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청주지회
전법의 씨앗, 행복으로 만개하다

대전충청지부 청주지회에서 제1차 만일 결사 중 10차 지회장 소임을 맡았던 길미숙 님을 만났습니다. 괴로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는 길미숙 님은 꾸준한 수행과 정진으로 지회장 봉사를 하면서 가족 전법까지 했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 길미숙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전법의 씨앗

저는 가끔 조그마한 암자에 다니는 초파일 신도였습니다. 제가 힘들었을 때 그곳 스님이 《법화경》 사경을 권유했습니다. 사경을 하다가 무슨 뜻인지 몰라 스님에게 물었지만, 스님은 계속하다 보면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사경을 해도 모르겠기에 그만뒀습니다. 그러던 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사람들의 질문에 위로를 주기보다 오히려 콕콕 찌르면서 답을 주는 스님의 즉문즉설은 충격이었습니다. 며칠 후 서점에서 스님 책을 집어 들었고, 법륜스님을 검색하자 ‘불교대학 모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다음 날 청주 법당에 입학 신청을 했습니다.

길미숙 님
▲ 길미숙 님

입학식 당일 청주 법당 총무가 인사하는데 낯이 익었습니다. 알고 보니 일 년 전쯤 제 친구와 함께 저희 가게 사무실에 왔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제 괴로움을 잘 알던 친구가 비디오 플레이어와 테이프를 가지고 와 좀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이 스님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듣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습니다.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하지 누가 해결하겠냐'면서 비디오 끄고 차나 한잔 마시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친구와 같이 왔던 이가 청주 법당 총무였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바로 친구에게 전화해 네가 다니는 곳이 정토회냐고, 방금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다고 말했더니 친구가 웃었습니다. 친구가 틀어줬던 비디오 속의 스님이 법륜스님이고 그때 나오던 법문이 괴로움 없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것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두 사람이 뿌린 전법의 씨앗이 인연이 되어 저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새록새록 소중하고 고마운 인연입니다.

2017년 부처님 오신날 청주법당 도반과 함께 (오른쪽 첫 번째 길미숙님)
▲ 2017년 부처님 오신날 청주법당 도반과 함께 (오른쪽 첫 번째 길미숙님)

괴로움의 근원을 찾다

정토회에 오기 전 저는 인생은 당연히 괴로운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괴로운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친구들 모임에 가면 시댁 문제, 남편 문제로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정토회에 다니면서부터 다 제가 만든 것이라는 게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제게 이런 삶을 살라고 한 사람이 없는데, 제가 벌려 놓고 제가 괴로워했던 거였습니다. 시댁 누구도 제게 생일상 차리라고 한 사람 없는데, 저 스스로 생일상을 차리면서 투덜거렸습니다. 제가 힘들다는 걸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당연히 여기는 게 화가 났습니다. 시댁 식구들은 제가 한다고 했으니까 제가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거고, 또 고맙다고 표현을 했는데 제 성에 안 찼을 뿐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전에는 시어머니가 저를 조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시어머니에 잘 보이고 싶은 제 욕심이 만든 거였습니다. 저는 제가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눈에는 그 욕심이 보였나 봅니다. 그 괴로움이 제가 만든 거라는 걸 몰랐습니다. 시댁 생신상이나 제사상 등 할 건 다 하는데 말이나 표정이 굳어 있었으니, 시어머니가 얼마나 불편했을지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요새는 생신상을 간단히 차리면서 "어머니 죄송해요. 저 바빠서 이것밖에 못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시어머니가 말로만 그런다고 타박할 때면 "어머니 말이라도 이렇게 해야죠. 제가 부족해요"라고 합니다. 예전에 저는 이런 말을 안 했습니다. 아쉬운 말 하기 싫어서 완벽하게 하려 했습니다.

청주법당 한반도 통일기도 천일 정진 회향(첫째줄 왼쪽 세 번째 길미숙 님)
▲ 청주법당 한반도 통일기도 천일 정진 회향(첫째줄 왼쪽 세 번째 길미숙 님)

응급실 간 날 수락한 지회장 소임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삶이 괴로운 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전에는 제 삶이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엉킨 실타래 같아 도저히 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토회에서 배운 대로 그 실타래를 내가 만든 것임을 깨닫고 수행하다 보니 하나하나 풀렸습니다. 누구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에 벅차고 행복했습니다. 그 보답을 하고자 작은 봉사부터 시작했고 그러다 청주지회 지회장 소임을 맡았습니다. 몸이 허약하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얻는 게 더 많음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 몸이 너무 아파 응급실에 갔다 온 날, 10차 청주 지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제 건강을 걱정하며 이번에는 소임을 맡지 않았으면 하던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도반들이 저를 믿고 소임을 맡겨주었기에 수락했습니다. 9차에 청주 정토회 총무를 하면서 대부분 아는 도반들이었기에 편하게 소임을 맡았습니다. 제가 소임을 한다고 하지만 도반들이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처음 소임을 맡을 때는 '내가 해결해야 하고 내가 도반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아상으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임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듣고 마음을 모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도반들이 메꾸어 준 덕에 지회장 소임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이전 청주지회는 청주 법당, 흥덕 법당, 영동 법당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중 청주 법당은 정토회가 시작될 무렵 실상화 님의 원으로 시작되었고 그렇게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과 인연이 되어왔습니다. 충청북도라 그런지 도반들의 성격이 다들 무던하고 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빠르고 똑 부러지게 합니다. 그렇게 알싸한 맛이 있습니다. 도반들 대부분이 직장인이기에 시간을 쪼개 봉사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오창법당 도반들과 함께 한 입재식 (셋째줄 오른쪽 첫 번째 길미숙 님)
▲ 오창법당 도반들과 함께 한 입재식 (셋째줄 오른쪽 첫 번째 길미숙 님)

청주법당 도반들과 함께한 9-6차 입재식 (첫째줄 오른쪽 두 번째 길미숙 님)
▲ 청주법당 도반들과 함께한 9-6차 입재식 (첫째줄 오른쪽 두 번째 길미숙 님)

도반은 내 수행의 전부

소임을 하면서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도반으로부터 제가 질문을 부정적으로 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회의에서 말도 자유롭게 못하나, 나보다 더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고 억울했습니다. 다행히 지부장이 나누기 자리를 마련해주어 그 도반과 소통할 기회를 가졌고 서로 이해하며 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어떤 말이 왜 부정적으로 들리는지 궁금했습니다. 이후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들었습니다. 온라인 화상회의에서는 말 한마디가 회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말하는 습관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직설적이고 야단치듯이 말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말로 어떻게 표현할지 어려워졌고, 말하는 게 어렵다 보니 듣는 것에 더 집중했습니다.

제1차 만일결사 10차 청주지회 운영단 모습 (윗줄 가운데 길미숙 님)
▲ 제1차 만일결사 10차 청주지회 운영단 모습 (윗줄 가운데 길미숙 님)

제가 언제부터 직설적이고 부정적으로 말하게 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착하다, 효녀다, 속이 깊다’라는 칭찬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남의 평가에 어린 저를 가둔 채 옴짝달싹 못했고, 불편한 마음이 짜증과 섞여 거칠고 강한 말로 나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친정 식구들의 강하고 부정적인 말 속에 고단함과 걱정,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도 친정 식구도 삶이 고단하고 힘들었구나 싶자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제게 지적을 해줬던 도반이 한동안은 보기 싫었지만, 덕분에 저의 밑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그 도반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반이 아니었다면 저와 친정 식구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몰랐을 겁니다. 도반 덕분에 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도반이 수행의 전부입니다.

“엄마, 정토회 수련 다녀오셔야겠어요”

저는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스스로 힘으로 집착을 끊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소임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오히려 집착이 끊어지고 아이들과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을 했고, 내 뜻대로 안되면 화가 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갈등이 커졌고 아이들은 저에게 등을 돌리는 듯했습니다.

정토회에서 수행하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임을 우선순위로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외려 숨통이 트였는지 제가 정토회 일을 하는 걸 좋아하면서 “엄마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라고 해줍니다. 제가 힘들어하면 막내가 먼저 “엄마 수련 좀 다녀오셔야겠는데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전에는 아이들이 아빠와 조금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토회 소임을 하면서 오히려 아이들과 아빠의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제가 가운데서 막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장을 구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불교대학에서 먼저 공부하는 게 어떤지 조심스럽게 권했습니다. 때마침 불교대학이 온라인으로 전환돼 아이들도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다녔습니다.

청주지회 으뜸절 문경수련원 공양간에서 (왼쪽 첫 번째 길미숙 님)
▲ 청주지회 으뜸절 문경수련원 공양간에서 (왼쪽 첫 번째 길미숙 님)

도반 남편과 마음 나누기

남편은 성실한데 삶이 무거운 사람이었습니다. 효자인 남편이 좀 가벼운 삶을 살았으면 싶었습니다.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온 후 여러 해에 걸쳐 남편에게 권했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자신은 지금 잘살고 있으니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역사 공부를 좋아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불교대학을 나오면 법륜 스님과 함께 인도 성지 순례나 동북아 역사 기행을 갈 수 있다고 말했고, 그러자 남편은 불교대학을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깨달음의 장>도 갔고, 지금은 전법활동가로 불교대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저와 함께 인도 성지 순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2023년 인도성지순례 중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만난 남편 (왼쪽 길미숙 님)
▲ 2023년 인도성지순례 중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만난 남편 (왼쪽 길미숙 님)

이제 저와 남편은 마음 나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남편에게 나누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수행한다고 하지만, 마음에 남아있는 남편에 대한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하는 이야기에 놀랐습니다. 그게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편이자 나누기를 할 수 있는 도반이 생겼다는 게 정말 좋고 감사합니다. 정토회에서 만난 행복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제보다 지금,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롭게 살아갑니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데도 정토행자로서 소임을 묵묵히 해오고 있는 길미숙 님의 수행담은 저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하면서 저 또한 새삼 희망리포터란 소임 가피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길미숙 님의 가족처럼 저 또한 작게는 저의 가족이나 직장, 넓게는 우리 사회 곳곳에 전법의 씨앗을 뿌려 꽃이 만개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_김용태 희망리포터(인천경기서부지부 광명지회)
편집_이혜수(서울제주지부 성동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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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직설적이고 부정적으로 하는 말 삶이 편치 않았다는걸 자각하고 수행적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이야기해준 도반에게 고마움을느끼셨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도반이 수행의 전부라는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2023-08-14 11:56:10

홍석현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마주하신 두 분의 미소가 무척 닮아보이고 편안해 보이십니다~

2023-08-05 16:23:15

파랑

감사합니다

2023-05-09 00: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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