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6. 열반재일 기념법회, 공동체 공청회, 현안진단 300호 발행 간담회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한 말씀은...”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처님이 열반하신 날을 기념하는 열반재일입니다. 동시에 8일 출가열반 정진 중 마지막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 정각에 열반재일 기념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300배 정진을 먼저 했습니다.

지난 8일 동안의 정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로운 만일에 부지런히 수행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한 배 한 배 절을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이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256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불기는 부처님의 열반을 기준으로 하는 ‘불멸기’입니다. 그러니 불기 2567년이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이 열반하신 지 2567년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정확하게는 오늘부터 불기 2567년이라고 써야 합니다. 어제까지는 불기 2566년이고, 오늘부터 2567년이 됩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한 말씀은...

부처님은 쿠시나가라에 사라나무가 우거진 사라나무 숲에 이르렀을 때, 가사를 벗어 네 겹으로 접어서 두 그루 나무 사이에 깔고 누우셨습니다. 그리고 ‘여래는 오늘 밤에 열반에 들리라’ 하고 선언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에게 쿠시나가라 마을 사람들에게 가서 ‘여래가 오늘 저녁에 열반에 드니 여래를 마지막으로 친견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다 오라고 해라’ 이렇게 알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때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 제자, 재가 제자 등 많은 제자가 있습니다. 특히 왕사성, 바라나시, 사위성, 코삼비, 바이샬리 이런 곳은 왕들도 부처님의 제자이고 장자들도 부처님의 제자이고 출가 수행자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열반에 들지 않고 왜 이 시골 외진 곳인 쿠시나가라에서 열반에 드십니까?”

‘아난다여, 그런 말을 하지 마라. 이곳은 미래에 성스러운 곳이 되리라.’

‘그러면 이곳에서 열반에 드시더라도 쿠시나가라 말라 족의 왕궁에 가서 열반에 드십시오. 왜 이 숲 속에서 열반에 드십니까?’

‘아난다여, 그런 말을 하지 마라. 이 숲 속에서 열반에 들면 누구나 본인이 원하면 여래를 친견할 수 있다.’

부처님의 이런 모습을 경전에서는 ‘보문(普門)’이라고 표현합니다. 아무런 제한이 없는 넓은 문이라는 뜻입니다. 왕궁에서 열반에 들면 천민은 왕궁에 못 들어갑니다. 이 숲에서 열반에 들면 누구나 자기 마음만 있으면 다 올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야생 동물, 하늘의 신들까지도 누구나 다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난다는 마을에 알렸습니다.

아난다는 부처님께서 오늘 밤에 열반에 드신다니까 너무나 슬펐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아난다를 불러 위로하셨습니다.

‘아난다여! 슬퍼하지 마라.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다. 육신은 지금 너의 곁을 떠나지만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너의 곁에 남아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친견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한 사람씩 인사하지 않고 가족별로 인사를 했습니다. 밤이 깊어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이제 부처님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는 좀 편안히 계시라고 모두 물러갔습니다. 그때 수바드라가 찾아와서 부처님을 뵙기를 청했고, 바깥에서 친견이 되느니 안 되느니 하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바드라를 들여보내라. 그는 나를 귀찮게 하러 온 게 아니라 나에게 물을 것이 있어서 왔다.’

부처님은 수바드라의 질문을 받고 그를 깨우쳐주어 마지막 제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제자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나에게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라. 내가 열반에 든 뒤에 그때 물어볼 걸 후회해도 소용이 없지 않으냐. 지금 물어라.’

이렇게 세 번을 청했는데도 아무도 묻지 않자 아난다가 대답했습니다.

‘저희들은 아무런 의문이 없습니다. 여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 가르침을 따라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하셨습니다.

‘나는 지난 50여 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정진했느니라. 이 세상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이렇게 말씀하시고 편안히 열반에 드셨습니다. 바로 그 열반에 드신 날이 지금부터 2567년 전 오늘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도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수바드라를 교화하시고 대중들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묻듯이 의문이 있으면 물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50여 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정진했습니다. 어떤 신비한 존재가 아니라 꾸준히 정진하시고 교화하신 분이 부처님입니다. 그러니 우리들도 부지런히 수행 정진 해야 합니다. 정진을 하다 보면 수행이 좀 된다고 마음이 들떠서 자기가 마치 대단한 존재가 된 양 교만하기가 쉽습니다. 반대로 안 된다고 낙담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교 교리를 좀 안다, 절에 와서 염불 좀 할 줄 안다, 불교 의식을 좀 할 줄 안다, 이런 것을 갖고 불교를 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불교를 안다는 것은 좀 된다고 들뜨지도 않고, 안 된다고 좌절하지도 않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명상할 때의 마음 자세를 일상에서도 가져야 합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약간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약간 가라앉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곧바로 평정심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정토회의 가장 큰 힘이 무엇일까요?

오늘날 정토회가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후원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정토행자 여러분들이 꾸준히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를 해 온 결과입니다. 계획한 일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사람들이 좋아할 때도 있고 싫어할 때도 있고, 칭찬이 있을 때도 있고 비난이 있을 때도 있고, 사람들이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그런 가운데 정토행자 여러분들이 꾸준히 활동을 해 온 결과로 오늘날의 정토회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보시를 꾸준히 하고, 봉사도 꾸준히 하고, 자기 수행도 들쑥날쑥한 가운데에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꾸준히 해 온 것이 정토회의 가장 큰 힘입니다. 꾸준히 해 온 것을 빼면 정토회의 장점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소하게 성실하게 정직하게 그리고 꾸준히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열반하실 때 남긴 유훈을 따르는 삶입니다.

오늘 열반절을 맞이하여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가던 길은 꾸준히 걸어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으면 합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셔도 부처님의 제자들이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꾸준히 갔기 때문에 오늘날 불교가 전 세계로 전파가 된 것입니다. 인도의 전법사들이 그 당시의 어려운 교통 조건 속에서도 뱃길로 가야에 오고, 중국을 지나 고구려, 백제, 신라에도 오고, 일본에도 가고,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이 법을 만나게 된 겁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선조들은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꾸준히 해 오셨습니다.

용성조사님께서는 불교도 무너지고 나라도 빼앗기고 세상도 혼란스러운 그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추구하셨습니다. 나중에는 자기를 따르는 제자들마저도 일제의 강압으로 모두 배신하고 돌아섰지만, 이 법을 꾸준히 간직해 온 덕분에 오늘 우리에게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의 마지막 유언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보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8일 동안 출가열반 정진을 한 힘으로 2차 만일결사도 힘차게 출발했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부처님의 열반을 기념하는 법회를 마치면서 우리를 있게 해 준 조상 영가님께도 왕생극락하시라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천도재를 함께 지냈습니다.


대중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지난 8일간의 정진을 돌아보며 마음나누기를 했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3시에는 공동체 지부 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스님은 각 부서별로 간담회를 매일 진행하며 신임자와 전임자가 올해 사업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공청회에서는 그 결과를 전체 대중에게 발표하고, 다시 의견을 수렴해 보았습니다.

“공동체 인사 배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부서 인력을 모두 배치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인력 배치가 약간 불균형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문경수련원에 초심자들이 배치되고 연륜이 있는 분들이 배치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분들을 교체해 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합니다. 연수원도 굉장히 중요한데 인력을 많이 배치하지 못했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은 신임자로부터 올해 사업계획에 대해 발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부서별로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부서 사업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말하는 사람도 있고, 궁금한 점을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체 사업의 방향을 함께 공유한 후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저녁 6시부터는 평화재단 현안진단 300호 발행을 기념하여 필진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졌습니다. 햇수로는 14년을 헤아리는 긴 시간 동안 <현안진단>은 한반도와 역내 다양한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평화를 향한 대안을 제시하는 집단지성의 길을 지향해 왔습니다.

스님은 지난 14년 간 꾸준히 원고를 집필해 준 연구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씩 그동안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소감을 다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현안진단이 앞으로 지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평화재단을 창립한 19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벌어질 일들을 미리 막아보려고 평화재단을 창립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평가해 보면 예측은 맞았는데 상황을 변화시킬 역량은 부족해서 예측한 대로 갈등이 커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만, 세상이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평화재단이 앞으로 더욱더 많은 노력을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가

여러분의 소감을 들어보니 300호 발간을 기해서 앞으로는 국제적으로도 평화재단의 목소리를 알려나가고, 생명 안보를 비롯한 주제들을 선도적으로 제기해 나가자는 의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남북문제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어버려서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남북문제를 봐야지 남북문제만 갖고는 더 이상 정세를 판단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현실적인 답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발언도 우리가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전문가들도 답을 알지만 공개적으로 말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는 평화재단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수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큰 박수로 서로를 격려한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보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2-1차 천일결사를 준비하는 결사행자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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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3-24 09:46:05

실상

평범한 일상을 보냐고 떠나신
붓다의 사자후
“나는 지난 50여 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정진했느니라. 이 세상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언제들어도 뭉클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2023-03-12 16:51:29

강혜경

부처님이 열반하신지 2567년. 이 불법이 내게 전해진 역사를 보면 진실로 엄청난 복입니다.
"이 세상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처님의 유훈을 새기고 꾸준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3-12 06: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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