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안법당
딸이 학교를 그만둔 날, 온가족이 자퇴파티로 새출발을 축하해주다!

천안정토회 김민응 님과의 인연으로 정토회를 찾은 황은실 님. 정토회와 인연 맺은 지 6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경전반 졸업 후 불교대학 담당, 저녁반 선임 팀장, 사회활동 지원, 7대 행사 담당을 맡았습니다. 학교 일하랴, 정토회 챙기랴, 아이들 돌보기까지 눈코 뜰 새 없지만 언제나 행복한 황은실 님.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구마 백 개 먹은 듯 답답한 요즘, 유쾌한 황은실 님의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꿔 볼까 합니다

법륜스님 희망강연 때 사회보는 황은실 님
▲ 법륜스님 희망강연 때 사회보는 황은실 님

우여곡절 끝에 교단에 서다

제 삶에 큰 굴곡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불어 선생님이 멋있고 불어가 좋아서 사범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발령을 기다리던 중에 갑자기 법이 바뀌어 의무발령이 폐지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과 국가를 상대로 7년간 투쟁 아닌 투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부전공인 한문교육과로 임용고시를 보고, 자상한 남편의 응원과 지지로 저는 40이 넘어서야 교단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학생들과 만나는 게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선배의 권유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

교직 생활을 하던 중에 대학생 불교 연합회에서 친하게 지냈던 김민응 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과 저는 동아리 친구였는데, 김민응 님이 이삼 년 정도 봄, 가을로 전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몇 년 동안에 정토불교대학을 계속 권유받았는데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서로 먼저 다녀보라고 미루다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져서 2014년 봄불교대학에 입학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때는 '딱 네 번만 나가고 말아야지, 그럼 선배에게 덜 미안할 테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법당에서 감동받고 그 감동을 오롯이 집으로 가져가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후에 바로 경전반에 입학했고,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도반들의 권유로 천일결사 8-2차에 입재했습니다. 처음에는 천일결사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입재후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진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보게 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학교가 있는데,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 학교는 가정환경이 힘든 학생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분노로 가득 찼고, 자의식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학교의 선생님들은 1년만 다니고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고 싶어했습니다.

마음의 분노가 쌓여 경찰이 와도 개의치 않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하루도 일 없는 날이 없었고, 별다른 이유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저지되면 분노를 그대로 표출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화를 마냥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이 함께 고쳐 나간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학교에서 치유가 되어도 가정에서의 생활이 바뀌지 않으니 계속 악순환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도 지치고 몸도 지쳐 결국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한참 고생을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불법에 따라 제 마음을 수행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만약 수행하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제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학생들과 환경을 탓했겠지요. 하지만 수행을 하고 나니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을 보면 먼저 측은지심이 올라왔고, 그 학생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그 아이를 보는 제 마음을 살피니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학생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단속하고 학생들을 대하니, 그들의 변화된 작은 행동 하나에도 감동하고 칭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습니다. 수행을 놓지 않은 덕분입니다.

딸의 인생을 오롯이 딸의 인생으로

고1 딸아이의 자퇴 선언이 아주 크진 않지만, 작은 풍파였습니다. 외고 영어과 1학년에 다니던 딸아이가 의사라는 꿈이 생겼다며 이과로 진로 변경을 하기 위해 자퇴하겠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무엇이든 잘 하고, 학교도 재밌게 다니고 있었기에 자퇴하겠다는 딸을 설득해 보려 했지만 우리 부부는 결국 아이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만약 수행하지 않았다면 흔쾌히 허락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퇴 후에, 딸을 보면서 불안감이 올라오곤 했지만 수행한 덕분에 선택을 존중해 줄 수 있었고 응원해 줄 수 있었습니다. '네 인생이지, 내가 막으면 안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이 자퇴한 날, 남편은 슬며시 나가 아이스크림 케익을 사왔습니다. 우리 네 식구는 촛불을 켜고, 자퇴 축하 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지금 딸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원하는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매일 수행정진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올라오면 그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탐구하게 되니, 제 자신의 불안을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불안을 내려놓게 되니, 딸의 인생을 오롯이 딸의 것으로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봉사하는 도반들과 함께(뒷줄 왼쪽 두번째 황은실 님)
▲ 봉사하는 도반들과 함께(뒷줄 왼쪽 두번째 황은실 님)

관점을 바꾸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저는 계획한 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도, 화도 많은 성격입니다. 예를 들어 법당에 항상 있던 도반이 제가 찾아갔을 때 없으면 슬슬 짜증이 올라옵니다. 제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아주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행하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이치다.’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수행하기 전에는 이치를 몰라서 발버둥 치다가 괴로우면서도 괴로운지도 몰랐습니다.

수행하면서 세상을 받아들이는 게 좀 쉬워졌습니다. 마음공부를 하기 전에는 손은 손등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손바닥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관점을 바꿔 바라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마음공부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짜증과 화가 나지만 수행을 통해 돌이키는 법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가볍게 전법하기

저는 전법이 쉽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참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도 가볍게 정토불교대학 입학이나, 법륜스님의 강연을 소개합니다. 저의 여덟 자매 중에 다섯 명이 정토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어느 때는 친정에서 자매들이 모였을 때, 방 하나를 점령하고 방문 앞에 "법문 중"이라 써놓고, 스님의 출가열반재일 법문을 함께 들으면서 우리끼리 나누기도 했습니다. 마치 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똑같이 했습니다. 300배 정진을 함께 하고 있었는데, 4살배기 조카 녀석이 불쑥 들어오더니 정신없이 함께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동생들과 어찌나 웃어댔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이 또한 정토회가 준 행복입니다.

그래서 전 가볍게 전법을 합니다. 제 지인들에게 “한 번 놀러 와, 마음에 안 들면 안 오면 되지.”하면서 제가 겪은 행복을 나누려고 합니다. 지금은 저의 자매 중 다섯 명이 10차에 다 입재했는데 서로 수행했냐고 확인도 해줍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인생사에 가족 중 도반이 다섯 명이나 있으니, 저는 참 복이 많습니다. 제 목표는 자매 여덟 명과 제부들 모두 다 정토회에서 수행하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곧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여덟 자매 중, 다섯 명이 정토회에 다닌다는 황은실 님(뒷줄 가운데)가족과 함께
▲ 여덟 자매 중, 다섯 명이 정토회에 다닌다는 황은실 님(뒷줄 가운데)가족과 함께


“정토회에 오기 전에는 가족 밖에 몰랐어요. 정토회를 만나고 힘든 아이들을 이해하고, 세상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저에게 수행이란 '나의 삶'으로부터 '더불어 사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라고 환하게 웃는 황은실 님을 보니 세상이 참 밝게 느껴집니다. 황은실 님에게는 아무리 무거운 바위 덩어리를 얹어 놓아도 “이것은 가벼운 조약돌이야.”라고 웃으며 치워버릴 것 같습니다. 역시 수행이 답인가 봅니다.

글_박연우 희망리포더(천안정토회 천안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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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사트바

가볍게 한다는데 감동했습니다. ㅎㅎ
한 집안에 5명이 정토회원이라니 참 복받으셨습니다.
저희 집안은 저 뺴고 다 기독교인이라서 예수님 믿으라고 공격이 들어옵니다. ㅎㅎ

2020-06-18 20:33:19

김은경

"수행이란 '나의 삶'으로부터 '더불어 사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
불교대학 다니며 시작한 10차 천일결사 1차 백일기도 이 모든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알아차림이있고 즐거웅이 느껴지는 도반님의 모습에 미소짓게되고
감사합니다

2020-04-19 13:49:52

김민주

글 잘읽었습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전법하는데 가벼운 것이 참 부럽습니다.

2020-04-19 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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