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26 전법활동가 법회
“지치지 않고 이 일을 꾸준히 하려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처음으로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 10시 정각에 스님은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 자리했습니다. 방송실에 마련된 10개의 모니터에는 500여 명의 얼굴이 화면을 꽉 채웠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을 한 후 전법활동가들은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전법활동가를 위한 첫 법회이기 때문에 스님은 전법활동가의 정체성과 역할이 무엇인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전법활동가일까요?

“정토회 회칙에는 ‘전법회원’이라고 되어 있고, 불법의 관점에서는 ‘전법행자’입니다. 앞으로 저는 여러분을 주로 ‘전법행자’라고 부를 것 같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일상적으로 ‘전법활동가’로 부르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법회의 공식 명칭은 ‘전법활동가 법회’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부처님이 출현하기 이전에는 정신적인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브라만 계급이었습니다. 당시는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브라만은 태생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이후에는 태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결단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브라만(Brahmin), 크샤트리아(Kshatriya), 바이샤(Vaiśya), 수드라(Shudra)라는 계급에 상관없이,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에 상관없이, 본인이 결단해서 집을 버리고 출가한 사람들로 상가를 구성했습니다. 당시 상가는 비구(bhikkhu), 비구니(bhikkhuni), 사미(Sramanera), 사미니(Sramanerika), 식차마나(śikṣamāṇā) 등 출가 5중(出家五衆)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상가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기 결단이었습니다.

대승불교가 새로 일어날 때는 상가를 구성할 때 출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발보리심(發菩提心)’이 중요했습니다. 즉 ‘부처를 이루겠다고 마음을 냈는가’ 하는 기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선남자 선여인’이 상가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이들을 보디사트바(Bodhisattva), 즉 보살이라고 합니다. 출가한 남자 스님인 비구, 출가한 여자 스님인 비구니, 재가 남자 수행자인 우바새, 재가 여자 수행자인 우바이를 보살이라 하고, 이들 4부대중(四部大衆)으로 상가를 구성했습니다. 이 말은 스님 중에도 대승 상가 구성원이 못 된 사람이 있고, 재가자 중에도 대승 상가 구성원이 된 사람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발보리심’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출가한 스님들은 모두가 발보리심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당시 스님들 중에는 수행자가 아닌 사제나 제사장 역할을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대승불교의 규정에 따르면 이런 스님들은 상가 구성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정토회는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과 대승불교의 전통을 계승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자기 결단을 하고 나온 사람들과 비록 세속에 살지만 마음으로 자기 결단을 한 사람들로 상가를 구성했습니다. 즉 대승불교의 보살승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출가한 사람들과 출가하지 않아도 발보리심 한 사람들을 아울러 정회원이라 했는데, 이제부터는 조금 더 원래 의미에 가깝게 ‘전법활동가’라고 이름하였습니다.

그래서 전법활동가가 되려면 보살의 서원인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해야 합니다. 상구보리(上求菩提)란 수행 정진해서 괴로움이 없는 경지인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것을 삶의 목표로 해서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하화중생(下化衆生)이란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인데, 이것은 전법활동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는 복을 비는 자가 아니라 수행 정진하겠다는 마음을 내면 정회원이 되었는데, 이제 전법활동가가 되려면 전법활동까지 하는 것을 의무 사항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전법활동가는 자기정진을 위해서 매일 아침 기도를 해야 하고, 수행법회에 참여해야 하며, 일 년에 한 번씩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목표로 나아가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지위가 높아지는 것, 인기를 얻는 것, 자식 잘 키우는 것이 목표가 되면 전법활동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여야 합니다.

전법활동가는 상구보리 할 뿐만 아니라 하화중생하는 원(願)이 있어야 합니다. 이 법을 널리 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거나 수행법회에 참여하는 회원을 관리하는 전법사가 되어야 하고, 그 활동을 위해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법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하며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상구보리 하는 전법활동가는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할까요?

첫째, 해탈과 열반을 목표로 정진하는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욕망에 사로잡혀서 껄떡거리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 자기 삶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자기감정에 사로잡혀서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원망한다면 수행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셋째, 자기 견해를 고집하고 시비 분별해서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수행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삶의 자세가 바깥으로 드러나면 어떤 모습일까요? 2600년 전 부처님이나 당시 스님들은 집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탁발하고 버려진 분소의를 주워 입고 나무 밑에서 살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검소하게 산다는 것을 지저분하게 산다는 걸로 오인하면 안 됩니다. 검소하게 살되 청결하게 살아야 합니다.

또 재물이 없다고 비굴하게 껄떡거리며 살아도 안 됩니다. 지위가 높다고 목에 힘주고 교만하게 살아도 안 됩니다. 지위가 낮다고 기죽고 살아도 안 됩니다. 수행자라면 당당해야 합니다. 교만하지 말고 당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질서하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수행자라면 이런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검소하되 깔끔하고, 겸손하되 당당하고, 자유롭되 질서가 있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나날이 조금씩 이런 쪽으로 나아가야 수행자라고 할 만합니다. 그래야 승가(僧伽)의 구성원이 될 수 있습니다. 집을 버리거나 가족을 버리지 않더라도 그렇게만 한다면 발보리심한 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화중생하는 전법활동가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할까요?

첫째, 남의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즉 경청해야 합니다. 인생이 괴롭다고 아우성치는 사람이 있을 때 귀담아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계속하는 사람은 전법활동가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둘째, ‘저 사람 입장에서는 저럴 수도 있겠다’ 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화가 나니까 저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지금 저 생각밖에 못 하니까 저럴 수 있는 겁니다.

셋째,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라도 저렇게 되면 그럴 수 있었겠다’ 이런 공감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의 얘기를 귀기울여 경청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하는 이해 위에 ‘나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겠다’ 하는 공감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전법활동가는 나누기를 진행하거나 대화를 할 때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넷째,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되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문제를 제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해는 되지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많은 과보가 따르게 됩니다’ 이렇게 공감을 하면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문제를 제기할 때는 자비롭고 부드럽게 말해야 합니다.

지치지 않고 이 일을 꾸준히 하려면

이런 마음가짐으로 전법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법을 하는 과정에 시비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러면 전법을 하다가 지치게 됩니다. 우리는 전법을 할 때 항상 브루나 존자의 전법 선언을 기억해야 합니다. 브루나 존자가 전법을 하려고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가서 전법을 한다고 그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할 수도 있다’

브루나 존자가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비난할지언정 때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시 부처님께서 묻자 브루나 존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때릴지언정 죽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시 부처님께서 묻자 브루나 존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죽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는 이 몸이 원래 무상한 것임을 알아 기꺼이 받겠습니다.’

전법을 하려면 이렇게 어떤 경우에도 두려움이 없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런 것을 목표로 여러분들이 전법행자가 됐기 때문에 우선 내가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전법을 할 때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매일 정진하고 법문을 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수행을 사람들과 나누고, 약속을 어겼을 때는 참회하고, 이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됩니다.

쉽게 말해 전법활동가는 곧 법사가 되기 전 단계예요. 이렇게 전법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법사의 역할에 한 발씩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행정 업무도 하고, 전법사 역할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경험이 쌓이면 행정 업무는 모두 그만두고 전문적으로 대중교화만 하게 되는데, 그것이 곧 법사입니다.

이번 주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세 가지 법회

매주 월요일마다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게 됩니다. 전법활동가 법회에서는 전법행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대중을 교화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해서 법문을 하게 됩니다. 전법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주제로 대화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수행법회를 하게 됩니다. 광범위한 정토회 회원들이 일상생활 문제로 힘들어할 때 수행적 관점을 잡을 수 있게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전법활동가와 정토회 회원 모두가 이 법회에 참석하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일반 국민들 누구나가 참석해 질문할 수 있도록 즉문즉설이 열립니다.

이렇게 사람의 조건에 맞게끔 설법을 하려고 법회를 3개로 나누었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수행을 지향하는 정토회 회원을 위해서 수요 수행법회, 전법활동가를 위해서 월요 전법활동가 법회가 새로 신설된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하시고 이 법회에 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법회 후 포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질문은 4명만 받았습니다.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한 후 스님이 한 가지 공지를 했습니다.

“정토회에서 오랜 기간 수행하고 활동한 분들 33명을 대상으로 작년 5월부터 1년 동안 법사 수계를 위한 행자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법사 수계식을 앞두고 있는데, 법사 수계자에 대한 의문이나 반대 의견이 있으시면 전법활동가 소통방으로 공지되는 안내에 이의신청서를 첨부했으니 보시고 5월 21일까지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의혹이 있거나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가볍게 내어 놓고 수행자로서 자기 과제를 극복하도록 서로 돕는 것이니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으시면 가볍게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법문이 끝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전법활동가들은 곧바로 포살을 시작했습니다. 18계본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뉘우치며 대중 앞에 드러내어 한 배 한 배 참회의 절을 했습니다. 계본 1번부터 낭독하며 ‘청정합니까’라고 세 번 질문하면 스스로 청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삼배로 참회를 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첫 번째 전법활동가 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 후 스님은 읍내에 다녀왔습니다. 창고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분이 있어서 위치와 공간을 살펴보고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사료편찬특별위원회와 온라인 간담회를 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손님이 찾아와 경주 남산 일대를 함께 산책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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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브로나존자를 생각하며 전법에 임하겠습니다 법륜스님과 함께여서 고맙고 행복합니다 언제나 든든한 스님덕분에 늘~~ 행복합니다

2021-04-30 20:00:23

보각

입장이 분명하구나.. 깨닫겠다는 발보리심을 낸 사람이 상가구성원이 될 자격이 있구나... 명확하고 명쾌하게 들렸습니다 고맙습니다.
부드럽게 이야기할줄도 알아야한다는것들이 있네요. 덕목이 좀 많게 느껴졌어요 할 수 있는 만큼 한발한발 해봐야지싶네요

2021-04-30 13:52:27

신용남

경청 .이해.공감.반론을 재기 할 때
부드럽게 .
전법활동가는 두려움이 없어야한다는
말씀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2021-04-30 12: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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