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07.16 싱가포르(Singapore), 한국 교민 즉문즉설
“술을 마실 때는 기분이 좋은데 다음날 후회가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싱가포르에서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어제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일정을 마치고 밤 12시에 숙소를 출발해 다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는 인구밀도 세계 1위의 도시답게 밤 12시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출국 절차를 밟은 후 새벽 2시 45분에 다카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밤새 하늘 위에서 잠도 자고 이동도 했습니다.


중간에 방콕 공항을 경유한 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했습니다.



다카에서 싱가포르까지 이동하는 데에 6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15분이었습니다.

수화물을 찾고 공항을 나오니 정토회 회원들이 ‘법륜 스님 환영’이라는 푯말을 들고 꽃목걸이도 걸어주며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싱가포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촐하게 환영식을 한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적도와 가까운 도시인만큼 매우 무덥고 습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2020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강연이 취소가 된 이후 4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강연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강연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동안 안부를 주고받은 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그저께부터 목이 붓고 몸살 기운이 있는데 아직 회복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저녁에 강연을 제대로 하기 위해 오후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녁 6시가 되어 오늘 강연이 열리는 YWCA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곳곳에서 봉사자들이 강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6시 20분부터 싱가포르 지역 인사분들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홍진욱 싱가포르 한국 대사님 부부를 비롯하여 한인회 회장님 부부, 영사님 부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장님, 무역협회(OKTA) 회장님, 여성회장님이 참석했습니다.

대사님은 스님의 바쁜 일정을 염려하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저희가 정말 운이 좋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싱가포르는 오랜만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왔습니다. 저는 주로 구호 활동을 하기 위해 동남아를 다니다 보니 방콕이나 호찌민에는 구호 활동을 간 김에 강연까지 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싱가포르는 구호 대상 지역이 아니다 보니 강연을 위해서만 오게 되네요.”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시네요. 주로 저가 항공을 이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오지에는 원래 저가 항공이 많이 다닙니다.” (웃음)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닌데요.”

“괜찮습니다.”

차담을 나눈 후 기념사진을 찍고 다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7시 정각이 되자 400석 규모의 강연장이 가득 찼습니다. 먼저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부탄을 답사하고 인도 아쌈 지역에서 홍수 피해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늘 서서 강연하는 편인데 오늘은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앉아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2020년에 강의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하게 되어 이렇게 4년 만에 여러분을 만나게 됐습니다. 저는 지금 아시아 여러 국가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남베트남, 태국, 부탄, 인도, 방글라데시를 거쳐 이곳에 왔고요. 다음엔 다시 태국, 북베트남 쪽을 가게 될 예정입니다.

종교의 속성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너 그렇게 하면 지옥 간다’라며 협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 이렇게 하면 천당 갈 수 있다’라며 유혹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요즘 외교 정책에서 사용하는 말로는 ‘당근과 채찍’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에 취해 온 정책도 당근과 채찍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경제를 발전시켜 줄게’ 하거나 ‘내 말 안 들으면 지도상에서 없애 버린다.’ 하는 식이죠.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이런 식으로 합니다. ‘심부름 갔다 오면 용돈 줄게’ 하거나 ‘말 안 들으면 국물도 없다.’ 하는 식입니다. 유혹을 하는 것은 신비주의에 기반하고 있고, 협박을 하는 것은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는 신비주의와 ‘너 잘못하면 지옥 간다.’ 하는 식의 두려움을 바탕으로 존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종교를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특별히 불교만 그런 것도 아니고, 기독교와 이슬람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슬람교 지역은 아직 전통문화가 강하니까 이러한 현상이 약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곳에서도 젊은이들이 형식적으로 종교를 갖고 있을 뿐 신앙심은 거의 없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뇌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이 종교에 귀의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인들은 신자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가 있지만, 도대체 젊은이들이 무엇 때문에 절이나 교회에 와야 하냐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천당 간다.’, ‘저렇게 하면 지옥 간다.’ 하며 팔았던 상품들이 과거의 어른들에게는 잘 팔렸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그런 상품을 외면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가진 고뇌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이렇게 관점을 바꿔서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오지 않을까요? 이런 관점을 놓치게 되면 이제 종교가 없는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종교가 전통문화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고, 인간의 고뇌를 해결하는, 즉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복음의 역할을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방향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 자료를 보면 18세 이상 인구 중 종교를 가진 사람이 50%가 안 되고, MZ세대라고 불리는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이 중 종교를 가진 사람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종교가 필요 없는 시대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내용을 서두에 말씀드리는 이유는 오늘 여러분과 저와의 대화도 종교를 넘어서서 그냥 인간으로서 만나 어떻게 하면 괴로움 없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눠보자는 취지입니다. 제가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있으니까 종교가 기독교인 분들은 대화를 나누는 데에 약간의 장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벽을 뛰어넘어서 어떤 주제든 제한 없이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편안하게 말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아홉 명이 고민을 말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일의 성과가 점점 줄어들게 되어 결국에는 불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집착을 내려놓으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것은 일에 더 매진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성취하는 강한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유롭고 행복해진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좋지만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경쟁에서 뒤처지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되면 결국에는 불행해질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문자가 생각하는 대로 본인이 세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하는 내용에 모순이 좀 있어요. 예를 들어, 여기 뜨거운 물건이 있다고 합시다. 색깔이 빨갛고 보기 좋아서 갖고 싶은 마음에 손으로 딱 집었어요. 뜨거우니까 집는 순간 손이 타들어 가겠지요. 그러면 질문자는 어떻게 해야겠어요?”

“얼른 내려놓아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가 저한테 묻는 내용은 마치 ‘이 물건을 내려놓으면 예쁜 물건을 못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하고 묻는 것과 같아요. 다시 말해서 지금 질문자가 저한테 ‘이게 너무 뜨거운데 어떻게 해야 해요?’ 하고 물었어요. 그러면 저는 ‘내려놓아라.’ 하고 대답할 겁니다. 그랬더니 질문자가 ‘어떻게 내려놓는데요?’ 하고 질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내려놓는지 물을 필요가 없어요. 뜨거운 줄 알면 저절로 내려놓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뜨거운 줄 알면서도 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갖고 싶은 욕망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걸 갖고 싶어서 계속 쥐고 있으면 손을 데게 됩니다. 손을 데고 싶지 않으면 갖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됩니다. 길은 이 두 가지밖에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내려놓는 방법이 따로 있는 줄 압니다. 내려놓는 방법을 몰라서 못 내려놓는 것이 아니에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없습니다. 뜨거운 줄 알면 저절로 내려놓게 되는 거예요. 그래도 갖고 싶으면 손을 데면 됩니다.

지금 내가 궁해서 돈을 좀 빌려야 될 것 같다고 합시다. 돈을 빌리는 게 좋은지, 안 빌리는 게 좋은지, 어느 게 더 현명한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어요. 돈을 빌리고 싶으면 빌리고, 빌리고 싶지 않으면 안 빌리면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돈을 빌렸으면 이자를 붙여서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갖고 싶어서 움켜쥐었으면 손을 데는 과보를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빌려서 쓸 때는 좋았는데, 이자를 쳐서 갚을 때는 힘들어하면서 후회를 한다는 겁니다. 한두 번은 잘 모를까 시행착오를 겪을 수가 있어요. 그럴 때 드는 비용이나 수고는 학습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못했다기보다는 연습하기 위해 낸 비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번 빚을 갚아보니까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음에는 좀 궁하더라도 돈을 빌리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한두 번 경험해 보면서 다음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결정을 해야 합니다.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는 선택에 좋고 나쁨이 있어서가 아니고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안 지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돈을 빌리고 싶은데 망설이는 이유는 이자를 붙여서 갚는 것을 안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편안함을 추구하다 보니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되고, 그러면 경제 성장을 못 하게 되고, 그 결과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져서 도태되고,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는 역사적 사례들이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편안함을 추구하다가 성공을 위해 애쓴 나라에 공격을 당하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네, 그렇게 생각하시면 집착을 하면 됩니다. 내가 한 행동에 대해 누가 대신 책임을 져주지 않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살면 됩니다.


경제가 돌아가려면 소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대신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기후 위기로 인한 위험을 감수하면 됩니다. 그런데 기후 위기를 겪어보니까 인류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기후 위기의 원인이 기온 상승이고, 기온 상승의 원인이 과다한 에너지 사용이라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잖아요. 그러니 기후 위기를 막는 길은 우리가 모두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생각하기에 소비를 줄이면 경제가 안 돌아갈 것 같아 걱정된다면 지금처럼 소비를 계속하면 됩니다. 돈을 악착같이 벌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면 열심히 돈을 벌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소비를 줄여서 좀 더 안전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소비를 많이 해서 결국 산소호흡기 끼고 방화복 입고 쓰레기 더미에서 살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술을 마실 때마다 행복감을 느끼지만, 가족과 건강을 생각하면 다음 날 후회가 된다며 어떻게 조절을 해나가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술을 마실 때는 기분이 좋은데 다음날 후회가 됩니다

“저는 싱가포르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저녁에 술을 자주 마십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을 때도 술을 마십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자주 술을 마시는 것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자’ 이런 마음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술자리에 가서 사람들과 서너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면 그 자리가 굉장히 행복합니다. 그러나 아내와 자식을 생각하면 건강이 중요하니까 술을 안 마시거나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술을 안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술자리에서 느끼는 본능적인 행복도 저에게는 필요합니다. 이 사이에서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요?”

“질문자는 어떻게 조절하겠다는 건가요? 술을 안 먹겠다는 건가요, 술을 적게 먹겠다는 건가요?”

“두 잔만 마시거나 아니면 1차에서 끝내는 식으로 조절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는 그게 잘 안 됩니다. 주위 사람들이 으쌰으쌰 하면 딸려가게 되고, 때론 제가 그렇게 분위기를 이끌기도 합니다. 다음 날이 되면 어제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고 반성을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냥 본능대로 사세요.” (웃음)

“질문자는 본능대로 술을 마시면서 살다가 어느 날 몸이 덜컥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간경화라고 하면 그제야 술을 끊게 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아내가 말리다 말리다 안 되니까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가 버리면 그때 술을 끊게 될 겁니다. 질문자는 현재 술을 적게 마시거나 안 마시는 게 좋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자신을 못 바꾸고 있어서 제가 얘기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미 습관이 형성되어 버려서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만약 술을 끊고 싶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핑곗거리가 아예 없어야 고칠 수 있습니다. ‘두 잔만 마시자’ 이렇게 원칙을 정하면 지키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술자리에서 두 잔만 마시고 벌떡 일어나서 집에 가야 하는데, ‘오늘은 석 잔만 마시자’, ‘오늘만 2차를 가자’, ‘내일부터 지키자’ 자꾸 이렇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본능대로 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어차피 금주를 못 할 바에야 괜히 번뇌만 일으키지 말고 차라리 그냥 술을 마시라는 얘기입니다. 술은 술대로 먹고, 번뇌는 번뇌대로 일으킬 바에야, 차라리 번뇌라도 없는 게 낫다는 얘기예요.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정해놓고 번뇌에 시달리며 자기를 학대하는 것보다는 마음이라도 편히 사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질문자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마흔여섯 살입니다.”

“한 20년 지나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질문자의 고민은 저절로 해결될 거예요. 첫째, 그전에 죽든지, 둘째, 병이 생기거나 건강이 나빠져서 못 마시게 되든지, 가부간에 결론이 날 겁니다. 시골 친구들 말로는 나이 칠십이 넘으니까 몸이 못 따라줘서 이제는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못 피운다고 해요. 제가 깨우침을 줘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 몸이 못 따라가니까 술고래였던 사람이 저절로 술을 끊게 되었던 겁니다. 저는 질문자처럼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그냥 마음껏 마시고 일찍 죽으라고 얘기를 하는 편입니다.”

질문자의 옆자리에 부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스님은 부인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부인은 어떤가요? 남편이 일찍 죽으면 좋은가요, 싫은가요?”

질문자의 부인이 일어나 대답했습니다.

“저는 남편이 아직 필요해서 지금 죽으면 안 됩니다.”

스님이 답변을 이어 나갔습니다.

“부인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냐면, ‘이왕 남편이 술을 마실 바에야 많이 마시고 빨리 죽으면 좋다. 그러면 더 늙기 전에 시집 한 번 더 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편이 살아있는데 이혼해서 다른 남자한테 시집간다고 하면, 아이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주위에서도 문제로 삼아요. 그런데 남편이 내내 술만 마시다가 죽으면, 아이들이 ‘엄마,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요. 앞으로는 술 안 마시는 남자를 만나서 잘 사세요’ 이렇게 생각해 줍니다. 시집을 한 번 더 가도 세상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 제기를 안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가능하면 술상을 집에 차려 놓으세요. 남편의 상태를 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온 날은 내버려 두고, 적게 마시고 온 날은 술을 더 먹여서 빨리 죽도록 유도를 좀 하세요. 그래야 남편이 정신을 차립니다. 안 그러면 정신을 못 차려요.” (웃음)

청중이 박장대소를 하자 질문자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질문자를 응원하는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다양한 인생 고민과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 상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나도 똑같이 대응하면 갈등 관계가 될까 봐 두렵고, 갈등이 무서워서 피하면 후회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인공지능(AI) 분야로 업종을 변경하여 일하고 있는데 동료들보다 항상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간에 쫓기지만 석사 공부를 더 해야 할까요?

  • 예전에는 열정적이었는데 점점 나태해집니다. 제가 원래 나태한 사람인지, 권태로운 시기가 찾아온 것인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독이 든 음식을 먹는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윤 추구와 고객 만족을 함께 추구하며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없을까요?

  • 갱년기가 오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데, 죽음을 현명하게 준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 자존감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강연이 끝나고 곧바로 무대 아래로 내려와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스님 덕분에 인생이 정말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스님, 고맙습니다. 오늘 강연 너무 잘 들었습니다.”

“2007년 대학생 때 동북아 역사 기행을 다녀왔어요. 스님 덕분에 정말 잘살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한 마디씩 했습니다. 스님은 활짝 웃으며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 주었습니다. 책 사인회가 끝나고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싱가포르, 파이팅!”

스님은 봉사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봉사자들은 묘덕 법사님과 함께 소감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소감들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들으며 늘 혜택만 받아 왔는데, 이번에 자원봉사로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뜻깊었습니다.”

“봉사하니까 나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모자이크 붓다가 이런 것이구나 몸소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적게 오면 어떡할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강연이 끝나서 지금은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 사람들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본 게 처음입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 사람들이 400명이나 모였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과 손길이 모였고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 강연을 무사히 마친 것 같습니다. 몸이 안 좋으신데도 열심히 강의하시는 스님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수고한 서로를 격려하며 큰 박수와 함께 소감 나누기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숙소에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싱가포르를 출발하여 방콕으로 이동한 후, 저녁에는 방콕에 사는 한국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0/200

ㅈㅓㄴ미화

스님은 유머와 위트도 넘치셔서 가끔씩 빵빵 터집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8-17 08:56:09

CACTUS

스님 말씀대로 본인이 결심하지 않는 한 절대로 술을 끊을 수 없고 나이가 드니 저절로 끊는 모습을 가까이 본 사람으로써 많은 공감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2024-08-06 07:02:41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7-22 06:19:11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