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20 전법활동가 법회, 공동체지부 공청회
“지난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 동안은 서울에서 여러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해가 떠올랐습니다.

서울에는 곳곳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오전 8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해 짐을 풀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햇살이 내리쬐자 눈이 녹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오전 10시 정각에 1층 법당에 마련된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을 봉독 한 후 주간반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올해에 마지막으로 열리는 송년법회입니다. 스님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수고가 많았던 분들, 어려움이 많았던 분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동지 법회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법활동가들을 위한 법회는 아마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이 될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지난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보통 3년 천일결사를 시작하면, 첫 해에는 임원도 바뀌고 여러 가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느라 시행착오를 거듭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성과를 못 내다가 두 번째 해에 가장 큰 성과를 냅니다. 세 번째 해는 3년을 마무리 지으면서 또 다음 천 일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기간입니다.

지난해, 올해, 다가올 해

이번 10차 천일결사는 천일결사뿐만 아니라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보니까 일이 더 많았습니다. 거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계획과 전혀 다른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10차 천일결사 중 첫 해인 작년에는 제대로 활동도 못 하고 코로나 정국을 수습하는 데 시간을 보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색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지난 한 해는 좀 혼란의 시기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색의 시간을 거쳐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작년 8월 총회 이후 하반기부터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을 준비해서, 올해 1월에 최종 결정을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지만, 돌아보면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1월이고 시행한 것은 4월이었습니다. 그것도 임시로 시행을 했기에 정식 시행한 것은 사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면 온라인 정토회가 이만큼 정착한 데는 여러분의 노고가 정말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혼란도 겪었지만, 2021년도 마지막을 보내면서 우리는 어느 정도 온라인 정토회에 정착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오프라인 활동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 작업은 거의 마쳤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도입한 방식이 온라인에 가장 적합한가’ 하는 문제는 아직 많은 연구를 해야 하고 시행착오도 거듭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원래 올해 1만 인 전법을 할 계획이었지만, 여러 사정들로 계획이 밀리면서 결국 내년에 1만 인 전법과 동시에 만일 회향 기념법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은 만일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해이자 다음 만일결사를 준비해야 하는 해입니다. 코로나 정국 때문에 밀린 일정까지 내년에 시행하려고 하다 보니까 내년도 바쁘게 됐습니다.

작년은 어디로 가야 될지를 모색하는 기간, 올해는 온라인 정토회로 정착하는 시기, 내년은 온라인 정토회를 테스트해 보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운영 체계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러한 재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테스트해 보는 거예요.

‘정토행자 개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전체를 운영하는 데에 지금 조직 체계가 과연 적합한가?’
‘우리가 제대로 설계를 했는가?’

내년에 우리가 1만 인 전법을 한번 해보면 ‘아, 옛날보다 오히려 운영 체계가 효율적이다’ 또는 ‘이래 가지고는 좀 부족하다’ 이런 것들이 체크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내년 목표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30년간 쌓은 경험을 다 모아서 마지막 1년은 최선을 다해보자. 그리고 부족한 게 있으면 수정 보완을 하고 새로운 세대가 주축이 돼서 이끌어갈 2차 만일을 준비해보자.’

변화의 국면에서 모두 함께 갈 수 있도록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고 조직 운영 체계가 바뀌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분들은 역시 노보살님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분들은 지난 30년간 정토회의 가장 밑거름이 되어 기초를 닦은 분들이고 오늘날 정토회가 존재할 수 있도록 어려운 시기부터 한결같이 뒷받침해 주신 분들이에요. 그런데 온라인 기기 사용이라는 문제 때문에 정토회의 가장 중심인물이었던 분들이 정토회 밖으로 밀려난 기분을 느끼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충분한 대책이 서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가 조금만 잠잠해져도 이분들에 대해서는 어떤 특별한 대책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오프라인에서 법회를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은 이분들의 과거 공로를 생각해서라도, 또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생각해서라도 우리가 보완해야 할 작업입니다.

두 번째, 전법활동가가 되지 못한 정회원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1인 전법 시대로 전환하게 되었죠. 예전에는 법당에서 공동으로 전법을 하니까 개인에게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온라인 1인 법당에서 활동하는 1인 전법 시대가 되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충분한 전법 능력을 갖춰야 해요. 그러려면 의지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있어야 하고,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정토회의 주요 인력이었던 정회원분들 중 절반 가까이가 전법활동가 대열에 함께 참여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물론 일반회원으로서 열심히 하시는 분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에서 좀 소외감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온라인 정토회로 나아가는 데는 이런 아픔들이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아픔과 섭섭함을 저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그분들을 감싸 안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늘 이렇게 소외계층이 발생합니다. 이런 아픔을 얼마나 줄이고 감싸면서 갈 수 있느냐, 이것이 늘 과제입니다. 변화의 시대에 기존의 문제를 안은 채 머뭇거리다면 역사의 발전에 뒤처집니다. 그렇다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언제나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내버리고 가면 큰 고통을 주게 돼요.

이것을 어떻게 얼마나 감싸면서 함께 가느냐, 이것은 정토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지금 큰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메타버스니 인공지능이니 하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 결국은 변화에 뒤처진 사람이 됩니다. 그렇다고 국가가 그런 변화에만 힘을 집중하다 보면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이 소외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에 빈부 격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요. 또 국가 전체의 부는 늘어났지만 일부 소외계층의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세상이든 정토회든 변화라는 국면에서는 늘 나타납니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는 기존에 가진 재능의 쓸모가 떨어지게 돼요. 그러다 보니 새로 들어온 사람이나 뒤처진 사람이 오히려 앞서 가게 되고, 앞서가던 사람이 뒤처지는 국면이 발생합니다. 그런 데서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 변화의 국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정토행자들에게도 우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가능하면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힘든 과정을 겪었습니다. 특히 지난봄의 온라인 정토회 임시 기간에는 업무를 3중, 4중, 때로는 5중까지 맡게 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며칠 동안 신발도 한 번 못 신어 봤다, 햇빛도 한 번 못 봤다, 코피가 터졌다, 이런 사례가 생길 만큼 업무가 과중된 분들도 있었습니다. 9월 이후 정식으로 온라인 정토회가 출범하면서 조금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개척을 해야 하다 보니 일부 사람에게는 여전히 업무가 과중되고 있어요. 일반 회사 다니는 사람보다도 훨씬 더 업무량이 많을 정도입니다. 내년 봄에는 이런 문제를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모든 일손을 놓고 쉬는 ‘가정의 날’을 만들어서 보완해 보기도 했습니다. 여름휴가와 연말 휴가 기간에는 명상주간을 설정해서 자기 정신에 힘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명상 기간은 처음에는 일주일로 잡았다가 열흘로 늘렸어요. 명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은 본인의 가정 일에 좀 충실할 수 있도록, 일단 모든 교육이나 운영을 쉬는 기간을 설정했습니다. 올해는 12월 23일부터 1월 2일까지 열흘간 쉬게 됩니다. 내년에도 7월 말이나 8월 초 금요일부터 한 주 지난 뒤의 일요일까지 명상 기간을 잡으면 열흘이 나옵니다. 이렇게 해서 열흘간 명상에 집중할 사람은 명상에 집중하고, 일주일 할 사람은 일주일 하고, 일주일을 도저히 못 하면 5일이라도 하고, 5일을 못 하면 3일이라도 하고, 3일을 못 하면 하루라도 하고, 개인적 일을 처리해야 할 사람은 볼일을 볼 수 있어요. 이런 기간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게끔 법회나 교과 과정 같은 것도 전부 조정하도록 했어요.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려면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겠다 싶어서 이렇게 보완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보완책이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처한 현실이 1차 만일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2차 만일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처럼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수행자로서 정진하는 자세로 임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 난제들을 해결하고 장애를 극복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옛날의 경험을 참고해서 헤쳐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장애였는데, 이번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서 적응하는 데에 너나 할 것 없이 다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서 도반 여러분에게 서로서로 격려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한 해 동안 온라인 활동으로 고단한 사람도, 온라인 활동이 낯선 사람도 모두 고생이 많았습니다. 정토행자들의 노고를 두루두루 격려한 후 스님은 내년 만일결사 회향 기념으로 열리는 2022년 정토불교대학 개편에서 주요한 세 가지 쟁점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세 가지 쟁점에 대한 의견은 법회를 마치고 설문조사를 통해 수렴하기로 하고 현장에서 손을 들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분은 지난주 법회를 듣고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훔친 행위는 잘못인데, 그를 더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주 전법활동가 법회 이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어 질문드립니다. 지난 법회에서 JTS 연탄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탄을 일부 도난당했고 조사해 보니 가져간 사람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웃 주민이라고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생계 곤란으로 발생한 일이고 사회적으로 피해를 준 것이 아니니까 그를 지원 대상자로 포함해서 가져간 연탄 외에 다른 지원대상 가구에 지원한 양만큼 연탄을 더 지원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그분이 지원 대상에서 빠진 이유가 있고, 훔친 행위는 잘못인데 가져간 것은 차치하더라도 더 지원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들은 이중 지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결혼할 권리가 있고 연애할 자유가 있고 사유재산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출가한 스님도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사유재산을 가졌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적 활동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수행자나 특정한 신분의 사람이 행사하면, ‘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다.’라고 반응하곤 합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건,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건 모두 다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국민으로서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둘째, 우리는 ‘수행자’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자세가 있습니다. 스님이 결혼했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는 승려가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종파에 따라 다릅니다. 일본 영향을 받아서 결혼을 허락하는 종파도 있지만,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종파도 있어서 수행자가 결혼을 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종단에 따라서는 그를 퇴출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내가 결혼할 권리가 있는데 왜 나를 퇴출시키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어요. 그 집단에 들어갈 때 집단의 규율을 지킬 것을 서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수행자가 결혼했다고 국가가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미얀마의 경우 승려가 결혼해서 승복을 입고 다니면 감옥에 갑니다. 종교의 자유 이전에 국가의 관습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라마다 다릅니다.

이렇듯 국민으로서 권리와 어떤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는 다릅니다. 의무도 마찬가지예요. 국민으로서 의무가 있고, 소속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의무가 있습니다. 지향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자국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번 통일의병 교육에서 ‘왜 불교도가 국가발전에 관심을 두느냐?’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한 사람은 통일의병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반면 수행자는 국적이나 종교,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면 돕는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불교도가 이슬람교도나 북한을 도우면 ‘왜 이슬람교도를 돕느냐, 왜 북한을 돕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행자는 그런 구분을 초월해서 다만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와야 해요. 애국은 국민의 의무이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수행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정토행자들은 국민과 수행자라는 이중적 위상과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 봉사단체가 아니라 수행자 단체잖아요. 그럼 수행자 단체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행자의 관점만 고집하면 국가의 법을 어길 수 있고, 국가의 법만 따르게 되면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굳이 ‘불교’ 단체라고 이름 붙일 이유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문제 자체를 없애는 길

그 사건을 조사해 보니 연탄을 가져간 사람은 생계가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왜 JTS 지원 대상에서 빠졌는지 이유를 확인해 보니 차상위 계층이라서 정부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번에 JTS는 정부나 다른 단체의 지원을 받는 가정은 중복 지원을 받게 되니까 지원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정부로부터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형편이 매우 어려운 사람들, 즉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JTS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마침 연탄을 가져간 그 가정의 실상을 파악해보니 차상위 계층으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형편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런 경우 ‘처벌받도록 하자’라고 하면 세상의 길을 따르는 것입니다, ‘처벌하지 말고 봐주자’라고 것은 용서를 말하는 기독교의 길입니다. 그럼 불교의 길은 무엇일까요? 오히려 해당 가정을 지원 대상에 포함해서 나머지 190장을 더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그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에 봐주는 게 아니라 JTS가 지원 대상에서 그 가정을 빠뜨린 실수를 한 것이 됩니다. 그 가정을 빠뜨린 우리가 잘못한 것이고 그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는 거예요. 우리가 파출소에 그를 처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알리면 ‘종교단체니까 역시 훌륭하구나’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서 우리가 그 가정을 지원 대상에서 빠뜨려서 발생한 문제니까 지원 대상에 넣어서 문제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거예요. 그 사람이 잘못을 용서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못해서 생긴 문제이므로 오히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해서 지원 대상에서 빠지셨던 거네요.’ 하고 지원하는 거예요. 이렇게 성인의 길을 한번 흉내 내보는 겁니다.

우리는 국민과 수행자라는 이중적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통일의병 활동을 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종교와 민족을 초월해서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는 것은 수행자의 관점이에요. 이러한 관점을 나쁜 행동에 적용하면 안 되지만, 좋은 일을 하는데 이러한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국민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이 있지만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지키며 사는 것은 일반인도 갈 수 있는 길이에요. 우리 정토행자들은 국민 수준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수행자의 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 수준은 안 되지만 그렇게 가려고 애쓰고 있어요. 이것은 여러분이 남편이나 아내와 갈등이 있을 때 ‘상대가 참회해야지, 왜 내가 참회해야 하나?’라고 수없이 묻는 것과 같은 성격의 문제입니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상대를 너그럽게 이해하는 것이 수행의 관점입니다. 그런데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을 야단치면 안 됩니다. 수행은 하면 좋은 일이지만 하지 않는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수행자가 화를 내거나 용서를 하지 않으면 ‘수행자가 왜 그래?’라고 비난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비난할 문제는 아니에요. 그 사람이 국민의 의무만 지킨다고 비난해서도 안 됩니다. 수행자의 길은 선택이에요. 수행을 하면 칭찬받을 일이지만 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이 외에도 해외 지부에서도 생방송 법회를 빨리 볼 수 있도록 법회 링크를 다음날까지 열어줄 수 있는지 건의가 있었습니다. 법회 후 송년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어서 다음 주에 더 질문을 받기로 하고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지난 회의에 이어서 오늘은 기획위원회 산하에 각 분과 구성원들을 모두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분과마다 구성원이 적절한지 검토한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분과 구성원에 대한 논의를 너무 오랫동안 했어요. 이제 확정이 되었으니까 다음 회의 때부터는 분과별 연구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이어서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지부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먼저 몇몇 활동가들의 부서 이동 건에 대한 승인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이어서 2차 만일결사 방향에 대해 논의해 온 내용 중 공동체 지부의 비전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듣고 나서 서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닫힌 공동체와 열린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러 의견들을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동체는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닫힌 공동체입니다. 닫힌 공동체란 자신의 생활이 공동체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공동체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닫힌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열린 공동체와 닫힌 공동체

둘째, 열린 공동체란 바깥 사회와 열려 있는 공동체입니다.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할 때 개인의 신분으로는 재정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잖아요. 그런데 열린 공동체 안에서는 공익을 위한다는 조건이라면 정토회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사를 스마트팜 방식으로 지어보고 싶은데 재정이 너무 많이 든다면, 정토회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는 거예요. 인도에 가서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을 때도 개인은 혼자서 모금부터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열린 공동체 안에서는 정토회의 재정 지원을 받아서 학교나 병원을 운영하는 등 자신의 꿈과 이상을 보다 쉽게 펼쳐나갈 수가 있다는 거예요.

가령 결혼한 부부가 인도나 필리핀에 있는 해외 사업장에 파견을 가게 된다면, 한 달에 한 번은 부부의 날을 갖는다든지, 부부가 같이 한 방을 사용하게 해 준다든지, 이렇게 기존에 공동체가 갖고 있었던 규칙을 조금 열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되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열린 공동체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든 소비 욕구를 줄이고 금욕적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청회를 끝으로 안거 이후 시작한 공청회는 종결을 하였습니다. 내년부터는 공동체 지부의 지부장과 지회장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더 참가해서 새롭게 공동체 공청회를 열어나가도록 하고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했습니다. 오전 법회와 같은 주제로 법문을 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법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전문가들과 평화재단 고문들이 참석하는 조찬 모임을 한 후 이어서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연구 세미나와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0/200

고경희

우리는 모두 부족한 사람들

2021-12-30 08:37:56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1-12-28 14:45:10

세숫대야

연탄사업 관련된 말씀듣고 공부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2021-12-27 16: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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