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25 두북 공동체 산행, 일요명상
“계획적으로 살고 싶은데 즉흥적으로 살게 돼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고 난 후 새롭게 지정한 정토행자 가정의 날입니다. 온라인 전환 이후 행사와 회의가 더욱 많아진 활동가들의 어려움을 배려하여 매월 넷째 일요일은 어떤 회의와 행사도 잡지 않고 가족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스님도 처음으로 시행되는 정토행자 가정의 날을 맞이해 휴일과 같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도 봉사자가 일절 오지 않기로 한 날이니까 급히 할 일이 없으면 우리도 도시락 싸서 산행이라도 갈까요?”

스님의 제안으로 두북 공동체 성원들 모두가 급한 일은 아침 일찍 처리하고 점심도 일찍 먹고 스님과 함께 11시경에 출발했습니다.

백운산을 차로 해발 700미터까지 올라왔을 무렵 모두가 차에서 내렸습니다.

“여기서부터 10km 정도를 걷겠습니다. 산의 8부 능선을 따라 난 소방도로이니까 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돼요. 자, 그럼 출발합시다.”

한 달 전만 해도 앙상한 나뭇가지들 밖에 안 보였는데, 어느새 연둣빛 나뭇잎들로 산 전체가 물들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산이 고헌산이에요. 높이가 1033m입니다.”

뭉게구름은 바쁠 일 없이 바람을 따라 푸른 하늘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햇살을 받은 잎들은 싱그러웠습니다.

“매일 모니터를 보고 방송만 하다가 연두색 나뭇잎을 보니 눈이 정말 편안하네요. 눈이 제일 많이 휴식이 되는 것 같아요.”

중간에 두 번 휴식하는 것을 제외하고 계속 산길을 걸었습니다. 다시 차에 오를 무렵 스님이 말했습니다.

“총 10km 걸었어요. 여기서 두북 수련원 농장까지 걸어가려면 다시 10km를 더 걸으면 돼요. 그러면 총 20km 걸을 수 있어요. 걸어가 볼래요?” (웃음)

“스님, 오늘은 충분히 걸은 것 같습니다.”

결국 차를 타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각자 일을 처리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55번째 시간입니다.

2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지난 한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2월과 3월에는 날씨가 따뜻하다가 4월 초는 예년보다 더 추웠어요. 그러자 마치 계절의 변화가 정지된 것처럼 잎이나 꽃들의 성장도 멈춰 버렸습니다. 지난주에는 갑자기 초여름 날씨처럼 낮 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가서 더위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두북 수련원에서는 채소들의 모종을 옮겨 심느라고 일손이 매우 바빴습니다.

오늘 정토회는 가정의 날이라고 해서 공식적인 행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산행을 했는데, 산천이 연초록색으로 물들어서 정말 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 갓 돋아난 나뭇잎이 너무나 부드러웠습니다. 이런 좋은 봄날에 여러분들과 함께 명상을 해보겠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 두 개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그중 한 가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계획적으로 살 수 있는지, 명상이 여기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을 계획적으로 살려면 어떡해야죠?

“어떻게 하면 인생을 좀 더 계획적으로, 체계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일할 때는 그냥 즉각적인 반응으로 하는데 좀 더 계획적이고 능동적으로 하고 싶어요. 추천할만한 특정한 단계는 없는지요. 명상이 의도에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How can I live my life more intentionally? I usually react immediately at work but I want to be more deliberate and proactive. What specific steps do you recommend? How can meditation play a part in that intention?)

“인생을 계획적으로 설계하고 살면 만약 그 계획대로 안 되었을 때 괴로움이 발생합니다. 계획대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려면 우리들의 욕망이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치기가 쉬워서 감정과 욕구가 폭발하게 됩니다. 결국 의도적으로 살아지지 않게 되니까 실패한 인생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좌절했다가 또다시 계획을 세우고, 다시 좌절하고 또 도전하고, 이렇게 반복되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대부분 우리들의 삶이 이렇게 의도적으로 계획을 했다가 실패하고 패배를 맛보고 난 후 다시 또 노력하고 실패하고, 이렇게 반복될 때가 많습니다. 이런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너무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마라!’ 이런 조언을 하게 되는 거예요. ‘주어지는 대로 인연 따라 살아라!’ 이렇게도 말하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대로 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의도대로 안 되었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겁니다. 잘못 알아들으면 ‘되는 대로 계획 없이 살아라!’ 이렇게 받아들이기가 쉽습니다. 욕망대로 무계획적으로 살라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중도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노력은 하되, 그 결과에는 집착하지는 않는다. 주어진 결과는 무엇이든지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이렇게 관점을 갖게 되면 의도대로 하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도나 노력은 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야 합니다. 즉, 그 일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야 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진리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래도 이루고 싶으면 다시 노력하면 됩니다. 그것도 아니면 포기해도 됩니다. 다시 노력했을 때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또다시 노력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면 됩니다. 다만 목표를 향해서 연구하고 노력할 뿐이지, 결과가 안 된다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다만 할 뿐이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명상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것의 한 방법으로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거예요. 그 대상의 하나로 호흡을 설정했습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편안한 가운데 호흡을 뚜렷이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그 의도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안 된다고 실망할 것도 없고, 된다고 좋아서 들뜰 것도 없어요. 되면 되는 것을 지속하고, 안 되면 다시 하고, 이렇게 꾸준히 해 나갑니다. 어느 정도 연습이 무르익으면 의도한 결과에 도달하게 됩니다. 반드시 목표에 도달해야 된다고 집착하면 약간 조급증이 일어나게 됩니다. 목표를 설정하지만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한 발 한 발 다만 나아갈 뿐입니다.

이것이 먼저 명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여러분들의 일상생활도 변화가 생깁니다. 지금 질문하신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편안하게 앉아 있는 것만이 명상이 아니에요. 이렇게 다만 할 뿐인 자세로 명상을 해야 일상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니 명상을 올바르게 꾸준히 해나가면 질문자가 말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이 명상하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다만 호흡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놓치면 다시 호흡에 관심을 둡니다. 편안한 가운데 한가한 상태로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관심을 두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어떤 장애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실시간 채팅창에 소감과 질문이 올라오는 동안 스님은 명상의 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가운데 지나간 과거도 생각하지 않고,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호흡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잠을 자는 것보다 훨씬 더 정신 작용에 쓰이는 에너지가 적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에 깊이 들어 있으면 거의 먹지 않아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정신 작용이 휴식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적게 들고, 잠을 자는 것보다 훨씬 더 뇌가 쉬게 됩니다. 그래서 정신이 맑아지고 몸과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가장 에너지가 적게 쓰이는 상태

이것은 단순히 믿고 복을 구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작용들을 앞으로 과학자들이 더 연구하게 되면 신체 작용이든 정신작용이든 모두 밝혀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항상 명상을 할 때는 한가한 마음으로 편안한 가운데 과거도 생각하지 않고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다만 호흡만 알아차리도록 하는 거예요. 이것이 가장 적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태입니다. 어떤 의지로 심리를 억압하지도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없어요. 오히려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피곤을 풀어주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가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잘하려고 각오하고, 안 된다고 실망하고, 이렇게 하기 때문에 앉아 있기는 하는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기도 합니다. 피곤한 몸과 마음을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명상인데 여러분들은 명상을 애써서 하기 때문에 명상을 하는 게 힘들어서 도로 쉬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래서 좀 더 편안한 가운데 생각에 잠기지 말고 호흡에 또렷이 깨어 있어 보시기 바랍니다.”

스님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수백 개의 소감이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한 명 한 명의 소감을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격려도 해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감을 나눠주었네요. 다리가 아팠다, 졸렸다, 많은 소감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소감들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어쨌든 명상을 해봤다는 얘기입니다. 명상을 직접 해 봤기 때문에 다리도 아프고, 졸리기도 하고, 망상이 생기기도 하고, 호흡이 알아차려지기도 하는 겁니다. 이게 다 해봤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모두가 다 잘하셨어요.”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소감도 올라왔습니다.

“On and off a few times lost breath but realized and caught up to concentrate on breath and went on ease of mind.”
(“몇 번씩 호흡을 놓쳤는데, 놓친 것을 깨닫고 다시 한번 호흡에 집중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This was a helpful meditation as I could immediately apply sunims guidance since instruction. I noticed that when I'm focused and the breath I want to control it. I will continue diligently practicing.”
(“이번 명상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 스님의 가르침을 바로 적용할 수가 있었어요. 제가 호흡에 집중을 할 때는 숨을 컨트롤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스님은 한 마디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하시기 바랍니다.” (웃음)

여기까지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준 국제지부 활동가들과 잠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전법활동가 법회가 처음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5월 온라인 주말명상

신록의 계절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알 수 없는 기분에 우울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으신가요?
온라인 주말명상을 통해 2박 3일 동안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체험을 통해
자유와 행복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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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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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이

스님의 말씀은 항상 저의 길잡이 되어주셨어 감사합니다~틈틈히 수시로 느끼면서 살겠습니다~건강하세요

2021-06-26 08:40:07

김순복

명상의 깊이 을 느끼고 십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5-18 14:24:46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1-04-30 1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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