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4.4 (저녁) 방송, 연극,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


 

안녕하세요? 오전에 문경 봉암사에서 열렸던 서암대종사 열반 13주기 추모법회에 이이서 저녁 7시부터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을 주제로 방송ㆍ연극ㆍ연예ㆍ작가ㆍ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길벗 모임 주관으로 열렸습니다. 길벗은 정토회에서 마음 공부를 하고 있는 방송ㆍ연극ㆍ연예ㆍ작가ㆍ문화 예술인들의 모임입니다.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1층 강당 앞에서는 몇몇 방송인들이 강연 포스터를 들고 반갑게 참석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수고하는 봉사자들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를 한 후 강연장에 들어섰습니다. 

 


▲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1층 강당

 

먼저 길벗 대표 소임을 맡고 있는 노희경 작가님이 무대에 올라와 참석자들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 길벗 대표 노희경 작가

 

“오늘 강연장으로 오면서 무척 설레었어요.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동료들이 그동안 했던 고민들을 쪽팔려 하지 않고, 민망해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마음껏 터놓는 자리로 오늘 강연을 마련했습니다. 어떤 질문이 나와도 함께 경청해보면 좋겠습니다. 좋은 스승이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입니다. 좋은 스승님에게 좋은 말씀 듣고 봄날처럼 화사한 마음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TV에서 자주 보았던 인기 연예인, 배우, 방송국 PD, 작가 등 많은 분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큰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인생의 겨울을 따뜻한 봄날로 전환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봄날씨를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같이 이렇게 좋은 봄날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좀 내서 서울 근교라도 가서 자연 속에 있어보세요. 그래서 봄에 피어오르는 식물들을 한번 보세요. 굉장히 작고 여린 새싹이 대지를 뚫고 올라오지 않습니까? 그 힘이 굉장한 겁니다. 대나무를 집 가까이에 심어놓으면 죽순이 구들을 뚫고 올라온다고 하잖아요. 그런 생명력을 느껴보는 게 필요합니다. 또 그런 생명력 강한 나물을 먹으면 우리 건강에도 아주 좋대요. 영양가를 분석해 보면 다른 채소와 별 차이는 없지만 그 기운이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시골에서는 봄에 맨 처음 올라오는 부추는 사위도 안 준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봄나물은 고기 부럽지 않은 음식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그런 나물을 먹고, 대지도 밟고, 손으로 흙도 만져보세요. 도시 사람들은 거름에서 냄새가 난다고 약간 거북할지 몰라도 시골에서 그런 냄새를 오래 맡다보면 그것도 구수하게 느껴져요. 거름 냄새가 나야 농사짓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자기가 씨앗 심고 거름 뿌린 데서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집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그런 것을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더 잘살 거라고,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무실에만 앉아서 태양도 못 보고 전깃불 밑에서만 삽니까. 요즘 별 본 적 있어요? 밤하늘에 달이 있는지도 모르지요?(모두 웃음) 봄이니까 여유를 가져보세요. 집에서 키운 예쁘게 다듬은 인공 꽃 말고 자연에서 제멋대로 피어있는 꽃들을 보는 그런 여유 말이에요. 

 


 

이제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텐데, 이런 봄날에도 여러분들은 저한테 ‘괴롭다’는 얘기를 하겠지요? (모두 웃음) 인생의 겨울을 따뜻한 봄날로 전환하는 게 수행입니다. 여러분은 수행이란 경전을 외고, 밥 굶고, 고기 안 먹고, 결혼도 안 하는 ‘금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욕망이 지나쳐서 화근이 될 때 그것을 멈추는 게 수행이지, 뭘 하지 말라는 것이 수행이 아닙니다. 괴로운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전환시키는 것, 그것이 수행입니다. 

 

우리가 오늘 대화하는 목적은, 우리들 각자 마음의 어려움을 나누면서 ‘이게 정말 어려워 할 일인가, 아닌가?’를 살피고, 어려워하지 않아도 될 일임을 발견해서, 같은 조건에서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겁니다.”

 

스님의 환한 웃음에 청중들도 마음이 활짝 열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2시간 남짓한 동안 5명이 스님께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방송 쪽 관계자들이여서 그 쪽 업무와 관련된 질문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가정과 직장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드라마 담당 PD님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아마도 많은 직장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스님은 우리가 돈을 버는데 정신이 팔려서 무엇을 놓치고 사는지 일깨워 주었습니다. 

 


 

“저는 드라마 담당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방송 일을 시작한지는 10년이 넘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짜리 아이를 둔 가장이기도 하고요. 제가 출퇴근시간이 불규칙한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가정에 충실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이 남더라도 가족과 함께 있기보다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거나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마음이 더 편합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정과 일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을까요?”

 

“가정과 일 사이에서 어떤 일을 더 중요시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때가 언제입니까?”

 

“오늘 같이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일찍 귀가해서 아이와 아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한데,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거나 ‘커리어를 더 쌓아놔야 한다’는 강박도 있고, 솔직히 ‘드라마를 연출하는 일은 생존율이 길지 않다’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래서 쉽사리 귀가하지 못합니다.” 

 


 

“질문자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면 새로운 걸 개발할 수 있을까요?” 

 

“아니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 오히려 가족과 함께 있어서 마음이 편안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일과 가정은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오늘 가족하고 보낼 것이냐? 아니면 스님 강연을 들을 것이냐? 둘 중에서 가족하고 보내는 게 좋겠다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지만 번뇌가 많아서 스님 강연을 듣는 게 좋겠다 판단이 되면 아내한테 전화해서 ‘오늘 내가 일찍 귀가하려고 했는데, 요즘 내가 좀 불안해서 스님 강연을 듣고 도움을 받아야겠다. 강연 듣고 귀가 하겠다’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질문자의 아내 입장에서도 남편이 강연을 듣는 게 자신한테도 좋은 일이니까요. 아내한테는 불이익이 되고 질문자만 이익인 것도 아니잖아요. 설령 아내가 이해를 못 해 주더라도 질문자 스스로 강연을 듣는 게 내 심리안정에 도움이 되고 그건 아내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강연을 들으면 됩니다. 이렇게 질문자 혼자 결정하지 말고, 아내한테 이야기를 하세요. 아내가 이해를 못 하면 질문자가 조금 인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내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법이 있고, 아내의 불평을 듣는 방법이 있어요. 요구를 들어주면 당연히 아내는 아무 말을 하지 않겠지요. 중요한 것은 불평을 듣는 경우인데, 그 때는 질문자가 그 불평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됩니다. 질문자 스스로 떳떳하면 ‘내가 강연을 듣고 좋아지면 당신의 오해는 한 달이나 두 달 후에 풀어지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스로 떳떳하면 상대가 오해하더라도 두려움은 안 생깁니다. 

 

여러분들은 상대가 오해하면 빨리 설득해서 오해를 풀려고 조급하지요? 그건 본인의 심리가 불안하기 때문인데, 본인이 안정되면 상대의 오해를 지켜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아내가 오해하는 것을 알아도 본인의 문제를 해결할 동안에는 그 오해를 좀 받으면서 갈 길을 가는 거예요. 

 

그런 관점을 가지면 가정과 일은 절대 상충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지금 직장생활에 충실하려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아내가 ‘나는 당신이 돈 버는 것도 싫고, 유명해지는 것도 싫다. 가정에 충실하면 좋겠다’라고 요구한다면 질문자는 아내의 요구를 더 중요시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강연을 듣거나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게 가정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정작 그런 것 필요 없다는데도 계속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면, 어느 날 귀가했을 때 아내가 떠나버리고 집에 아무도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모두 웃음)

 


 

제가 한 20년 전에 부부 열 쌍을 모아서 상담한 일이 있었어요. 먼저 남편들만 모아서 ‘아내가 당신한테 제일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다섯 명이 ‘돈’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아내가 어떻게 할 때 당신이 제일 위축되느냐?’라고 물었더니 ‘돈을 못 벌 때’라고 대답했어요. 반대로 아내들에게 ‘당신은 남편이 어떻게 할 때 제일 위축되느냐?’라고 물었더니 ‘아이 앞에서 질책할 때’라는 겁니다. 요즘은 그렇게 간 큰 남자가 별로 없지만 옛날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애들 앞에서 아내에게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애들한테 엄마는 하늘인데, 애들 앞에서 자신을 깔아뭉개버릴 때 아내들은 자신을 굉장히 하찮은 존재로 느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엄마들은 아이들 앞에서 존중받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남편들 중에 이런 아내들 마음을 인식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또 아내들은 남편이 돈 벌어오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게 첫 번째는 아니었습니다. 돈보다는 존중을 중요시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입장이 서로 다른 거예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로 서로 다르냐 하면, 제가 아는 여자분 중에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대기업 다니는 남편과 사는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분이 나한테 상담을 신청했는데 들어보니 이혼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저는 비오는 날 커피숍 창가에 앉아서 내리는 비를 보며 커피 한 잔 마시고 음악 듣는 게 좋아요. 그래서 제가 여러 번 남편한테 얘기했지만 남편은 청승맞게 뭐하는 짓이냐고 비오는 날 왜 밖에 나가냐고 그냥 집에서 커피 마시라고 해요.’라는 겁니다. 그런데 밖에서 보면 그 남편은 학벌 좋고, 직장 좋고, 가정적이어서 집에도 일찍 들어오는 사람인데, 여자분이 그런 남편과 못 살겠다고 하니 시댁은 물론이고 친정집에서도 ‘미쳤다. 네가 호강에 받쳐서 요강깨는 소리를 한다.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디 있느냐?’며 자기를 비난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답답해서 못 살겠다는 거예요. 결국 여자분은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혼한 뒤에 한 남자를 사귀었는데, 그 남자는 나이가 여자분 보다 열 살 이상 많고, 직업도 불분명한 사람이었어요. 그렇지만 그 여자분은 그 남자랑 비 오는 날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것이 통한다는 이유로 사귄 거예요. 어떻게 이런 것을 윤리·도덕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겠어요.(모두 웃음)

 


 

또 제가 미국의 어느 주에 법회를 갔다가 어떤 의사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됐어요. 그 댁 남편은 외국인 의사이고 부인은 65세의 한국인이었어요. 그 댁 부인이 저한테 ‘스님 아니면 제가 어떻게 이 마음을 이야기하겠습니까. 저는 남편이 의사라 집도 크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고, 무엇보다도 남편이 제게 잘해 줍니다. 남이 봤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저는 가슴이 답답합니다. 저에게 소원이 있다면 죽기 전에 한국 영감과 6개월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세요? 아마 안 될 거예요. 외국인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서로 말은 주고받겠지만 정서적 교감이 안 되니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이 먹고살기 어려웠으면 정서적 교감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여유가 있다 보니 그런 것도 생각하게 됐을 거예요. 우리의 행복은 정서적인 것, 감정적인 것이거든요 정서적인 교감이 안 되니까 사는 게 답답했을 거예요. 무슨 문제라고 할 만한 게 있어야 남한테 가서도 ‘남편이 이런저런 능력이 없어서 힘들다’는 하소연이라도 하고 상대로부터 위로라도 받을 텐데, 질문자의 속마음을 남한테 얘기하면 ‘미쳤다’ 소리만 들을 것 같으니 스님한테 하소연을 한 거예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성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은 다 이럴 거다’라고 일률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의 아내가 ‘집에 일찍 들어오고 아이와도 좀 놀아주라’고 요구하면 질문자가 거기에 맞추는 게 좋습니다. 직장만 너무 신경 쓰지 말고요. 

 

그리고 질문자가 이러다간 직장에 정말 문제가 생기겠다 싶으면 아내한테 ‘나도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데, 내가 맡은 일에 집중을 안 하면 회사에서 잘릴 위험이 있다. 그러니 당신이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직장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달라’ 하고 의논을 하세요. 그럼 아내가 당연히 이해할 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아내가 ‘아쉽지만 당신 사정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래도 주말에는 조금 시간을 내주라.’라고 하면 질문자가 받아들이면 되지요. 이렇게 서로 대화를 통해 조정해야 합니다. 대개 여자들은 남자가 의논 안 하고 일에만 집중하면 나중에 대놓고 ‘내가 좋냐, 직장이 좋냐? 양자택일하라’라고 합니다. 사실 아내와 직장은 비교할 일이 아닌데도 사람 마음이 그렇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아내와 의논을 하세요. 만약 질문자가 ‘그런 걸 왜 아내와 의논하느냐’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돈을 벌어다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삶에 대해 서로 의논하는 게 부부이고, 그게 부부의 사랑입니다. 그렇다고 질문자가 아내한테 가서 자기 걱정을 계속 토로해서 아내 머리를 아프게 하라는 건 아닙니다. 아내가 걱정할까봐 말을 안 하는 것이 사랑은 아니에요. 서로 소통하는 게 사랑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이 직장을 그만뒀다면 자녀들을 모아놓고 ‘아빠가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그러니 아빠가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너희 용돈을 조금 줄여서 절약하면 좋겠다. 어떠냐.’라고 말하는 게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뭘 모르니까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이들을 가족구성원이 되게 하는 방법이고, 아이가 어른이 되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니까 서울역 앞에 노숙자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또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편안하게 아내와 대화하세요. 질문자가 직장에 충실해야겠다 싶으면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또 아내가 돈보다는 가정을 우선시 해달라면 직장에 대해서 너무 미련을 갖지 말고요. 질문자가 PD로서 성공하려는 건 질문자의 욕망일 뿐, 삶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국회의원 출마한 사람들은 국회의원 되는 게 엄청난 일인 양 그러지만 옆에서 우리가 볼 때는 누가 당선되든 말든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초선한 사람은 재선에 목숨을 걸고, 2선하면 3선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가 볼 때는 그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잖아요. 3선하면 뭐하고, 4선하면 뭐하겠어요. 그러니까 욕망을 탁 놓은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 뒤에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면 그 역할을 하고, 안 되면 그만이고. 이래야 하는데 거기에 목숨을 걸고 살잖아요. 

 


 

그런데 인생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그렇게 살면 긴장하고 괴로워하다가 인생이 끝나요. 소중한 자기 아이와 재밌게 손잡고 놀던 추억 하나 못 만들고 말이에요. 세월호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죽은 뒤에 더 슬퍼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부모들은 악착같이 돈 벌어서 애들 공부시키는 데만 신경 썼지, 애하고 밥 한 끼 따뜻하게 먹고, 손잡고 놀러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거예요. 악착같이 돈 버는 게 아이를 위하는 것인 줄 알고 그랬던 건데, 지나 보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잖아요. 어릴 때 뭘 먹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 아빠와 쌓은 추억이 더 중요한 겁니다. 그렇다고 꼭 비싼 놀이시설에 데리고 간 것만 추억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엄마 아빠와 같이 고생한 건 더 좋은 추억이 됩니다. 산에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같이 의논해서 길을 찾아 내려왔다는 게 더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청중들 모두 박수)

 

“질문자는 일이 없어도 약간 초조, 불안하다고 했는데, 그건 약간 정신질환이에요. ‘정신질환’이라고 했다고 너무 나쁘게 듣지 마세요. 감기 같은 거예요. 병원에 가서 의사와 얘기해 보세요. 그게 긴장의 문제라면 질문자가 긴장을 풀어야 하고, 호르몬의 문제라면 약으로 금방 해결됩니다.

 

술 마시면 약간 마음이 들뜨고, 없던 용기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지요? 그게 왜 그럴까요? 물질의 영향 때문입니다. 잠이 안 올 때 수면제를 먹으면 잠이 오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런 것처럼 질문자의 몸에서 어떤 물질이 분비되면 불안심리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 건 자기가 결심하고 마음을 다진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간단하게 진료하고 그것을 중화시키는 물질, 약을 투여하면 금방 안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불안증은 봄과 가을, 즉 계절 변화기에 더 쉽게 많이 생깁니다. 그런 문제로 병원에 가는 걸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볼 때는 병원에 갈 수준이 아니더라도 가서 체크해 보고 괜찮다면 더 좋고, 초기증상이라고 진단이 나오면 처방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금방 좋아지는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고 지내다가 병을 키웁니다. 감기가 심해지면 폐렴이 될 수도 있으니까 감기는 초기에 잡는 게 좋은 것과 같은 원리예요. 

 


 

질문자는 아까 일이 없는데도 집에 가려면 불안하고, 직장에 있기는 뭐하다고 했는데, 그건 제가 봤을 때 이미 병증에 들어간 수준입니다. 그러니 ‘내가 일 때문에 이렇다’ 라고 꼭 생각하지 마세요. 몸에서 그런 반응이 오는 건데도 그걸 모르니까 질문자가 일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한번 체크를 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다가 정작 그 돈을 벌어서 쌓고자 했던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은 잃어버리게 된다는 말씀은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 진료에 대한 조언까지 듣고 난 질문자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나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참석자들이 인기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방송인들이라는 점을 헤아리며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강조한 후 강연을 마쳤습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떤 조건에 처하든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어릴 때 성추행을 당했다고, 동성을 좋아한다고, 얼굴이 검다고, 다리가 하나 없다고 불행할 이유는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 행복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 자꾸 ‘나는 이래서 불행하다’고 불행할 이유를 찾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누가 저한테 불행하다고 말하면 ‘그렇게 불행하고 싶니? 그렇다면 불행해라.’라고 하는 겁니다. ‘불행하고 싶다’고 정해 놓고 그 이유를 찾는 사람한테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모두 웃음)

 


 

그렇다면 반대로 한번 생각해 보세요. ‘행복하다’고 정해 놓고 행복할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불행해야 할 이유만큼이나 행복해야 할 이유도 똑같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작품을 써야 하니까, 연기를 해야 하니까’ 힘들다고 하지만 똑같이 ‘작품을 써야 하니까, 연기를 해야 하니까’ 행복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냥 작품을 쓰고 연기를 하면 되지, 왜 잘 썼는지, 잘 했는지까지 여러분이 신경을 씁니까. 그건 독자나 시청자가 결정할 문제잖아요. 스스로 ‘나는 연기를 잘 해야 해!’ 한다고 잘하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법문 잘 해야겠다!’ 라고 결심한다고 잘 하게 될까요? 여러분들이 ‘스님, 오늘 법문 잘 하더라, 못 하더라’ 하고 판단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니까 제가 거기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지요. 제가 거기에 구애를 받으면, 즉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해서 자꾸 신경 쓰면 저는 여러분의 노예가 됩니다. 제가 왜 여러분의 노예로 삽니까? 저는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도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사세요. 

 

여러분의 직업이 인기에 민감한 직업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작가든 배우든 누구나 다 자기가 좋아서 그 길을 선택한 거잖아요. 다들 열심히 하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인기라는 건 원래 영원한 게 아닌 일장춘몽이에요. 1년 열두 달 하는 해수욕장이 어디 있나요. 여름에 반짝하고 마는 거지요. 그래도 그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것처럼 여러분들도 인기가 있는 기간을 딱 3년으로만 잡으세요. 그 후에도 인기가 유지되면 재수 없어서 그런 줄 알고요.(모두 웃음) 

 


 

그 다음부터는 즐기세요. 거기에 매달리지도 말고요. 그리고 감사하세요. ‘3년이 지났는데도 여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세요.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내고,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 살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살아보세요. 감사합니다.” 

 

스님의 축복과 같은 격려 말씀에 방송문화예술인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강연장이 혼잡스러워질 것을 우려해 인기 연예인들은 스님께 인사만 하고 곧바로 강연장을 빠져나갔고, 강연을 준비한 정토회 방송문화예술인들의 모임 ‘길벗’ 식구들만 남아서 스님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방송, 문화, 예술을 통해 행복을 널리 전파하는 사람들이 되어주길 기원해 봅니다. 

 


방송, 연극,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마음공부 모임 ‘길벗’ 봉사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스님은 길벗 대표 소임을 맡고 있는 노희경 작가님을 격려한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밤 10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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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5

0/200

해피할메

미녀 미남들 이시네~스님 법사님 미소가 함박꽃 같은디요 기분좋으시죠 ㅋㅋ

2016-04-11 12:37:08

완숙

신경과에 대한 스님의 말씀 큰도움이 되었습니다 신경과도같은 말씀입니다 (♡)

2016-04-10 16:53:49

김선희

제가 저희 아저씨랑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였는데, 스님 마음이 제 마음입니다 .
신랑에게 있어서 저는 그저 애들과 동급인 딸과 같은 존재 .
주말부부라서 더 제게 힘을 실어줘야 할텐데 , 남편은 애들앞에서든 밖에서든 늘 제게 쌍욕과 막말을 합니다.
그러고 훌쩍 가버리면 일주일내내 연락한번되질 않아서 그저 혼자 마음 앓으며 버티고 견뎌냅니다.
이혼하느니 죽겠다는 남편 . 단 5분이라도 마음을 얘기하고 싶은게 소원입니다 . 7년동안 주말부부로 살면서 그 5분을 허락하질 않네요 .
대화란 말을 꺼냈다가는 바로 가출할걸 알기에 ....
딸아이가 고3입니다 .
내년에는 정말 훌쩍 떠나서 사람같이 살아보렵니다 .

2016-04-10 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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