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봉법당
봉사와 수행 그 아름다운 조화
두북수련원 정기봉사

11월 2일 화봉과 방어법당의 봄경전반 저녁부 도반들이 졸업을 앞두고 가을 소풍 삼아 5시간 몸으로 쓰는 봉사를 하러 두북수련원에 다녀왔습니다. 두북수련원에서의 첫 소임은 고추밭 고춧대 뽑기와 비닐 벗기기, 은행 줍기였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렀지만 하면서 요령이 생기니 알아서 일을 찾아 맡은 역할을 척척 해내고 혼자면 힘들었을 일이 함께 도와가며 하니 수월했습니다.

두북수련원
▲ 두북수련원

힘들어 지칠 때쯤 각자 챙겨온 간식을 꺼내 아름드리나무 밑에 둘러앉아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소개와 담소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안타깝지만 점심은 법사님이 문경수련원 가고 없어서 근처 식당에서 김치를 곁들여 푸짐하고 맛있는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은행 줍기와 고추밭 마무리 작업을 끝으로 나누기 후 오늘 소임을 마무리했습니다. 인원은 많아도 일이 진척이 안 될 때가 많은데 오늘은 적은 봉사 인원으로 많은 일을 했고 잘했다고 칭찬도 들어 뿌듯했습니다.
봉사를 마친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 한 번 들어볼까요?

고추밭 일을 열심히 하는 도반들
▲ 고추밭 일을 열심히 하는 도반들

화봉법당 김미영 님
부처님 법 만나 행복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도 찾게 되어 감사한 마음뿐이고 입학식 때의 굳은 얼굴이 환한 웃음을 짓는 하회탈로 변신했습니다. 이것이 참 행복임을 느끼며 두북 봉사는 가을바람 쐬는 힐링 기분을 내며 밝게 나섰습니다. 두북에 봉사하러 온다는 처음 마음과는 달리 지금은 내 집에 가을걷이하러 온 것처럼 편안한 기분입니다.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화봉법당 한임숙 님
경전반까지 오면서 다 내 마음이 일으키고 한 생각 돌이키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업식에 넘어져 허우적거립니다. 봉사를 통해서 수행되고 공부가 되어간다는 도반의 말이 이해되었고, 소임이 주어졌을 때 하기 싫어하고 주저하는 나를 보면서 ‘집중하지 못하고 현재에 깨어있지 못하구나!’ 알아차려 봅니다.

화봉법당 김채은 님
불교대에 들어와 공부하면서 달라지고 있는 나를 보며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으며 나의 못난 모습만 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고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수행하다 보니 감사한 마음도 생겼고 봉사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또 느껴봅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열심히 재미있게 다른 법당 도반들과 함께해서 행복한 하루였고 두북 봉사 또 올 겁니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은행줍기 왼쪽 부터 홍은석, 임분옥, 김지석 님
▲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은행줍기 왼쪽 부터 홍은석, 임분옥, 김지석 님

방어법당 정재엽 님
봉사라는 느낌보다는 도반들과 소풍 온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고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 같았으며 독립한 자식들이 모여 본가 일을 하는 듯하였습니다.

방어법당 홍은선 님
두북에서 깨달음의장을 해서인지 제게 두북은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42년을 살면서 말린 은행만 봤지 나무에 열린 은행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노동이란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가를 주다 보니 기쁘고 즐겁게 일한 것 같습니다. 평소에 불면증이 있는데 저번 두북 봉사를 다녀와서는 편안하게 잠을 잤었고 ‘불면증에는 적당한 노동이 딱 맞는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봉사라는 것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며 어떤 자리에서도 잘 쓰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방어법당 임분옥 님
수련원 봉사는 처음이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찾아갔는데 역시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은행 줍기는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잘 쓰였던 거 같습니다. 한 알 한 알 줍다 보니 우리의 인생사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봅니다. 봄에 새싹이 나서 열매 맺고 그 열매가 익어 낙엽 지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감을 욕심부리지 않고 나누고 보시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한 번 더 다짐해 봅니다. 열심히 일하던 도반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방어법당 김지석 님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보면서 냄새난다고 쓰레기 취급했었는데 작은 마음과 노동으로 소중한 음식이 되고 약이 된다고 생각하니 ‘모든 일에 마음 하나만 바꾸면 세상이 달라지는구나!’라고 또 한 번 느끼고 갑니다. 함께 있으면 불편하고 혼자 있으면 외로운 오랜 업식이 있습니다. 주말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럼 안 되겠다 싶어 마음 내서 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도반들의 이야기를 듣고 땀 흘려 일하다 보니 움츠려 있던 내 마음을 따사로운 가을 햇살로 잘 말리고 온 느낌입니다. 자주자주 뵙겠습니다.

잘자란 배추밭에서 한 컷~
▲ 잘자란 배추밭에서 한 컷~

늦가을 소풍 가듯 다녀온 두북수련원 봉사를 통해 ‘내가 진정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고, 함께 한 도반들이 앞으로 수행과 조화를 잘 이루어 행복의 지름길을 찾길 바랍니다.

글_유은희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화봉법당)
사진_한임숙 (울산정토회 화봉법당)
맞춤법 편집_김사문(사하정토회 사하법당)
편집_유진영(부산울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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