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안법당
법당을 나온 우렁각시들의 행복한 홍보 도전기!

2019년 불교대학졸업하고, 가을경전반을 입학한 5명의 도반들. 다른 반과는 사뭇 다르게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조용했습니다.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법당 안에서 이루어지는 봉사는 우렁각시처럼 조용히 살그머니 해냈지만, 법당 밖에서 행해지는 봉사는 수줍게 다음 기회로 미루던 반이었습니다. 경전반 입학과 동시에 이 우렁각시들에 첫 번째 팀별 봉사 과제인 "법륜스님 행복한대화 홍보"가 주어졌다고 합니다. 이 수줍음 많은 반이 법당 밖으로 나와 어떻게 홍보를 해냈는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열정적인 담당자와 우렁각시 같은 도반들(아래 왼쪽부터 송정옥 님, 박연우 님, 김은영 님, 뒷줄 왼쪽부터 이일재 님, 정유정 님, 이인원 님, 이미경 님)
▲ 열정적인 담당자와 우렁각시 같은 도반들(아래 왼쪽부터 송정옥 님, 박연우 님, 김은영 님, 뒷줄 왼쪽부터 이일재 님, 정유정 님, 이인원 님, 이미경 님)

팀별 봉사과제 <행복한 대화> 홍보하기

'이건 뭐지?' '경전반에 오니 왜 이렇게 해야 할 게 많아?' '아......'
첫 경전반 수업듣고 담당자가 제시한, 팀별 봉사과제라는 생소한 이야기에 올라온 마음의 소리입니다. 불교의 기본개념을 익히고 이제 경전을 심오하게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는 일환으로 팀별 봉사를 하라고 하니 처음엔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현재 담당을 맡은 박연우 님과 이미경 님은 불교대학에 이어 경전반까지 2년째 하고 있어서 노련하게 몇 개의 팀별 봉사 과제를 안내했습니다. 11월 20일 천안에서 열리는 법문스님 즉문즉설 <행복한대화>강연을 홍보하자는 의견으로 마음이 모였습니다. 담당자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니 막막했던 생각은 조금씩 구체화하면서 무거운 마음이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10월 26일 토요일 독립기념관 1시 행복한대화 홍보, 땅! 땅! 땅!

마음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곧바로 효과적이고 재미난 홍보를 위한 아이디어 회의가 열렸습니다. 여러 아이디어 중 사람들의 눈에 잘 띌 수 있는 머리띠와 홍보 포스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법당 근처에 있는 문구점으로 향했습니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도반들과 함께 홍보재료를 고르니 홍보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났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후 법당으로 돌아와 머리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띠는 미키마우스 머리처럼 양쪽에 스프링이 달려있어 2개의 장식물을 달 수 있습니다. <행복한 대화>하면 떠오르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행복, 긍정, 자유, 법륜스님 즉문즉설, 평화, 글자를 도화지에 프린트해서 오리고, 미리 동그랗게 오려 놓은 알록달록 부직포 위에 살포시 붙였습니다. “행복”이라는 머리띠가 만들어졌습니다.

정유정 님 : 처음 팀별 봉사를 얘기했을 때는 귀찮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래 만들기를 싫어해서 학창 시절에도 미술 시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뒷전에 머물렀는데, 도반들과 같이 시작하니 재미있었습니다. 머리띠 문구가 행복, 자유, 이런 거였잖아요, 행복이라는 글자를 보며 머리띠를 만들어 써보니, 신기하게도 행복해졌습니다.(웃음)

글자가 눈에 잘 띄도록 색깔을 선택하고, 작은 별이나 하트모양의 장식을 여기저기 붙여도 보았습니다. 막상 머리띠를 완성해서 써보니 글자가 잘 안 보여 다시 정정하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머리띠를 만들며 재미있게 수다를 나누면서도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은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며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눈에 띌만한 포스터도 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곰돌이 젤리도 마련했습니다. 3주의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도반들이 만든 머리띠
▲ 도반들이 만든 머리띠

부끄러운 마음도 망설여지는 마음도 그냥 하면 해진다

드디어 10월 26일 토요일 홍보 날이 왔습니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빨갛게 물든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이 바람결에 떨어져 흩날리고 있습니다. 독립기념관은 가을맞이를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습니다. 홍보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11시에 미리 만났습니다. 독립기념관이 워낙 넓은 곳이다 보니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계획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돗자리를 깔고 아침 일찍부터 김밥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나마 우리만의 소풍을 즐겨봅니다. 신기하게도 독립기념관은 그대로인데, 놀러 왔을 때와 홍보를 위해 온 독립기념관은 다르게 보였습니다.

1시가 되자 천안 아산법당 봉사자들이 독립기념관 안내센터 앞에 모였습니다. 우리 경전반은 2개의 팀으로 나누어져서 홍보했습니다. 1팀은 주로 아이들과 함께 온 봉사자들이 있는 그룹이었습니다. 독립기념관 뒤편으로 이어져 있는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홍보했습니다. 가을날 등산이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로 등산로는 북적였습니다. 두 사람이 현수막을 들고 앞장을 서서 걷고, 그 뒤에 행복 머리띠를 한 도반들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따라갑니다. "안녕하세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이 천안에서 열립니다. 봉서홀로 오세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던 시민들은 현수막을 쳐다보고 머리띠를 한 도반들과 아이들을 보며 미소를 보냅니다. 현수막을 사진 찍는 사람도 있고, 자세한 일정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건넨 곰돌이 젤리를 받고 활짝 웃습니다.

김은영 님 : 홍보하기 전에는 하면 되겠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홍보할 때 순간 주춤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행여나 타 종교인 사람에게 핀잔 섞인 말이 오지 않을까 주저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다행스럽게 도반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홍보를 잘 시작해줘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송정옥 님 : 거리로 나가서 홍보하는 것은 처음이라 쑥스러웠습니다. 혹시 아는 지인이라도 만날까 쭈뼛쭈뼛했습니다. 앞에 나서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만드는 과정은 재밌지만, 홍보 나가는 것은 걸림이 있었는데, 홍보하면서 등산로를 반쯤 돌다 보니, ‘부끄러울 게 없네.’ ‘하면 되는 거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해졌습니다. 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독립기념관에서 홍보중인 도반들
▲ 독립기념관에서 홍보중인 도반들

2팀은 입구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거나, 포스터를 들고 홍보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몸과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홍보 전단도 시민들에게 건네줍니다. 버려져서 거리에 나뒹굴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은 들었는데, 한 장도 버려지지 않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고이 접어서 자신의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는 시민들, 교회 다닌다고 정중히 거절하는 시민에게는 정중하게 손을 거두고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이인원 님 : 처음 시작할 때 다른 선배 도반들은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데 저는 말이 잘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도반에게 솔직히 말했어요. 목소리가 잘 안 나오니, 웃으며 인사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그래서 그날 저는 많이 웃었습니다. 그날 ”웃음담당“이었죠.(웃음) 근데 한번 경험하고 나니, 다음에는 조금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일재 님 : 오늘 잘 쓰일 수 있겠다고 하는 생각으로 독립기념관 입구에서 현수막을 설치했습니다. 담당자가 사진을 찍어 실시간으로 올려주었습니다. 단톡방에 올라오는 도반들의 사진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과연 대가를 받으며 일을 했다면 이렇게 자연스럽고 행복한 미소가 나올 수 있을지, 이렇게 가벼운 마음이었을지, 봉사의 의미, 일과 수행의 뜻에 대한 책이나 법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느끼고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팀별 봉사 꽃을 피우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홍보는 시민들의 따뜻하고 뜨거운 반응과 함께 끝이 났습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홍보에 많이 참석해준 봉사자들 덕분에 경전반 첫 팀별 봉사 과제가 가볍게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봉사자들이 많아 크게 그려진 동그라미 속에 정토회의 꽃, 나누기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경전반 수행의 꽃망울이 ‘톡’하며 꽃을 피웠습니다.

팀별 봉사 후 나누기하는 모습
▲ 팀별 봉사 후 나누기하는 모습

불교대학 1년의 시절을 거쳐 이제 발을 떼고 수행의 세계로 나가는 천안 경전반 학생들. 오는 12월 두 번째 팀별 봉사 “JTS 거리모금”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열정적인 담당자의 손과 도반의 손, 꽉 붙잡으며 법당 밖 세계로 경전반이 걸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길 위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글_이애순 희망리포터(천안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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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경전반 도반님들의 따뜻한 행보가 담겨있는 따뜻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앞에서 이끄시는 봉사자분들, 그 손 잡고 나아가시는 경전반 도반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

2019-12-13 18:29:49

자재왕

저도 처음에는 거리 홍보와 모금이 마음의 부담이 많았는데요.해보니 많이 겸손해지더라고요.지금은 타종교나 일반 전단지도 잘 받고요.모금에도 동참한답니다.도반님들 훌륭하십니다.

2019-12-11 14:48:07

김선경

함께 봉사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덕분에 따뜻해지네요. 고맙습니다~~

2019-12-11 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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