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남법당
우리는 강남 스따일~~~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개인이 아닌 거사들, 일명 '강남법당 거사들'의 파란만장 스토리입니다. 강남법당은 개원한 지 몇 년 안 됐지만 다른 법당에 비해 유독 거사들이 많아서 각종 행사에서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서 선보였는데요. 과연 그들의 공연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들어가 보겠습니다.

2017년 경전반 입학식에서(앞줄 오른쪽 끝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서승국 오민수 이종혁 정창윤 최현석 이현용 님)
▲ 2017년 경전반 입학식에서(앞줄 오른쪽 끝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서승국 오민수 이종혁 정창윤 최현석 이현용 님)

거사의 힘

2016년 12월 개원한 강남법당에는 다른 법당에 비해 거사가 많습니다. 근처에 회사가 많아 그럴 수도 있다 하겠지만, 뚜렷한 연관성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16년 겨울 강남법당이 개원함에 따라 이미 서초법당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있던 도반들이 강남으로 옮겨왔습니다. 2017년 8월 불교대학 졸업 후 6명의 거사가 경전반 진학을 하면서 강남법당 거사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거사들이 많이 입학한 것이 우연이라 해도 그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들의 수고가 강남법당 거사팀의 활성화에 불씨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서초법당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던 4명의 거사도 추가로 이적하면서 강남법당 거사의 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활동가 거사들이 많다 보니 그 이후 새로 온 십여 명이 넘는 거사가 비교적 편안하게 법당에 익숙해지고, 활동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법당활동과 수행정진을 하면서 거사들 간의 유대감도 돈독하고 깨달음도 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활동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토가요제에서 옹헤야 공연중인 거사팀
▲ 정토가요제에서 옹헤야 공연중인 거사팀

마음을 모으니 대상

2019년 5월 부처님 오신 날 전야제 및 점등식 프로그램 중 정토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강남법당 거사팀을 결성하였습니다. 회의를 통해 국악 공연을 하기로 하고 팀 이름은 ‘옹헤야’로 정했습니다. 기존의 옹헤야 리듬에 개사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거사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개사 한 것이 옹헤야 음률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음률에 맞게 가사를 수정하면서 팀원들 간에 약간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역할 조정도 있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분위기로 감지 되는 갈등 상황에서도 연습 및 리허설은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사들은 공연을 즐겁게 하였고, 도반들의 추임새가 있어서 더욱더 즐거웠습니다.

시작은 불편한 마음이 있었으나 연습을 하면서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행사가 끝날 즈음엔 화를 냈던 일들이 화낼 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아무런 일이 아니었으니 자연스럽게 갈등도 풀렸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모아 흥겹게 공연하니 대상을 타는 영광으로 이어졌습니다. 행사 후 마음나누기를 통해 서로의 불편한 마음도 개운하게 풀고, 연등 아래에서 진심으로 밝게 웃으면서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1등 먹고 연등아래서 밝게 웃으며(왼쪽부터 송문영 김영찬 박철성 서승국 김정규 오민수 강상혁 님)
▲ 1등 먹고 연등아래서 밝게 웃으며(왼쪽부터 송문영 김영찬 박철성 서승국 김정규 오민수 강상혁 님)

다시 뭉친 거사제일팀

2019년 9월 세종대학교에서 9-10차 천일결사 입재식1이 있었습니다. 오후 프로그램 시작 전 놀이마당에 강남법당 거사들의 공연을 다시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서초, 관악법당 거사들도 합류하여 더 많은 거사팀으로 이루어진 합동공연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공연의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기까지 길고 힘든 과정이 있었습니다.

공연이 주가 아니고 준비과정에 수행이 녹아있어야 한다는 정토회 기본원칙을 지켜야 했습니다. 며칠 고민하여 기획안을 올리면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거절되고, 또다시 고민하여 올리면 거절되는 과정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기획팀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공연날짜는 다가오나 내용이 확정되지 않고, 참가자들에게 가르치고 연습할 시간이 모자라지자 거사들은 분별심이 올라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배우기 간단한 오북을 시작하고, 이후 많은 사람의 참여가 가능한 깃발을 들고 노래하는 만장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북과 만장으로 이뤄진 풍물로 공연내용이 결정되었으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공연시간 배정으로 또다시 기획팀과 협의가 필요했습니다. 풍물공연으로 분위기를 돋우려면 어느 정도 공연시간은 필요 하니까요. 계획을 올리고 수정안을 받아 계획을 수정하고, 또 올리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마침내 서너 번의 협의를 통해 공연시간이 3분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입재식에서 풍물공연 중인 거사제일팀
▲ 입재식에서 풍물공연 중인 거사제일팀

계속되는 분별심과 갈등

지역별로 역할을 나눠 각자 연습하고,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전체연습을 했습니다. 장소알선과 물품대여 후에는 북을 치는 방법이나 박자 맞추기 등의 기본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직장 다니는 도반들이라 연습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했습니다. 기본기를 연습하는 중에도 공연의 구체적 내용은 결정되지 않아 팀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돌았습니다.

과연 공연이 이루어질 건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연습만 하다 보니 분별심이 일어난 것입니다. 공연 한 달 전쯤 내용이 확정되고 드디어 깃발을 맞추고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게 잘될 듯이 보였지만, 연습하는 내내 갈등이 일어나고, 그 갈등을 푸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연습 중에는 내용을 진척시키려는 기획팀과 공연의 디테일을 살리려는 지도팀, 갈팡질팡 연습하는 거사들 간의 갈등이 계속 이어졌고, 연습 후에는 나누기를 통해 의구심과 갈등을 풀어야 했습니다.

수행자의 힘

도반들은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사들을 위해 칠판에 구체적으로 박자를 써가면서 도와 주고, 또 관객의 입장에서 여러 제안도 해주었습니다. 풍물 박자도 모르는 초보자들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전문가 실력을 가진 한 도반과 다른 도반들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와 도움을 줘서 연습은 점차 괘도를 찾아갔습니다. 팀원들도 풍물박자에 익숙해지면서 연습은 점점 흥겹게 만들어갔습니다.

공연을 결정하고 구체화하기까지 정말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모두가 각자 맡은 일들도 많은데 공연 준비까지 더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점점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많은 갈등과 의구심 속에서도 공연이 가능했던 것은 힘든 와중에도 마음을 내어 묵묵히 최선을 다해 연습에 참여한 거사들 덕분이었습니다. 수행자 집단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걱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행자의 관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역시 거사제일이었습니다.

유수스님과 나누기 후 단체사진
▲ 유수스님과 나누기 후 단체사진

나누기, 갈등을 푸는 열쇠

공연 후 예정에 없던 유수스님과의 만남이 이어져 나누기도 함께하였습니다. 공연 준비과정 중 일어났던 분별심과 갈등이 생각지도 않은 스님의 법문으로 눈 녹듯 녹아내리는 감동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 밖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풀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에서 일어난 갈등은 회향 프로그램이나 법사님 또는 스님과 만남 및 법문을 통해 관점을 바르게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의 두 공연으로 거사들 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강남법당 거사들이 정토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갈등이 많았던 만큼 감동과 기쁨도 컸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 생각을 할 수 없이 내려놓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이들의 의견도 옳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자 원하는 만큼이 아닐지라도, 부족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법을 생활에 적용하다

정토회 활동으로 얻게 된 수행적 경험은 거사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직장이나 정토회나 사람 간의 갈등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직장과 달리 정토회는 수행자의 모임이기에 갈등이나 분별심이 일어나도 남 탓을 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아보는 점이 다릅니다.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회향 때 도반들과 추억을 담는 거사들..
▲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회향 때 도반들과 추억을 담는 거사들..

그리고 더 빛나는 점은 나누기입니다. 도반 간에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걱정 없이 나의 갈등을 편안히 드러낼 수 있고, 타인의 나누기를 듣고 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별심도 어느 사이엔가 가라앉습니다. 마음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경험을 반복하여 익히면서 수행연습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은 거사들의 회사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도 좋은 경험으로 작용을 합니다.

나도 옳지만 갈등이 있었던 그들도 옳다는 것을 수행을 통해 연습했기 때문에, 직장생활에도 적용하여 벌어진 일을 해결하는 것이 조금은 수월한 것입니다. 정토회 들어오기 전에는 직장생활이나 현실이 힘들기만 했습니다. 애를 쓰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아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와 인연을 맺은 후 달라졌습니다. 거사들은 마음공부를 하면서 상황이 바뀌거나 해결되지 않아도 왜 안 되는지를 이치로 이해하였습니다. 원리를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고, 어려운 현실을 나의 노력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연등 달기 울력 후 함께(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서승국 김영찬 김승호 오민수 김상태 박규영 박철성 박성식 님)
▲ 연등 달기 울력 후 함께(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서승국 김영찬 김승호 오민수 김상태 박규영 박철성 박성식 님)

정토회는 블랙홀, 정토홀이다

또 한 가지 더, 거사들이 정토회 활동을 통하여 배운 것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직접 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보면 느낌이 다르고 배우는 것이 있지요. 소임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우고, 소임을 마치면 보람이 생깁니다. 소임을 통해 배운 기술과 감정을 나누는 것,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이 다른 곳에서도 잘 쓰임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거사들도 소임을 받으면 물러나는 마음, 싫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소임을 마치면 배움을 얻고,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어서 하기 싫어도 계속한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다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보살심이 있지만 드러낼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정토회는 그 기회를 제공합니다. 언젠가는 좋은 일을 해야지 또는 나이 들면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쉽게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의미가 남다른 점은 돈과 관련 없이, 아무런 대가 없이 한다는 것입니다. 자비심으로 하기 때문에 하고 나면 보람이 있습니다.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남에게 칭찬받는 것보다는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기쁨은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현재 강남법당 거사들에게 “나에게 정토회란?” 질문을 했습니다. 그들의 대답을 소임과 함께 간략하게 전합니다.(가나다순)
강상원(신규발심교육 그룹장) 어두운 터널 끝의 빛과 같이 마음의 어둠을 밝히게 된 등불
강상혁(봄불대담당) 오늘을 행복하게 해준 곳
구창우(새벽기도팀) 밖에서 보면 국영수 들어와 보면 예체능
김상태(재활용 유통담당) 삶의 기준을 세우고 늘 같이 가는 나의 ‘출신학교’
김승호(정기법회저녁 꼭지) 인생수업 개인교사
김영찬(모둠장/수행법회토요일 꼭지) 내 인생의 마무리
김정규(천일결사 꼭지) 체크리스트
박규영(경전반 스텝) 새로운 시작이며 삶의 기준
박철성(JTS스텝) 의지처이며 새 삶의 고향집
서승국(행복학교 지원) 내 인생의 전기충격기
송문영(통일특위) 인생마라톤의 전환점
오민수(모둠장/수행법회저녁 꼭지) 공부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정토홀
이영수(의료인 정토회) 마음의 채찍
이종혁(교육연수 지원) 도반들과 함께 길을 찾는 곳
최현석(법당 사료담당) 안전벨트


전국이 코로나로 얼어붙어 있는 시기라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연락을 했는데, 기꺼이 여러 거사님이 선뜻 만남에 응해주었습니다. 거사들과 인터뷰하면서 신생법당인 강남법당이 왜 활기찬 기운이 넘치는지, 또 도반들과 다른 거사의 힘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강남법당 거사들은 이제 강남을 넘어 정토회를 떠받치는 대들보가 되리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거사님들, 고맙습니다.

글_ 최미영 희망리포터(송파정토회 강남법당)
편집_ 이종명(전주정토회 전주법당)


  1. 입재식정토행자 천일결사를 백일 단위로 나누어 매 백일 마다 함께 모여 수행을 점검하고, 새롭게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의식.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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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함께 공연준비 했던 기억에 그냥 흐믓해집니다.
거사님들 화이팅입니다^^

2020-09-22 21:03:03

금강화

입재식을 공연을 그냥 재밌게만 봤었는데
준비하면서 겪은 진솔한 거사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거사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

2020-09-14 05:23:12

향광

!^^!

2020-09-13 13: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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