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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JTS의 지원으로 1년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담마누락 어린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기숙사 준공식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5시 30분에 태국 정토회원들과 숙소를 출발해 담마누락 어린이 재단이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방콕 시내를 벗어나 서쪽으로 3시간 30분을 달렸습니다. 아침 9시에 담마누락 어린이 재단이 있는 칸차나부리(Kanchanaburi)에 도착했습니다.
곳곳에서 아이들과 넌들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태국 정토회 회원들은 도착하자마자 점심식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리모델링 공사가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공사를 진행한 황소연 님이 구석구석 어떻게 공사를 했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리모델링이 아니라 거의 새로 지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자 기숙사는 아직 공사 마무리가 안 되었는데, 그것도 새로 짓고 있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먼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남자 어린이 기숙사를 둘러보았습니다.
작년에 스님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낙후한 작은 방에 화장실 2개가 있는 형태였는데, 화장실은 다 망가져 있었고, 나무 합판으로 방과 구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방 안에 화장실을 모두 없애고 방을 넓히는 공사를 하였고, 밖에 화장실 5개와 샤워장을 새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천장도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이어서 지붕을 새로 교체하고, 건물 뒤쪽으로 비가 오면 흙이 내려와서 산사태를 방지하도록 수로를 새로 만들고, 상하수도 공사까지 하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화장실은 밖으로 빼서 다섯 칸을 새로 지었습니다.”
화장실 외벽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자 깔끔하게 새로 단장한 샤워실과 넓은 방이 나타났습니다.
“여기는 아이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게 슬라이드 도어로 했고, 방에 들어가 보시면 전부 새로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상하수도를 새로 묻었고, 정화조도 새로 교체했습니다. 물받이 공사도 해서 물이 벽으로 스며들지 않게 했습니다.”
남자 어린이 기숙사를 나와 여자 어린이 기숙사로 향했습니다.
“지난번에 스님께서 오셨을 때 아이들이 다니기 위험하다고 해서 길도 보완을 했습니다. 이렇게 계단을 새로 만들어서 연결했습니다.”
여자 어린이 기숙사도 20년이 넘어 많이 낙후되어 있어서 11개의 방과 복도를 만들어 공간을 분리하는 공사를 하였고, 천장이 낮고 더워서 천장을 높이고 지붕을 모두 교체하여 환풍이 잘 되도록 했습니다.
“여자 어린이 기숙사는 아직 마무리가 안 되었습니다. 방 안에 타일은 모두 깔았습니다. 방은 총 11개를 만들었고, 햇볕이 들어올 수 있게끔 유리로 창문을 달 예정입니다. 방을 엄청 크게 만들었습니다. 환풍이 잘 되고 덜 덥도록 하기 위해 천장을 많이 올렸습니다. 비구니 스님이 지금 샤워실을 추가로 더 만들어 달라고 하셔서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아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에 고아원의 원장님인 메이치 추티파(Maechee Chutipa) 비구니 스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다 없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오늘 이 지역에 큰스님이 오셔서 축원 기도를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지금 공사가 다 마무리가 안 돼서 많이 속상합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공사는 계획대로 안 됩니다. 제가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올해는 오늘밖에 없어서 공사가 안 끝났지만 그냥 왔어요. 둘러보니까 며칠만 더 공사하면 곧 끝날 것 같네요.”
행사장에 도착하자 준공식에 참석하러 온 내빈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방콕에 사무실이 있는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에서 무 사무총장님과 안챌리님이 왔고, INEB 스터디 투어로 정토회를 방문했던 차이야폰 스님과 묘하이 스님이 준공식을 축하하러 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칸차나부리에서 명망이 있으신 큰스님도 함께 자리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내빈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모두 참여불교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분들이라 미얀마의 사회 혼란, 로힝야 난민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어 다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담마누락 고아원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태국 전통 춤과 악기로 신나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내빈들이 축하의 박수를 크게 보냈습니다.
이어서 어린 비구니 스님들(넌)이 스님과 내빈들에게 삼배를 하고 염불을 했습니다.
조촐하게 환영식을 하고 다 함께 새로 리모델링을 한 여자 기숙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원장님인 메이치 추티파(Maechee Chutipa) 비구니 스님이 환영사를 해주었습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이 건물은 예전에는 낡은 건물이었습니다. 작년에 법륜스님이 방문했을 때 이 건물의 상태를 보고 개조를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두 개의 건물을 개조했습니다. 이 건물은 여자 어린이 기숙사인데,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습니다. 남자 어린이 기숙사는 완공을 했는데, 다음 순서로 방문할 예정입니다.
기숙사를 완공하니까 아이들이 매우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예전에 큰 홀로 되어 있어서 모두가 함께 잠을 잤습니다. 그러나 법륜 스님께서 아이들이 이제 많이 컸기 때문에 방이 따로 필요할 것이라며 방을 나누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래서 11개의 방을 만들었습니다. 방마다 3명이 지낼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오늘은 이 건물을 공식적으로 개관하는 날입니다. 이 건물을 공식적으로 개관하고 존경을 표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스님과 귀빈들께서는 건물을 둘러보시면서 축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여러분의 축복 덕분에 오늘부터 좋은 잠자리에서 잘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과 내빈들이 여자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어린 비구니 스님들은 밖에서 경전을 외우며 염불 기도를 했습니다.
다 함께 새로 리모델링을 한 여자 어린이 기숙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은 남자 어린이 기숙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남자 어린이 기숙사는 내부 리모델링을 마치고 외부까지 깔끔하게 공사가 마무리되어 있었습니다. 예쁜 화단 위로 JTS가 지원하여 담마누락 재단의 어린이 기숙사가 지어졌다는 현판이 반듯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기숙사 내부를 둘러본 후 현판 앞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남자 어린이 기숙사 앞에서도 어린 비구니 스님들이 염불 기도를 했습니다.
소박하게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마침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기술자들이 스님을 찾아와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이 먼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건물을 잘 지어주어서 고마워요.”
기술자들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잘 짓겠습니다. 태국의 기술자들은 잘 도망가는데, 저희는 도망을 안 갑니다.” (웃음)
다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태국 정토회 회원들이 한국 음식을 준비해 왔습니다. 한류 열풍으로 고아원 아이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김밥, 떡볶이, 닭강정, 잡채를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은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다며 두 번, 세 번씩 와서 음식을 받아 갔습니다. 어떤 아이는 다섯 번까지 더 먹으러 왔습니다.
어린 비구니 스님들은 모두가 밥을 뜰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도를 하고 나서 식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식사를 해서 준비해 온 반찬이 모두 바닥이 났습니다.
스님은 내빈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빈들은 스님이 왜 이 고아원을 지원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며 질문했습니다.
“스님이 이 고아원을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으면 조금 설명해 주세요.”
“이곳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있더라도 돌보지 못하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돌보는 고아원입니다. 그런데 비구니 스님이 고아원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제가 이곳을 방문해 보니까 건물이 너무 낡아 있었어요. 어린이들이 사는 공간인데 먹고 입고 자고 하는 생활 조건이 너무 열악해서 개선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비구니 스님에게 ‘새 건물을 짓고 싶어요?, 리모델링을 하는 게 좋겠어요?’ 하고 물어보니까 리모델링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남자 기숙사와 여자 기숙사, 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했고요. 워낙 건물이 낡아서 거의 새로 짓다시피 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술자가 몸이 아프고 다른 일이 생기고 해서 공사가 계속 늦어졌어요. 그런데 제가 올해 안에 이곳을 방문할 수 있는 일정이 오늘밖에 없어서 공사가 덜 끝났는데도 준공식을 하게 됐습니다.”
내빈들은 아이들이 음식을 너무 잘 먹어서 보기가 좋다며 다들 기뻐했습니다.
“아이들이 잘 먹으니까 너무 보기가 좋습니다. 손님들이 많이 와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님은 이번 동남아 방문 기간 동안 10개국을 다니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내빈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 자리를 옮겨 유튜버인 크리스 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크리스님은 방콕 정토회 회원님의 남편인데요. 오늘 행사 모습과 스님의 활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정토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정토회를 왜 세우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스님은 정토회의 설립 취지와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모든 괴로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입고 자는 문제가 해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우리의 괴로움이 어떤 물질적인 충족에 의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보셨어요. 우리의 괴로움은 나의 어리석음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이런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전파해서 그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정토회를 설립한 취지입니다.
동시에 아직도 이 세상에는 물질적인 조건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생존을 영위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즉 절대적 빈곤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음식을 주어야 하고, 아픈 사람에게는 치료 약을 주어야 하고, 어린아이는 제때에 배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현대인들은 소비를 너무 지나치게 해서 기후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이걸 극복하려면 우리 모두가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적게 소비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런 관점을 갖고 탄소 제로의 삶을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검소하게 살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는 것이 있으면 가난한 이웃과 나누어 쓰는 것이 빈곤퇴치 운동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각자 자기 생각을 고집하면 갈등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나는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 평화운동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수행운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빈곤퇴치운동을 해나간다면, 자연은 아름답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개인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가 있습니다. 이런 세상을 불교에서는 ‘정토 세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정토회’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담마누락 고아원을 운영하는 비구니 스님이 찾아와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
참석한 내빈들과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정토회 회원들에게도 인사를 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밤에 베트남으로 가야 해서 공항으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천천히 오세요.”
고아원 아이들이 스님이 떠나려고 하자 북을 치며 환송해 주었습니다.
공항까지 가려면 다시 3시간 30분을 달려야 합니다. 서둘러 차에 올라타 다시 방콕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스님은 정토회 회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고아원 아이들에게 한두 달에 한 번씩 특식을 제공해 주면 좋겠어요. 방콕 정토회 회원들이 힘을 모아서 자원봉사를 해볼 수 있을지 한번 논의해 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한참 동안 도로 위를 달려서 오후 4시에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쌀국수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한 후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녁 7시 5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5분을 비행하여 현지 시각으로 9시 10분에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수하물을 찾은 후 공항을 나오니 하노이에 사는 정토회 회원들이 마중을 나와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이동하여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오늘은 방콕에서 하노이까지 하루 종일 먼 거리를 이동한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7일 방콕에서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올해 나이가 82세이고, 지난 30년간 부처님을 간절히 믿고 지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다섯 명에게 포교를 했는데 정작 제 자식은 단 한 명도 포교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자식들에게 신세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입장입니다. 큰 며느리의 친정어머니가 천주교인이어서 며느리도 나중에 천주교를 믿겠다고 하길래 ‘맏며느리인데 나를 따라야지 어떻게 천주교를 믿느냐’ 하며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곳 태국에는 작은 아들이 살고 있습니다. 작은 며느리가 기독교인이어서 우리 작은 아들도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처님 볼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자식들을 포교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가 보기에 부처님은 마음이 넓은 분이에요? 마음이 좁은 분이에요?”
“부처님은 마음이 넓은 자비로운 분이시죠.”
“질문자의 말처럼 부처님은 마음이 넓고 자비로운 분인데, 그런 분이 질문자의 자식들이 교회나 성당에 간다고 해서 그걸 시비하고 미워할 것 같아요?”
“아니요.”
“그런데 왜 부처님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해요?”
“그래도 부처님 보기에 너무 죄송스러워요. 어떻게 제 자식 하나도 포교도 못 하면서 불자라고 할 수 있겠냐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요.”
“첫째, 부처님은 마음이 넓은 자비로운 분이어서, 불교를 믿든, 기독교를 믿든, 천주교를 믿든, 무엇을 믿든 시비해서 따지는 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무 보문시현 원력홍심 대자대비’라고 하잖아요. 여기서 ‘보문(普門)’은 넓은 문, 즉 평등한 문이라는 의미입니다. 부처님은 사람을 나라, 민족, 종교, 성별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어여삐 보살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부처님께 미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질문자가 독실한 불교 신자였는지는 몰라도 자식들이 보기에 본받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불교 신자인 엄마의 삶과 행동을 자식이 존중한다면 절에 안 간다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자식이 불교에 믿음을 가질만한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현재의 한국 불교가 젊은 사람들에게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법문을 들어봐도 별로 설득력이 없고, 불교 의식도 지루하고, 별로 절에 가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넷째, 대한민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며느리가 결혼하기 전부터 갖고 있던 종교를 이제 와서 바꾸라고 하면, 그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자식에게 불교를 강요할 때 오히려 더 반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식들이 절에 다녀서 불교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질문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또한 세상사입니다. 자식이 한국 사람과 결혼할 줄 알았는데 유학을 보내놓았더니 외국 사람과 결혼할 수도 있고, 자식이 불교였는데 외국 가서 살더니 기독교로 개종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세상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 때문에 괴로워한다면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자식들이 불교를 믿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신앙이나 잘 지켜 나가세요. 자기중심을 못 잡으면 어쩌면 자식들을 절에 데려오기는커녕 나중에 질문자가 자식들을 따라서 개종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웃음)
가족들이 다 교회에 다니는데 질문자 혼자 절에 다니다가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염불도 못 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례는 죽은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산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이에요. 아들, 딸, 며느리가 다 교회에 다니는데 어떻게 염불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자식들에게 절에 가기를 강요하기보다는 질문자가 죽은 뒤에 장례만이라도 불교식으로 치러준다면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올해 우리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절에는 안 다녔지만 죽기 전에 법화경 필사를 23번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남편이 편안하게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르는 내내 날씨가 화창했습니다. 49재에도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날씨가 맑게 개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오기 전에 부탄을 다녀왔는데, 출발하기 전에 부탄에서 오지 말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부탄은 산지가 많아서 깎아지른 절벽에 홈을 파듯이 도로를 낸 곳이 많습니다. 비가 오면 산사태가 자주 일어나서 도로에 바위가 굴러 떨어져서 위험하니 우기에는 제발 오지 말라는 겁니다. 이미 짜인 일정이고 또 얼마나 위험한지 제가 직접 현장에서 확인도 할 겸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제가 방문하는 동안 비가 한 번도 안 왔어요. 그래서 정해진 일정을 거의 다 소화했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역시 스님이 오시니까 비도 안 온다’ 이렇게 얘기해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말하면 신비주의로 빠지니까 마침 비가 안 올 때 스님이 오셨다고 표현해라’ 이렇게 말을 해준 적이 있거든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남편이 돌아가신 일과 날씨를 연결시켜서 신비주의적으로 표현하는데, 그런 표현을 젊은 자식들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질문자가 정말로 자식들이 절에 오기를 원한다면 먼저 자식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파악해서 이해하고 도와주라는 겁니다. 그래야 비로소 자식들의 마음을 살 수가 있습니다. 자식들이 어려울 때 돈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기 때문에 자식들이 돈은 받아도 질문자가 바라는 대로 절에 가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미 자식들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돈을 줄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자꾸 내가 자식들에게 돈을 준다든지 뭘 해준다든지 하면서 집착하지 말고, 자식들의 마음을 사는 쪽으로 관점을 바꾸시기 바랍니다. 자식들의 마음을 사려면 자식들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늘 관세음보살을 부르듯이 ‘나도 관세음보살 같은 마음을 내어보겠다’ 하는 자세를 가져보면 좋겠어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자식들과 대화가 훨씬 더 잘 될 것입니다.
요즘은 자식들 중에서 시집도 못 가고 장가도 못 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설령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이혼율이 얼마나 높습니까.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이혼한 자식도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복입니까? 그게 다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그 정도로 복을 받아놓고도 불만이 있어서 자식들한테 교회 가지 말고 절에 가라고 한다면, 질문자의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거예요. 자식들이 교회에 가든, 성당에 가든, 절에 가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화목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평생 기도했더니 이런 공덕이 있구나’ 하고 감사 기도를 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하노이 외곽에 있는 반푹 사원을 방문하여 안거 중인 스님들과 법담을 나누고, 점심에는 하노이 한인회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를 하고, 오후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저녁에는 하노이에 사는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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