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28 법륜 스님의 추석 메시지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단식 3일째입니다.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봉화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먼저 텃밭 창고를 정리했습니다. 목공을 잘하는 행자가 도구 걸이대를 만들어왔습니다. 나무로 만든 걸이대를 설치하고 도구를 쓰기 좋게 걸었습니다.

창고 정리를 마치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도 비닐하우스 4동에 갓을 심었습니다.



갓을 다 심고 물을 길어와 듬뿍 주었습니다. 네 번 왔다 갔다 한 끝에 물을 다 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텃밭으로 돌아와 여름에 심은 상추를 다 뽑고 밭을 갈았습니다. 명상수련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가을 상추를 심을 수 있도록 밭을 만들었습니다.

단식 3일째, 물만 마시고 있다 보니 평소보다 기운이 없습니다. 팔로 들어 나르던 거름 포대는 작은 수레를 이용해 옮겼습니다.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거름을 먼저 뿌려주었습니다. 돌이 많아서 체로 한번 걸러냈습니다.


그 위에 가축분으로 만든 퇴비와 유박을 뿌리고 고루 폈습니다.

흙과 거름이 골고루 섞이도록 삽으로 깊이 땅을 뒤집고 섞어서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닐은 다시 쓸 수 있도록 햇볕에 잘 말렸습니다.

텃밭 만들기를 끝으로 울력을 마치고 업무를 본 후 11시에 봉화 정토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9월 30일부터 시작하는 한가위 명상수련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합니다. 촬영팀이 두북 수련원에서는 촬영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문경 수련원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봉화 수련원에 잠시 들렀다가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을 시봉 하는 사람이나 수행팀도 모두 이번 명상 기간에는 자기 정진을 합시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정진을 하자는 취지니까 여러분도 두북 수련원에 계세요. “

모두 두북 수련원에 남고, 운전하는 행자만 문경 수련원으로 함께 갔습니다. 운전하는 행자도 문경 수련원에서 명상수련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명상수련하는 동안 물만 마시면 돼요. 괜히 저를 시봉 하는 소임을 주면 정진에 집중을 못해요.”

“네, 스님. 고맙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오후에 봉화 수련원에 도착한 스님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뒷산에 송이버섯이 난다고 해서 송이버섯을 찾아 수련원 뒷산을 올랐습니다. 한참을 둘러보았지만 버섯 구경도 못했습니다.

어쩌다 이름 모를 왕버섯을 발견하긴 했지만 결국 송이버섯은 찾지 못했습니다.

산을 내려와 원고 교정을 본 후 저녁에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은 추석을 맞이하여 법륜 스님의 추석 인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추석 연휴 동안 혼자 사는 사람들과 함께 5일간 온라인 명상을 시작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번에 고향도 못 가고 여행도 못 가고 오도 가도 못 하니까 같이 명상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추석은 고향을 방문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이번 연휴 기간에 정부에서 세운 방침은 가능하면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여행도 자제하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고향이라는 곳이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젊은 사람한테는 치사율이 낮지만 연세 드신 분한테는 치사율이 매우 높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가서 전염을 시킬 수 있다는 위험도 있지만, 방문하는 대상이 주로 노인층이기 때문에 더 큰 불행을 자초할 위험이 있어요.

올해 추석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아도 부모님들이 다 이해해 주실 겁니다. 또 조상님들도 자손에게 불행이 오지 않기를 원하니까 차례에 참석하지 못해도 잘 봐주실 거예요. 그러니 가능하면 고향을 방문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차례에 참석 못하는 것이 좀 섭섭하다면 집에서 따로 차례 상을 조촐하게 차려서 지내도 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화상으로 연결해서 차례를 지내도 됩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방문해야 할 상황이라면 어차피 간 거니까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다만, 마스크를 끼고 방역 지침을 잘 지켜야 합니다. 시골에는 마스크를 쓰는 문화가 없다시피 합니다. 저도 지금 시골에 살고 있는데, 여기는 확진자가 없어서 감염 위험이 없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무방비 상태로 지냅니다. 추석에 아들딸이며 손자들이 온다고 해서 갑자기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노인들은 그냥 두고, 방문하는 젊은 사람들이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너무 근접해서 대화하는 것을 자제하면 좋겠습니다.

여행은 안 가는 게 제일 좋아요. 고향 방문도 자제하라는 판에 여행을 가겠다는 것은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에요. 계획을 세웠더라도 취소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게 되었다면 최대한 이동을 적게 하고,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방역 지침을 꼭 지켜주세요. A가 제일 좋지만 A를 못할 때는 B라도 해야 하고, B가 차선이지만 그것도 못할 때는 C라도 해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요즘 사는 게 참 힘드시죠?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홍수, 태풍, 정치, 남북관계까지 겹쳐 사는 게 참 힘들다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나 태풍은 다 자연현상이에요. 우리는 우리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자연재해’라고 표현하지만 자연현상일 뿐이에요. 자연현상은 우리가 수용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자연현상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괴로워하면 결국 나만 손해예요.

남북관계나 정치인들의 갈등은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문제예요. 사람이 살다 보면 형제간에도 다투고, 부부 간에도 다투고, 집단 간에도 다투는 것이 일상입니다. 아예 다툼이 없는 세상은 불가능해요. 다만 그 다툼의 횟수를 줄이고 덜 격화되도록 하는 길을 우리가 찾아야겠죠.

우선 나부터 그런 갈등들을 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무조건 옳다는 관점을 내려놓고, 갈등을 해소시키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 서서 구체적인 실천 활동을 해보면 좋겠어요.

특히 요즘은 SNS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연관된 내용의 콘텐츠만 보여주다 보니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알고리즘은 SNS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일에 대해 기분 나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뇌에서도 알고리즘 같은 게 돌아갑니다. 그 사람과 관련해서 기분 나빴던 정보가 폭포수처럼 한꺼번에 생각나서 ‘이놈이 그때도 그랬고, 저때도 그랬지!’ 하면서 화가 강화됩니다.

사고의 편향성을 강화시키는 SNS

그것처럼 SNS에서도 어떤 것을 한 번 보면 알고리즘에 따라 그 비슷한 것들을 계속 보게 됩니다. 그 결과 사고가 편중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양 극단에 치우친 사람들 간의 대립과 갈등도 더욱 심해지고 있어요. SNS는 많은 편리함도 있지만 이런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니 SNS에 너무 빠져들어서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마치 전부인 양 착각하지 말고, 거기로부터 좀 빠져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문제 투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밖에서 조금 넓은 눈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그래도 괜찮은 나라예요. 우리나라의 태풍 피해가 굉장한 것 같아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났습니다. 북한이 입은 태풍 피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큰 피해를 입은 게 아니에요.

무조건 행복하기

피해를 입은 것 자체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를 갖자는 뜻이에요.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 비대면의 시대, 경제적 어려움의 시대에도 우리는 웃으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인상 쓰고 살면 자기만 손해잖아요.

추석 때 혼자 집에 있어도 행복하고, 가족과 함께 집에 있어도 행복하고,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가서도 행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행복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전체댓글 81

0/200

실비아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기 _()_

2020-10-07 20:50:55

보각

스님 감사합니다

2020-10-07 09:43:55

월광

"피해를 입은 것 자체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를 갖자는 뜻이에요.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 비대면의 시대, 경제적 어려움의 시대에도 우리는 웃으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인상 쓰고 살면 자기만 손해잖아요."부처님. 스승님 고맙습니다.

2020-10-05 06: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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