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오디오북
오디오북-화광법사님 네 번째 이야기

정경숙, 법성행보살 그리고 화광법사로, 불리는 이름은 바뀌어갔지만 법사님의 한결같은 수행의 길은 어느덧 30년을 넘어왔습니다. 2015년 3월 1일 죽림정사에서 법사 수계를 받았습니다. 수계 전과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농사만 잘 지어도 법사다

법사 수계를 받으라는데 마음에 부담이 딱 되었습니다. '법사가 저것밖에 안 돼?' 이 소리 들을까 봐요. 막노동하는 농부인데 새초롬하게 있을 수도 없고, 수계를 안 받으려고 하니 내려진 건데 또 안 하면 스승을 따르지 않는 게 되고. 그때 당시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농사만 잘 지어도 법사다" 하시는 겁니다. 밥만 잘해도 법사라고 하시면서요. 그렇게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수계 받았다고 사람들이 방문만 열고 오면 삼배한다고 엎어질려고 합니다. 제가 하지 마라고 합니다. 이름하여 법사입니다. 저는 줄 것도 없고 오히려 봉사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저에게 보살님이라 그랬다가 할머니라 그랬다가 편안하게 대합니다. 법사 수계 받는 분들이 편안하게 받는 게 아니거든요. 갈수록 머리 숙여야 하고. 머리 쳐들면 절단 나는 거예요. 불법승 삼보에 목숨 걸어야 합니다.

농사일에 한창인 법사님의 모습
▲ 농사일에 한창인 법사님의 모습

살아 있음의 기적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나, 자연재해를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강력한 깨우침을 느꼈습니다. ‘정말 공한 세계, 무아의 세계, 참 다 허상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자기가 깨달아서 정신을 주는 것 외에는 남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지요. 얼마 전에는 제가 일하다가 독사한테 물렸는데 처사 한 분이 소독한다고 알코올을 바른 거예요. 근데 알코올을 바르면 독이 번지는 거였습니다. 할 수 없어서 병원에 갔는데 해독제가 안 맞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 저보고 선택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니 주사를 맞아도 죽을 수 있고 안 맞아도 죽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주사를 놓으라고 했습니다. ‘지금 죽으면 어떻노! 공의 세계에서 보면 하나도 문제 될 게 없어. 죽고 사는 것도 마찬가지! 언제 죽느냐의 문제지. 살아 있는 게 기적이야’

인터뷰 중 생각에 잠기신 법사님
▲ 인터뷰 중 생각에 잠기신 법사님

화광, 멈추지 말고 빛을 비추라

젊어서 회사 다닐 때도 사람들이 '쉬는 날 뭐하냐'고 물으면 '절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가면 뭐하냐고, 자기들이랑 같이 있자고 했지요. 그런데 그때도 저는 법당이 훨씬 더 비전 있다고 했습니다. 참 잘했던 것 같아요. 밖에 있으면 뭐해요. 여기서도 하고 싶은 거 다 합니다. 밖에 있으면 5계, 10계 어기고 살기 쉽잖아요. 자연 속에서도 계율을 어길 때가 많은데요. 저도 그래요. 지나가다 꽃 예쁘면 씨받아 오고, 홍시나 배 떨어진 거 봐도 가져오고, 버려진 것도 주우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자연 속에서 느끼고 배우고 익힌 것을 다시 회향하는 보살의 삶! 법사님의 모습은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 높고 바람 청량한 가을날, 법사님은 우리 곁에서 엄마 같은 넉넉한 품으로 환하게 미소 짓고 계십니다. 언뜻 바라본 법사님의 바지가 군데군데 꿰맨 자국투성이입니다. 법사님의 옷에서도 그 청정한 생활과 성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일구는 정토회의 슬로건을 몸소 실천하시는 법사님. 법사님의 말씀이 따스한 햇살로 와 닿습니다.

‘대중 법사님의 이야기’를 오디오북으로 만들며 전편과 다른 희망과 감동을 느낍니다. 가정과 법당에서 정진하고 수행하신 대중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행이 일상과 분리되어있지 않음을 봉사가 수행이고, 복을 지을 수 있는 지금 여기가 복밭임을 다시 알게됩니다.

저희가 전한 이야기는 법사님들께서 걸어오신 길 중에 작은 한 부분입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전국의 정토행자에게 전법의 씨앗이 되어 지혜의 싹이 트고 체득의 나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다양한 체험과 깊은 지혜를 나눠주신 법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오디오북 법사님 이야기 시리즈는 모두 마치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밝게 빛나는 두북의 하늘
▲ 밝게 빛나는 두북의 하늘

낭독_고정석
글,사진_대구경북지부 희망리포터
편집_온라인.홍보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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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분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화광법사님^^

2023-10-11 08:29:11

소명

이렇게 좋은 이야기가 여기에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2023-09-19 14:18:42

이영숙

감사합니다 법사님~~

2020-01-10 14: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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