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19 영어 즉문즉설, 통일의병대회, 농사일, 일요명상
“타인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 받아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오늘은 연말을 맞이해 즉문즉설을 시작하기 전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어 즉문즉설이 진행될 수 있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국제지부 자원봉사자들을 영상으로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통역을 하느라 항상 목소리로만 방송에 등장하는 제이슨을 소개했습니다. 제이슨 님은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을 다니던 학생 시절부터 스님의 영어 통역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졸업 후 워싱턴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스님 일정에 맞춰 휴가를 받아가며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이슨은 목소리로만 인사를 했습니다.

"Hello everybody, thank you. Thank you for this opportunity. First of all, I'd like to say I hate listening to my own voice, it's just ringing in my ears. But I guess that goes the same for everybody. I first met the venerable in August of 2005. Started interpreting for him in January 2006 so it's coming up in 15 years, so well it was a fun 15. And hopefully here's to 15 more. So thank you once again for recognizing me and here we go. Thanks. Back to you."

(안녕하세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저는 제 목소리를 듣는 게 너무 불편하네요. 귀에 막 울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죠? 저는 2005년 8월에 스님을 처음 만나 뵙게 됐습니다. 그리고 2006년 1월부터 스님 통역을 시작해서 이제 15년이 되었네요. 즐거운 15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15년은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를 이렇게 알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마이크 돌려드립니다.)

이어서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한 해가 벌써 다 지나갔네요. 시간이 참 빠르죠. 객관적으로 같은 시간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낀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1년이 길어요. 늙으면 내리막 내려가듯이 1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갑니다. 고통이 있을 때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져요. 즐거울 때는 시간이 짧게 느껴집니다. 시간을 길게 쓰고 싶으면 고통에 처하면 됩니다. 그래서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고통에 처했을 때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짧은 시간에 실제로는 수십 년 동안 겪을 일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 해를 어떻게 보냈나요?

즐거움은 순간은 좋지만, 10년이 하루같이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시간을 빨리 낭비하려면 즐거워야 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즐거운 걸 피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즐거움이 주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야죠. 1년이 빠르게 지나갔다면 삶이 편안했다는 얘기예요. 올해 유난히 1년이 길었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꼭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또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다가오는 새해, 여러분들은 어떤 해를 맞고 싶습니까?

저는 시간을 좀 길게 쓰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이렇게 여러분께 한 해 마무리 인사를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의 외국인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상대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를 받는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 받아요, 어떡하죠?

“I get hurt easily by other people’s words and actions towards me. As Sunim said before it’s because I consider myself as something special and I try to look good to other people. I know you said that we should think that we’re like a blade of glass on the street. Although I understand what you mean, it’s hard for me to accept the truth. You once said there’s nothing to call that’s myself. You should experience it, not just know it as knowledge. So how can I experience that there’s nothing to call that’s myself?”
(저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 받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 자신을 특별히 여기고 타인에게 잘 보이려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스님께서 우리는 길 가에 핀 한 포기 풀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이해가 되지만 진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스님께서 나라고 할 것이 없다고 하셨고, 지식으로 아는 게 아닌 경험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요?)

“이치를 알아도 경험하기 어려운 게 있습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중력을 받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무중력을 경험하려면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으로 가야 합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지구 밖에 나가봐야 지구가 둥근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무아’라는 개념도 이치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경험하기 어렵게 때문에 고뇌가 끝이 없는 거예요.

내가 가진 가방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갑자기 죽게 됐어요. 그때 그 가방은 누구의 것이겠습니까? 죽은 사람이 주인이라고 하겠죠. 그런데 사람이 없는데 가방이 누구의 것이 될 수 있습니까? 이렇게 조금만 살펴보면 굉장히 허구적이고 관념적으로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 볼펜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물건도 그 누구의 것이 아니다’라는 이치를 알아도 무의식 세계에서는 펜을 내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이치이지만 일상적으로 체험하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별 거 아니다’라는 정도는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돈 없이 오지를 여행해보는 겁니다. 오지에 가서 원주민처럼 한번 생활해 보는 거예요. 그렇게 생활해보면 정말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질문자가 자라온 환경에서는 그것을 느끼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는 구호활동을 하기 위해 오지에 많이 가보았습니다. 오지에서 생활해 보면 정말 나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인도에서 보통 사람들이 타는 열차를 타보세요. 인도에 이런 농담이 있습니다. 보통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나 가라’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옥에서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는 ‘너 인도 기차나 타라’ 이렇게 말한다고 해요. 인도 기차를 타보면 정말 발 디딜 자리가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 인도의 3등 기차를 탔을 때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워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었습니다. (웃음) 밤새 기차를 타보면 아무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리를 비켜주는 사람도 없어요. 이렇게 오지에 가서 어려움에 처해보면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험을 해보면 실제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생활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뭐 대단한 존재인 줄 알면 사실은 꿈속에서 사는 것과 같고 거품 위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꿈은 깨면 사라지고, 거품은 꺼지면 없어집니다. 지금 질문자가 뭘 많이 아는 거 같지만 머리를 다쳐서 기억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두 손을 못 쓰게 되면 아무리 손재주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쓰겠어요? 말을 못 한다면 자기 재능이 어떻게 살아나겠어요? 듣거나 보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자기가 가진 재산이 다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금방 좌절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나라고 하는 것은 이런 조건들에 쌓여서 마치 내가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내가 본래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내가 가진 것들이 없어진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못 보는 사람보다는 낫잖아요. 갑자기 말을 못 하게 되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말을 못 하는 사람보다 낫잖아요. 손을 못 쓰든, 다리를 못 쓰든 큰 문제가 아닙니다. 불편할 뿐이죠. 재물이 다 사라진다고 해서 뭐가 문제겠어요? 태어날 때 원래 가진 게 없었는데요. 아내가 떠난다고 뭐가 문제겠어요? 원래 혼자 살았는데요. 물론 그런 조건들이 없으면 조금 아쉽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내가 가진 것들로 환상의 나를 삼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삶이 늘 불안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잃을까봐 불안한 거예요.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아닌 줄 알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본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사용할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이고, 사용할 수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이지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면 삶이 안정적입니다. 상황에 따라 삶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거예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겁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졌을 때는 수행자와 수행자가 아닌 사람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삶의 조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는 저나 질문자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면 배고픈 건 똑같습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불안하고 두려울 거예요. 저는 50일까지 굶어도 배가 고플 뿐이지 죽는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습니다. 제가 최대 70일까지 굶어봤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아무리 북한 주민들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를 해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들이 굶는데 나만 어찌 밥을 먹을 수 있느냐’ 하고 굶기 시작했습니다.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은 당장 사람들 눈앞에 안 보이니까 관심이 없는데 저는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한 게 보이니까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했어요. 그 일은 내 삶이 별거 아니라는 걸 자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체험을 해보고 싶으면 오지 여행을 좀 해보세요. 아주 열악한 곳에 가서 생활을 해보는 거예요. 지금 어디 사시는지 모르겠지만, 맨해튼에서 노숙자가 되어서 구걸하면서 한 100일 살아보세요. 그렇게 해 보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거지일 뿐이에요. 멀리 갈 것도 없어요, 지금 당장 해보세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인생에 두려움이 없어져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도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너무 불쌍히 여기고 눈물 흘릴 필요도 없어요. 그것도 하나의 삶의 형태이기 때문이죠.”

“Thank you Sunim. Would you recommend me to fast for a long time? Because I would like to try once.”
(감사합니다 스님. 제가 단식을 오래 하는 것을 추천하시나요? 한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단식을 할 필요가 있어서 단식을 했지 일부러 한 건 아니에요. 별로 살고 싶은 의지가 없는 사람은 단식을 하면 좋습니다. 3주 이상 단식을 하면 살고 싶은 욕구가 저절로 일어납니다.”

“Thank you. There’s something I wonder. I really have a huge hope and I’m scared that I’m not going to achieve that goal or I’m going to die before I achieve that goal. That goal is really important for me. That gives me the fear. How should I deal with it?”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근심이 있습니다. 저는 큰 희망을 갖고 있는데 그 목표를 못 이룰까봐 또는 목표를 못 이루고 죽을까봐 두렵습니다. 그 목표는 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 점이 저에게 두려움을 줍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 세상에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할 뿐이에요. 내가 선택해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해 보세요. 그것은 자신의 선택입니다. 그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입니다. 가끔 종교인들 중에 ‘하나님의 사명을 받고 태어났다, 부처님의 명을 받고 태어났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믿고 생각하는 것뿐이에요. 그런 믿음이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사명은 자기가 갖는 거죠.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도 하고 여러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 됐습니다. 특히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코로나까지 확산되면서 지금도 북한에는 굶주리거나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원할 방법이 없습니다. 밖에서 막으면 싸울 수가 있는데 안에서 막고 있기 때문에 싸울 방법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울고 있습니까? 운다고 무슨 도움이 됩니까?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전쟁이 종식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근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잖아요. 그러나 우리는 그런 목표를 세우고 살아갈 뿐이지, 인생이 원하는 대로 다 될 수 없습니다.”

“I think you’re right. I really wonder, have you ever experienced that there’s nothing you can call yourself?”
(스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지금 질문자는 지구에 사는 사람에게 무중력을 경험해봤느냐고 질문한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위기에 처하면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저는 고문을 당하면서 숨이 넘어갈 뻔한 극한 순간에 잠깐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Thank you very much Sunim. You helped me a lot.”
(매우 감사합니다, 스님.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 외에도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Why is it that no matter how hard I try, even though it hurts the ones I love the most and myself, I can't stop drinking?"
(왜 아무리 힘들게 노력해봐도, 나 자신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면서도, 저는 술을 끊을 수 없는 걸까요?)

스님은 술을 끊고 싶다는 질문자와 대화를 하다가 방청객 중 정신과 의사에게도 발언하도록 하고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난 경험이 있는 분도 발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며 질문자는 자신을 위한 답을 찾아갔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질문자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네, 지금 소감이 어때요?”

“I feel a bit more optimistic that I have some guidance. I’ll definitely see a Psychiatrist for a starter and see what they have to say about what direction I should take next.
(지침이 생겨서 좀 더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먼저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고 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들어봐야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아프면 다른 의사 선생님에게 치료를 받아야 됩니까? 자기가 의사니까 자기가 치료합니까?”

“Of course not, seek help from a different doctor.”
(당연히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네, 지금 질문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좀 필요해요.”

“yes. That’s what I’ve tried and I’ve tried for decades and it hasn’t worked so it’s time to seek help.
(네. 지난 몇십 년간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으므로 도움을 받아야 할 때입니다.)

“내가 어려워서 도움을 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가볍게 체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백신 주사도 맞았습니다.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서 치료받습니다. 모든 것을 다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가능하면 자기가 자기 건강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 사고를 당하거나, 조심한다고 했지만 다쳤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필요하면 서로 돕고 살아야 해요.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합니다.”

“Yes. Thank you.”
(네. 감사합니다.)

올해 마지막 영어 통역 즉문즉설이었습니다. 새해에 다시 반가운 얼굴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 30분부터는 정토회 통일의병대회를 시작했습니다. 분단의 역사를 넘어 이제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쓰겠다고 서약하고 통일의병 가입 신청을 한 500여 명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자리했습니다.

예비 통일의병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 통일의병의 위상과 통일의병이 한반도의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통일 의병이 되겠다고 자원한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정토회는 지금부터 29년 전에 만일 결사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원을 세웠습니다. 첫째, 1차 만일결사 30년 동안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쉽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전법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둘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구축하고,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자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원에 모두 동의하는 사람이 바로 정토회 통일의병입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

통일의병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내가 가진 재능을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하겠다는 사람입니다. 의병과 반대되는 사람이 관군이에요. 관군은 나라를 지키는 대가로 정부에서 월급도 주고, 훈련도 시켜 주고, 무기도 제공하고, 생활도 보장해 주고, 잘하면 승진도 시켜 주고, 직급도 주고, 포상도 합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지 않으면 그냥 지원만 받고 사는 사람이 관군이에요.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그동안 지원받은 것을 생각해서 자기 목숨도 버리고 위기를 막아내야 할 텐데, 관군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망가버립니다.

그런데 의병은 아무런 혜택도 못 받고 지원도 못 받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외적을 막습니다. 정의로운 마음 한 가지를 이유로 자기를 헌신하는 사람을 의병이라고 합니다. 옷도 자기 옷 입고, 밥도 자기 밥 먹고, 자신이 알아서 훈련하고, 자기가 무기를 마련해서 오고, 이겨도 포상이 없고, 죽어도 포상이 없는 개죽음이고, 이처럼 아무런 대가가 없는데도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바로 ‘의병’입니다.

의병들 중에 포상받은 사람은 아주 극히 드물고, 공이 생기면 관군들이 시기해서 오히려 역적으로 몰려 희생되는 경우가 실제로는 더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이고 꾀가 많은 사람은 의병을 할 리가 없죠. 그래서 정의로운 사람, 헌신적인 사람이 역사적으로 의병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의병은 이런 사람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가입 신청서를 내야 해요. 지금이라도 이런 취지를 몰랐다면 빨리 사퇴를 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웃음)

법문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은 즉석에서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한반도 평화와 후손들의 번영을 위해 이름 없이 헌신할 것을 다짐하며 자필로 통일의병이 되겠음을 다짐하는 신규 통일의병들을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다음은 통일의병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했습니다. 스님이 온라인으로 500여 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자, 임명장을 수여하겠습니다.”

“잘 받았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가슴이 뿌듯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이 자리에 모인 통일의병 모두의 의지를 모아 정토회 통일의병 서약문을 낭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다 함께 힘차게 부른 후 통일의병 대회를 마쳤습니다. 통일의병들은 그룹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후속 프로그램을 이어나갔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농사일을 하기 위해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지난번에 따지 못한 감이 아직 감나무에 남아 있어서 감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오후 3시부터 화상회의가 있는데, 감을 딸 수 있는 시간이 될까요?”

“스님, 시간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먹고 싶은 사람이 각자 따서 먹읍시다. 얼었다가 녹은 감도 맛있어요.” (웃음)

감을 몇 개만 따서 맛을 보았습니다.


감 따는 일을 포기하고 텃밭에서 재배하고 있는 배추를 먼저 수확했습니다. 최근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배추를 천막으로 덮어 놓았습니다. 천막을 걷어내자 겉잎이 얼었다가 녹은 배추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배추를 신문지로 싸서 겨울 동안 창고에 보관합시다.”



지저분한 겉잎을 뜯어낸 후 하나씩 신문지로 배추를 싸서 박스에 담은 후 마지막으로 부직포를 여러 번 감싸서 배추가 어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지저분한 겉잎은 거름으로 사용하도록 갈퀴로 긁어모았습니다.


“상추도 정리를 합시다.”

아직 얼지 않은 상춧잎을 모두 뜯어서 바구니에 담은 후 먹기 좋게 하나씩 다듬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닥 보수 공사를 했습니다. 엊그제 군청에서 상하수도 관을 묻는다고 바닥 공사를 하는 바람에 마당이 훼손되었습니다.

“여기를 원래대로 복구해야 해요. 물통을 여기 둬야 하니까 물이 고이지 않게 벽돌과 자갈을 깝시다.

빗물받이 물통 세워두는 자리에 설치한 벽돌과 자갈을 다시 깔았습니다. 벽돌의 수평을 유지하면서 사각형 모양이 되도록 자리를 잡게 한 후 주변에 자갈을 골고루 뿌렸습니다.

“고무망치로 통통 치면 벽돌이 깨지지 않으면서 자리를 잡게 할 수 있어요.”

반듯하게 사각형 모양을 완성한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결사행자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하고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시작한 온라인 명상 89번째 시간입니다.

스님은 요즘의 하루 일과를 간단히 소개한 후 지난주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두면,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호흡에 집중해서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 간 명상을 한 후 실시간 댓글창에 올라온 소감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서울로 이동하여 오전에 주간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고, 오후에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와 공동체 지부 공청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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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

2021-12-30 13:45:19

김봉실

스님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말씀으로 일깨워주시는은혜 보답하겠습니다
나라고 할것이 없는줄알아 가볍게 욕심부리지않고 살겠습니다

2021-12-28 15:37:00

ㅁㅇㅅ

감사합니다. 나라고 할게 없다 깊이 새기며 오늘도 묵묵히 지내보겠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자꾸 나를 고집하는 모습을 참회합니다.

2021-12-26 1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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