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7.5 태국 방콕, 아쇼카람 사원 방문
“결혼을 앞두고 시댁의 간섭이 심해서 벌써부터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캄보디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캄보디아 바탐방 왕립불교대학교 여학생 기숙사 준공식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오늘은 부탄으로 가기 위해 방콕을 경유하면서 INEB 스터디 투어로 정토회를 방문했던 스님들이 살고 있는 아쇼카람(Asokaram) 사원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5시 40분에 캄보디아 바탐방 왕립불교대학교를 출발해 다시 시엠립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말렸지만 소비치아 총장님과 스님들, 왕립불교대학 학생들이 공항까지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가는 길에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스님은 식사를 하며 캄보디아의 현황에 대해 질문했고, 여성 교육, 여성 수행자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점점 중요해지는 여성 수행자의 역할

“혹시 불교대학에 다니는 여학생 중에 비구니 스님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만약 있다면 그런 비구니들만 모아서 불교대학도 다니고 기숙사 생활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앞으로 여성 활동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갖게 되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아이를 키워야 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면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여학생들이 비구니가 되면 굉장히 많은 활동들을 해나갈 수가 있습니다.

여성 수행자를 많이 양성하면 아이들에 대한 상담, 엄마들에 대한 상담, 여성들에 대한 상담을 광범위하게 해 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상담은 비구 스님들이 할 수가 없어요. 앞으로 캄보디아에서도 여성 수행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입니다.”

총장님도 스님의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총장님과 계속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총장님과 안첼리, 바탐방 대학 스님 등 5명 내지 6명으로 캄보디아JTS를 만들어 봅시다.”

“좋습니다.”

총장님은 비가 많이 오면 길이 많이 파인다며 JTS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길이 파여서 남학생은 물론이고 여학생도 등하교가 힘듭니다. JTS에서 자갈 등 건축 자재를 지원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데 농번기라서 마을 주민들이 공사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스님은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농번기가 지나고 한가할 때 가능한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지원을 할 때 의존성을 키우면 나중에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정부가 못하는 일을 찾아서 마을 사람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야 자립성이 높아집니다.”

이어서 JTS가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원칙에 대한 설명과 현재 부탄에서 실험하고 있는 주민 참여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직접 핸드폰으로 부탄 사업 현장을 보여주며 주민들이 어떻게 마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듯 스님과 총장님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출발한 지 4시간이 지나 10시가 되어 씨엠립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협력해 봅시다. 학생 스님들은 총장님을 잘 보필해 주세요.”

배웅을 나온 학생 스님들은 모두 INEB 스터디 투어로 정토회를 방문했던 스님들입니다. 스님들이 흔쾌하게 대답했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일정을 함께 했던 유수 스님과 국제협력팀 활동가도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다시 방콕으로 떠났습니다.

비행기가 30분을 연발해 12시 20분에 이륙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 단잠을 자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한 시간을 비행한 후 오후 1시 20분에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정토회 회원인 황소연 님이 마중을 나와주셨습니다. 도시락을 준비해 오셔서 공항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 20분에 아쇼카람(Asokaram) 사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차로 1시간 20분을 달려 아쇼카람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쇼카람(Asokaram) 사원은 올해 INEB 스터디 투어로 한국 정토회를 방문했던 프라설트(Prasert) 스님과 차이야폰(Chaiyaporn) 스님이 살고 있는 절입니다. 스님들이 꼭 아쇼카람(Asokaram) 사원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해서 이번 기회에 방문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두 분 스님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스님 다시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법당을 참배하고 역대 조사를 모셔놓은 기념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접견실에서 이 절의 스님들 그리고 신자들 몇 분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법륜 스님은 무척 건강해 보이시는군요.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칠십 하나입니다.”

신자들은 생각보다 스님의 나이가 너무 많다며 무척 놀라워했습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스님이 의외라는 듯 말했습니다.

“제가 한 살 적네요. 건강해 보이셔서 좋습니다. 가사는 얼마나 오래된 건가요?”

“저의 스승님이 입으시던 가사입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주지 스님이 오셨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주지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주지 스님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가장 먼저 걱정하며 이야기했습니다.

“INEB 스터디 투어를 다녀온 스님들에게 법륜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스님은 남쪽에서 오셨습니까, 북쪽에서 오셨습니까?”

“남쪽에서 왔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로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앞으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게끔 하실 수 있겠습니까?”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네. 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오래전부터 인도적 지원을 해왔습니다. 지난 6월 13일에는 정토회 회원 만 명이 모여서 남과 북이 평화롭게 관계를 맺으라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한 인도적 지원 사업은 얼마 동안 하셨습니까?”

“거의 27년 되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쇼카람 사원의 주지 스님은 이 절의 창시자인 아잔 리(Ajahn Lee Dhammadharo) 스님의 동상과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주지 스님에게 홍삼을 선물해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주지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전동차를 타고 사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스님들과 신자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다양한 시설들이 잘 배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 안정적인 공간을 찾아 이동했습니다. 아쇼카람 사원 내에 있는 차이야폰 스님의 수행처에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로 했습니다. 재가 신자들이 스님의 방송을 한 자리에서 함께 들었습니다.

방송 장비를 세팅하고 오후 5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7시 30분입니다. 40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태국 방콕에 와있습니다. 지난주에 일본과 베트남을 방문했고, 어제는 캄보디아를 거쳐 지금 방콕에 도착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5일 동안 9개의 사찰을 방문했습니다. 각 사찰마다 스님들이 안거 중이어서 안거하는 스님들과 함께 법담을 나눴습니다. 오늘은 일본과 베트남을 다녀온 영상을 여러분과 공유한 후 대화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영상보기

영상을 보고 난 후 스님이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를 거쳐서 지금은 태국에 와 있습니다. 내일은 부탄에 들어가게 됩니다. 부탄에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 주민들과 농수로도 만들고, 집도 수리하고, 밭에 울타리도 치고, 논에 모내기도 하고, 이런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도 아쌈 지역에 홍수 피해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아쌈 지역을 방문하고 방글라데시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벌써부터 시댁의 간섭이 너무 심해서 힘들다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시댁의 간섭이 심해서 벌써부터 힘듭니다

“저는 세 살 연하 남자친구랑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살림을 합친 지는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시댁의 행사나 모임이 많아서 자주 방문하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점점 시댁의 요구가 많아지고 함께 하기를 원하는 날들이 많아졌는데, 그날에 참석을 못하겠다고 하면 이모들과 합세해서 혼을 내시기도 하고, 오랜 기간 삐지기도 하십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결혼식에도 오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되면서 ‘아, 여기도 시월드구나’ 하며 경계심을 좀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점점 시댁 어른들이 싫어지고 원망스럽습니다. 이 문제로 남자친구와도 자주 싸우게 되었고, 제가 오히려 부부관계를 망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듭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시댁과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부딪힐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첫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니까 결혼을 취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이혼을 하기도 하고, 애를 낳고 나서 이혼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 결혼도 하기 전이니까 지금 결혼을 취소하면 앞으로 걱정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사실 그런 생각도 해봤는데, 다른 남자를 만나도 늘 시댁 고민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제 편이 되어 주는 남자친구가 좋아서 함께 헤쳐나가 보려고 합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친구하고도 갈등이 생길 것이고, 앞으로 시댁하고도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게 예상이 되잖아요. 이걸 전혀 모른 상태에서 결혼한 후에 이런 문제가 생기면 힘들겠지만, 결혼하기 전에 벌써 부부간에도 갈등이 생길 것 같고, 시댁의 요구도 점점 커져서 갈등이 생길 것 같다고 예상이 되잖아요. 이럴 때 현명한 사람이라면 '나는 이런 갈등은 싫다' 하고 그만두어야 하는데, 본인은 그런 갈등이 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겠다는 거죠?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런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고, 지금 남자친구와 관계가 좋으니 어차피 생길 갈등이라면 지금의 관계가 낫지 않겠냐고 생각해서 그냥 결혼하겠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갈등이 생기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요. 당연히 갈등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도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요. 그러니 겁낼 이유가 뭐 있어요?”

“스님께서 그때그때 마음을 알아차리라고 하셨는데요. 시댁에서 삐지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상황이 닥치면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끝까지 차니까 제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잘 안 됩니다. 108배도 해보고 있는데 그 순간에는 제어가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얘기한 겁니다. 첫째, 이런 갈등이 싫으면 결혼을 취소하면 됩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혼을 하는데, 아직 결혼도 안 했으니 그만두면 됩니다.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겁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겠느냐’ 이런 말이 있듯이 ‘이런 갈등이 무섭다고 결혼을 못하겠느냐’ 하고 갈등을 기꺼이 감수하는 거예요.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둘째, 어차피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걸로 괴로워하면서 결혼생활을 할 것인가, 아니면 갈등이 생길 것이 이미 예상이 되니까 괴로움 없이 결혼생활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화내고 짜증내면서 결혼생활을 후회하게 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결혼을 취소하는 게 낫겠다는 거예요. 갈등이 예상되지만 결혼은 하고 싶다면, 시어머니의 이런저런 요구가 있을 때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더 있거라’ 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있으면 되고, 그럴 수가 없으면 그냥 가버리면 돼요. ‘내일 오너라’ 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갈 수 있으면 가고, 못 가면 ‘죄송합니다’ 하고 안 가면 됩니다. 간다고 해놓고 못 가면 당연히 욕을 하실 겁니다. 욕을 하시면 기분 나빠하지 말고 ‘약속을 안 지켰으니 그러실 만도 하다’ 이렇게 이해하고 ‘네, 알겠습니다’ 하면 됩니다.

갈등이 예상될 때 그 갈등으로 인해서 괴로워할 것인가, 갈등이 있지만 괴로워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갈등이 있어도 괴롭지 않으려면 갈등이 생길 때 상대의 어떤 요구나 태도를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아들을 곱게 키워서 장가를 보냈으니까 내 아들 뺏긴 기분이 들겠구나. 며느리가 나이가 더 많아서 시어머니가 트집을 잡을만하겠구나.’

이렇게 내가 시어머니를 먼저 이해하면 됩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면 ‘아들 가진 부모는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네’ 하고 이해해서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됩니다. 또 남편이 질문자가 보기에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남편을 누가 키웠어요? 어머니가 키웠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고마운 분입니까. 30년 동안 정성껏 키워서 나와 살도록 해주셨으니 시어머니는 고마운 분입니다.

첫째, 시어머니 입장에서 아들 뺏긴 기분을 이해해서 ‘죄송합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아들을 저에게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든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대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시어머니의 요구에 늘 매여서 살라는 뜻은 아니에요. 본인이 할 일이 있으면 시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그럴 경우에는 시어머니가 기분 나쁘시겠다는 것을 이해해서 거기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합니다. ‘온다고 하고 못 와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는 또 자유롭게 살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갈등이 있지만 좀 덜 괴롭습니다. 도저히 못 살 정도까지는 안 될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너무 자주 그러시니까 감당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자주 그러시나, 매일 그러시나, 열흘 만에 그러시나, 횟수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시어머니의 요구에 늘 매여 살라는 뜻이 아니에요.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면 나에게 화가 안 나고 짜증이 안 난다는 뜻입니다.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나는 나대로 살면 됩니다.”

“그러면 시어머니가 남자친구를 괴롭히는 것까지는 제가 신경을 안 써도 될까요?”

“누가 누구를 괴롭혀요?”

“시어머니가 제가 안 가서 삐지게 되면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소리도 지르시는데, 그런 게 저한테도 영향을 미치니까 제가 또 괜히 고집부려서 그런가 하는 죄책감이 듭니다.”

“죄책감이 들면 본인이 고집을 안 부리면 됩니다. 엄마가 자기 아들을 나무라는 것에 대해 질문자가 관여할 필요가 없지요.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야단치는 것은 모자끼리의 문제니까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돼요. 그걸 계속 본인이 대신 총대를 메 주려고 하면 본인의 생활에 제약이 생기잖아요. 그게 좀 과하다 싶으면 자기가 고집을 좀 꺾고 남편을 위해서 시어머니에게 고분고분하게 하면 됩니다. 그러나 본인도 자유롭게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남편이 좀 야단을 맞더라도 나는 또 나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 줄 알고 그냥 살아야죠. 그런다고 무슨 큰일이 나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막상 스님께 고민 상담을 하고 나니 별일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왕 제가 선택한 남자친구니까 힘들 때마다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혼을 취소하는 건 고려를 안 해보나요?"

"남자친구가 너무 괜찮아서요."

“쥐약을 먹겠다는 거네요.” (웃음)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네 분하고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것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속에서 이렇게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입니다. 남편이나 자식이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되고 부족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밖에 내어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안될 뿐이지 그 사람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자기 생각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어두워지고 살 의욕이 안 생깁니다. 그러니 내 생각을 딱 내려놓아야 합니다. 세상이란 비가 올 수도 있고, 맑을 수도 있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세상이 돌아갈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되면 다행이고, 안 되어도 그만이다. 하고 싶으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보고, 그래서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 보세요.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이런 자세로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살 만한 세상이에요. ‘다음 세상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이 가장 좋다’ 이런 관점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얘기를 해주신 네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렇게 즉문즉설을 들어봐도 혼자서 극복이 잘 안 되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을 해보세요. 5개월 동안 도반들과 같이 집중해서 공부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5개월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하면 한 달 과정의 행복학교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벼운 프로그램도 있고, 약간 무거운 프로그램도 있으니까 여러분들이 좋을 대로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해가 저물고 저녁 7시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생방송을 한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쇼카람 사원 신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모두 한 시간 반 동안 진지하게 생방송을 시청했습니다.

“통역을 안 해줘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을 텐데 어떠셨어요?”

“질문자들의 얼굴이 변하는 모습이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괴로운 표정을 하고 있다가 마지막에는 웃었습니다. 그게 감동이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즉문즉설이란 괴로움이 있거나 의문이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대화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쇼카람 신자들도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그럼 스님은 매일매일 사람들의 고민들을 들으시겠네요. 사람들의 고뇌를 듣고 나서 어떻게 해결책을 제시하시나요?”

“해결책이라고 할 게 특별히 없어요. 그냥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의 고민이 사라집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목적은 니르바나를 증득하는 겁니다. 니르바나는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떤 괴로움을 갖고 있더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괴로움이 사라지게 됩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곧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시댁에서 시어머니가 너무 간섭을 하는 게 힘들어서 지금 결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는 질문을 한 겁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어릴 때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재혼해서 엄마에 대한 미움이 큰 사람입니다. 엄마만 생각하면 분노가 일어나서 울음이 나오는데, 이런 상태로 내가 낳을 애를 어떻게 키워야 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아들이 결혼을 했는데 도박을 해서 며느리가 아기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어요. 그래서 손녀를 내가 키워야 되는지, 아기 엄마가 키우게 해야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아빠가 폭력을 행사해서 참다가 못 견뎌서 아빠를 고발했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감옥에 갔는데, 엄마는 자꾸 아빠를 용서해 주라고 해서 엄마까지도 미워진다고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야 괴로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런 일이 일어나도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일이 일어나도 그냥 놔두고 받아들이면 되나요?”

“대화를 나누면서 왜 괴로움이 생겨났는지를 먼저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쁜 일이 안 일어나야 괴로움이 없는 게 아니고, 나쁜 일을 두고도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을 그들 스스로 찾게 됩니다. 우리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괴로움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나쁜 일과 좋은 일에 관계없이 어떤 일이 일어나도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대화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쇼카람 사원의 신도님들이 스님 일행에게 저녁식사로 먹으라고 과일 도시락을 챙겨 주었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아쇼카람 사원은 야경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프라설트 스님과 차이야폰 스님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공항 근처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방콕 공항으로 이동하여 출국 수속을 한 후 부탄으로 들어갑니다. 파로 공항에 도착하여 하루 종일 산길을 차로 달려 트롱사에 도착한 후 트롱사 공무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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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런 일이 일어나도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_()_

2024-07-15 17:19:46

남편 잡고 괜히 이말저말 시댁 불만 얘기해봐야 둘 사이만 안 좋아집니다.
하기 싫은건 안 하겠다를 분명하게 실천하면 본인도 스트레스 덜 받고
주변을 괴롭힐 일도 없어져요.
남이 보기에 잠깐 정신나간 여자 되면 모두 편해집니다.
스스로를 지키며 사세요.

2024-07-12 22:47:16

시댁에서 질문자가 하기싫은 뭔가를 요구를 할때 싫다고 딱 잘라 말하세요. 못한다고 하기 싫다고.
남편에게는 시부모와 질문자가 부딪히는 문제가 생겨도 모른척 하라고 얘기하고
시댁쪽 험담이나 욕은 하지 말고요.
당연히 시댁에서 처음에 욕도 하고 여러가지 문제 삼을 수있겠지만
몇번만 그렇게 확실하게 행동하면 시댁에서 포기 할겁니다.

2024-07-12 22: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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