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21 북한 전문가 모임,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
“부정정인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불안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아침 6시부터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북한 전문가 분들과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이 함께 모여 조찬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 전문가들이 속속 도착하자,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새벽부터 준비한 밥상이 테이블 위에 놓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오늘 조찬은 혼밥 형식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지, 남북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있는지, 한일 관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가 오갔습니다.

“양극화, 정의, 평화, 국민통합은 언제나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사회, 경제, 정치, 외교, 안보 등 여러 가지 양극화의 구조적 악순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봅니다. 대신에 양극화를 최소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극화를 최소화하고, 정의와 평화를 구현해서, 국민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들을 많이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전 10시에 조찬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계속했습니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부터는 ‘NPT 체제의 미래와 한국의 핵정책’을 주제로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영국, 호주는 3국 안보협력체(AUKUS)를 출범하고 이를 계기로 미국과 영국은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결정이 함의하고 있는 국제 정세의 변화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눈 후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도 평화재단에 손님들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조언을 구하는 손님들과 정성을 다해 대화를 나눈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행복학교 특강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불안해요

“저는 마음이 늘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편안해져 보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부정적 생각에 잘 사로잡힙니다. 특히 과거에 타인의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이 떠오르면 거기에 사로잡혀 마음이 괴롭습니다. 스님께서는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하셨고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진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언 부탁드립니다.”

“절에 다니든 교회에 다니든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종교 중에서 어느 교파에 속하느냐도 전혀 관계가 없어요. 단지 마음의 원리를 알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마음의 원리를 모르면 괴로움 속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교회에 다니든 절에 다니든 무관한 거예요. 이 점을 먼저 짚어드립니다.

마음이 답답한 이유

남을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안하고 남을 이해하지 못하면 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절에 다녀도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 마음이 답답하고 교회에 다녀도 상대를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일상적으로 하는 말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나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이런 말이 나올 때 내 가슴이 답답하잖아요. 마음이 답답한 이유는 상대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상대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상대의 마음과 행동이 이해되면 어떨까요?

‘그 사람이 그런 입장이었구나! 그래서 그런 말을 했구나.’

이렇게 상대를 이해하면 답답했던 내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그래서 역사 속 성인들이 이렇게 말씀하셨던 겁니다.

‘내 마음이 답답한 이유는 상대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면 답답한 내 마음이 풀린다. 그러니 남을 이해하라.’

그래서 기도문에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해받기보다 먼저 이해하게 하여 주소서’

남을 위해서 이해하라는 게 아니에요. 나를 위해서 남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 꽃이 한 송이 있는데 이 꽃을 보고 ‘야, 꽃이 참 예쁘다.’라고 하면 내 기분이 좋잖아요. ‘무슨 꽃이 이렇게 생겼어.’ 이러면 내 기분이 나쁘고요. ‘산이 참 좋다, 바다가 참 좋다.’ 이러면 바다가 좋거나 산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은 거예요. 타인을 사랑하고 좋아하면 나에게 좋습니다. 타인을 미워하면 나에게 나쁜 거예요. 그러니까 남을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라고 하는 이유는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라고 말하는 겁니다.

기독교를 믿어도 남을 사랑하면 행복하고 남을 미워하면 괴롭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한테 기도할 때 내가 무슨 짓을 했든지 상관없이 다 나를 용서해주고 나를 천국으로 인도해주길 바라잖아요. 그처럼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하나님처럼 마음을 써보는 거예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든 그를 이해하고 용서해라.’

내가 하나님에게 바라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대해주는 겁니다. 그게 진정한 구원이에요. 우리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은 어떤 위기에 처해야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질문자가 일상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성격의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성격은 주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업식(業識), 인도에서는 까르마(Karma)라고 합니다. 질문자가 어릴 때 어머니가 늘 불안하고 초조했기 때문에 질문자가 그 업식을 소위 내려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가 뭘 몰라서 생긴 문제는 무지를 깨우치면 되는데 이렇게 어릴 때부터 형성된 업식은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우선 자신에게 늘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성질이 바깥에 어떤 상황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온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런데 불안하고 초조한 증상이 심하면 먼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해요. 안정제를 복용하면 훨씬 좋아집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자신의 성질을 알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걸 조금 더 완화하려면 기도를 해야 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이렇게 늘 자기 암시를 해야 해요. 질문자가 지금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잖아요. 그런데 불안하고 초조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것은 내가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걸 반증할 뿐이에요. 그래서 ‘제가 불안하지 않고 초조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편안합니다.’라고 기도해야 해요. 질문자는 기독교인이니까 이렇게 기도하면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주님,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주님의 은혜 속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꾸 감사기도를 해야 해요. 내 성격이 원래 불안한 줄 알고 받아들이고 살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완화하고 싶다면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만약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에 가서 의사하고 상담해서 안정제를 복용하면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병원에도 다녀봤는데요, 약에 거부감이 있어서 약을 먹지 않고 수행을 해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불안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기도를 하면 되는데, 심하면 약을 먹어야 합니다. 거부반응을 느낀다고 약을 자기 마음대로 중단하면 안 돼요. 부작용이 있으면 의사하고 상담을 해서 양을 조절하거나 약의 종류를 바꿔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나가야 해요. 한 번 먹어보고 효과가 없다든지 조금 졸리고 힘이 빠진다고 해서 약이 맞지 않다고 재단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병은 아직 그렇게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육체적인 병은 연구가 많이 되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의사가 딱 한두 번 만에 병명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병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듭해 가면서 약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리고 심하게 졸리고 멍해지는 증상이 있다면 약의 양이 조금 많은 거예요. 반대로 먹어도 아무 효과가 없다면 약의 양이 조금 적은 겁니다. 병원을 여러 번 내원해서 이렇게 조절해 나가면 됩니다. 안정제를 먹으면 약간 졸리기 마련입니다. 약간 졸리는 부작용이 있어도 불안한 심리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요.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로 불안하다면 약을 안 먹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하면, 약간 졸리더라도 약을 먹어야 해요. 약을 먹지 않으면 손실이 더 크니까요. 필요하면 약을 먹고, 그 뒤에 자가 치료를 하려면 자기 암시를 해야 해요.

무교라면 ‘저는 편안합니다' 하고 기도하고, 불교 신자라면 ‘저는 부처님 가피 속에 편안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하고, 기독교 신자라면 ‘하나님 은혜 속에 저는 편안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하고 기도하면 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나 부처님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걸까요? 그게 아니라 무의식에 끊임없이 ‘편안하다’라고 계속 암시를 하니까 안정되는 효과가 있는 거예요.”

“스님, 질문이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저는 과거 타인의 부정적인 말에 자꾸 사로잡혀서 끊어내기가 힘듭니다. 그 부분은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의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병원 치료를 조금 받아야 할 상태예요. 사람은 누구나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납니다. 과거에 어떤 충격이 있었거나 어떤 돌발사건이 생겼을 때 부정적 생각이 심하게 일어날 수는 있어도 평상시에는 괜찮거든요. 그런데 질문자가 일상적으로 과거에 부정적인 생각이 되살아난다면 조금 치료가 필요해요. 제가 보니 질문자는 지금 제일 먼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네요. 그리고 수행적으로는 과거 생각이 날 때 그 생각에 자꾸 빠지면 안 돼요. 과거 생각이 일어나면 벌떡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해버려야 합니다. 자꾸 다른 생각을 해버리는 거예요. TV에 비유하면 어떤 채널을 보고 자꾸 눈물이 나면 그 TV를 끄거나 채널을 돌려버려야 해요. 지금 일어난 일, 생방송이 아니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비디오일 뿐이잖아요. 상처가 자꾸 자동으로 켜지는 사람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과거의 일이 이미 트라우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심한 사람은 치료를 받고, 증상이 약한 사람은 자꾸 끄는 연습을 해야 해요.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면 고개를 흔들고 ‘이건 지나간 비디오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고 꿈이야’ 자꾸 이렇게 되뇌어야 해요. 진짜 있는 일이 아니고 꿈에서 본 것과 같습니다. 억압하지도 말고 의미 부여하지도 말고 흘려보내야 합니다.”

“저는 스님 말씀을 듣고 병원 치료를 거부하지 말고 한번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끊는 연습, 의미 부여하지 않는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질문자가 제일 먼저 할 일은 병원에 가서 진료부터 받는 거예요. 육체적 병으로 치면 아직 감기 수준이거든요. 감기도 며칠 앓으면 잘 안 낫습니다. 그냥 놔둬도 곧 나을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 잘못돼서 폐렴으로 가면 큰일이잖아요. 치료를 하면 더 큰 위험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주일 앓을 병을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면 삼일이면 나을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치료를 받으면서 기도도 하면 조금 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치료를 받아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면 그만두면 되니까 본전이잖아요. 그런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보니 도움이 된다면 득이잖아요. 치료한다고 해서 위험이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위험이 없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요.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정신적인 불안증은 약이 한 번에 딱 조절이 안 되고 체질 따라먹어보면서 조절을 해야 합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또는 이주일 간격으로 약을 먹어보고 증상에 따라 적정량을 조절해가면 됩니다. 또 의사가 검사해보고 굳이 치료 안 받아도 된다고 하면 조금 전에 알려준 대로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고 채널을 돌려버리는 마음공부를 해나가면 됩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동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불교대학 교과개편 회의, 2022년 일정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0/200

김민주

스님의 법문으로 정말 행복해지고 있습니다 불안증이 심한데 꾸준히 알아차리고 편안하다는 암시를 연습하겠습니다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2022-01-21 05:39:52

김종근

저는 부처님 가피 속에 편안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1-15 20:27:35

능인화

정신과 약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위로됩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2022-01-11 07:00:4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