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5.21 천일결사 기도, 경전대학 즉문즉설, 청춘톡톡, 모내기 1일째
“아상을 내려놓기 위해 남편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성 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국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예불,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내일이면 10-8차 백일기도가 끝납니다. 스님은 지난 백일 동안 꾸준히 정진해 온 천일결사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처음 시작해서 이렇게 100일 동안 기도를 꾸준히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성질은 대개 작심삼일입니다. 어떤 결심을 해도 3일을 넘기기가 어렵죠. 그런데 이렇게 3일의 고비를 넘기고, 일주일의 고비를 넘기고, 열흘의 고비, 한 달의 고비, 두 달의 고비까지 넘기고, 이렇게 석 달을 지나 100일에 이르렀다는 건 그만큼 여러분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길

부처님께서도 열반에 드시기 전 ‘나는 지난 50년 동안 꾸준히, 성실하게 정진해왔다’고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도 그랬습니다.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드시기까지의 기간이 50년이었습니다. 세상이 덧없다는 말씀은 그만큼 세상에 집착하거나 의미 부여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라는 말은 수행의 핵심 요체가 가장 잘 담겨있는 표현입니다. 한꺼번에 너무 빨리 가려는 욕심도 내지 말고,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말고,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에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을 당할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정토회도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작지만 성실한 사람들이 꾸준하게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힘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아침에 일어나서 꾸준히 정진을 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진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기 시작하면 정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제 늦게 잠들었다, 어젯밤에 술을 마셨다, 직장생활이 힘들다, 날씨가 덥다, 날씨가 춥다, 몸이 아프다 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기 시작하면 단 하루도 정진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일체 이유를 대지 말고 정진을 해야 합니다. 꾸준한 정진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이유를 대면 안 됩니다. 그냥 5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기로 했으면 그 시간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는 겁니다. 그것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길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나부터 챙기고, 그런 다음 가족도 챙기고, 세상도 챙기는 것입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나부터 챙기는 건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내가 있어야 나를 기반으로 세상에 보탬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을 위해서도 우선 나를 챙기는 것입니다.”

이어서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법문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산 밑 밭으로 갔습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밭에 빈자리가 없도록 모종을 다 심읍시다.”

스님이 파종기로 구멍을 숭숭 뚫고 지나가면 행자님이 구멍 속에 물을 흥건하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모종을 구멍마다 하나씩 심고, 북 삽으로 흙을 덮어 주었습니다.




어린 모종을 심고 나면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종이 자리를 다 잡게 한 후 물조리개를 들고 물통과 밭 사이를 쉼 없이 왔다 갔다 하며 물을 주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이제 모종을 다 심었네요. 지금 몇 시예요?”

“7시 30분입니다.”

“아이고, 8시부터 화상회의가 있는데... 어서 내려갑시다.”

서둘러 산을 내려와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8시부터는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와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만준위 위원들과 전국 으뜸절 운영 방향을 비롯해 2차 만일결사의 사업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10시가 다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정토 경전대학 즉문즉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 경전대학 학생들을 위한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11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스님은 정토회가 추구하는 학생 중심의 교육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교육’을 떠올리면 ‘가르치는 일’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교육이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교육은 선생님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 교육이 학생 중심이 아닌 선생님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교육을 ‘배우는 일’이라고 정의하면 학생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학생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됩니다.

정토 경전대학도 선생님 중심, 스님 중심으로 생각하면 ‘스님이 무엇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그러나 정토 경전대학의 핵심은 ‘수업을 듣는 여러분들이 생활 속에서 겪고 있는 답답함과 괴로움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고 있는가’입니다. 여러분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스님의 법문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내 삶이 자유로워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스님의 평소 법문이 경전 해설보다는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즉문즉설로 이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또, 경전을 공부하더라도 경전에 대한 일방적인 해설을 원한다면 혼자서 유튜브를 보면 됩니다. 그러나 경전대학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수업을 들은 소감, 직접 생활 속에서 실천을 해보니 어떻더라 하는 경험담을 나눕니다. 이렇게 경전대학은 삶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과 과정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강의만 듣고 사람들과 같이 모여서 서로 소감과 경험담을 나누지 않으면 수업에 참석한 것이 아닙니다. 같이 모여서 ‘나는 안 되는데 저 사람은 되네’, ‘나는 되는데 저 사람은 안 되네’ 이런 자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안 되는데 저 사람은 되네’ 이런 경우에는 법륜스님도 아닌 나랑 비슷한 사람이 되니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나는 되는데 저 사람은 안 되네’ 하는 경우는 내가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또,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도 되는 걸 보니 당신도 될 것이라고 상대방에게 격려를 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공부하는 경전대학은 학생 중심의 교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잘 배우고 있는지 검증하는 기준은 ‘두려움이 얼마나 없어졌는가’, ‘근심과 걱정이 얼마나 줄었는가’, ‘괴로움이 얼마나 줄었는가’, ‘화나 짜증이 얼마나 줄었는가’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을 공부할 때도 ‘금강경에서 말하는 내용이 내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하는 관점에서 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경전 문구의 해석에만 매몰되면 내 삶에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경전 해석은 구글 검색만 해봐도 다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문구 해석이 중심이 되면 안 되고, 내 삶이 자유로워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경전대학 학생들은 지금 금강경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영상 강의를 듣고 나서 그동안 궁금했던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했습니다.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의 삶에 대해 배우고 나서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인지 궁금해했습니다.

아상을 내려놓기 위해 남편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나요?

“아상을 내려놓는 것과 인간성 상실이나 자아 상실과 어떻게 다른지요? 또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상대방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다는 의미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질문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남편과 갈등이 많은가 봐요. (모두 웃음)

오늘부터 연습을 한 번 해보세요. 다음 즉문즉설까지 한 달 동안 남편이 말하는 건 뭐든지 .‘예스’하겠다고 정하고 그렇게 해보세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 번 보는 거예요.

질문자의 생각에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요? 평소 질문자가 ‘여보, 그러면 안 돼’, ‘여보, 그건 아니야’ 이렇게 말하던 걸 생각했을 때, 앞으로 한 달 동안 아무런 말을 안 하면 남편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것 같죠?

오늘부터 한 달 동안만 내가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이 무슨 말을 하든지, 남편이 이러자고 해도 ‘예스’, 남편이 저러자고 해도 ‘예스’, 이리로 가자고 해도 ‘예스’, 저리로 가자고 해도 ‘예스’,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그렇게 한 달 동안 해보고 결과가 얼마나 나빠지는지 한 번 보는 거예요.

만약 경제적 손실이 생기고 결과가 많이 나빠지는 게 보여서 ‘이 정도의 손실이라면 싸워서라도 내가 간섭을 해야겠다’ 싶으면 그다음부터는 싸우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경제적 손실이 내가 싸울 때보다 10% 정도라면, 굳이 화내면서 싸우는 것보다는 10%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내가 화를 내고 싸우면서 막아낸 손실이 실제로는 10% 밖에 안 될 바에는 안 싸우고 그냥 10%의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겁니다. 어쨌든 이런 시도를 해봐야 앞으로 계속 싸우는 쪽으로 가든, 안 싸우는 쪽으로 가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택시기사 부인이 저에게 상담을 하러 찾아왔어요. 남편이 점점 야위어 가고, 병이 잘 안 낫는다고 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면 특별히 뭔가 문제가 있다고 나오지 않는데 건강 회복이 잘 안 된다는 겁니다. 남편을 데리고 오라고 해서 부인은 밖으로 나가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남편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늘 마음이 불안하다고 해요. 왜 불안하냐고 물어보니 화장실을 못 간대요. 옛날 택시기사들은 화장실을 잘 못 갔습니다. 손님을 태운 채 화장실에 가면 손님이 ‘급해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화장실에 가면 어떡하냐’고 불만을 제기하고, 손님이 없을 때 화장실에 가면 그 사이에 오는 손님을 놓칠까 봐 조마조마하다는 거예요.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손님이 와서 그 손님을 놓치게 되면 수입이 줄어드니까 걱정이 드는 거죠. 손님으로 할머니들이 타면 산동네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자고 할까 봐 할머니들이 타는 것도 겁이 난대요. 또, 짐 많은 사람이 손님으로 와도 짐을 실었다가 내릴 걱정부터 한다고 해요. 이렇게 걱정거리가 많으니까 화장실도 못 가고, 어떤 손님들이 올지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아내를 다시 들어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아내한테 남편이 이렇게 불안한 건 아내가 남편한테 너무 돈, 돈 해서 남편이 병들고 있다고 알려줬어요. 돈, 돈 하는 걸 멈추지 않는 한 남편한테는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더니, 아내가 자기는 남편한테 돈, 돈 한 적도 없고,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한 적도 없다고 해요. 그래서 다시 물었어요.

남편이 일 마치고 돌아와서 그날 번 돈을 건네주면 ‘이야, 오늘은 10만 원이네!’ 하거나 ‘오늘은 5만 원 밖에 안 되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한대요. 그게 곧 돈, 돈 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습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좋아하니까 조금이라도 더 벌어가고 싶게 된 것이고, 혹시 적게 벌까 봐 조마조마해서 화장실도 못 가는 병에 걸린 거예요. 그래서 돈, 돈 하는 걸 멈춰야 남편의 병도 나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제가 병을 고쳐줄 테니 고치는 비용으로 얼마나 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병원에 가서 고치려고 해도 몇 백만 원이 들고, 어디에 가서 기도를 해서 고치려고 해도 기도비도 몇 백만 원이 들잖아요. 그래서 나한테 공짜로 고쳐달라고 하지 말고, 고쳐주는 비용으로 얼마를 낼 수 있냐고 물었더니, 3백만 원을 내겠다고 했어요. 그때 택시기사 남편의 월급이 백만 원 정도였으니 큰마음을 낸 거죠.

그렇게 3백만 원을 받고, 다시 3백만 원을 아내한테 돌려주면서 스님한테 주려고 했던 그 돈으로 3개월 동안 생활비로 쓰라고 했어요. 남편 월급이 백만 원이니까 아내는 3개월 동안 그 돈으로 생활을 하고, 남편은 3개월 동안 일하지 말고 매일 쉬면서 절에만 나오라고 했어요. 쉬면 낫는 병이니까 쉬라고 했더니 처음엔 안 믿는 눈치예요. 안 나으면 3백만 원 물어준다고 했더니 수긍을 해요.

남편의 평소 출근 시간이 7시라고 해서 1시간 늦춘 8시까지 절에 오고, 평소 퇴근 시간이 오후 7시라고 해서 1시간 당긴 오후 6시에 집에 돌아가도록 했어요. 처음에는 절에 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냐고 묻길래, 일단 오기만 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절에 왔길래 뭘 잘하냐고 물었더니 운전만 잘하고 다른 건 잘 못한대요. 그래서 그냥 차를 가지고 시내로 나가서 돈 받지 말고 운전하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태워주라고 했어요. 돈을 안 받으니 조급할 일도 없고, 사람이 두 명 타든 지 네 명 타든 지 신경 쓸 일이 없죠. 기름값은 어떻게 하냐고 해서 기름값은 제가 대준다고 했어요. 대신 어디에 차를 세워두고 놀면 안 되고, 하루 종일 다니면서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화장실 가야 할 때 화장실 가고, 사람이 한 명이 오든, 두 명이 오든, 세 명이 오든 그냥 태워주라고 했습니다. 옛날부터 인도에서 가장 큰 공덕 중 하나가 길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무거운 짐 나르는 사람을 도와주는 겁니다. 그러니 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택시 타려는 사람들을 집까지 태워주고, 짐도 실어서 날라주면 이 두 가지 공덕을 동시에 짓는 거예요. 달동네에 사는 사람이 손님으로 타면 집까지 짐을 가져다주면 더 큰 공덕을 짓는 게 되죠.

이렇게 공덕을 짓고자 하면 손님으로 한 명이 타는 것보다 두 명 타는 게 더 좋고, 두 명 타는 것보다 세 명 타는 게 더 좋습니다. 또, 짐 없는 손님을 태우는 것보다 짐 많은 사람을 태워주는 게 공덕이 더 큽니다. 평소에는 짐 없는 사람을 선호했을지 모르지만 공덕을 짓고자 하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짐 있는 손님을 태워야 합니다. 또 가까운 곳에 가는 것보다 오지에 손님을 태워주는 게 공덕이 더 큽니다. 한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보다는 두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게 공덕이 더 크고, 짐 없는 사람을 태워주는 것보다는 짐 있는 사람을 태워주는 게 공덕이 더 큽니다. 그래서 택시기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병을 고치려고 하면 공덕을 많이 쌓아야 하니, 가능하면 손님을 많이 태우고, 가능하면 짐이 많은 사람부터 태우세요.’

다음날부터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해서 한 시간 일찍 퇴근하고, 돈도 안 받고 그냥 편안하게 다니면서 필요한 사람들을 태워주는 일을 했습니다. 기사가 마음속으로 돈을 안 받겠다고 생각해도 손님이 돈을 주면 그 경우에만 돈을 받으라고 했어요. 대신 얼마를 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그냥 손님이 주는 대로만 받으라고 했습니다. 많이 주면 많이 받고, 적게 주면 적게 받는 거죠. 그렇게 첫 달 기름값을 대주고 일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면 택시기사는 사람들을 태워줘서 공덕을 짓고, 손님들은 안 줘도 되는 돈을 주니까 보시를 해서 좋은 거예요. 그렇게 한 달 동안 해봤는데, 이 사람이 죽어라고 일할 때에 비해 딱 절반 정도의 수입이 생겼어요. 두 번째 달에는 평소 수입의 70%가량이 들어왔고, 세 번째 달에는 평소 수입의 90%가 들어왔어요.

그제서야 택시기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할 때는 화장실도 가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태우고, 가능하면 짐 많은 손님을 태우고, 가능하면 오지에 가는 사람을 먼저 태웠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복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니까 신경이 과민한 증세가 싹 사라졌어요.

따지고 보면 악을 쓰고 일을 할 때와 부담 없이 일을 할 때의 수입 차이가 10%가량밖에 안 났던 겁니다. 그런데 악을 쓰고 일을 해서 몸에 병이라도 나면 그걸 고치는 데 들어가는 병원비가 10% 차액보다 훨씬 더 많이 듭니다.

여러분도 욕심내고 긴장하고 조급하게 일을 하면 그러지 않을 때보다 조금 더 벌긴 하겠지만 실제로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악을 쓰며 일을 하는 게 실제로 얼마만큼의 수입을 더 만들어내는지 꼭 검증을 해봐야 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남편이 뭐라고 하든지 무조건 ‘예스’를 한 번 해보세요. 그렇게 해서 손해가 막심하면 스님이 그만큼 보상을 해줄 테니까, 실제로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 달 동안 지켜보세요.

이렇게 직접 검증을 해보고 이익과 손해가 얼마나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검증을 해보기도 전에 무조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마치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생각합니다. 실제로 검증을 해봐야 내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내 생각을 내려놓으면 갈등할 일도 없고, 걱정할 일도 없고, 크게 손해 볼 일도 없습니다.

돈에 집착하면 돈이 나의 주인이 되고, 내가 돈 앞에서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인기에 집착하면 인기가 주인이 되고, 내가 인기 앞에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건강에 집착하면 몸이 주인이 되고, 내가 건강이 나빠질까 봐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이게 곧 자아상실, 인간성 상실입니다. 돈, 인기, 건강 등에 집착하면 그것으로 인해 부모 자식 간에 싸우고, 형제간에도 싸우고, 부부 사이에도 싸우고, 사회 계층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납니다. 그게 곧 공동체의 붕괴입니다.

상대방의 요구에 수순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실제로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스님이 ‘네 생각을 내려놓아라’ 하고 백 번을 말해도 소용없어요. 본인이 실제로 자기 고집대로 할 때와 자기 고집대로 하지 않을 때를 비교해서, 고집대로 할 때 실질적인 이익이 크지 않다는 걸 체험해야 저절로 자기 고집을 내려놓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택시기사에게도 당시 그렇게 처방하지 않고 ‘밥 먹어야 할 때 먹고, 화장실 가야 할 때 가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세요’ 이렇게만 말해주었다면 병이 안 고쳐졌을 거예요. 돈을 못 벌게 되면 거기에 전전긍긍해서 다시 병이 도지니까 병을 고칠 여유가 없는 겁니다. 병을 고치는 비용으로 3개월 생활비를 줄 테니 3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주니까, 절에 와서 봉사를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3개월 동안 할 일이라고는 봉사밖에 없죠. 그리고 잘하는 게 운전이니까 시내에 나가서 사람들 태워주는 봉사를 하라고 한 거예요. 그렇게 3개월 동안 직접 경험을 해보니까 스스로 긴장하거나 돈에 집착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겁니다. 몇 푼 더 벌겠다고 긴장하고 쫓기면서 살면 결국 몸에 병만 생깁니다.

오히려 산동네에도 기꺼이 운전해서 가주니까 사람들이 고마워서 팁도 주고, 할머니들한테는 무거운 짐도 대문 앞까지 가져다주니까 좋은 소리도 듣죠. 꼭 팁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닌데도 사람들한테 잘해주니까 좋은 소리도 듣고, 팁도 생기는 거예요.

이렇게 임하는 걸 수순 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이렇게 해보면서 결과를 지켜보세요. 상대방이 원하는 걸 다 해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 노예입니다. 또, 어떻게 아이들이 원하는 게 있다고 다 해주겠어요?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죠. 그럴 때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안 해줄 일이면 그냥 안 해주면 되지, 그걸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 때 안 싸우기 위해서는 일단 질문자가 뭐든지 한 번 해볼 필요가 있어요. 내 고집대로 안 해도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체험해야 내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세요. 남편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아무리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예스’ 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남편과 지내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그다음은 직장에서도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상사가 뭐라고 하면 일단 무조건 ‘예스’ 해보는 겁니다. 예전에는 열 번 다 안 된다고 말했다면, 이제는 아홉 번은 괜찮다고 말하고 한 번 정도만 문제제기를 해보세요. 그렇게 했을 때 일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세요.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조정을 해보면 됩니다.

여러분은 해보기도 전에 ‘이런 문제가 있을 거야’하고 미리 짐작만 하지, 실제로 그 문제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릅니다. 인생을 살면서 매 순간 큰일인 줄 알았지만 지나 놓고 보면 별 일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을 뿐이에요.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조금 오르면 좋아하고, 조금 떨어지면 울고불고했는데, 지금 보면 당시 그 성적이 조금 높거나 낮았다고 해서 지금 내 인생이 크게 달라졌을까요?

이렇게 내 고집대로 하든, 하지 않든,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면 내 고집을 내려놓게 되고, 그걸 중생의 요구에 수순 한다고 표현합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오늘부터 꼭 한 달 동안 해봐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한 달 동안 꼭 해보고, 다음 달에 소감 발표를 하세요. 결과 보고를 해야죠.”

“네, 알겠습니다.” (웃음)

이 외에도 금강경과 관련하여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다 하고 나니 낮 12시가 넘었습니다.

청춘톡톡

낮에는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가 여름이 벌써 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뙤약볕을 피해 실내에서 업무를 본 후 오후 2시에는 청춘톡톡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1200여 명의 청년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봄이 오는 듯하더니 어느새 봄이 지나가고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으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오늘 낮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가고, 내일은 30도를 웃돈다고 합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라고도 하죠. 집집마다 담장에는 장미 넝쿨과 함께 붉은 꽃들이 만발해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5월은 연애하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하던데, 저에게 5월은 농사짓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지난주 제가 농사짓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스님이 즐겁게 농사짓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죠? 농촌에는 요즘 항상 일손이 부족합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분들은 언제든지 이곳 두북 수련원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웃음)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시간이 남아서 즉석에서 현장 질문도 받았습니다. 청년들의 고민에 애정을 갖고 대답을 해주다 보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오후 4시에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모내기 1일째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두북 수련원에서는 오늘부터 3일 동안 모내기를 합니다.

오전에 농사팀 행자님들이 모판을 논둑에 내려놓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혹시 모가 마를까 봐 모판을 물에 잠기도록 옮겼습니다.

윗논은 아직 물이 다 차지 않아서 호스를 이용하여 모판을 흥건하게 적셔 주었습니다.


작년까지는 동네 어르신에게 부탁해서 모를 심었는데, 올해부터는 두북 공동체 대중들이 직접 모를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묘당 법사님은 생전 처음으로 이양기를 운전했습니다.

나름대로 연습도 해보고, 유튜브에서 이양기 운전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는데, 막상 이양기를 직접 몰고 논으로 들어가 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가 반듯하게 심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스님이 말했습니다.

“법사님, 모와 모 사이에 큰 고속도로가 생겼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웃음)

이양기가 지나가고 뒤를 돌아보면 모가 심어진 줄이 삐뚤빼뚤 했습니다.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님은 직접 모판을 들고 와서 빈자리마다 손으로 모를 심었습니다.


“숫제 손으로 심는 게 더 반듯할 것 같은데요.” (웃음)

묘당법사님이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우여곡절 끝에 해가 지기 전에 300평 넓이의 논에 모를 다 심었습니다.

“오늘은 논 하나밖에 못했네요. 내일은 아침 일찍 모내기를 시작할 수 있게 모판을 논둑에 내려놓고 갑시다.”

출렁이는 논 위로 산 그림자와 저녁노을이 비쳤습니다.

서둘러 내일 모내기를 할 논으로 이동하여 모판을 내렸습니다. 트럭에서 모판을 내리는 사람, 모판을 받아서 논둑에 내려놓는 사람, 서로 역할분담을 하여 빠른 속도로 모판을 다 내렸습니다.


“오늘은 저녁 예불을 한 시간 늦춥시다. 8시에 예불을 하는 것으로 해요.”

해가 저물고 나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이 되자 두북 공동체 대중은 일주일을 돌아보며 마음 나누기를 했고, 스님은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부터 모내기를 한 후 오전에는 제10차 천일결사 9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다시 모내기를 한 후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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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ene

택시기사 이야기는 저에게 매우 인상깊어 가끔 검색해서 다시 읽곤 합니다.
내 이익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필요에 의해 쓰이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마음을 내 보겠습니다.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01-08 15:24:38

은희

악다구니 욕심내도 손해가 10%라면 네 해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또 직장상사에게 네 해볼게요

2022-07-11 18:56:52

사탕구

택시기사의 이야기로 예하고 합니다의 의미를 알수 있어 좋습니다.

2022-06-01 06: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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