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6.13. 부탄 일정 12일 차(내각 장관 미팅), 부탄 출국
“AI로 노동이 사라지면,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셨습니다. 타시 님이 정성스럽게 차려 준 음식으로 이른 아침 식사를 하신 뒤, 오전 6시 30분부터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타시 님이 말했습니다.

“스님, 편안히 주무셨어요?”

“네. 타시 님 덕분에 좋은 숙소에서 잘 잤어요. (웃음)”

“이곳 숙소는 스님이 언제든지 오셔서 사용하셔도 됩니다.”

스님은 지난 11일 동안 젬강과 트롱사 지역을 방문한 내용을 타시 님에게 공유했습니다.

“이번 일정을 하면서 전체 225군데의 사업장 중에 112군데를 방문했어요. 대다수 사업은 젬강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젬강주 남쪽 지역 4개의 게옥에 가난한 사람이 많습니다.

주거 개선 프로젝트로 집을 94채 신축 중이고 36채는 수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각각 49군데, 19군데를 살펴보고 왔습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니 주거 보수를 신청하는 가구는 대다수가 부엌과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었어요.

보행로나 도로 일부를 포장하는 마을도 있었습니다. 비포장도로 중에는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거나,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이 특히 위험합니다. 이런 곳은 차가 다니기 어려우므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도로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보통 도로 보수 프로젝트는 한 번 할 때 100미터씩 제한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주민들의 지나친 공동 노동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22군데에서 도로포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에 9군데를 방문했고, 보행로 포장은 10군데 신청했는데 7군데가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식수(Drinking water) 개선 프로젝트는 총 29군데에서 신청하여 6군데가 완공된 상태였습니다. 요즘 제 건강이 좋지 않아서 물탱크가 너무 높은 산 위에 있거나 먼 거리에 있으면 걸어가기 어려워 방문하지 못한 곳도 있었습니다.

울타리는 총길이가 80킬로미터 포함, 면적이 252에이커가 되도록 설치했습니다. 일곱 줄로 울타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사용한 철조망 길이를 계산하면 총 560킬로미터에 달합니다. 철조망은 다쇼 파상도지 님이 10퍼센트 이상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어제 팀푸에 도착해서 다쇼 파상도지 님을 만나 감사 인사를 드렸어요. 파상도지 님에게 지붕 재료도 저렴한 가격으로 알아봐 줄 것을 요청하니 흔쾌히 알아봐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웃음)

농수로 만들기는 7곳에서 신청했는데 이번에 3군데를 방문했고, 6개 학교에서 시설 보수를 신청하여 그중 5군데를 방문하고 둘러봤습니다. 학교 시설 보수 중에 가장 큰 공사는 20년 된 화장실을 새로 지어주는 것이었어요. 그 외에는 깨진 교실 바닥, 구멍 난 지붕, 부서진 천장 등을 수리하는 공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 점검을 해 보니 개인의 집은 마을 사람들이 수리해서 조금 부족한 대로 살아도 되지만, 많은 학생이 사용하는 학교 시설을 보수하는 것은 전문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공사를 하다 보니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수리할 때는 게옥에서 예산을 배정해서 기술자를 고용하여 제대로 공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주민들의 부담도 덜 수 있으니까요.”

타시 님은 스님이 2023년 부탄을 방문하여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의 개념을 잡고, 사업을 열어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습니다. 스님의 구체적인 활동 소식을 듣는 내내 타시 님은 진지한 표정과 미소로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타시 님의 모습에서 스님을 향한 신뢰와 존경이 느껴졌습니다.

오전 8시, 스님은 팀푸 시내에서 까르마 치팀(Dasho Karma Tshiteem) 님과 미팅을 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습니다. 까르마 치팀 님은 부탄의 전(前) 왕립공무원위원회(RCSC) 의장이자 국민총행복 지수(GNH) 위원장을 역임한 분입니다.

스님은 부탄을 방문할 때마다 까르마 치팀 님과 만나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사업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왔습니다. 오늘 만남은 작년 11월 이후 8개월 만이었습니다.

“주말인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과의 만남은 언제라도 좋습니다. (웃음)”

스님은 타시 님에게 공유한 것처럼, 지난 11일간의 부탄 일정 동안 젬강과 트롱사 지역을 방문한 내용을 까르마 치팀 님에게도 세세하게 공유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치팀 님이 말했습니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스님께서 그렇게 먼 오지에 있는 가난하고 작은 마을까지 찾아가셔서 주민들을 만나 조언해 주시고 어려움을 알아주시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미팅을 마치고 스님은 한국에서 준비해 온 책을 까르마 치팀 님에게 선물했습니다.헤어지며 스님은 까르마 치팀 님에게 말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 사업을 이해하고 후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전 9시 30분, 스님은 장소를 이동하여 부탄 중앙정부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 장소로 들어서자,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부탄 총책임자인 내각 비서실장님과 국왕님을 보좌하는 부탄 왕실 부비서실장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여러분들이 한국에 다녀간 뒤에 약간 미안했어요.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았어야 했는데 여러분들의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았잖아요.”

“아닙니다. 스님, 한국에서의 일정은 참 좋았습니다.”

스님은 내각 장관님과 부비서실장님에게 이번 일정 중 젬강, 트롱사 지역을 다니며 점검했던 내용에 대해서 세세하게 공유했습니다.

“이제 올해 사업의 절반이 진행되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계획했던 것보다 사업 결정이 늦어져서 3개월 정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각 마을에서 제안서를 작성한 뒤 현장에서 승인받기까지 시간이 걸린 데다, 중동 전쟁으로 물자를 제때 공급받지 못했던 상황까지 감안해 보면 실제 사업이 진행된 기간은 6개월 정도일 것입니다.

현장 답사를 진행해 보니 마을마다 촉바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집 짓기, 집수리, 울타리 설치, 식수 탱크 제작, 보행로 보수, 도로 개설, 농수로 정비, 학교 시설 보수 등을 하고 있는데, 일부 지역은 처음 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각 프로젝트별 점검 사항을 설명하고, 앞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제안했습니다.

“주거 개선 프로젝트 중 신축의 경우, 원래는 극빈층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지금 조금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 집이 필요해서 집 짓기 프로젝트에 신청한 사람 중에는 극빈층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서 신축을 지원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촉바는 마을에 신축이 필요한 집으로 7가구를 신청했는데 1가구만 승인받았다고 해서, 제가 종각 기획담당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촉바가 제출한 명단 중에 극빈층에 해당하는 사람이 1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JTS는 젬강주에 집 없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게 하자는 목표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합니다. 그런데 극빈층이 아니라고 지원하지 않으면 이 목표를 달성 할 수가 없습니다. 보통은 한 마을에 집 없는 사람이 2~3가구 정도인데, 젬강주 고싱 게옥의 어떤 마을은 절반이 집이 없었습니다.

현장 답사를 해 보니 집 없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가난해서 집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 사람들은 극빈층으로 분류되어 집 짓기 프로젝트를 통해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경우가 문제인데, 이 사람들은 수십 년 전에 나뭇집을 짓고 대대손손 살아오다가 이제는 나무가 오래되어 집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당장 신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기존에 집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집 없는 사람 명단에서 제외된 거예요. 이 사람들은 극빈층은 아니지만 집을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우까지 허용해서 신축을 지원해야 집 없는 사람이 없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극빈자로 분류되어 있지 않더라도 신축이 꼭 필요한 사람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허용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드립니다.

실제 현장 답사를 해 보면 몇몇 특별한 상황이 있어 집 없는 사람을 100퍼센트 없앨 수는 없겠습니다. 예를 들면 홀로 계신 어르신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은 집을 지어드려도 혼자 살아가기 어려울 테니 신축을 지원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신축하려면 집을 지을 땅이 필요한데, 땅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땅 없는 사람은 왕실에서 땅을 주는데 땅을 주는 곳이 다른 지역이라 별로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소수의 특별한 상황은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무주택자가 없게 하겠다는 목표가 100퍼센트 달성은 안 되더라도, 99퍼센트까지는 달성해 보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스님은 식수, 보행로, 도로 보수,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점검한 사항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부탄 정부의 내각 장관님과 부비서실장님은 스님의 설명을 경청하며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내각 장관님이 말했습니다.

“스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잘 챙겨보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말했습니다.

“제가 마을 하나하나를 답사해 보는 것은 감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살아 보려고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아주기 위해서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땀 흘리고 고생해서 프로젝트를 일구어냈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저라도 마을에 찾아가서 ‘고생했겠구나. 잘 만들었구나’ 하고 격려해 주는 게 필요했습니다.

답사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도 보고, 개선할 사항이 있으면 개선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한국에서 부탄 프로젝트 상황을 문서로 보고받고도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장을 다녀봐야 세세하게 알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사업 현장을 제대로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님은 이 마을 저 마을을 직접 답사하면서 사람들의 어려움을 보고 느끼며, 그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움의 손길을 건넸습니다. 한 마을의 사정뿐 아니라 집집마다의 사정까지 살핀 결과, 스님은 그 누구보다 부탄 구석구석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미팅을 마치며 두 사람에게 준비해 온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내각 비서실에서 스님과 일행을 위해 점심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점심 공양을 마치고 다시 타시 님의 집에 들러, 국왕이 부탄의 미래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겔레푸 마인드풀니스 시티(Gelephu Mindfulness City)’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어 서둘러 이동했습니다.

지난 12일 동안 스님과 함께 모든 사업장을 누비며 점검했던 부탄 JTS 활동가들도 이제 스님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을 마주하고 해결해 가며,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활기차게 현장 점검을 하고 활동 보고를 잘 마쳤습니다. 스님이 공항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 활동가들은 스님께 합장 반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스님, 안녕히 가세요.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모두 수고했어요.”

스님이 환한 미소로 부탄 활동가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습니다. 스님은 부탄 파로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고 출국장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부탄 현지 시각으로 오후 4시 20분 비행기에 탑승하여 방콕으로 이동했습니다.

방콕 현지 시각으로 오후 8시 20분에 도착하여, 밤 11시 20분에 이륙하는 다음 비행기에 탑승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방콕 공항에는 황소연 보살님 부부가 나와서 스님이 비행기를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방콕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스님은 원고 교정을 보고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인천공항행 비행기에 탑승한 뒤, 스님은 밤새 비행하며 휴식을 취하셨습니다.

2026 INEB 스터디 트립 시작

한편, 스님이 부탄에서 방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하는 시간, 한국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2026년 INEB(국제참여불교연대)의 정토회 견학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6월 13일부터 21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8개국 16명이 참가하여 법륜 스님과 정토회의 사상, 활동을 배우고 토론하며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6월 13일 오후 3시,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 설법전에서 INEB 참가자들을 위한 환영식이 열렸습니다. 환영식은 참가자 소개와 유수 스님의 환영 인사로 시작되었으며, 청년 활동가 남수정 님의 환영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프로그램 기간 사용할 가방, 자료집, 메모지, 칫솔 세트와 함께 환영의 의미를 담은 장미꽃을 참가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체 촬영을 끝으로 간소하지만, 따뜻한 환영식이 마무리되었고, 참가자들은 이어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전체 일정과 생활 안내를 받았습니다. 오후 5시 30분에는 저녁 식사를 함께했으며, 저녁 7시에는 설법전에서 저녁 예불을 올렸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여독을 풀며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일 스님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참가자들과 INEB 일정을 함께할 예정입니다. 내일부터는 INEB 일정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어제 부탄에서 있었던 한국 교민들과의 즉문즉설 대화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AI로 노동이 사라지면,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저는 과학 유튜브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곳에 나오는 많은 교수님이 머지않아 생성형 AI가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되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제 생각에는 부탄은 변화의 속도가 조금 느릴 것 같지만 한국은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그 과도기 속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겔레푸(Gelephu) 지역에 조성 중인 마인드 풀 시티(mindful city, 명상 도시)가 인식의 변화나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노동에 집중해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는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현대인은 노동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기보다 소비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볼 수 있어요. 소비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고 있잖아요. 이제는 사람들이 소비를 목표로 삼더라도 소비 자체를 중심에 두기보다는,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노동의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결과보다 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앞으로 모든 것이 자동 생산으로 나아간다면 소수의 사람만 창의적인 일을 하고 다수의 사람은 부분적으로 일하거나 아예 노동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가 기본 소득과 같은 형태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급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요. 기본 소득으로 지금보다 조금 덜 가져도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만약 사람이 더 이상 생산적인 노동을 하지 않게 된다면, 그때는 무엇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될까요? 과거의 가치관으로 본다면 노동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은 극락세계에 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머지않아 인간이 꿈꾸어 온 이상에 가까운 사회에 도달하게 될 텐데요. 과연 이것이 정말 이상 사회인지, 오히려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재앙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동물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이 주된 운동입니다. 사람도 과거에는 노동 자체가 곧 운동이었지, 운동을 따로 해야 한다는 개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산과 소비의 구조가 바뀌면서 이제는 건강을 위해 따로 운동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연 상태의 동물이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일은 없잖아요. 자기 생존을 위해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운동이란 말이죠. 앞으로는 운동을 따로 해야 하듯이 삶의 의미도 따로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릅니다. 그런 것처럼 앞으로는 우리가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둘 것인지도 새롭게 정리해야 합니다. 하루 세 끼 밥을 먹고 사는 데 의미를 둘 것인지, 아니면 그 너머의 다른 가치에 둘 것인지 말이에요. 이런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증에 빠질 위험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마약 중독이든 게임중독이든 다양한 형태의 중독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노동하지 않고도 자기를 조절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명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명상을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명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고요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을 어려워해요. 가만히 있으면서도 편안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TV를 보든지 담배를 피우든지 술을 마시든지 게임을 하든지 늘 무엇인가를 하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가만히 있으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문화나 활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을 다스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명상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봉사활동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보디사트바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걱정하는 부분도 지금의 가치관으로 보면 절망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환경과 인간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치관이 분명하다면 경제력은 성장에 느려질 수록 좋습니다. 성장이 멈추면 지구 환경을 덜 훼손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할 여유도 생깁니다. 반대로 여기저기 돈을 벌 기회가 너무 많으면 모두 돈을 벌러 가버려서 봉사할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줄어드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어려움이 수행을 통해 해소된다면 그것이 이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라고 해도 소득 격차는 여전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도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월 300만 원 정도는 벌어야 최소한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만 300만 원의 기본 소득을 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수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최하위 계층이 굶어 죽지는 않아서 절대적 빈곤에서는 벗어날지 몰라도 결국에는 소득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만족이 되지 않습니다. 부탄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한국의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한국에서는 어디서든, 일만 하면 월 20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지금 한국의 청년들은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 월급을 모아 집을 마련하거나 결혼하는 것이,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한국보다 환경이 더 열악한 곳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한국 사회를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한국 청년들은 어떤 면에서는 부탄의 젊은이들보다 미래를 더 막막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거셉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점점 더 미신적인 사고에 빠져들고 있어요. 어떤 산에 갔다 오면 운이 열린다는 말을 믿고 산 정상을 찾는 젊은이들로 산이 미어터질 정도예요. 왜냐하면 학교에서 배운 방식으로는 미래가 아예 불확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인을 사서 큰돈을 벌거나 특정 주식에 투자해 대박이 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이 순전히 운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운이 따를 만한 것을 계속 찾아다니는 거예요. 정신적인 측면에서 보면 옛날에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하던 기복 행위보다 더 심한 상태입니다. 옛날처럼 그저 내 아들 잘되게 해달라는 기복이 아니라 일확천금이나 대박만을 원하는 심리예요.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데 와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봉사를 해보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봉사하면서 땀 흘려 일하는 삶이 나은지, 아니면 방 안에 앉아 넷플릭스나 보고 게임만 하는 삶이 나은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게임만 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삶일까요? 이런 곳에 봉사하러 와서 산으로, 들로 다니며 농사도 짓고, 집 짓는 일도 도우면서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가 말로 가르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체험을 통해 터득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청년들을 가능한 한 많이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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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식

“현대인은 노동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기보다 소비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볼 수 있어요.
소비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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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것도 목표가 아니라 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소비를 줄이면 돈을 벌기 위한 과도한 부담도 피할 수 있습니다.

2026-06-16 06: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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