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2.13 필리핀 민다나오 4일째, 미따뿔, 가뚱온, 학교 준공식
“빈터에 학교가 새로 지어진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싹트길”

안녕하세요.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지 4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원주민 마을 두 곳에 학교를 짓고 준공식을 했습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새벽 5시에 발렌시아를 출발해 준공식이 열리는 미따뿔(Mitapul) 마을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50분쯤 간 뒤 길가의 작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미따뿔(Mitapul) 학교 준공식

비포장 도로가 나타나서 버스를 세우고 트럭으로 갈아탔습니다.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30분 정도 올라갔습니다.



트럭에서 내려서 아침 7시 30분부터 산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나와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하이! 코리안!”

어젯밤에 비가 많이 내린 후라 길이 아주 질퍽했습니다. 신발이 진흙에 푹푹 빠졌습니다. 비교적 단단한 땅을 골라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산길을 걸었습니다.


이 길은 미따뿔 마을에 학교를 짓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손으로 자재를 운반했던 그 길입니다. 아낙네들은 무거운 철근을 이고 나르며, 건장한 남성들은 100kg이 넘는 발전기를 나무로 만든 가마에 올려 어깨에 메고 옮겼습니다. 학교를 짓기 위해 군청에서 새로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해주긴 했으나, 곧바로 우기가 되어 길이 유실되는 바람에 결국 손으로 자재를 운반해야 했다고 합니다.

개울을 만나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고 다시 오르막길을 걸었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닦아도 땀이 계속 흘렀습니다.

1시간을 등산한 후 드디어 미따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기존에 학교로 사용하던 건물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기존의 학교는 주민들이 손수 지은 작은 건물이었습니다. 칠판과 몇 개의 낡은 책상이 전부였습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선생님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옛날 학교 건물을 지나자 바로 아래 넓은 부지에 새로 지은 학교가 우뚝 세워져 있었습니다. 지붕 위로 태극기와 필리핀 국기가 펄럭였습니다.


스님이 학교 앞에 도착하자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마욘 분딱!”

스님은 새로 지은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기초 바닥 공사는 시멘트로 하고, 건물은 대부분 목재를 이용하여 아주 깔끔하게 학교가 지어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학교를 짓기 위해 수차례 이 마을을 방문했던 노재국 대표님과 JTS 활동가들을 격려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자재 운반하기가 정말 어려웠겠네요.”

9시에 준공식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JTS 방문단과 군청, 교육청 관계자들이 모두 한 줄로 서서 리본 컷팅식과 제막식을 했습니다.




“원, 투, 쓰리!”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은 크게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먼저 마을 이장님이 JTS 방문단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한 후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님이 경과보고를 했습니다.

“미따뿔 마을은 총 42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산간 마을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3km 떨어진 미노빨 마을의 28 가구, 10km 거리의 볼라칸 마을의 16 가구까지 포함하면 총 86 가구가 이 주변에 흩어져 있습니다. 고립된 지역의 특성상 3명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지어지자 교육부에서는 이곳에 두 명의 정규 교사를 배정해 주었습니다.

이 학교에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총 69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JTS는 마을 주민들과 협력해 건축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교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함께 운반하고, 직접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이제 학교가 새로 지어졌으니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배우고 성장하면서 이 지역의 미래는 조금씩 빛을 더해 갈 것입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미따뿔 마을은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 모두가 전통 옷을 입고, 전통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JTS 방문단 모두 크게 박수를 치며 아이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미따뿔 초등학교 준공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와서 ‘와, 학교 잘 지었네’ 하고 말하기는 쉽지만, 학교를 완공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3월에 제가 처음 답사를 왔을 때만 해도 ‘과연 여기에 학교를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산골짜기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물을 열두 번도 더 건너서 왔기 때문에 도저히 자재를 운반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학교를 지을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모두가 목청을 높여 ‘예,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자재를 나를 수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하니까 전부 다 손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오늘 여기 와서 보니까 약속대로 학교가 잘 지어져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학교를 짓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가장 수고한 분들은 마을 주민들입니다. 학교를 짓는 데 노력해 주신 주민들에게 모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참석한 내빈들 모두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군수님이 물자를 나르기 쉽게 도로를 내 주신 덕분입니다. 도로가 비록 불충분하긴 하지만 그나마도 없었다면 학교 짓기가 정말 어려웠을 것입니다. 오늘 길을 걸어오면서 일행들이 정말 힘들다고 했는데, 옛날에 걸어왔던 길에 비하면 오기가 아주 쉬웠습니다. 이게 다 군수님이 길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군수님이 저에게 오늘 준공식에 참여한다고 약속을 했는데 참여를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큰 박수를 보내드립시다.

그다음으로는 바랑가이 캡틴(면장)이 정말 열심히 했다고 필리핀JTS 대표님에게 들었습니다. 바랑가이 캡틴을 위해서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와 환호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원주민 마을에 학교를 짓는다는 게 원래 쉬운 일이 아니지만, 특히 미따뿔 초등학교는 더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비록 작지만 학교가 지어졌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산골에 학교를 지은 이유는, 이곳에서 태어난 어린아이들에게도 그 어떤 사람 못지않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금 전에 춤추는 아이들을 보셨죠? 이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아마 미래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곳의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어떤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필리핀 시민으로서 훌륭히 자기 몫을 해나갈 것입니다.

빈터에 학교가 새로 지어진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싹트길

아이들이 꾸준히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학교 건물을 짓는 것만큼이나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학교 선생님들이 이곳 시골까지 와서 생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이곳에 파견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첫 번째 어려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이곳에 파견돼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는 특별히 점수를 드려서 앞으로 교사로서 승진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해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도 부탁을 드립니다. 대학까지 나온 젊은 분들이 이런 시골에 와서 살려고 선생님이 되신 게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이렇게 먼 곳까지 오신 것이니까 주민들이 선생님을 잘 보호해 드려야 합니다. 또 아이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선생님이 한 학년만 담당하지 못하고, 여러 학년을 맡아서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수고가 매우 많습니다. 우리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선생님들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내 아이들이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 교육은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소수 종족의 전통문화가 학교라는 일반적인 교육을 거치면서 잃어버리기가 쉽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부족의 전통 의상이나 춤, 언어 등 전통문화를 잊지 않고 전수할 수 있도록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JTS는 우리 아이들이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교육 기자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오늘 이 빈터에 학교가 새로 지어진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싹텄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막사이사이 재단 연구소 소장님이 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과정이 목적지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오기 위해 걸어온 길,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여정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걸으면서 떠오른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를 보면,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그들이 스스로 길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 가사처럼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우리가 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제공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이끄는 미래의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다음은 군수 비서님이 답사를 해주었습니다.

"JTS는 교실 건물을 짓는 데에 부족한 예산을 해결해 준 우리의 영웅입니다. 시장실에서도 건설 자재 운송과 인건비를 위해 돈을 지원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군수님께서는 앞으로 도로와 학교 시설 확장을 우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부교육감님이 답사를 해주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배우게 될 48명의 학생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교육부는 이곳에 두 명의 정규 교사를 배치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등록하면, 교사를 추가로 배치해 교육 환경을 개선하겠습니다. 우리는 JTS가 학교 건립이라는 기초를 마련해 준 것에 깊이 감사드리며, 교육부는 이 학교에 교사와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교육을 보장하겠습니다."

다음은 준공증서 및 키, 시계 전달식을 했습니다. 스님이 군수님에게 증서를 전달하고, 박지나 JTS 대표님이 키를 부키드논주 부교육감에게 전달하고, 시계는 노재국 대표님이 교장 선생님에게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박수를 치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다 함께 학교 앞마당으로 이동하여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삽으로 나무를 심으며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다 함께 기원했습니다.

축하의 분위기 속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Thank you, JTS! 미따뿔!”

이어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해 줄을 나란히 세웠습니다. 아이들은 과자를 받고 너무나 행복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걸로 만든 음식들이 소박하게 나왔습니다.

간단하게 다과를 한 후 스님과 JTS 방문단은 다시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내리막길은 걷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질퍽한 진흙길을 50분 만에 내려왔습니다.



큰길에 세워놓은 트럭의 짐칸에 다시 올라탔습니다. 트럭 짐칸에 앉아 30분 동안 비포장 도로를 달린 후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가뚱온(Gatungon) 학교 준공식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린 후 다시 비포장 도로를 만났습니다. 모두 버스에서 내려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 도로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오후 1시에 가뚱온(Gatungon)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1500m나 되는 높은 곳입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이 트럭에서 내리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서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새로 지은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7칸의 교실과 남녀 화장실까지 잘 지어져 있었습니다. 교사 숙소도 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올해 새로 지은 학교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내빈들을 기다리는 동안 전통 옷을 입고 전통 악기를 든 어른들이 전통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신나는 춤판이 벌어지자 운동장은 금세 잔치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내빈들이 도착하고 오후 2시에 리본 컷팅식과 제막식을 했습니다.


“원, 투, 쓰리!”

주민들과 학생들 모두가 기뻐하며 환호를 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전통 옷을 입고 공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동작을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환호를 하면서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필리핀 국가와 대한민국 국가를 연이어 불렀습니다.


이어서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님이 학교가 지어지기까지의 경과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가뚱온 마을에 있던 기존의 학교는 매우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세 개의 교실로 구분되어 있지만, 벽 한쪽 면이 완전히 뚫려 있어 비바람이 직접 들이쳤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빛과 환기를 위해 일부러 문을 만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JTS는 가뚱온 마을을 위해 새로운 학교를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가뚱온 마을은 단순히 생활의 어려움만 있는 곳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소중히 지키는 마을로, 부족 박물관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박물관 안에는 원주민 전통 의복, 악기, 장신구 등이 전시되어 부족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JTS는 아이들에게 전통을 가르치는 일 또한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서 해나가겠습니다.”

다음은 마을 주민들이 전통문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오묘한 소리에 맞춰 발 동작이 리듬을 타면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남자가 든 악기와 여자가 든 악기가 소리로도 조화를 이루고, 춤 동작에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모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군수석 기술자에게 준공 증서를 전달하고, 박지나 JTS 대표님이 부키드논주 부교육감에게 학교 기념 키를 전달하고, 노재국 필리핀JTS 대표님이 교장 선생님에게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가뚱온 초등학교 준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의 이런 성과는 교장 선생님의 요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89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임시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교육환경이 부족하다고 JTS에 지원 요청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JTS는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지방정부 그리고 교육청이 모두 협력하기로 약속해야 지원을 합니다. 그래서 학교를 지으려면 우선 지방정부가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 지방정부는 건축 기술자를 파견하고, JTS는 건축자재를 제공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교육청은 교육 기자재를 제공하고 선생님을 파견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합의가 되면 학교를 짓기 시작합니다. 군수님께서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기술자들을 파견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예산을 편성해 주신 시장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기술자 분들도 수고가 많으셨다고 합니다. 또 군청 관계자들도 애써주셨습니다. 교육부에서도 선생님을 파견하고, 책걸상을 지원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부교육감님께도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연이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협력해서 학교를 지은 것은 오로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내가 어디에서 태어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태어나 보니 필리핀이었고, 태어나 보니 민다나오였고, 태어나 보니 부키드논이었고, 태어나 보니 퀘존이었고, 태어나 보니 가뚱온이었습니다. 내가 선택해서 온 게 아니라 태어나보니 이곳 산속인 것입니다. 태어나보니 남자이거나 여자였고, 태어나보니 부모님이 어느 종족이거나 어느 종교를 믿고 있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그 아이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별이나 종족,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됩니다. 모든 아이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성이나 소수 부족들은 차별을 받습니다. 그래서 JTS는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민다나오에서도 그런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20년 전, 저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원주민 지역, 분쟁 지역, 그리고 장애 아동들의 교육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필리핀 정부에서도 원주민 아이들과 분쟁지역 아이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는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육정책이 이렇게 좋은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JTS와의 협력도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올해 학교를 10개나 지을 수 있었던 것도 그로 인한 성과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협력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오늘 준공식은 올해 마지막 준공식이지만 내년에도 이런 준공식이 계속 있을 예정입니다.

준공식에 앞서 이 학교 선생님들께 전통문화 교육도 같이 해달라는 부탁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반 교육뿐 아니라 전통문화 교육도 같이해서 여러분들이 전통문화를 꼭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학부모들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막사이사이 재단 연구소장, 퀘존군 수석 기술자, 부교육감이 차례로 감사와 소감을 전했습니다.

막사이사이 재단의 연구소장님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희망의 실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TS와 지역 정부, 지역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낸 이 성과가 지역사회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며 모든 협력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학교를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찹니다.”

다음은 퀘존 군의 수석 기술자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 사회와 JTS의 협력으로 완성된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퀘존 군에서는 교육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 왔습니다.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모든 이들의 협력과 헌신이 이 성과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JTS의 지원 덕분에 이 건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교육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부교육감 님이 이번 프로젝트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며, JTS와 지역 정부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번 학교는 가난한 지역과 소외된 공동체의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이 프로젝트는 그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학교는 그러한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다음은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어린 묘목이 무럭무럭 커나갔듯이 아이들도 이 학교에서 무럭무럭 성장해 나가길 기원했습니다.

새로 지은 학교 건물 앞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준공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가뚱온!”

기념사진을 찍은 후 아이들을 모두 교실 안에 들어오게 하여 줄을 세우고 과자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해 아이들이 모두 줄을 맞추어 제자리에 앉자, 분배를 시작했습니다.



과자를 손에 든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교실로 이동하여 선생님들이 정성껏 준비해 준 식사를 했습니다.

모두가 식사를 하는 사이 스님은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곧바로 차를 타고 발렌시아에 있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지프차를 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오후 5시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샤워를 하고 금요 즉문즉설 방송 준비를 했습니다. 숙소에 인터넷 속도가 낮아서 도심으로 나가 인터넷이 가장 잘 되는 철물점으로 향했습니다.

철물점 안 사무실 책상에 앉아 현지 시각으로 저녁 6시 30분, 한국 시각으로 저녁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오늘까지 진행된 4개 학교의 준공식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 후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로힝야 난민캠프를 방문하여 비누 636만 개를 전달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 영상 보기

영상이 끝나고 스님은 질문자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가 물건을 안 버려서 집안이 쓰레기장이 되었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내가 물건은 안 버려서 집안이 쓰레기장 같습니다

“저는 50대 후반인데, 아내는 저보다 한 살 어립니다. 저희 부부는 사이가 아주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무덤덤한 편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물건을 잘 안 버리는 저장 강박증이 있습니다. 집안이 너저분하고 쓰레기장 같습니다. 버릴 건 버리고 정리를 하자고 좋게 말로 설득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제가 집안일을 도와주려고 해도 아내가 물건을 못 버리게 하니까 효과가 없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거의 노이로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이걸로 아내와 이혼하거나 헤어지는 건 좀 심한 것 같아서 아내에 대해 좋은 마음을 내려고 하다가도 어질러진 집안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서 잠도 잘 안 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 두 사람이 서로 생활 습관이 안 맞네요. 성격이 안 맞으면 갈등이 생기듯이 생활 습관이 안 맞아도 같이 살면 갈등이 생깁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첫째. 서로 대화를 해서 생활 방식을 한쪽에 맞추는 겁니다. 아내가 남편의 생활 습관에 동의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생활하거나, 아니면 남편이 아내의 생활 습관에 맞춰서 물건을 여기저기 쌓아두는 것을 허용하는 겁니다. 둘째, 대화를 통해서 반반 타협을 하는 겁니다. 셋째, 둘 다 안 되면 각자의 생활을 하는 겁니다. 그것도 안 되면 이혼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겁니다.

우선 내 중심으로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자고 아내에게 말을 해보세요. 아내가 안 받아들이면, 나도 양보할 테니 어느 정도는 정리하자고 말을 해봐요. 그것도 아내가 안 받아들이면 내 방은 내 마음대로 깨끗이 정리하고, 나머지 거실과 주방은 아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겁니다.

이만한 일로 이혼할 건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면, 혹은 아내의 습관이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라면, 아내의 생활 습관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내가 아내의 습관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그로 인해 나도 병들겠다 싶으면, 이혼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돈을 낭비한 것도 아니고, 물건을 못 버려서 집에 쌓아놓거나 남이 버린 것을 주워다가 쌓아놓는 정도인데 그런 이유로 이혼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활 습관이 다르면 함께 지내기 어렵기는 합니다. 그러나 ‘지구 환경을 위해서 재활용을 하려고 그러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내 방만 정리하고 나머지 공간은 내버려 두는 겁니다.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격적인 결함이 있거나, 돈을 낭비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거나, 건강이 안 좋거나, 이런 것에 비하면 그 정도는 어쩌면 소소한 문제일 수 있어요.

‘아내가 정신적인 강박관념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든지, 안 그러면 ‘요즘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 재활용을 해서 환경 실천을 하려나 보다’ 하고 생각하든지, 이렇게 아내를 이해를 해주면 어떨까요? 각자 방을 따로 쓰면서 내 방만 깨끗하게 쓰는 걸로 합의하는 선에서 아내를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내를 이해하고 나를 조금 바꿔서 생활해 보겠습니다.”

“아내를 이해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잘 안 되면 괴롭게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이혼하는 수밖에 없고요. 그러나 상대를 이해하고 타협해서 같이 살 수 있다면 편안하게 사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꼭 이해하고 타협해야 되는 건 아니에요. 갈등을 하면서 괴롭게 사는 것도 인생입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괴로움 없이 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괴로움 없이 살려면 그런 것 정도는 용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고쳐나가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답변을 모두 하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를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은 제가 한국에 있으니까 한국에 있을 때 많은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스님은 JTS 방문단과 담소를 나눈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딸란딕 부족이 살고 있는 송코 마을을 방문하여 전통문화 보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작년에 준공식을 한 산미구엘 고등학교를 둘러본 후, JTS 센터에 도착하여 올해 사업평가와 내년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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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Mayon buntag!”

2025-02-02 03:15:56

도종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4-12-17 18:59:37

정 명

필리핀인들의 교육에 대한 큰 관심을 알았네요
좀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는데 잘못 알았습니다

2024-12-17 07: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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