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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싱가포르에서 온라인으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방콕으로 가서 한국 교민들을 위해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싱가포르 현지 시간으로 9시, 한국 시간으로 10시 정각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싱가포르에서 수행법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부탄에서 수행법회를 마치고 육로를 통해서 인도 아삼주로 이동했습니다. 인도 북동부 아삼주는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오는 곳입니다. 보통 6월 말에 우기가 시작돼 3개월간 비가 오는데 수일간 지속되는 폭우로 매년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곳입니다. 올해는 피해가 더 심한 상태라 인도JTS 활동가들이 아삼 지역으로 파견을 나가 구호 활동을 했습니다. 저도 마침 그 지역을 지나가는 일정이 있어서 하루 일정을 바꾸어서 구호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지난 한 주 동안 부탄을 답사하고, 인도 아삼주에서 홍수 피해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낸 후원금이 도움이 필요한 세계 곳곳에서 잘 쓰이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고, 생존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함께 기뻐해 주시기 바랍니다. 후원해 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딸이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고, 점점 사회와 멀어지고 있다며 어떻게 딸과 지내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고등학교를 2년째 휴학 중인 딸아이가 살이 너무 쪄서 살을 빼고 성형수술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 복학을 못 한다고 울고불고하며 저한테 도와달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하는 건 옳은 길이 아닌 것 같아 못 해준다고 했고, 다른 방법으로는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딸은 지방 흡입을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조를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중심을 잡고 말려야 할까요? 딸이 집에서 핸드폰만 보고 고양이하고만 지내고 점점 사회와 멀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용돈을 안 주니까 핸드폰으로 채팅을 해서 사기를 칩니다. 제가 통신 매매 음란 조치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아무리 말려도 당장 닥치지 않으니 안 듣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딸의 행동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런 딸을 집에 두고 제가 제 일을 찾아서 밖에 나가도 될까요? 외출하고 돌아오면 딸의 마음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대로 지내도 괜찮을까요?
“질문자는 직장에 나갑니까?”
“직장은 안 나갑니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 딸아이를 보는 게 너무 괴롭고 무언가에 눌린 느낌 때문에 제가 살기 위해서 밖에 나갑니다. 책도 읽고 다른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여 가정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두 분 모두 돌봐드려야 하는 병자셔서 부모님을 돌보기 위한 에너지 충전을 위해서도 제 시간을 많이 갖습니다.”
“질문자가 그런 딸아이를 보는 것이 힘들어서 스트레스 해소책을 찾듯이 딸도 자기가 뚱뚱하다든지 하는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렇게 하는 아이를 보는 것이 힘들다고만 하지 말고, 아이가 어떤 이유로 저런 행동을 하고 저런 생각을 하는지 깊이 연구하는 것입니다. 뱀을 보고 징그럽다고 하면서 도망가기보다는 마치 생물학자가 뱀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조사하듯이 질문자도 관찰자가 되어서 아이가 하루 종일 어떤 삶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제 나름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지 100일간 조사를 해보세요. 우선 관찰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보기 싫다’ 이렇게만 보지 말고, 그냥 개구리 관찰하듯이 아이의 행동과 사고를 관찰해보는 거예요. 내가 잘 모르겠으면 아이에게 말을 걸어서 더 자세히 관찰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을 때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아이가 보기 싫어서 계속 도망 다니는 방식으로는 나도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100일 기도한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매일 절을 해보세요.
‘아이가 얼마나 답답하면 저런 행동을 하겠습니까? 아이를 제가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 보는 겁니다. 아이의 행동, 말, 사고방식을 노트에 적어 가면서 아이의 행태를 한번 연구해 보세요. 이렇게 연구자의 입장이 되어 연구를 하다 보면 아이를 보는 것이 하나도 답답하지도 않고 오히려 신기해집니다. ‘이래서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 되면 재미도 붙게 됩니다. 일단 아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가 잘 안되면 질문자가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데 제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고 조언을 얻어서 ‘이런 문제 때문에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 하고 알아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를 지금 이대로 두어도 내가 괴롭지 않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관찰자로서 아이를 연구하지 않으면, 아이가 성형해 달라는데 해줄지 말지, 살 빼는 수술 해달라고 하는데 해줄지 말지, 아이가 사기를 쳐서 감옥에 가면 어떡하지, 이렇게 근심만 하다가 나부터 지치게 됩니다. 내가 너무 힘드니까 아이는 내팽개쳐 놓고 밖에 가서 바람 쐬고, 다시 집에 들어오면 또 답답하고, 그래서 또 나가고, 이런 생활이 반복됩니다.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의 행태를 관찰하는 자세를 가져 보세요. 부모님 병간호 문제는 잠시 뒤로 미루세요. 아이가 지금 어려움에 처해서 아이를 좀 돌봐야 하니까 부모님 병간호는 다른 형제가 하도록 두고, 나는 아이에 대해서 좀 집중적인 연구를 하면 좋겠습니다. 아이에 관해서 연구가 어느 정도 되면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아이의 행태를 연구한 것을 기초로 해서 아이가 병원에서 정확하게 병명을 진단받고 처방을 받은 후에 살을 빼주든지 수술을 해주든지 용돈을 주든지 해야 합니다. 현황 파악을 먼저 한 뒤에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현황 파악 없이 그냥 ‘아이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라고 해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나오지 않습니다.”
“현황 파악은 했습니다.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부터 친구 관계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부모에게 받은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 정도로는 현황 파악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생물학자가 뱀이나 개구리의 행태를 관찰할 때처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뱀과 개구리의 행태를 연구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지면 아무리 뱀과 개구리가 싫더라도 늘 뱀과 개구리를 상자 안에 넣어놓고 한 달 혹은 100일 동안 관찰해야 하잖아요. 이렇게 뱀과 개구리의 행태를 한 편의 논문을 쓸 정도로 관찰하는 것처럼 질문자도 지금부터 아이의 하나하나에 대해서 새로 관찰을 해보라는 겁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이가 우울증이 있다든지 트라우마가 있다든지 하지 말고요.
제 말은 관찰자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면 내가 괴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를 하게 되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니까 밖으로 돌아다녀야 할 이유도 없어져요. 어떤 사람을 만나도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건 내 문제입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질문자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아이를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만큼만 도와주면 될까요?”
“도와주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우선 아이의 행동과 말과 생각을 잘 관찰해 보세요. 아무리 아이와 함께 있어도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자기 정진을 해야 합니다. 자꾸 아이에게 뭘 해주려고 하지 말고요. 질문자가 자기 수행이 전혀 안 됐기 때문에 아이 옆에 있어도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질문자도 힘든 거예요. 지금은 아이를 어떻게 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질문자가 아이를 바라봐도 아무렇지도 않은 경지에 이르는 공부를 먼저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런 아이를 둔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또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약을 먹고 죽을 것이라고까지 하는데도 제가 그냥 편안하게 있으면 됩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질문자가 편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약을 먹는 것은 아이가 먹는 것이고, 장례는 내가 잘 치러준다는 마음이 될 정도로 편안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관찰을 해봐야 합니다. 이런 아이는 약을 먹고 죽는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기도 치고, 때로는 밤잠도 안 자고 핸드폰만 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의 행태를 연구해야 해요. 아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도 나만 편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자꾸 제 말을 오도하지 말고, 아이를 관찰하라는 겁니다.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는 건 지금 관찰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겁니다.”
“네, 맞습니다.”
“그러니 아이 문제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법회를 열심히 듣고 수행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내가 편안해지는 공부를 먼저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아이 때문에 못 살겠다든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밖에 나갔다 와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수행을 전혀 안 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 정도는 세상 사람들이 보통으로 사는 수준이에요. 그렇게 해서는 나도 불행하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한 후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제가 서울에 도착해서 여러분들을 뵐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오전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숙소를 나와 싱가포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30분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싱가포르 강연을 준비한 정토회 회원 유현숙 님과 최양희 님이 배웅을 나와 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잘 머물다 간다며 인사를 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출국 수속을 한 후 탑승구 앞에서 대기를 하다가 출발 시간이 20분 연기가 되어 오후 1시 15분에 싱가포르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비행기로 2시간 45분을 이동한 후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태국 방콕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공항을 나오자 정토회 회원인 황소연 님과 조정은 님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방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쟈스민 신시티 호텔입니다.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린 후 오후 4시 15분에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스님은 몸이 안 좋아 잠깐 휴식을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 30분에 사전 차담을 하기 위해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방콕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총영사님과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디렉터(UNESCAP) 등 지역인사 분들이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차담을 나누며 태국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의 근황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방콕에는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전에 오후 3시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동남아 10개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태국이 아홉 번째 나라입니다. 내일 하노이로 가면 일정이 마무리가 됩니다.”
“매일 나라를 이동하며 다니시는 겁니까?”
“오늘 오전에 싱가포르에서 법회를 했고, 오후에 방콕으로 왔죠.”
“2014년에도 세계 100개 도시를 이동하며 하루에 한 번씩 강연을 하시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옛날 사람이 들으면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행기 타고 다녔는데요. 뭘.”
“저도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일단 비행기 타는 것 자체가 엄청 피곤한 일입니다.”
“저는 차나 비행기를 많이 타면 좋아요. 왜냐하면 그때 쉴 수가 있거든요.” (웃음)
“정말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수행을 하고 계시네요. 이런 스님은 제가 처음 봤습니다. 전 세계에 스님 같은 분은 없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참석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부탄을 답사하고 인도 아삼 지역 홍수 피해 구호 활동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저녁 7시 정각에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JTS에서는 지진 피해나 홍수 피해가 있는 지역, 빈곤 지역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 사업을 점검하고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제가 지금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콕을 방문한 이유도 강연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지역을 답사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은 잠깐 시간을 내서 교민 강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태국 서쪽 칸차나부리(Kanchanaburi)에서 오랫동안 고아원을 운영해 온 비구니 스님이 있는데,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보니 고아원 시설이 매우 낡고 좁았습니다. 아이들이 130여 명 살고 있는데, 건물을 새로 짓기를 원하는지 리모델링을 하기 원하는지 물어봤더니 리모델링을 대대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고아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굳이 새로 안 지어도 되겠다고 해서, 전반적으로 새로 짓다시피 하는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내일 준공식을 하게 되어서 참석을 하기 위해 오늘 태국에 왔습니다.
뉴스를 보니까 지금 한국은 비가 많이 와서 홍수 피해가 커서, 사람도 희생이 되고, 재산 피해도 많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여러 가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류나 바람의 변화 때문에 폭우나 가뭄, 산불, 폭염 등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이변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인도 아삼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인데, 얼마 전에 대홍수가 나서 브라마푸트라강이 범람을 하여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마침 그 지역을 답사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현장을 찾아가서 식량과 모기장 등 인도적 지원을 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홍수가 나서 피해가 큰데도 찾아와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스님께서 와주었다고 주민들 모두가 특별히 고마워했습니다.
인도적 지원도 요즘은 하나의 사업이 되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모금이 됩니다. 언론이 기사를 내주지 않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인도적 지원이 거의 도달하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22년에 일어난 파키스탄 인더스강 범람으로 인한 대홍수였습니다. 이재민이 3천만 명이 넘을 정도로 큰 홍수였는데 전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서 세계의 관심이 모두 우크라이나로 가는 바람에, 파키스탄 홍수는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었습니다.
뉴스에 나와야 우리가 소식을 알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세계 곳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잘 하고 있는 지역에도, 그 안에 어떤 지역에 가보면 인도적 지원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그렇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으려다 보니 제가 여행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사각지대를 눈여겨 보고 그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받으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일곱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손을 들고 질문한 사람은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엄마와 자주 다툽니다. 제가 보기에는 엄마가 좀 감정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주로 사소한 일로 다투는데 그로 인해 엄마도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엄마와 제가 어떻게 하면 다투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어떤 상황에서 다투는지 예를 한번 들어보세요.”
“일상에서 서로 소통에 오해가 생겨서 다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오해인지 예전에 있었던 일 하나를 예로 들어서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지금 기억나는 건 없는데 굉장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다툼이 있었던 당시에는 그 일이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질문자가 화를 내거나 말다툼을 벌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나놓고 보니까 무슨 일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한다면 그게 중요한 일입니까? 중요하지 않은 일입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툼이 생길 때마다 ‘이 일도 지나놓고 보면 별로 안 중요 할 거야’하고 생각해 보면 어떻겠어요? 질문자가 순간적으로 확 화가 일어날 때, 내일 생각해 보면 이 일도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거다 싶으면 조금 진정이 되지 않을까요?
질문자가 엄마와 많은 갈등을 겪으며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까 어떤 갈등인지 특별히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질문자가 어떤 일에 감정이 동요될 때도 ‘며칠 지나놓고 보면 별일 아니겠구나’ 하고 미리 예상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엄마와의 감정 대립이 덜 일어나게 될 겁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밤에 호텔에서 잘 것인지, 여관에서 잘 것인지, 아니면 민박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당일에는 굉장히 중요한 일로 다가올 겁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그날을 떠올려 보면, 그날 밤에 어디서 잤는지가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오늘 저녁 메뉴로 불고기를 먹을 것인지, 비빔밥을 먹을 것인지, 국수를 먹을 것인지, 샌드위치를 먹을 것인지, 아니면 안 먹고 그냥 잘 것인지 하는 것도 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몇 년도 몇 월 몇 일의 저녁으로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가 지금 내 인생에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모의고사나 기말고사를 좀 잘 보면 기쁘고, 잘 못 보면 괴롭지만, 지나놓고 보면 당시에 75점을 받았든 80점을 받았든 85점을 받았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3 수험생이 대학 입시에 좌절하고 재수를 앞두면 고민이 많아집니다. 친구들은 다 대학 가서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를 사귀고 대학 생활을 하는데, 자기만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려니까 뒤처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30년쯤 지나 50대가 되어서 되돌아보면, 재수해서 일 년 늦게 대학 들어간 일이 그렇게 큰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시야를 좀 길고 넓게 가지고 보면, 지금 눈앞에 일어난 일이 사실 큰일이 아닙니다.
항상 우리의 시야가 짧은 시간, 찰나, 그리고 나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니까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거예요. 조금만 시야를 길고 넓게 가지면 아무 일도 아닙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슬플 때 슬픈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놓고 보면, 슬퍼할 일도 아니고, 기뻐할 일도 아니고, 괴로워할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눈앞의 상황에 사로잡혀서 매몰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흔히 요즘 말로 ‘필(feel)이 꽂힌다’ 하고 표현하는데, 필이 꽂혀서 순간적으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악을 쓰고 주먹을 휘두르지만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별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도 좀 시야를 넓게 가지기를 바랍니다.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 보면, 엄마는 질문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질문자를 낳아주고 먹여주고 키워주고 학교에 보내준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시야를 좁게 해서 보면, 엄마는 사달라는 것도 안 사주고, 잠자는데 깨우고, 게임도 못 하게 간섭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20년쯤 지나서 지금을 떠올려 보면, 엄마가 게임 못 하게 하고 오토바이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준 일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일어난 욕구에 필이 꽂히면 세상 이치에 깜깜해져서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이 괴로워집니다. 그러나 조금 시야를 길고 넓게 해서 보면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대다수의 일이 다 별일이 아닙니다.
여러 일들을 겪을 때마다 ‘지나놓고 보면 별일 아니다’ 하는 관점으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엄마하고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이치를 바르게 알면 결과적으로 잘 지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치를 모르니까 갈등 속에 사는 것입니다. 질문이 남았으면 더 해보세요.”
“해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곧바로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시작했습니다. 참석한 한 분 한 분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강연 너무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덕분에 인생이 정말 행복해졌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방콕, 파이팅!”
밤 9시가 넘어 스님은 휴식을 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고, 봉사자들은 묘덕 법사님과 함께 마음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일은 JTS가 1년 동안 지원하여 리모델링 공사를 한 담마누락 재단의 어린이 기숙사 개소식을 하고, 저녁에는 태국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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