

0/200

선우

감사합니다🙏

2023-04-14 07:07:26

도종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3-04-05 22:17:24

시명화

스님 고맙습니다~(())

2023-04-05 2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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